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희 코치에게 “나 미쳤어!” 울며 전화한 메이저 퀸 이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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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희 코치에게 “나 미쳤어!” 울며 전화한 메이저 퀸 이미림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0.09.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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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
이미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 정상에 오른 이미림(30)은 3년 6개월 만의 우승 후 개인 소셜 미디어에 "(김)송희 언니 덕분"이라고 적었다.

14일 전화 연결이 닿은 김송희(32) 코치는 "한 게 없는데"라며 쑥스러워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한 김송희 코치는 우승은 없지만 메이저 대회 LPGA 챔피언십 2위, 이미림이 우승한 ANA 인스피레이션 3위를 기록하는 등 활약했다.

아카데미 템포디올에서 성은정(21), 서어진(19) 등 여자골프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송희 코치가 이미림의 스윙 코치를 맡은 건 불과 한 달 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 머물던 이미림은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지난 6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컷 탈락을 하긴 했는데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스코어였다. 이틀 동안 12오버파를 적어냈다.

이미림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선후배로 지낸 김송희 코치에게 SOS를 쳤다. "공이 너무 안 맞고 100m 가다가 좌우로 휜다. 그런지가 3년 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2017년 KIA 클래식 우승 이후 2018년 상금 랭킹 68위, 지난해엔 44위에 머물며 2014년 LPGA 투어 진출 이래 가장 부진한 시기를 보냈다. 2018년 드라이버 샷 정확도 151위(60.08%), 2019년엔 131위(65.85%)에 그쳤다.

이미림이 김송희 코치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다운스윙할 때 클럽과 몸의 공간이 좁아지는 느낌"이라는 것. 김송희 코치는 "급하게 친다"고 판단하고 리듬, 타이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편하게 스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김송희 코치가 강조한 건 "이것저것 수정하지 말고 어떤 것 하나를 고치기로 했으면 그걸 꾸준히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김송희 코치는 "다운스윙 때 몸 사이의 공간을 넓히는 걸 우선으로 하고 눈앞에 공이 바로 가는 게 보이면 자신감이 생기니까 그런 식으로 천천히 접근하자"고 했다. "그런데 우승이 이렇게 빨리 나올줄 몰랐다"며 웃었다.

2주 전 LPGA 투어에 복귀한 이미림은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지만 공이 쭉 뻗어서 날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첫 메이저 우승.

김송희 코치는 "느낌에 처음엔 '이것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내게 왔던 것 같다. 이제 골프를 하고 싶지 않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목표, 재미가 없다는 얘기했다. 3년 동안 많이 고생했구나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렇게 이미림을 지도하기 시작한 김송희 코치는 "(이)미림이는 스펀지 같다. 흡수력이 빠르다"고 칭찬했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할 당시의 김송희 코치
LPGA 투어에서 활동할 당시의 김송희 코치

김송희 코치는 "나는 결과를 쫓다가 슬럼프에 깊게 빠진 케이스"라며 "그러다 보니 나에게 배우는 프로,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가 명확히 생겼다. 최대한 기다리는 것. 인내를 갖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도 잘 되다 보니 욕심이 생긴다는 이미림에게 "당연히 사람이니까 욕심은 생길 수 있다.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성적보다는 눈에 보이는 공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더 생길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김송희 코치는 "사실 이전까진 질적으로 좋은 연습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단 본인이 즐기는 것 자체가 안 되다 보니까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들 의미가 없었다. 계속 강조해 온 스윙 틀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공이 잘 맞는 게 눈에 보이니까 재밌어했다. 본인이 미국으로 가면서 정말 재밌게 했다고 말했다. 골프에 대한 재미를 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미림이가 오랜만에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원래 하던 것보다는 많이 연습하고 미국으로 간 것 같다"며 웃었다.

우승 후 통화에서 이미림이 가장 먼저 한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울면서 '언니 나 미쳤어!'라고 하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올해 많은 대회에 출전하진 않았지만 총 6차례의 라운드에서 언더파는 단 한 번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이미림이다.

김송희 코치
김송희 코치

김송희 코치는 "이번엔 첫날부터 언더파를 치고 둘째 날엔 7언더파를 치니까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당당하게 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미스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된 부분이 가장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칩인 이글 전엔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대회 중에도 매일 스윙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줬다는 김송희 코치는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 코치가 어떤 피드백을 주든 간에 그 말에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금쪽같은 피드백이어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신뢰도가 가장 크다고 보는데, 그런 의미에서 미림이는 내가 하는 말을 믿고 따라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미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보자, 김송희 코치는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고 그 보상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또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처음 마음 잃지 말고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오래오래 투어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며 "한 달 반 사이에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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