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스마일, 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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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마일, 왕정훈
  • 김기찬
  • 승인 2018.05.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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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마일, 왕정훈


왕정훈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의 말투와 행동에 겸손함이 배어 있다. 이런 성향은 성적 향상뿐 아니라 내면까지 성장시켰다.

왕정훈은 지난 3월 유러피언(EPGA)투어 히어로인디언오픈을 마치고 2주간 국내에 머물렀다. 그 사이 골프다이제스트는 왕정훈과 반갑게 재회했다. 그를 처음 마주한 건 지난해 11월, EPGA투어 개막전인 UBS홍콩오픈에서였다. 해외에서만 활동하던 그를 국내에서 보기가 어려웠던 터라 반가움이 더 컸다. 클럽하우스에서 마주친 그는 프레스 룸을 찾던 우리 팀에게 차분히 길을 안내해주기까지 했다. 선한 인상에서 묻어나는 겸손한 말투는 그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가 국내 팬에게 이름을 알린 시기는 2016년. 그해 5월, EPGA투어에서 2연승을 거뒀고 8월에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안병훈과 함께 남자 국가 대표로 활약하며 주목받았다. 게다가 그해 말 EPGA투어 신인왕 자리에 올랐고 이듬해 커머셜뱅크카타르마스터스에서 1승을 추가하며 기량을 뽐냈다.

그는 매주 캐리어와 골프백을 챙겨 모험을 떠난다. 영국, 카타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랍에미리트, 미국, 인도, 스페인, 모로코, 이탈리아, 터키 등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코스를 경험한다. 지난해만 26개 대회에 참가했고 16곳 이상의 나라를 방문했다. 지칠 줄 모르는 그는 말한다. “승리했을 때의 그 짜릿함, 올해도 다시 느끼고 싶어요”

다음 대회인 에스파냐오픈에 참가하기 전까지 한 달의 여유가 있다. 어떤 계획을 세웠나? 잠깐의 휴식기지만 대회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주는 한국에서, 나머지 2주는 필리핀에서 보낼 예정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필라테스를 하며 체력 관리에 힘쓰는 편이다. 필라테스는 안정된 스윙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회 기간에는 마사지 기구나 스트레칭 기구를 직접 챙겨 다니며 몸을 푼다. 일주일 뒤에는 주니어 시절 6년간 살았던 제2의 고향, 필리핀으로 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3개월 만의 귀국인데, 집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가 항상 해주시는 김치찌개를 먹는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걸 먹고 나면 비로소 집에 온 게 실감 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 투어를 다니는데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나? 또래 친구와 비교하면 일찍 독립한 셈이다. 만 18세가 되자마자 아버지는 “너의 갈 길을 가라”며 나를 놔줬다. 아버지가 나에 대해 믿음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익숙해져 힘들지는 않다.

티칭 프로 출신인 아버지에게 처음 골프를 배웠다. 아버지가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버지는 겸손과 예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를 골프인으로 잘 성장하도록 이끌어준 아버지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스윙 유전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프로치 샷은 자신 있다. 아버지는 어프로치 샷을 정말 근사하게 구사한다. E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모든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못하는 게 없는 편인데 특히 쇼트 게임, 퍼트, 리커버리 능력이 스코어를 좌우한다.

2016년은 왕정훈을 만든 해이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값진 노력의 산물.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도 많이 따라줬다. 만약 첫 우승을 그때 하지 못했다면 통산 3승이란 결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올림픽에 참가하는 영광도 누렸다. 2020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올림픽에 꼭 참가할 것이다. 참, 올림픽 이후 건강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느꼈다.

어떤 이유에서? 올림픽에 다녀온 뒤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걸렸다. 후유증으로 속이 메슥거려 밥을 먹지 못할 정도였다. 체중이 10kg이나 빠졌다. 그 후 골프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웬만하면 스트레스도 덜 받으려고 노력했고 나를 먼저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는 2016년보다 아쉬운 플레이를 펼쳤다. 스스로 지난해를 평가한다면? 스스로 들들 볶은 시기였다. 백스윙 때 허리가 구부정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잡고 싶었다. 굳이 타이거나 로리의 스윙을 비교하면서까지 완벽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생각이 많아지니 볼이 잘 안 맞았고 연습량은 배로 늘어나 체력이 쉽게 바닥났다. 그래서 지난 하반기에는 생각보다 성적이 나지 않았다.

