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고진영·이정은·신지애·김경태…‘미다스의 손’ 정그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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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고진영·이정은·신지애·김경태…‘미다스의 손’ 정그린 대표
  • 주미희 기자
  • 승인 2019.12.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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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가까이 멘털 코치님께 코치를 받고 있는데요. 작년 초반에 경기가 안 풀렸을 때 풀어나가는 방법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한화 클래식 우승으로 연결됐고요. 최근에는 긴장 상황에서의 컨트롤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오늘 경기 중에 그 방법을 활용했고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메이저 대회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뒤 이정은(23)이 한 말이다.

한·미·일 투어 여자 골프를 압도한 고진영(24), 이정은, 최혜진(20), 신지애(31)부터 일본에서 부활의 우승 샷을 날린 김경태(33)까지. 이들의 뒤에는 멘털 코치 정그린 대표가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 '나만 알고 싶은 멘털 선생님'으로 통하는 정그린 대표는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과 올해의 신인 이정은의 LPGA 투어 적응 및 맹활약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최혜진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전관왕 석권, 베테랑 신지애와 김경태가 지치지 않고 계속 전진하기까지. 골프계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정그린 대표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정그린 대표는 "선수들에게 고마움이 크다. 나보다 뛰어난 실력의 심리 상담사가 많이 계시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성과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선수들이 오픈 마인드로 편안하게 다가와 줬기 때문이다. 선수와 상담사의 케미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선수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서로 방향성이 다르면 성과가 안 나는 부분도 있다. 선수가 나를 믿고 따라주고 실행하고 많이 오픈하면 할수록 내게 자원이 되는데, 그 자원을 많이 내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그린 대표는 모든 공을 선수에게 돌린다. 정그린 대표가 본 이 선수들의 성공 요인은 '근성'이다. 정그린 대표는 "가령 천재성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천재성을 갖고 태어났더라도 그걸 쓰느냐 안 쓰느냐에 따라 완전 차이가 있다. 천재성을 쓸 수 있는 건 노력과 끈기다. 내가 봤을 때 잘 된 선수의 특징은 끈기와 노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멘털 코칭 뿐만 아니라 레슨, 운동 모든 것을 본인이 스스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나서는 선수들이다. 안 되고 있을지언정 극복해 보려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이자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선수가 해외에서 뛰고 있는 경우, 주 1회씩 무조건 화상 통화를 진행한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할 때의 감정도 그날 카카오톡 메신저로 공유한다. 거의 24시간 선수를 생각하는 슈퍼컴퓨터가 되는 것이다.

정그린 대표는 "나도 같이 경기를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정그린 대표는 "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입장인데, 단순히 듣는 게 아니라 내 머릿속은 단어, 표정, 몸짓 하나하나를 분석한다. 개인별로 성향이 다르고 맞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가 제일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뭔지 파악하는 게 내 일이다"고 밝혔다.

상대방의 고민, 힘든 점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어서 "힘들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오히려 정그린 대표는 "상대방의 고민이 공감돼서 힘든 부분은 있지만, 함께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이 크다"고 말한다.

멘털 코치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순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 현실에 충실하며, 선수 스스로가 과정에 만족하고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올해 유독 코스 안팎에서 행복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 역시 정그린 대표와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다.

정그린 대표는 "선수에게도 전체적인 인생, 삶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 안에 골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걸 거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골프가 인생의 전부인 것 같고 나머지 인생을 생각 안 하는 경우다. 그럼 골프가 잘 안 될 때 좌절이 굉장히 심하게 온다. 모든 선수에게 전체적인 인생을 바라보게 하고 미래를 그리게끔 한다. 그 안에 중요한 요소 중에서 골프가 담겨 있다는 걸 알려주고 본인도 그렇게 느끼게 했을 때 동기부여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골프에 얽매였던 선수들이 아주 힘겨워들 한다.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선수들이 행복을 이야기하고 변화하게 되고 여유를 가지니까 넓은 시각을 갖게 된다. 조급함도 덜해지고 불안함도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정그린 선생님을 만나고 내 인생을 어떻게 행복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정은은 "가족, 친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 걱정을 말할 수 있고 들어줄 선생님이 있다는 자체가 큰 힘이 됐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부분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수업을 많이 했다. 그 이후엔 코스 내에서 어떤 식으로 컨트롤해야 하는지 어떤 일정한 루틴으로 하면 좋을지 상의를 많이 하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내겐 쉽지 않았던 큰 목표들을 세워나가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밝혔다.

