뉴욕 뉴욕 [Feature :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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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Feature : 1709]
  • 김기찬
  • 승인 2017.09.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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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Feature : 1709]
뉴욕, 뉴욕 

한때 폐기물 매립지였고 줄기차게 놀림을 당했던 리버티내셔널이 프레지던츠컵 준비에 한창이다. 글_론 휘튼(Ron Whitten)

사진_돔 푸로어(Dom Furore) 맨해튼 남단과 자유의 여신상이 리버티내셔널의 클럽하우스와 14번홀 그린이 될 곳을 감싸고 있다.

연방정부의 슈퍼펀드(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에 환경 정화 비용을 부담시키는 법) 구덩이에서 프레지던츠컵의 개최지로 변신한 리버티내셔널골프클럽은 그만큼 감동적이다. 하지만 전국 무대 데뷔는 시원치 않았다. 2009년 뉴욕주 저지시티에 있는 리버티내셔널에서 바클레이스가 열렸을 때 선수들과 언론은 한목소리로 레이아웃을 혹평했다. 밥 컵과 톰 카이트의 설계는 은근한 스타일을 추구하며 심사숙고하도록 의도했기 때문에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곳은 아니다. 어떤 홀에서는 길이가 성패를 좌우하지만 또 다른 홀에서는 정확성이 중시된다. 어떤 홀은 리커버리 샷에 가산점이 주어지지만 또 다른 홀에서는 어프로치, 퍼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2009년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린은 작고 뉴욕항에서 돌풍이 불어오는 7400야드의 코스만 봤다. 첫 라운드가 끝났을 때 모두의 엄지는 아래를 향했다.

"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는 건 여전하지만 예전만큼 깊은 상처를 내지는 않을 것 같다."



몇몇 참가자들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아마도 이 코스는 톰이 눈 수술을 받기 전에 만든 모양이다.” 타이거 우즈는 말했다. “멀쩡하게 잘 사용하던 매립지를 망쳐놨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캐디는 데이브 힐스가 1970년 US오픈 개최지였던 헤이즐틴내셔널에 대해 한 말을 되풀이했다. 최악은 몇 년 후, 우리의 자매지인 골프월드에서 투어 프로들을 대상으로 그해에 플레이했던 코스 랭킹을 조사한 설문 결과가 발표될 때였다. 리버티내셔널은 만장일치로 ‘최악의 코스’로 꼽혔다. 투어 최악의 개최지라는 뜻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컵과 카이트가 리버티내셔널을 자신들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다는 것이다(컵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카이트는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92년에 이 부지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앞서 몇 차례 설계 작업을 함께 한 컵을 데려가서 보여줬다. 두 사람이 본 풍경은 형편없었다. 카이트는 “테이블처럼 평평했다”고 말했다. “흉하고 잘못된 용도로 혹사당한 상태였다.” 이곳은 근 100년 가까이 항만의 기름 저장고로 사용되면서 석유와 납, 베릴륨 그리고 독성 물질인 PCB 등으로 토양이 오염됐다. 1950년대에는 탄약고 역할을 했다. “인류에게 알려진 온갖 모조품은 전부 그 땅에 있었던 것 같다.” 컵은 말했다.

그곳을 치우는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했지만, 부지 위에 코스를 짓는 건 엄격한 규제에 따라 개발사가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허용되었다. 최근에 리버티내셔널의 평가 가격은 2억5000만 달러라고 알려졌다. 그 가격의 약 90%는 슈퍼펀드 정화 비용이었다. 규제 문제를 해결하느라 12년을 보낸 끝에 마침내 거대한 층층 케이크를 만드는 것처럼 코스가 건설됐다. 우선 방수 천과 진흙으로 부지를 덮은 다음 흙과 모래를 차례로 깔았다. 홀의 윤곽을 잡을 때도 파이프나 나무뿌리가 오염 방지 천을 뚫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실어 나른 흙과 모래의 양은 600만 제곱야드였다. 2년 동안 매일 200대의 덤프트럭이 이곳을 오갔다.