지난해 부진은 오히려 좋은 교훈이 됐다. 그렇지 않나? 맞다. 올해 욕심을 내기보다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변화한 스윙을 다시 원상 복구시켰다. 대신 퍼트의 그립 방식을 바꿨다.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모두 그립 위에 올려놓는 투섬 그립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에서 공수한 ‘투썸 퍼터 그립 빅대디 라이트’로 새롭게 갈아 끼웠다. 새 그립 방식을 계속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퍼트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올 시즌 컨디션은 어떠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지난해 26개 대회에 참가했다. 2016년보다 7개 대회나 더 참가한 것. 철저하게 컨디션 조절을 하지 않는 이상 힘든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참가 대회를 조금 줄이고 컨디션 관리에 힘쓰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 커머셜뱅크카타르마스터스에서 예선 탈락했다. 또 한 번 우승을 기대했는데 아쉽지는 않았나? 가장 탐을 낸 대회였는데 너무 아쉬웠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코스 상태가 지난해보다 좋지 않았다. 잔디 종류가 바뀌었고 그린 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퍼트와 웨지 샷을 할 때 잔디를 통제하기 어려웠다.

플레이할 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우리가 보기엔 그런 모습이 느긋해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 성격은 어떠한가? 생각보다 성격이 급한 편이다. 플레이할 때 이런 부분이 도움이 되지 않아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가장 짜릿했던 대회는? 2년 전 모로코에서 열린 하산2세트로피.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기 선수 3번으로 있다가 참가한 대회라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런데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덜컥해버린 것이다. 1차 연장전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우승은 더욱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15m 내리막 퍼트를 한 번에 넣으며 다시 동타를 만들었다. 2차 연장에서는 상대가 버디 퍼트를 놓친 반면 나는 6m 퍼트를 넣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신이 도운 대회였다.



EPGA투어에서 활동하면서 지내기 힘든 대회 장소는? 영국과 뉴질랜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영국은 날씨가 우중충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뉴질랜드는 이동 거리가 너무 멀어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

EPGA투어의 매력이 있다면? 유럽투어는 미국투어와 달리 여러 나라에서 대회가 열린다. 그래서 나라마다 최고의 골프장을 방문하게 된다. 대회마다 달라지는 자연환경, 잔디, 디자인 등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활동한다면 웬만한 골프장에서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또 차량은 모든 선수에게 제공된다. 선수마다 차량 기사를 함께 배정해주는데 이건 PGA투어와 다르다. 그리고 조만간 PGA투어처럼 연금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매주 달라지는 시차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특별한 건 없다. 비행하기 전날은 영화를 보면서 잠을 자지 않는다. 그리고 비행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잠만 잔다. 경기일에는 잠이 오지 않아도 자려고 노력한다. 빨리 피로를 풀고 회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받을 때 극복하는 방법은? 책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라테스 스승인 최은호 원장님의 추천으로 <마인드셋>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멘털 훈련에 효과를 봤다.

여행 가방에 항상 챙기는 아이템은? 컵라면. 부피가 커서 캐리어에 다섯 개밖에 넣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한 주에 하나씩 아껴 먹고 있다. 종종 한국 식당이나 슈퍼마켓이 보이면 라면을 꼭 산다. 감기약과 소화제 등 비상 약품도 챙긴다. 기관지가 약해 목감기에 자주 걸리고, 외국에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 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골프 이외에 좋아하는 종목? 탁구와 볼링. 볼링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탁구는 취미로 자주 한다. 어느 날 캐디 형과 탁구 대결을 한 적이 있는데 지고 말았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이기기 위해 계속 탁구 연습을 한다. 구기 종목은 다 좋다.

올 시즌부터 의류 후원 업체도 바뀌었다.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가?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해 무채색 옷을 즐겨 입는다. 헤어스타일은 염색으로 컬러를 바꾸는 정도다.

희망 사항이 있다면? 유럽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의 우승컵이 탐난다. 유럽을 정복하는 느낌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열리는 알프레드던힐링크스챔피언십과 브리티시마스터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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