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PGA 대상, 상금왕 김태훈 "내년 목표도 대상 수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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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PGA 대상, 상금왕 김태훈 "내년 목표도 대상 수상이죠"
  • 전민선 기자
  • 승인 2020.12.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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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즌이 끝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KPGA 코리안투어는 막을 내렸지만 시즌보다 더 많이 라운드를 나간 것 같다. 약속도 많아서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 한 번 제대로 못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대개 저녁 9~10시쯤이다. 매니지먼트가 없어 혼자 스폰서 관련 미팅도 하고 인터뷰나 촬영도 소화하고. 아들 시윤이가 잠들기 전, 잠깐씩 볼 때가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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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즌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기분이 어떤가.
매해 대상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대상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게 정말 어렵다. 과정이 필요하니까. 매해 목표를 세웠지만 막연한 목표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이 목표를 이뤘다는 게 무척 기쁘다. 1·2·3·4등 그리고 9등. 톱 10에 다섯 번 이름을 올리면서 포인트와 상금을 쌓아갔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가장 행복한 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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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제1의 전성기였다면 올해는 제2의 전성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에는 2013년만큼 공이 잘 맞지는 않았다. 2013년에 더 좋은 샷을 구사했고 컨디션도 최고였다. 2013년은 내가 프로 데뷔 후 첫 우승과 시즌 장타왕에 올랐을 때다. 다만 그때는 20대의 끝자락에서 마치 최전방 공격수처럼 공격만 하는 골프를 했고, 지금은 상황에 따라 돌아가기도 했다가 공격도 했다가 경기 운영이 영리해지고 노련해졌다. 제1의 전성기가 1년 만에 반짝하며 끝난 이유가 거기 있다. 2013년에 거둔 프로 데뷔 첫 우승은 위태위태한 우승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우승 후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해서다. 압박감과 부담감이 컸다. 그런 가운데 우승을 한 거다. 올해는 다르다. 안정감이 느껴진다.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샷이 잘 안 돼도 조금만 바로잡으면 금방 돌아왔다. 컨트롤이 되니까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제2의 전성기는 오래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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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하니 아내는 뭐라고 하던가.
3년 전부터 아내가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길 바라왔다. 상금 규모도 크지만 대회 중계나 방식이 어느 해외 투어 못지않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선수가 주인공인 느낌을 받았다. 그 대회에서 우승하고 집에 들어가니 “오, 김태훈! 멋있는데!”라며 활짝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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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잘된 것은 무엇이었나?
특별하게 잘된 게 있다기보다는 특별히 안된 게 없었다. 항상 티 샷 정확도가 내 속을 썩혔다.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는 중간 정도의 정확도였다(웃음). 순위로 봐도 중간 정도는 됐다. 그러다 보니 남은 샷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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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건 없었나?
최경주인비테이셔널 때가 생각난다.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파만 하면 우승할 수도 있었다. 그때는 이런 상황을 몰랐다. 알았다면 버디가 아닌 파 전략으로 공략했을 것이다. 버디를 염두에 두고 페어웨이 우드로 티 샷을 했다. 계속 우드 샷이 왼쪽으로 말리고 있었는데 설마 마지막 홀에서도 왼쪽으로 말리겠느냐는 생각으로 쳤다.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연장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또 똑같이 가진 않겠지 싶었는데 빗나간 우드 샷 덕분에 보기를 기록했다. 이창우와 전재한은 파를 기록, 그렇게 연장 1차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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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쟁쟁한 선수가 많았다. 신경 쓰인 선수가 있었나?
코로나19로 일본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뛰던 선수들이 국내 투어에 합류하면서 쟁쟁한 플레이어가 많았다. 신경이 쓰였다기보다는 이 선수가 뒤쫓아오면 불편하다 싶은 선수는 있었다. 박상현과 함정우, 이창우다. 페럼이나 엘리시안 강촌 골프장처럼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긴 코스에서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그들은 정확도가 높은 선수들이 아닌가.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선 이창우한테 따라잡혔고,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선 한때 박상현에게 따라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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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시즌 유러피언투어 직행 티켓을 받았다. 계획은?
당연히 가고 싶다. 몇 번 유러피언투어에 출전해봤는데, 거리에서 유럽 선수들과 대결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거리가 많이 나는 선수에 속했다. 그 당시에 느낀 건 우승권에 있는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그리고 20~40위 선수들도 기량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친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이언 샷이 더 날카로워야 할 것 같고 쇼트 게임 능력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 그 외에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있는데 바로 음식이다. 매일 피자와 파스타만 먹는 건 정말 고통스럽다. 나는 토속적인 맛을 좋아한다(웃음).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유러피언투어 일정을 소화하려면 길게는 2개월, 짧게는 3주에서 1개월을 해외에 나가있어야 한다는 거다. 나나 아내의 본가가 전주이기 때문에 아내가 독박 육아를 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물론 이 모든 게 코로나19가 종식되어야 가능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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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엔 장타왕에 올랐다. 비결이 뭔가?