레이아웃은 2006년에 공개됐다. “이곳은 100% 창조물이다.” 카이트는 당시에 이렇게 말했다. “요즘 골프 코스 설계에서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대세다. 이곳은 스펙트럼의 반대쪽으로 몇 광년쯤 떨어져 있다.” 카이트와 컵은 코스의 콘셉트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항구에 가까운 홀들은 벤트그래스의 페어웨이 옆으로 물결치는 긴 페스큐가 링크스 느낌을 자아낸다. 해안에서 멀어지면 모티브가 센트럴파크로 바뀌면서 푸르고 깔끔한 러프와 옮겨다 심은 5000그루의 아름드리 참나무와 단풍나무, 상록수가 싱그럽다. 파3홀 한 곳은 오거스타내셔널의 까다로운 3번 그린을 벤치마킹했고 또 다른 홀은 도널드 로스가 파인허스트에 만든 그린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 사람은 긴 홀의 경우 맞바람이 불도록 방향을 잡았다. 두 홀은 의도적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염두에 두고 배치했다. 물론 다른 몇몇 홀에서도 여신상을 볼 수 있다.

골프월드에서 이곳을 투어 최악의 코스로 선정했을 때 두 사람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곳의 소유자인 폴 파이어먼(리복을 미국 최고의 신발 브랜드로 키운)이나 2013년에 바클레이스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던 PGA투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2010년에 스티브 웬즐로프가 이끄는 PGA투어의 디자인 서비스 팀이 코스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그걸 자신들의 비난이 정당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언론은 신이 나서 리버티내셔널에 일흔네 가지 변화가 단행됐다고 보도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맞는 말이었지만 대부분의 변화는 미미한 것이었다. 그린 옆의 둔덕을 낮춘다거나 카트 도로를 옮기고 페어웨이의 잔디를 깎는 라인을 재설정하는 정도였다. 그린 세 곳은 슬로프를 완화하기 위해 완전히 다시 만들었고 아홉 곳은 굴곡을 부드럽게 다듬었다. 페어웨이 벙커 두 개를 새로 추가했고 여섯 개는 제거했다. 전반적인 재설계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리모델링에 앞서 카이트와 컵에게 자문을 구했다. 두 사람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작업에 참여했다. 웬즐로프는 심지어 컵이 도면 드로잉을 전부 맡았다고 전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3년 바클레이스에 참가한 대부분의 선수는 ‘새로 만들어진’ 리버티내셔널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면서 비록 긴 페스큐 러프는 그대로지만 무성한 블루그래스의 프라이머리 러프를 짧게 자른 덕분에 플레이 조건이 훨씬 향상됐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는 건 여전하지만 예전만큼 깊은 상처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웬즐로프는 말했다.



레이아웃의 변경 9월28일부터 10월1일까지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서도 리버티내셔널의 셋업은 4년 전 바클레이스 때와 똑같을 예정이다. 다만 크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레이아웃의 순서가 바뀌는 것이다. 현대의 프로 매치플레이 대회는 로버트트렌트존스골프클럽이나 TPC하딩파크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부터 지난해 헤이즐틴에서 열린 라이더컵에 이르기까지 이게 거의 필수인 것처럼 보인다. 리버티내셔널의 경우 선수들은 400야드인 연습장의 남단을 ‘티칭 티’로 사용할 예정이다. 별로 넓은 편은 아니지만 참가 인원이 소수이기 때문에 수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곳에 서면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정면으로 보인다. 미국 팀에게 심리적인 격려의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

그 연습 티에서 프레지던츠컵의 첫 홀이 될 5번홀의 백 티와는 불과 몇 걸음 거리다. 6번홀은 2번홀이 되고, 이렇게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관계자들은 홀의 순서를 조정한 이유는 기존의 마무리 홀들(모두 대단히 아름답고 극적인)이 대부분의 매치에서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그 홀들 주변으로 큰 수익을 약속하는 기업 텐트에서 플레이를 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게 주된 이유다. 기존의 마지막 홀은 14번홀이 되고 마지막 네 홀은 기존의 1~4번이 맡게 된다. 400야드에 못 미치는 두 개의 파4홀과 2010년 리모델링 때 전혀 손대지 않은 두 개의 파3홀로 구성되어 있다. 풍경은 달력 사진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파3인 16번홀은 자유의 여신상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지만 대회 때는 관람석이나 텐트가 시야를 가릴 것이다. 파3인 18번홀(오거스타 3번홀의 그린을 고스란히 도입한)에서도 연습 티와 같은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백 티 위쪽의 언덕에 자리 잡은 갤러리는 아래의 선수들보다 훨씬 더 멋진 풍경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파4인 15번홀 옆으로 흐르는 개울과 연못 때문에 궤도에서 이탈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대회의 막바지는 컵과 카이트가 연달아 설계한 까다로운 파4홀들이 버티고 있다. 기존의 마무리 홀들에 비하면 버디를 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물론 두 사람이 염두에 둔 것은 스트로크플레이 대회였고 프레지던츠컵은 매치플레이다. 부디 많은 매치가 마지막까지 승부를 펼쳐 이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가 월스트리트까지 울려 퍼지길 기대해보자.



