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스우스에서 바라본 별똥별 그리고 상념의 시간 [Travel :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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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스우스에서 바라본 별똥별 그리고 상념의 시간 [Travel : 1710]
  • 김기찬
  • 승인 2017.10.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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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스우스에서 바라본 별똥별 그리고 상념의 시간 [Travel : 1710]
아쿠아리우스에서 바라본 별똥별 그리고 상념의 시간

드넓은 바다 위에서 사흘이라는 시간을 보냈따. 대만 지룽과 일본 이시가키를 오가는 크루즈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잊지 못할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낸 기억 한 조각을 꺼내어봤다. 글_고형승 / 사진_스타 크루즈 한국 사무소 제공, 고형승

스타크루즈의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호. 대만은 몇 번 드나들었지만 이번처럼 순수하게 여행 콘셉트로 다녀온 건 처음이다. 그동안 현지 골프장과 공항 그리고 호텔만 구경해오던 에디터에게 모처럼 주요 관광지 여행이 결합된 팸투어는 그야말로 휴가 기분을 한껏 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 반색했던 건 다름 아닌 꿈에 그리던 크루즈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유명하다는 스타 크루즈의 여객선을 이용한다는 데 쾌재를 불렀다.   이번 팸투어 일행 중 에디터를 제외하곤 모두 여행 전문가들이었다. 여행 전문 매체의 기자나 여행 관련 파워 블로거가 주를 이뤘다. 전문 분야가 다르다 보니 바라보는 시야나 관심사가 다를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SNS의 한 공간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낄낄거리고 있다. 역시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낯선 이들과의 조우다.

1.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발코니 캐빈. 2. 저쿠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커플. 3. 선상에서 여유롭게 밴드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을 즐기고 있는 커플들. 물 위의 거대한 5성급 호텔 아쿠아리우스 항만도시 지룽(Keelung)에 정박해 있는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호와의 만남은 대만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이뤄졌다. 지룽항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승선을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저녁 10시에 출발하는 아쿠아리우스의 기항지는 동양의 몰디브라 불리는 일본 오키나와의 이시가키(Ishigaki)였다.   5만 톤급의 중대형 선박인 아쿠아리우스호의 규모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크게 13개 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아쿠아리우스는 평균 1500~1600명의 승객이 이용하며 배에 상주하는 승무원을 비롯한 각 파트의 스태프 수만도 1000명에 달한다. 승객의 대부분은 대만인이고 외국인은 극히 드물다. 대만과 일본을 오가는 2박 3일 동안 카지노를 즐기려는 대만인(대만은 공해상을 제외하고 카지노가 불법이다)이 많다. 그들을 제외한 200~300명 정도만 가족 단위 크루즈 여행을 목적으로 한 이용객이다. 3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탑승하고 있지만 일단 배가 항구를 벗어나면 선상이 비교적 한가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아쿠아리우스는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 없이 1500명가량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을뿐더러 굳이 대만까지 가서 크루즈 여행을 하려는 이들도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대만 주요 관광지 투어도 포함된 상품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짧은 일정으로 대만과 일본을 한꺼번에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9층 선미에 있는 수영장 주변의 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1000여 명 이상이 배에 올라야 하므로 3시간 전부터 탑승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일단 지룽항 여객터미널의 첫인상은 도떼기시장과 다름없었다.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중국어로 떠들어대는 사람들과 후텁지근한 실내 온도가 출발하기 전부터 정신을 쏙 빼놨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에서 그 정도의 고통쯤은 감내해야 한다.   카운터에서 예약자 명단을 확인한 후 탑승권 대신 탑승자 이름이 적힌 카드를 받았다. 신용카드와 비슷하게 생긴 이것은 탑승권이나 방 키의 역할도 하지만 선상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카드와 같다. 선상의 면세점에서도 이 카드로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잃어버리면 골치 아프니 잘 보관해야 한다. 나중에 일본에서 다시 배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일행을 가장 먼저 반긴 이는 한국인 승무원 클로이(Chloe)였다. 부산 출신의 클로이는 아담한 키에 경상도 억양을 가진 귀여운 직원이었다. 7개월째 배에만 있었고 앞으로도 2개월을 더 근무해야 3개월가량의 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어째 그 말을 들으니 짠했다. 오랜만에 한국인을 상대해서 그랬을까. 그는 무척 상기된 표정과 들뜬 말투로 아쿠아리우스 곳곳을 우리에게 설명해줬다. 그 설명을 듣는 데만 50분이 흘렀다. 가끔 툭 터져 나오는 클로이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현재 아쿠아리우스에는 10명 정도의 한국인 직원이 근무 중이다.

