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토머스 켈러가 말하는 요리와 골프의 접점
  • 정기구독
셰프 토머스 켈러가 말하는 요리와 골프의 접점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6.28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머스 켈러는 미슐랭 가이드 별점 세 개를 보유한 식당의 미국인 셰프이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식당 열두 군데의 스태프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연례 골프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맨해튼 허드슨 야드에 문을 연 ‘TAK 룸’ 다이닝 체어의 덮개가 ‘오거스타 그린’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클럽 샌드위치로 각 클럽을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나?
내가 골프 클럽에서 식사할 때는 보통 저녁이다. 내 경우는 웨지 샐러드를 먹는다. 말린 상추에 많은 양념을 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감이 중요하다. 바삭거림을 적당히 살리고 적절하게 자른 베이컨을 더하고 좋은 블루치즈 드레싱과 신선한 양파를 곁들이는 등 모든 재료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이들이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평가 기준은 스테이크이다. 하루 종일 라운드를 한 다음 웨지 샐러드에 이어 나오는 뉴욕 스트립이나 안심 스테이크는 고대하던 만찬 메뉴다. 수 세대를 이어 내려온 두 가지의 기본 음식이며 클럽이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 요리이다. 오크몬트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지만 골프 클럽에서 훌륭한 음식을 많이 접하는 행운을 누려보지 못했다.

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에 정기적으로 출전하고 있다. 경기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새로운 식당 개업과 비교한다면?
플레이가 아무리 엉망이더라도 경기는 3일이면 끝난다. 식당과 식당의 문제점은 25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골프와 요리 모두 끊임없이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스포츠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는 매일 고객들과 0-0 스코어를 만들기 위해 출근한다고 말한다. 어떤 날은 우리가 질 때도 있다. 그러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골프의 경우 내가 각 상황에 반응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감을 가지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당신이 만난 투어 프로들은 식당 예약 기회를 얻으려 하지 않나?
코그힐에서 처음 프로암에 출전했을 때 함께 플레이한 선수가 찰리 호프먼이었다. 나는 골프를 시작한 지 고작 2년밖에 안 됐고 혹시 관중을 다치게 할까 봐 긴장했다. 그는 대회 전주에 우승을 기록했기 때문에 그의 팀 사람들은 신이 나서 그를 뒤따르고 있었다.

나는 슬라이스와 훅을 반복했다. 그들은 나를 완벽하게 무시했다. 심지어 타수 기록원마저 내 곁을 떠났다. 6번홀에 이르렀을 때 해가 나와서 모자를 꺼내 썼다. 이 모자에는 유명 식당인 ‘프렌치런드리’의 로고가 새겨진 집게가 달려 있었다.

스윙 코치가 즉각 내게 달려오더니 “프렌치런드리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찰리와 나는 벌써 몇 년째 거기서 식사하려고 애쓰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도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찰리와 나는 친구가 됐다. 그는 꽤 자주 우리와 함께 식사했고 그가 거주하는 라스베이거스의 부숑에도 종종 들른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슬라이스가 가장 흔한 고민거리라면 무엇이 아마추어 셰프를 힘들게 만드나?
아마도 인내심일 것이다. 사람들은 요리할 때 항상 음식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냥 놔두는 것이 최선일 경우도 많다. 또 한 가지 탁월한 셰프를 구분 짓는 것은 양념을 하는 능력이다. 어떤 양념과 소스를 써야 하는가 혹은 하면 안 되는가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좀 더 단순히 향미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하자. 짠맛과 신맛은 향미를 훨씬 살려주는 두 가지 재료이다. 언제나 좋은 소금을 구입해야 하고 질감에 익숙해져서 한 자밤을 넣을 때도 항상 일정한 양을 유지해야 한다. 레몬, 라임, 식초는 신맛을 내는 가장 흔한 재료인데 양념장에 잘 어울리고 액체에 추가하기 쉽다. 국물 맛이 단조로울 경우 식초를 조금 더해주는 것이 마법 같은 결과를 만들어준다.

따로 골프 레슨을 받는가?
나를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에게 거절을 못한다. 그래서 내게는 세 명의 스윙 코치가 있다. 몇 년 전 휴가 때에는 제리 킹에게 레슨을 받았는데 그가 여전히 내 메인 코치이다. 조니 밀러의 제자인 태라 폭스는 내가 회원으로 있는 실버라도컨트리클럽에서 근무하고 있다. 태라와 제리는 점잖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둘 다 언어 선택에 신중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도록 하지 않는다. 벙커는 절대 함정이 아니다.

나는 둘이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었다. 앤드루 겟슨은 친구이고 그가 필 미컬슨의 스윙 코치가 되기 전부터 자주 식사를 하러 오던 고객이었는데 그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 그는 내게 훈련 장비로 목에 거는 볼을 선물해주었는데 태라는 처음에 이를 대단히 싫어했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꾸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이 볼을 사용해 10~12번 스윙을 한다.

도움이 됐나?
지난여름 세 번이나 90타대를 깼다.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 이후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TAK 룸의 개업 준비에 바빠져 내 골프 실력은 다시 무뎌졌다.

당신은 세계요리콘테스트 보퀴즈도르(Bocuse d’Or)의 미국 팀 주장이다. 골프로 치면 라이더컵 주장 같은 것인가?
그렇다. 혹은 프레지던츠컵이거나. 여기에는 총 24개국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반복 출장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우리는 2년마다 새로운 선수를 뽑는데 대회를 위해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젊은이를 훈련시키는 일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들은 일을 쉬고 따로 시간을 내 내파벨리에 있는 우리의 팀 주방에서 매일 같은 요리를 만든다. 반복 연습을 통해 우리는 가니시, 채소, 프레젠테이션을 완벽하게 가다듬는다. 하지만 대회를 4개월 앞두고야 어떤 고기가 사용될 것인지 발표한다. 미국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큰 의미를 지닌 대회이다. 2017년 우승을 차지했는데 역대 가장 좋은 기록이다.

시계 밑에 ‘긴박감’이라고 적어놓은 이유는?
우리의 모든 주방에 붙여놓은 말이다. 내가 젊은 셰프였을 때 정말 크나큰 도움을 받은 말이다. 이는 내가 마쳐야 할 시간보다 먼저 맡은 일을 끝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매일 쌓여가는 시간은 다른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앞으로 나갈 기회가 생겼을 때, 그러니까 예를 들어 어류에서 육류로 한 단계 올라갈 기회가 왔을 때 준비를 마친 상태일 수 있는 것이다.

임대료를 부담하거나 연간 최소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한 후원자를 찾을 필요가 없는데도 몇몇 골프클럽의 식당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클럽은 힘들다. 셰프가 할 수 있는 것과 클럽 회원들이 원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셰프는 많은 시간을 들여 특정한 메뉴를 위한 재료를 조리한다.
하지만 클럽 회원들은 마땅히 셰프들이 그들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클럽은 이 시대의 공항이나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고품격의 식사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혁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9홀을 마친 후 즐기는 최고의 간식은?
플레이 도중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지만 올림픽클럽의 버거도그는 정말 탁월하다. 햄버거는 19세기 말부터 먹어온 음식인데 몇몇 사람은 이를 더 잘 만드는 방법을 실제로 구현해냈다. 이 경우 페어웨이를 걸어가면서 더욱 손쉽게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글_피터 핀치(Peter Finch)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