명성이 자자한 이 홀들을 선정할 때 우리는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있는 우리 사무실에서 반경 80km를 넘지 않으려 했다. 잘 구성된 올스타 팀이라면 모두 그렇듯이, 우리도 전부 투수와 포수로만 채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1번홀을 고르고 최고의 2번홀을 정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한 코스당 한 홀을 넘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다양한 재미와 난이도가 적절하게 섞인 리스트가 탄생했다. _론 휘튼(Ron Whitten) / 스티븐 헤네시(Stephen Hennessey)

No. 1 가든시티골프클럽, 뉴욕, 302야드 파4. 양 갈래의 페어웨이가 처음부터 모험과 보상의 플레이를 추구한다. ● No. 2 서머셋힐스컨트리클럽, 뉴저지주 버나즈빌, 205야드 파3. A. W. 틸링해스트의 드문 복제 홀, 리댄 그린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가 나 있다. ● No. 3 허드슨내셔널골프클럽, 뉴욕주 크로턴-온-허드슨, 431야드 파4. 구불구불 바위 턱을 따라 절묘하게 형태를 잡았다. ● No. 4 발투스롤골프클럽(로어) 뉴저지주 스프링필드, 199야드. 워터해저드를 넘어가는 이 파3홀에서는 죽음을 무릅쓰고 명예로운 도전에 나선 선수들의 역사가 가득하다. ● No. 5 베스페이지스테이트파크 골프코스(블랙), 뉴욕주 파밍데일, 478야드 파4. 거대한 십자가형 벙커와 높이 솟은 그린이 도전 의욕을 고취하는 이중 도그레그의 파4홀. ● No. 6 해밀턴팜골프클럽, 뉴저지주 글래드스턴, 451야드 파4. 커다란 벙커를 끼고 왼쪽으로 구부러진 도그레그 홀이며 오래된 외양간이 그린 바로 뒤에 버티고 있다. ● No. 7 엔지니어스컨트리클럽, 뉴욕주 로슬린 하버, 292야드. 언덕 위에 있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아홉 개의 벙커로 띠를 두른 언덕 위의 그린을 공략해볼 만한 파4홀. ● No. 8 리지우드컨트리클럽(웨스트나인), 뉴저지주 패러머스, 593야드 파5. 긴 측면 / 오르막의 왼쪽 도그레그, 경사진 그린 옆의 깊은 벙커를 포함해서 각종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 No. 9 로커웨이헌팅클럽, 뉴욕주 로런스, 462야드 파4. 나무를 찾아볼 수 없는 오른쪽 도그레그 홀이며, 바람이 휘몰아치는 브로즈워만을 끼고 흘러간다. ● No. 10 윙드풋골프클럽(웨스트), 뉴욕주 매머로넥, 190야드 파3. 한때 “누군가의 침실 창문을 통과하는 3번 아이언 샷”이라고 한 전설적인 홀. ● No. 11 퀘이커리지골프클럽, 뉴욕주 스카스데일, 406야드 파4. 멀리 왼쪽으로 흘러서 전혀 상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개울이 그린 앞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다. ● No. 12 플레인필드컨트리클럽, 뉴저지, 588야드 파5. 구불구불한 하천 바닥이 티부터 그린까지 일종의 도박을 하게 만든다. No. 13 베스페이지스테이트파크 골프코스(레드), 뉴욕주 파밍데일, 400야드 파4. 긴 포도송이 같은 벙커들이 페어웨이의 왼쪽과 오른쪽을 갈라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만든다. ● No. 14 갤러핑힐골프코스, 뉴저지주 케닐워스, 400야드 파4. 블라인드 티 샷, 블라인드 어프로치 샷, 잊지 못할 추억. ● No. 15 펜웨이골프클럽, 뉴욕주 스카스데일, 301야드 파4. 가파른 경사를 이루는 그린의 위치 선정이 탁월한 자그마한 홀. ● No. 16 베이온골프클럽, 뉴저지, 486야드 파4. 뉴욕항을 향해 뻗은 반도형 그린 뒤로 상업적인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 No. 17 쇼어헤이븐골프클럽, 코네티컷주 노워크, 196야드 파3. 벙커들과 롱아일랜드의 갯벌이 그린을 감싸고 있다. ● No. 18 트럼프골프링크스앳페리포인트, 뉴욕주 브롱크스, 576야드 파5. 광활한 마지막 홀의 그린 위로 화이트스톤 대교가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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