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승 이지훈 “결혼 후 첫 우승…아내가 직접 못 봐 아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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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2승 이지훈 “결혼 후 첫 우승…아내가 직접 못 봐 아쉽더라고요”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0.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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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과 아내 김지효 씨가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대회장 주차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지훈과 아내 김지효 씨가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대회장 주차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달 초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으로 열린 우성종합건설·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연장 첫 홀. '10대 돌풍' 김주형(18)의 1.5m 버디 퍼트가 홀을 맞고 튀어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이지훈은 세상이 멈춘 듯 아무 반응이 없었다. 김주형이 어드레스를 하기 전까지도 이지훈은 '2차 연장에선 어떻게 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김주형이 버디 퍼트를 놓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카이도시리즈 카이도 Only 제주오픈 with 화청그룹 우승 후 3년 9개월 만에 거둔 통산 2승. 이지훈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김주형과 악수를 하고 그제야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지훈은 13일 골프다이제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너무 오랜만에 한 우승이라 와닿지 않았다. 캐디인 아버지를 봤는데 아버지도 얼떨떨해하셨다"고 회상했다.

지난 5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우성종합건설·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이지훈은 보기 없이 9언더파를 몰아쳤다. 이지훈은 1번홀 티 샷부터 샷이 계속 핀에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이지훈은 "실제로 컨시드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모든 홀의 샷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4일 평균 그린 적중률이 무려 93.06%였다.

이지훈은 "개막전 전주부터 샷감, 리듬, 몸 상태 모두 좋았다. 목, 손목 부상도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3라운드부터는 컨디션이 더 좋더라. 우승 생각까진 못했어도 괜찮은 성적이 나겠다 싶었다. 마지막 날 같이 친 이창우 선수도 7타를 줄였다. 둘이 계속 버디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2~5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은 뒤 10~14번홀에서 5연속 버디를 낚은 이지훈은 대혼전 속에서 단숨에 단독 선두로 나섰다. 정작 자신이 선두라는 걸 안 건 17번홀.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버디 하면 우승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간 이지훈은 3m 버디 퍼트 라인을 잘 못 봐 버디를 놓쳤다. 그래도 2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친 연장전을 대비해 놓친 3m 거리의 퍼팅 연습을 하며 챔피언 조 경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홀에서 김주형이 이글을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18번홀에서 이뤄진 연장 첫 홀. 이지훈과 김주형 둘 다 티 샷을 러프에 빠트렸다. 이지훈은 레이업 후 세 번째 샷을 핀 3m 거리에 보냈고, 투온 시도를 한 김주형은 그린 엣지에서 어프로치 샷을 1.5m에 붙였다. 이지훈이 먼저 버디 퍼팅을 했다. 정규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놓쳤던 방향, 라인과 흡사했다. 연장전에선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오히려 샷을 더 가까이 붙인 김주형이 버디를 놓쳐 이지훈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지훈은 "(김주형이) 당연히 넣을 줄 알았다. 2차 연장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이지훈은 지난해 12월 결혼한 뒤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만큼 감회도 새로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선수와 캐디만 대회장에 출입하면서 아내, 가족이 함께 하지 못 한 건 다소 아쉬웠다.

이지훈은 "결혼하기 전에 (부상 등으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혼하고 바로 우승하니까 아내, 가족들이 엄청 기뻐했다. 아내가 내가 대회장에 가고 경기하는 걸 처음 경험해 보니까 어리둥절해 하고, 우승 후 며칠간은 붕 떠 있었다. 아내가 내조를 잘해줘 성적으로 바로 이어진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지훈은 "무관중으로 열리다 보니 가족들도 대회장에 못 들어왔다. 고향이 부산이라 가족이 부산 집에 있다가 내가 연장전을 기다릴 때 주차장으로 왔다. 어머니, 아내 다 같이 마지막 홀에서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아버지가 캐디를 하셔서 우승 기쁨을 함께해 다행이었다"고 밝혔다.

우승에 일조한 아버지에게 뭘 해드렸는지 묻자 이지훈은 "아직 우승 상금(1억원)이 안 들어와서 해드린 건 없는데"라며 웃은 뒤 "아버지가 많이 고생하셨으니까 아내랑 잘 상의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훈은 남들보다 다소 늦은 중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래도 골프채를 잡 은지 4년 만에 프로가 됐다. 투어에 데뷔하기 전 군대를 빨리 다녀왔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받아 나간 KPGA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통과했다가, 군인이라 대회에 나가지 못해 시드를 날린 적도 있다.

이지훈은 "그때는 군인이라서 패기, 파이팅이 있었던 것 같다. '시드 날려도 괜찮다, 또 통과하면 되지' 이런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웃음을 터뜨린 뒤 "2009년에 제대한 뒤 시드전을 준비하는데 잘 안 돼서 고생했다. 양쪽 팔, 팔꿈치 부상이 와서 골프를 접을 생각도 했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자 2010년에 중국에서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중국이 투어 규모가 작긴 해도 1부 투어이다 보니까 4일 경기를 하고 외국 선수가 많이 출전해 내 실력도 자연스레 늘었다"고 돌아봤다.

2012년 코리안투어 QT 공동 13위를 기록하며 시드를 확보했지만 유지에 실패했던 이지훈은 2013년 QT에서 수석 합격하며 코리안투어에 재진입했다.

이지훈은 "한국에서 우승이 없었다뿐이지 성적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2017년에 제주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뒤 빨리 또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에 의욕이 넘쳐서 무리하게 훈련하다가 목과 손목 부상을 입었다. 어떻게 보면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코로나로 인해 연습할 시간도 벌고 부상 치료도 병행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지훈은 다음 달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경남 양산시의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KPGA 선수권 우승을 꿈꾼다.

이지훈은 "에이원 컨트리클럽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다녔던 곳이라 직원, 캐디와 다 친한 가족 같은 골프장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선수권 대회에서 꼭 한 번 우승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남은 대회에서도 열심히 해 제네시스 대상까지 받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지훈은 현재 김주형과 제네시스 대상 랭킹 공동 1위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지훈은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충남 태안군의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KPGA 오픈 with 솔라고CC에 출전해 시즌 2승을 노린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이지훈, 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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