1.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갑판 위를 달리는 기분이 최고다. 2. 승무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 3. 프레지던트 스위트 캐빈. 그는 널찍한 배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을 알려줬다. 바닥에 깔린 카펫의 색깔이 빨간색이면 선수, 초록색이면 선미 그리고 파란색이면 중앙 부분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선수나 선미라는 생소했던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게 어쩐지 씁쓸했다. 차라리 “선미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이제는 그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아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아쿠아리우스는 4층부터 13층(1~3층은 기관실 등이 있다)까지 다양한 종류의 객실과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그리고 각종 편의 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행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7층이었다. 7층은 호텔의 로비와 같은 곳으로 프런트(리셉션)가 있다. 정산을 하거나 문의 사항이 있을 때 프런트를 이용한다. 또 간단한 환전도 가능하다. 멀미가 심한 경우 프런트를 찾으면 멀미약을 주기도 한다.

1. 헤어숍. 2. 간이 골프 연습장. 3. 네일 케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4. 야외 바비큐. 8층은 캐빈(선박의 룸)으로만 이뤄져 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8’이다 보니 8층에는 럭셔리한 룸이 많다. 특히 8888호나 8808호는 스위트 캐빈 중 가장 럭셔리한 캐빈이다. 일반적인 캐빈보다 좋은 스위트 캐빈을 서너 개 합쳐놓은 규모라고 생각하면 된다.   7층을 기준으로 아래쪽은 인사이드 캐빈(창문이 없는 룸)이 대부분이고 위쪽은 발코니 캐빈(의자 두 개 정도가 들어갈 공간의 발코니가 있는 룸)을 비롯한 널찍한 방이 많다고 보면 된다. 특히 10층과 12층에 위치한 카지노(12층은 VVIP가 이용하는 카지노) 사이에 끼어 있는 11층은 모두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룸에서 유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채널이 제공되는 TV 시청도 가능하다. 물론 해상에서의 인터넷 사용은 무척 느릴 수 있다는 건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와이파이가 무용지물이 될 때가 잦다는 것도. 그 밖의 불편한 점? 샤워 부스가 좁고 수압이 약한 편이라 깔끔함은 잠깐 포기해야 한다는 정도 ?

