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잡힐 듯 안 잡히는 상금왕 지치냐고요? 오히려 독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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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잡힐 듯 안 잡히는 상금왕 지치냐고요? 오히려 독해지죠”
  • 주미희 기자
  • 승인 2019.12.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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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가 7일 열린 팬미팅에 앞서 '57승. JLPGA 최초 최저 타수 60대'가 적힌 케이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지애가 7일 열린 팬미팅에 앞서 '57승. JLPGA 최초 최저 타수 60대'가 적힌 케이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신지애(31)는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던 적이 없었다.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대상, 신인왕, 상금왕, 다승왕, 최소 타수 상을 휩쓴 신지애는 2007·2008년까지 3년 연속 상금왕, 다승왕, 최소 타수 상 등을 놓치지 않았다. 한 시즌 최다 상금액을 오래 유지했고 한 시즌 최다승인 9승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09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신인상, 상금왕에 올랐고 메이저 2승을 포함해 11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 최초로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이후 신지애는 2014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전향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최초로 한·미·일 3개국 상금왕 석권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9년을 시작한 올해의 목표 역시 상금왕이었다. 그동안 신지애는 목표한 바를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바로바로 이뤄왔다. 그러나 JLPGA 투어 상금왕만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올해까지 6년째 도전했지만 올해도 상금왕은 신지애의 차지가 아니었다. 고지를 두 대회 남겨놓고 뒤집혔다.

지난 7일 취재진과 만난 신지애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금왕이 이젠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친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오히려 독해진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지난달 이토엔 레이디스 대회에서, 시즌 마무리까지 두 대회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스즈키 아이(25)에게 상금 1위를 내줬다. 남은 두 대회에서 이를 뒤집지 못해 결국 상금 랭킹 3위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신지애는 "(스즈키와 상금 순위가) 뒤집혔을 때 굉장히 화가 났다. 스스로 올라갈 수 있는데 제풀에 꺾여서 나에게 열 받았다. 내가 이렇게 화난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 이전엔 '빨리 잊고 잘하자'라는 마음이었다면, 이건 잊으면 안 되겠더라. 내 화를 에너지, 독기로 바꿔서 오히려 더 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상금왕은 놓쳤지만, 신지애는 2019시즌 평균 타수 69.9399타를 기록하며 JLPGA 투어 최초로 연간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신지애는 "목표했던 상금왕은 이루지 못했지만 더 큰 걸 해냈다고 생각한다. 한국, 미국은 60대 타수가 나오는 반면 일본은 나오지 않은 이유가 태풍이 많고 날씨 변수가 심하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론 힘들었지만 집중력에 있어선 꾸준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신지애는 "일본에서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지만 특히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이 기록이 투어를 한 단계 더 올렸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지애로선 부상도 상당히 아쉽다. 시즌 중반 발목 부상을 당했고 상금왕 경쟁이 치열했던 시즌 막판엔 팬의 악수 요청에 응하다가 손목 부상을 입었다(이에 대해 신지애는 원래 손 부위가 약하다고 했다). 부상으로 인해 운동량이 줄어 막판 상금왕 경쟁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신지애는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가 4분의 1로 줄었다. 운동량이 줄다 보니 근력도 줄었다. 4일 경기 중 3일은 좋은 플레이를 하다가 마지막 날 스코어가 안 좋았던 게 원하는 스윙을 만들 체력, 근력이 나흘 동안 이어지지 못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결과로도 한풀 꺾이고 말았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몸만들기부터 할 예정이다. 근력을 많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애는 "기술적인 부분은 발전했다고 느낀다. 스무 살 친구들이랑 쳐야 하니까 체력 훈련에 신경쓰겠다"며 웃어 보였다.

스즈키는 올해 무려 7승을 차지해 3승을 거둔 신지애를 꺾고 개인 두 번째 상금왕에 등극했다. 스즈키를 가까이서 본 신지애는 "내가 20대 때 이기는 힘이 강했는데 지금 스즈키가 그렇다. 상대방의 흐름을 끊고 내 흐름으로 갖고 오는 것도 골프 경기의 일부인데, 스즈키가 그런 이기는 힘이 굉장히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신지애는 "상대방이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상대방이 7승을 하면 난 더하고 싶다는 느낌도 받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경쟁한 것이 의미가 있다. 다만 내년엔 초반에만 달리지 않고 끝까지 힘을 이어가겠다. (상금왕을) 일찍 일찍 확정 지어놔야겠다"며 웃었다.

신지애는 일단 내년만 본다고 했다. 이전엔 목표했던 바를 생각보다 빨리 이뤄내면서 성취감이 자주 들었고 그러다 보니 만족도가 떨어졌다. 내년이면 7년째 JLPGA 투어 상금왕에 도전한다.

신지애는 "이제야 골프를 알고 제대로 배우고 즐길 줄 알게 된 것 같다. 사실 올해 상금왕을 못하면 창피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결과만 생각했을 때의 일이었다. 과정을 생각하면 전혀 창피하지 않은 일"이라고 돌아봤다.

신지애는 "지금까지 골프를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잡힐 듯 안 잡히는 상금왕이 잡히면 그때서야 한 번 골프채 놓고 푹 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빙긋 웃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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