이정은처럼 경기 외적인 부분도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 정그린 대표는 "심리 코칭이라는 건 정신적, 감정적으로 멀쩡하더라도 더 발전적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방법론이다. 경기력이라는 게 내 생활과 연관이 안 돼 있을 수 없다. 경기 외적인 것, 심리 상태, 어렸을 때부터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안 다룰 수가 없다. 은퇴를 고려하던 중 인생을 탐색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더 해봐야겠다' 열정이 생긴 선수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신지애, 김경태 같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멘털 코칭이 필요할까.

정그린 대표는 "그 궁금증을 많이들 가지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좋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죽는 날까지 고민, 힘겨움, 갈등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 멘털 코칭이 필요한 이유는 자기 발전의 욕구다. 내가 산전수전 다 겪어서 많은 노하우, 자원이 있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발전적인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지애는 "사실 골프 선수가 감정 표현을 억누르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참았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솔직해지는 방법을 많이 제시해 주신다. 내가 겪은 부분을 약으로 쓰는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의욕까지 잃었던 김경태는 정그린 대표와의 멘털 코칭을 통해 재미를 찾았다. 김경태는 "제일 좋았던 부분은 내 발걸음부터 상체까지 몸의 움직임을 느끼라는 것이었다.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끼면 컨트롤을 하기 더 쉬워지지 않나. 중요한 건 내 상태를 선생님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기술로 멘털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골프가 너무 안 되다 보니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성적보다는 사소한 것, 예를 들면 특정 홀에서 선생님이 말한 부분을 실행했을 때의 사소한 만족감이 있어서 경기가 더 즐거워졌다. 피하기보다는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선수에게 정말 중요한데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의욕이 생기고 배워간다는 것 때문인지 그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정그린 대표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긍정 정서'다. 정그린 대표는 "랭킹이 굉장히 높은 선수라고 예를 들어보자. 내가 10가지 중 9가지를 잘하는데 한 가지 못한 것 때문에 좌절을 너무 심하게 겪고 나는 잘한 게 없다고 판단해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 한 가지 안 된 것에 얽매이고 거기에 정서가 머물러 있다 보면 다음 경기도 하기 싫어지고 안 좋은 게 무한 반복된다. 일종의 부정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반대로 잘한 것 9가지를 계속 연상시키고 내 장점을 부각해서 개발해 나갈 경우에는 그 부정 정서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안 날 수밖에 없다. 이게 코칭 심리 기본 철학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는 선수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그린 대표는 "천재성을 타고 태어난 아이들이 자만하고 천재성을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천재성을 타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지속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발해나가고 이겨내는 힘을 발휘했을 때 오히려 그들이 성적이 더 좋고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게 심리학적 연구에서 나와 있는 결과다. 긍정 정서뿐만 아니라 '성장 마인드 셋'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도 트레이닝한다. 아이를 키울 때, 무조건적인 칭찬은 사실 좋은 게 아니다. 하지만 이유, 근거 있는 칭찬은 아이의 날개를 달게 해준다. 더 자신감을 붙게 하고 자존감을 높인다. 그럼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실패하더라도 쉽게 넘길 수 있다. 다음이 있으니까. 또는 실패하더라도 무언가를 배운다. 그런데 안 된 걸 강조하고 그것에 얽매이게 되면 실패한 것에서 빠져나오질 못한다"고 강조했다.

정그린 대표는 자신의 역할은 상대방의 노력을 지지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은 조력자일 뿐, 결과적으로 모든 건 선수 본인이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정그린 대표는 "멘털 코칭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사람의 삶을 영예롭게 살 수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 손잡아주고 끌어주고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는 역할이다. 내가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역할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끔 하는 것, 그게 가장 강력한 거다. 그걸 할 수 있게끔 옆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코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Jung Green 정그린 / 37세 / 광운대학교 산업심리학과 코칭 심리 박사 수료
(주)그린 HRD 컨설팅 그룹 대표이사, (사)한국심리학회 회원, 한국코칭심리학회 회원,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KAC
greenij@hanmail.net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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