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성지순례 그리고 아마쿠사 에어라인 [Travel: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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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성지순례 그리고 아마쿠사 에어라인 [Travel:1511]
  • 김기찬
  • 승인 2015.1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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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성지순례 그리고 아마쿠사 에어라인 [Travel:1511]

사진_고형승, 김대현

 

일본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아마쿠사시는 천주교인들에게는 성지순례 장소로 제법 알려져 있지만 그도 일부에 불과할 만큼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이름의 도시다. 이 미지의 조그마한 도시에 위치한 골프장 두 곳을 다녀왔다. 여러 교통 수단을 이용해 다녀온 만큼 그 과정도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글_고형승

 

후쿠오카 출장이라고 했다. 처음에 에디터는 그렇게 들었다. ‘와, 이번에는 정말 가까운 곳으로 가는군.’ 후쿠오카 공항에 내릴 때까지는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인천에서 1시간20분 거리였으니 당연했다. 골프장 취재였기에 골프백까지 챙겨서 일본땅을 밟았다. 주섬주섬 짐들을 들쳐 메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이때부터 익스트림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한 채 말이다. 공항에서 하카타역까지 택시로 이동을 했다. 15~2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인데 택시비는 1770엔(약 1만6600원)이 나왔다. 함께 동행했던 이의 말을 들어보니 후쿠오카 공항은 일본에서도 시내 진입이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천문학적인 택시비가 나오는 일본에서 이 정도는 정말 가까운 거리라 할 수 있다. 하카타역에서 구마모토행 신칸센을 타는 일정이었다. 일행은 골프백을 역사 한쪽에 나란히 세워놓고 지하에 줄줄이 늘어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간단하게 우동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신칸센에 올랐다. 구마모토까지는 약 30분이 걸렸다. 구마모토에 도착한 일행은 또 다시 미스미까지 JR 큐슈에서 운영하는 테마열차인 특급 A열차로 갈아탔다. 이 열차는 마치 16세기 유럽의 열차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외관과 내부가 참으로 독특했다. 일행 중 한 명은 “일본인들은 참 이상하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걸 만들어놓고 정말 좋아라 합니다”라고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독특하다는 것 외에는 큰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인들(특히 많은 수의 아주머니들)은 열차 안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말에는 표를 구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하니 그 열기가 ‘욘사마 열풍’ 못지않았다. 앤티크한 분위기의 실내와 스테인드글래스가 눈길을 끌기는 했다. 그리고 내부에는 별도의 바가 마련되어 있는데 상큼한 맛의 위스키와 과일 시럽을 섞은 ‘하이볼’을 마셔볼 수 있다.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광은 덤이다. 약 40분 정도를 달려 미스미에 도착했다. 미스미역에 내리자 시골 간이역을 연상케 하는 예쁘고 자그마한 규모의 역사가 눈에 들어왔다. 역 바로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크루즈를 타고 아마쿠사시로 넘어가는 여정이 남아있었다. 약 20분가량 배를 타고 가면 예쁜 레스토랑과 기프트숍이 어우러진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골프백과 짐까지 나르면서 긴 여정을 마치고 나니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우리를 숙소까지 바래다줄 승합차에 몸을 실으니 몸이 노곤해졌다. 비행기, 택시, 신칸센, 특급 열차, 크루즈, 승합차까지 하루에만 탈 수 있는 모든 교통편은 다 이용해본 것 같다. 이번 팸투어를 주최한 한 관계자는 “여러 교통편을 이용해보시라고 일부러 이렇게 짰습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는 경비행기를 이용해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갈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후후, 경비행기까지. 참으로 친절도 하셔라.’ 사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엷은 미소로 응대했지만, 숙소로 향하는 승합차에서는 은근히 짜릿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왠 희열이냐고? 그도 그럴 것이 매번 팸투어라고 가보면 호텔과 골프장 그리고 가끔은 고급 레스토랑 정도, 그리고 아주 가끔씩 약간의 관광 코스가 전부였던 에디터에게는 이번 익스트림한 이동이 정말 생소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에디터가 결코 마조히스트는 아님을 밝혀둔다. 만약 고되더라도 여러 교통편을 이용해보고 싶다면 이 루트도 제법 추천할 만하다.

 

 

테마열차인 특급 A열차를 타고 찾아간 미스미 역사 모습.

 

 

R 큐슈에서 운영하는 특급 A열차. 16세기 유럽의 열차를 연상케 하는 외관을 가졌다.

 

 

미스미역 부근 선착장에서 아마쿠사로 운행하는 크루즈.

