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노예림, 나를 넘어서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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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노예림, 나를 넘어서는 시간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0.01.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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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드를 확보한 노예림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그를 만나봤다.

체력이 곧 실력!
재미 교포 노예림이 미국이 아닌 국내에서 동계 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그를 찾아갔다. 용인에 자리한 명지대 자연캠퍼스에서 체력 단련에 힘쓰고 있었던 것.

“클럽을 놓은 지 벌써 2개월이나 됐어요. 골프를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골프보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 김지현 씨는 “예림이가 달라졌어요. 깨워야 일어나던 예림이가 이제 스스로 일어나서 밥도 챙겨 먹고 훈련 후에는 혼자 운동도 해요”라고 말한다. 그에게 운동하는 시간은 리프레시하는 순간이다. 그는 스포츠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심리학까지 전공한 엠스포츠아카데미의 손준태 박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부족한 몸의 근력을 키우고 스윙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운동 루틴은 코어 강화를 시작해 하체 근력 강화, 상체 컨디셔닝, 밸런스 운동, 퍼포먼스 트레이닝으로 마무리한다. “이 루틴으로 운동을 하면 2시간가량 소요돼요. 손 박사가 개별적으로 내준 숙제까지 끝내면 하루에 5시간 정도 운동합니다.” 그는 하체와 코어 단련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스윙할 때 다리가 뜨는 느낌이 많이 드는 데 하체 근력이 약한 편이에요. 따라서 웨이트 기구를 이용해 대퇴사두근, 햄스트링, 둔부 근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서 축을 잘 잡아야 안정된 스윙을 구사할 수 있어요.”

상체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이 충분해 골프 컨디셔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세러 밴드로 어깨를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손 박사는 “운동 부위에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한 동작으로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게 매일 다른 동작을 통해 부위별로 강화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노예림은 “훈련 내용을 기록하다 보니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동작 설명과 주의할 점을 적어두죠. 투어에 다니면서 약해진 부위가 있을 때 노트를 활용하면 필요한 동작을 쉽게 찾을 수 있죠.”

미국에서도 하지 않던 운동을 국내에서 하게 된 계기는 ‘팀 예리미’가 꾸려지면서부터다. 매니저, 스윙 코치, 피트니스 코치가 구성되면서 노예림은 올해부터 체계적인 관리 아래 골프를 할 수 있게 됐다.

“LPGA투어를 경험하면서 인상 깊은 점은 대부분의 선수가 체력 관리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거예요. 전문 코치가 경기장에서 워밍업을 돕고 경기 후에는 마사지도 해줍니다. 그런 부분을 보니 필요성을 느꼈고 새로 생긴 나의 에이전시도 좋은 환경에서 투어 활동을 하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한국에서 따뜻해지는 마음
뛰어난 스타성으로 무장한 그는 지난 10월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 출전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국에서 받은 팬의 응원은 그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한국에 오면 미국보다 많은 팬이 응원해줘서 기분이 항상 아주 좋아요. 반면 책임감은 두 배가 돼요. 스폰서들이 모두 한국에 있어서 국내 대회에 참가할 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는 175cm의 장신에 드라이브 비거리 255m의 장타자로 호쾌하고 강한 드라이버 샷을 구사한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기술적인 점도 보완할 예정이다. “임팩트 구간에서 가끔 손을 사용하는 편이에요. 몸과 손을 같이 움직이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옛날 스윙과 비교하면 크게 좋아졌어요. 비거리도 늘고 샷도 일정하게 날아가는 편이에요. 앞으로 경기력이 더 좋아질 거라 확신해요.”

노예림은 10년간 에릭 스톤의 지도를 받고 있다. 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선수로 활약한 위창수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다. “위창수 프로님에게 많은 팁을 얻었어요. 지난여름 3일간 쇼트 게임 위주로 코칭을 받았어요. 그때 바운스를 활용해 일정하게 볼을 굴리는 법을 배웠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러프가 길 때 공이 잔디 위에 뜨잖아요. 그러면 공을 더 치기 쉬울 거 같지만 잔디만 치는 실수를 자주 하거든요. 이런 상황에는 클럽을 더 안쪽으로 빼 훅을 치듯 스윙을 하면 공이 항상 먼저 맞아 실수가 줄더라고요. 정말 유용한 꿀팁이었어요.”

주목받는 ‘예리미’ 패션
예쁜 외모와 늘씬한 몸매 덕에 노예림의 패션은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 그가 입는 옷은 골프 팬과 주변 선수들에게도 관심거리다. “미국 친구들이 제가 입는 큐롯 팬츠에 대해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연이어 그의 말이다. “2019년부터 데상트골프와 의류 계약을 맺으며 스타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예전에는 검은색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밝은 컬러를 자주 입어요. 화사하고 발랄해 보이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스트레치 기능이 좋고 허리를 밴딩 처리한 스커트예요. 입고 벗기가 수월하거든요. 디자인은 패턴이 많은 것보다 컬러 블록을 조합하거나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다
밝은 성격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그는 징크스도 없다. “징크스가 핑계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하는 대로 결과를 얻지 못할 때마다 징크스 탓을 할 순 없잖아요.”

솔직한 성격의 그는 가끔 성적이 안 나올 때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너무 포커페이스여도 그렇잖아요. 하지만 2020년에는 다를 겁니다. 지난해는 대회마다 큰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만 못해도 아쉬움이 컸는데 이젠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올해는 좀 더 편하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거예요.”

손 박사는 노예림의 멘탈에 대해 “선수가 가져야 할 여러 가지 심리 중에 대부분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라며 “적당한 자신감에 그것을 뒷받쳐 주는 자존감, 그리고 책임감까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지난해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UCLA와 스탠퍼드에서 골프 장학생을 제안했다. 그의 어머니는 재차 그의 의사를 확인했지만 거절했다. 중간에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의 유혹도 있었다. 친구들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경기에 참가해 얻는 즐거움이 더 컸다. 그는 “대학은 언제든 들어갈 수 있잖아요. 우선 골프에 집중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게 현재 목표입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올해 그는 국내 대회에 다섯 번 정도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그의 목표는 단연 신인왕. 욕심나는 대회로는 에비앙챔피언십을 꼽았다. “생일에 메이저 우승컵을 선물로 받고 싶어요. 대회 스케줄을 살펴보니 경기 마지막 날이 제 생일이더라고요.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세계 최고에 올라 역사를 만들고 싶어요.”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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