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투어 기대주·디 오픈 출전권 획득…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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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투어 기대주·디 오픈 출전권 획득…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김주형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0.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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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김주형이 드디어 일을 냈다. 지난 12일 전북 군산시의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코리안투어 프로 최연소 우승(18세 21일)이자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내 우승(3개월 17일)이라는 두 가지 신기록을 작성했다.

김주형은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2017년 만 15세에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한 김주형은 아시안투어 2부 투어 격인 디벨롭먼트 투어에서 3승을 거두고 지난해 아시안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11월엔 파나소닉 오픈 인디아에서 아시안투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17세 149일)을 차지했다.

김주형은 2002년 서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두 살 때 중국으로 간 뒤 필리핀에서 생활하다가 5살 때 호주로 갔다. 호주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재미 삼아 골프를 시작했다(김주형의 아버지는 티칭 프로 출신이다). 이후 11살 때 다시 필리핀에서 생활했고 84타 안으로 들어오면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켜준다는 아버지의 말에 83타를 치면서 선수를 목표로 골프를 시작했다.

아시안투어에 입성한 뒤 파나소닉 오픈 인디아에서 우승한 김주형은 아시안투어에서도 촉망받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 증거가 바로 지난 1월 아시안투어 개막전으로 열린 홍콩오픈이다. 1·2라운드에서 당시 주최 측의 초청으로 온 지난해 디 오픈 챔피언십 우승자 셰인 라우리(북아일랜드), 또 상금 랭킹 1위 재즈 쩬와타나논과 같은 조, 즉 방송 조로 편성된 것이다.

당시 홍콩 오픈에서 직접 김주형의 플레이를 처음 관찰했다. 라우리라는 걸출한 선수와 경기하는 데도 주눅 든 모습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거침없이 공략했다. 페어웨이를 걷는 중엔 먼저 라우리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도 했다.

김주형은 "라우리, 재즈와 같이 쳐서 긴장했지만 정말 즐거운 라운드였다. 라우리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하늘 같은 선배다. 많이 물어보고 많이 공부했다"며 "특히 라우리는 고국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우승했다. 18번홀 올라가면서 어떤 느낌이었냐고 물어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도 큰 무대에서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주형은 홍콩 오픈에서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김주형으로선 아쉬웠다. 그래도 바로 다음 주 열린 SMBC 싱가포르 오픈에 걸려 있는 디 오픈 출전권을 따내는 걸 목표로 삼았다. "가장 긴 역사와 어려운 조건을 자랑하는 디 오픈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김주형은 SMBC 싱가포르 오픈에서 4위에 오르며 디 오픈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4위가 더 대단한 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9승의 맷 쿠처(미국), PGA 통산 10승의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쩬와타나논 바로 다음 순위였기 때문이다.

이어진 뉴질랜드 오픈에서도 4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아시안투어가 중단되면서 태국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입출국도 막힌다는 소식이 돌았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따낸 디 오픈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1860년에 시작된 디 오픈이 취소된 건 세계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아쉬웠지만 지나간 일을 곱씹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했다. 경기 여주시의 해슬리 나인브릿지 부근에 집을 구한 김주형은 이시우 코치와 함께 연습에 집중했다. 다행히 7월 초에 개막했고 김주형은 세계 랭킹 300위 내 카테고리로 출전 자격이 있었다. 코리안투어 데뷔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생활했던 탓에 10살까진 거의 한국말을 하지 못했지만 한국 드라마, 영화를 통해 한국말을 배웠다. 올해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는 만큼 아버지가 캐디로 함께 다니며 한국 문화, 예절 등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달 초 코리안투어 개막전. 출전 선수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았던 김주형(당시 123위)은 3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이지훈이 버디만 9개를 쓸어 담아 2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홀아웃한 상황. 김주형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300야드에 가까운 강한 티 샷에 이어 3번 우드로 270야드를 날려 핀 4m 거리에 공을 올렸다. 이 이글 퍼트를 놓치지 않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연장전에서 2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이지훈에게 우승을 내놓긴 했지만 김주형은 코리안투어 데뷔전부터 한국 골프 팬들에게 다소 생소했던 '김주형'이라는 세 글자를 각인시켰다.

골프에 대해서만큼은 자존심도 세고 승리욕도 강하다. 군산CC 오픈 우승 후 "연장전 패배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많이 속상했고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주에 더 잘해보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개막전에서 우승한 이지훈은 김주형과의 승부에 대해 "나 같아도 내 실수로 우승을 놓쳤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연장전에서 같이 쳐보니 어린 선수답지 않게 샷, 멘탈이 강했다. 저 친구 정말 잘 치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연습장(수원CC)을 이용하는데 지나가면서 보면 착하고 성실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선배로서 KPGA에 (김주형 같은) 선수가 나오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이번에 우승해서 참 잘됐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군산CC 오픈 우승으로 세계 랭킹을 92위까지 끌어올린 김주형의 꿈은 세계 랭킹 1위와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김주형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KPGA 코리안투어 KPGA 오픈 with 솔라고CC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을 노린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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