 

아마쿠사의 명문 마스터스골프장 아마쿠사시에는 체리골프그룹(Cherry Golf Group)에서 운영하는 마스터스와 아마쿠사골프장이 있다. 체리골프그룹은 현재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후지타 사이키(통산 5승)를 후원하고 있다. 마스터스와 아마쿠사골프장 로비에는 그녀의 등신대 배너가 설치되어 있고 각종 사인물과 1년간의 성적을 기입해놓은 패널이 자리하고 있다. 마스터스골프장은 일본의 유명한 프로골퍼 점보 오자키가 감수하고 사토 켄타로가 설계한 코스다. 18홀 중 12개 홀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특히 11번과 12번홀은 이 코스의 시그니처 홀들로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7020야드의 전장을 가진 명문 챔피언코스인 마스터스는 곳곳에 배치된 벙커와 해저드, 그리고 언듈레이션이 심한 2단 그린이 골퍼들을 괴롭힌다. 하지만 푸른빛의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티 샷을 날릴 때는 그야말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서는 각종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클럽하우스 바로 옆에는 리조트호텔이 마련되어 있어 코스와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일행들은 리조트 1층에 별도로 마련된 널찍한 라운지에서 라운드의 뒷이야기와 아마쿠사의 느낌을 서로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담당 직원은 얼음이 들어간 아이스박스를 내어주며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보는 과한(?) 친절함을 보여 오히려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마쿠사골프장은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갈 수 있는 코스다. 야자나무가 코스 곳곳에 심어져 마치 동남아 골프장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경치를 자랑했다. 아웃코스는 널찍한 페어웨이로 이뤄져 있어 하이핸디캐퍼에게는 최고의 코스였다. 인코스는 반대로 난이도가 제법 높은 홀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략적인 코스 공략이 필요했다. 전체 18홀 중 3개 홀 정도에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전날 내렸던 많은 비로 인해 페어웨이 곳곳이 카트 바퀴 자국으로 지저분해졌다. 배수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그 점이 옥에 티라고 할까.

 

 

 

좌) 아마쿠사의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이 밝은 미소로 서빙을 하고 있다.

우) 체리골프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후지타 사이키의 전시물.

 

 

일본 막부군에 대항해 난을 일으킨 봉기군의 대장 아마쿠사 시로의 동상.

 

16세 소년 아마쿠사 시로 아마쿠사는 20여곳에 달하는 천주교 순례지가 있어 교인들이 자주 찾는다. 대항해 시대인 1549년, 예수회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에 의해 그리스도교가 일본에 전해졌다. 이후 아마쿠사에는 포르투갈의 루이스 데 알메이다 신부에 의해 1566년에 선교가 시작됐다. 선교사들은 고아원을 세우고 성당을 만들며 포교에 힘썼다. 한때 아마쿠사에는 30여개의 성당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신 앞에서의 평등을 전하는 그리스도교는 정치적 혼란을 야기한다며 금교령을 내렸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크리스천의 박해를 계속해나갔다. 가시덤불로 만든 감옥을 만들어 천주교인 210여명을 밀어 넣고 운젠온천의 열탕에서 고문을 하는 등 탄압이 극에 달했다. 흉년까지 이어지면서 민심은 막부 세력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때 16세에 불과하던 아마쿠사 시로가 나타나 민중을 응집시키고 봉기군의 대장이 됐다. 이들은 힘을 합쳐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을 일으켰지만 결국 막부군의 막강한 힘에 굴복하고 말았다. 아마쿠사 시로가 참수를 당하며 난은 끝나고 말았다.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종교 탄압을 반대하며 전쟁도 불사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1873년 크리스천 금지 포고령이 철폐되면서 일본인들은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됐다. 현재 아마쿠사 제도와 시마바라 반도에 걸쳐 20여곳의 성지가 보존되어 있으며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구마모토행 신칸센 열차가 들어오는 모습.

 

 

아마쿠사골프장에서 팸투어에 참가한 일행과 함께.

 

 

마스터스골프장 11번홀 전경. 이 코스의 시그니처 홀이다.

 39인승 아마쿠사 에어라인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일행은 아마쿠사 공항으로 향했다. 39인승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이번 팸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었다. 히로후미 타니구치 아마쿠사 공항 과장은 “일본에서 가장 작은 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가장 작은 공항임에는 틀림없었다. 아마쿠사 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는 39인승 경비행기 단 한 대뿐이니까 말이다. 활주로가 길지 않아 큰 비행기들은 이착륙을 할 수 없다. 내년 1월부터는 9석이 늘어난 48석 규모의 비행기를 운행할 예정이다. 아마쿠사 에어라인은 아마쿠사의 상징인 돌고래를 형상화해 만든 깜찍한 모습의 소형 비행기다. 후쿠오카와 아마쿠사 구간은 하루에 3편, 구마모토와 아마쿠사 구간은 하루에 1편이 운행한다. 자동차로 후쿠오카 공항까지 3시간30분, 구마모토 공항까지는 2시간30분 소요되지만 아마쿠사 에어라인을 이용하면 각각 35분, 20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승무원은 단 한 명이었으며 미소가 아름다웠다. 물론 기내서비스는 그 미소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체가 작아서 흔들리거나 소음이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오가는 비행기 시간과 맞추기에는 다소 타이밍이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면 경비행기의 이용도 적극 추천한다. 아주 기분 좋은 비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경비행기의 탑승으로 이번 익스트림 여행의 막은 내렸다. 에디터가 계속해서 익스트림이라고 명칭을 붙인 이유는 몸이 고단해서가 결코 아니다. 극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였기 때문이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풍부한 먹거리까지 그야말로 오감을 만족시켜준 짜릿한 골프 여행이었다. 다음에는 일본까지 배를 타고 가볼까?

문의 : ESTOUR  02-775-1031 아마쿠사시 관광협회 : http://www.t-island.jp/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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