타고난 것 같다. 타고나는 건 누구도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난 거리에 대한 욕심도 굉장히 컸다. 중학교 2학년 시절, 고등학교 형들을 거리로 누르려고 세게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중학생 때부터 거리로는 항상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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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외 장기 샷은 무엇인가.
장타가 무기지만 티 샷이 무기는 아니다. 항상 공을 똑바로 보내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공을 살리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장기는 웨지 샷과 퍼팅이다. 100야드 내, 그린 주변에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다들 장타자는 쇼트 게임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분야 강자다. 트러블 샷은 그동안 정말 많이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든 빠져나온다(웃음). 티 샷만 잘 보내면 우승권에 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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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받은 상금은 어떻게 썼나?
상금을 벌어들이긴 했는데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얼마 안 될 것 같다(웃음). 부상으로 받은 제네시스 자동차 두 대 역시 세금을 내면 한 대 살 돈으로 두 대를 산 것과 같다. 자동차 두 대 모두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다. 나는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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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결혼해 18개월 된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과 아빠로서 점수를 매겨본다면?
아내는 항상 만족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다. 가장인데 내가 하는 일보다 아내가 하는 일이 더 많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나는 내 위주의 일만 하고 있다. 내 중심으로 맞춰주는 아내에게 고맙다. 그래서 남편으로는 70점, 아빠로는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들 시윤이는 몸으로 짧고 굵게 놀아주니 나를 엄청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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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해준 가장 큰 위로의 한마디는 뭐였나.
언젠가부터 대회에 나갈 때마다 해주는 말이 있다. “부담 갖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내 눈을 보며 웃으면서 말한다. 그러면 나는 재창을 하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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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여성 팬들은 나의 외모를 좋아해주고, 남성 팬들은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장타를 좋아해준다. 항상 감사하다. 팬클럽이 생긴 후 2014년부터 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정기적인 모임도 갖고 있다. 함께 라운드를 나가기도 한다. 대회장에서 날 따라다니며 응원해주는 팬들을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4일 내내 오는 팬들도 있지 않나. 그럴 땐 2~3일 정도 같이 식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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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렀다. 갤러리 없는 대회장은 어땠나.
재미가 없었다. 최경주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 우승권에 있으면서 1타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12번홀에서 어려운 라이의 약 13m 버디 퍼트가 들어갔다. 굉장히 짜릿했고 기쁜 마음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어서 슬그머니 주먹을 내렸다. 부끄러웠다. 그 순간 갤러리가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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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면 팬들과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연말을 맞아 얼마 전 ‘김태훈 기금, 나이스 버디 & 이글’로 모인 후원금을 저소득 가정 아동 지원을 위해 전달했다. 팬클럽인 ‘다이내믹 태훈’의 회원들과 KPGA선수권대회부터 플레이어스챔피언십까지 버디와 이글 개수에 따라 기금을 모았다. 400만원 정도 모였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대회가 늘어날 테니 더 좋은 경기로 팬들에게 보답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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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앞으로 김태훈의 5년은 어떻게 펼쳐질까?
40대 중반까지는 투어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 중엔 노장에 속하는데 마흔이 넘어서도 선수들 사이에서 ‘한 번씩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우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투어를 떠날 생각이다. 겨우 예선 통과만 하면서 투어 생활을 유지하고 싶진 않다. 투어 생활이 끝나면 교습가의 길을 가고 싶다. 지금도 22세 여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평소 삼촌이라고 부르는 지인의 조카로, 주니어 시절부터 가르쳐왔다. 가르치다 보니 그가 잘해서 성적을 냈을 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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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지훈련은 어떻게 하나?
원래는 오프시즌 동안 국내에 남아 연습하다 최근 2년은 따뜻한 베트남으로 가서 훈련을 했다. 지난해엔 베트남에서 코로나19로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고 격리하면서 2주 만에 쫓겨났는데 올해는 아예 갈 수 없게 됐다. 물론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지 않는 것에 익숙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체력 훈련 위주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잠시 동안은 골프 클럽을 내려놓고 쉬고 싶다. 2월에 PGA투어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초청권을 받긴 했는데, 의무적으로 2주 자가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만약 미국 도착 후에도 2주 격리를 해야 한다면 한 달 전에는 미국에 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연습량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인데 얼마나 일찍 미국에 가서 얼마큼 연습을 해야 컨디션이나 샷 감각을 최고로 끌어올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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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2021 시즌, 새로운 목표는 무엇인가.
대상 수상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울 게 없다. 하지만 목표를 낮추고 싶지 않다.

[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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