뮤지컬은 애크러배틱 공연에 더 가깝다. 산해진미와 섹시한 쇼 그리고 지드래곤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에서 먹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바보다. 서양식 레스토랑 마리너스를 비롯해 중국식 레스토랑 다이너스티, 아시안 스타일 레스토랑 스파이시스 그리고 야외 바비큐 레스토랑인 오세아나에서는 모두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다. 대부분 뷔페로 운영되는데 그 맛은 여느 고급 호텔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서양식 조식을 원한다면 마리너스를, 중국식 조식을 원하면 다이너스티를 이용하면 좋다. 특히 다이너스티에서는 별도로 딤섬을 주문(무료)할 수 있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12층 중앙에 위치한 바비큐 레스토랑에서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말레이시아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단,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앉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를 나누다가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다. 물론 유료로 운영되는 레스토랑도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블루 라군은 카지노를 즐기다가 출출해지면 들러 국수 한 그릇 사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사시미부터 샤부샤부까지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중국식 레스토랑 타이판도 인기 있는 유료 레스토랑 중 하나다. 그 외에도 12층 선수 쪽에 스카이라인 가라오케가 있다. 여기서 세트 메뉴를 선택하면 노래는 얼마든지 부를 수 있다.   아쿠아리우스호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공연도 마련하고 있다. 힙합 댄스 강좌부터 살사 댄스 교실, 피자 만들기 체험, 빙고 게임, 노래 경연 대회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다. 또 호텔 직원들이 준비한 선내 파티를 비롯해 마술 쇼, 뮤지컬 그리고 피아니스트의 공연과 18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한 섹시 쇼 ‘마리오네트’ 등 볼거리 역시 풍성하다. 그중 전문 공연 팀이 준비한 뮤지컬은 꼭 한번 봐야 할 수준 있는 작품이다. 공연 시간은 1시간 내외로 비교적 짧다. 사실 뮤지컬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어쩌면 애크러배틱 공연에 더 가깝다. 노래와 춤 그리고 애크러배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스토리가 있는 무대다. 온 가족이 좋아할 만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이 부른 ‘굿보이(Good Boy)’에 맞춰 군무를 추는 부분도 있다.   수영장은 9층 선미와 12층 중앙에 마련되어 있다. 9층은 어른을 위한 풀이고 12층은 아이와 함께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자그마한 풀이다. 그 외에도 마작 룸이나 피트니스센터, 마사지 룸, 헤어 숍, 스파 & 사우나, 저쿠지, 농구장, 간이 골프 연습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12층에 마련된 골프 연습장은 그 규모에 실망할 수 있다. 그물망을 두른 1타석짜리 간이 연습장이다. 굳이 배 위에서까지 골프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라오케 시설을 줄이고 스크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만들어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대만과 일본을 오가는 아쿠아리우스호에는 30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다. < 스타 크루즈는? >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크루즈 선사인 스타 크루즈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운항하는 슈퍼스타 버고, 슈퍼스타 제미니,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 슈퍼스타 리브라와 파이시스, 타이판까지 모두 여섯 척의 대표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짧게는 1박부터 7박까지 다양한 운항 일정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 크루즈의 선박은 다양한 콘셉트의 레스토랑과 카페, 바 그리고 매일 밤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는 대규모 극장, 가라오케, 수영장, 저쿠지, 카지노, 피트니스센터, 면세점, 스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대 시설을 갖췄다. 또 한국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한국인 승무원이 상주하고 있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이를 경험해보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용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문의 : 스타 크루즈 한국사무소 02-733-9033 www.starcruisekorea.com

1.  수영장 전경. 2. 조식에 별도로 주문할 수 있는 딤섬. 3. 한국인 직원 클로이 (왼쪽). 4. 아쿠아리우스호의 기항지인 이시가키에서 바라본 바다. 선상의 소소한 즐거움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크루즈 여행이라지만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답답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며 선내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선내가 답답하다면 6층과 7층의 갑판 위를 뛰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온몸으로 맞으며 배 위를 뛰다 보면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연출된다.   캐빈에만 있기 지루하다면 발코니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수영장 주변에 놓인 베드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꼭 한 번쯤 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저녁에 하늘을 올려다 보면 장관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행 중 몇몇은 그 경험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별똥별이 수없이 쏟아지는 걸 목격한 것이다. 한두 개가 아닌 여러 개가 말이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마치 비가 내리듯 떨어지는 희한한 광경이었다고. 그걸 영상으로 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크루즈 여행을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리라’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그렇게 했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승선한 첫날의 기분이 마지막 하선하는 날까지 쉽게 가시지를 않았다.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런 감정이 배가됨을 느꼈다. 우리가 몇 년 전 지켜주지 못한 그들도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각자의 소원을 빌었겠지. 사흘 동안 우리 일행과 함께 시간을 보낸 클로이는 작별 인사를 할 때 눈시울을 붉혔다. 많지 않은 나이에 타지에서, 그것도 배 위에서 혼자 7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그가 느꼈을 외로움의 무게가 꽤 묵직했으리라. 아쉬움이 잔뜩 배어 있는 얼굴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이 선상에서 바라본 어느 외딴섬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며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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