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림 “LPGA 신인상 받으면 좋지만…꼭 해야만 하는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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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 “LPGA 신인상 받으면 좋지만…꼭 해야만 하는 건 아냐”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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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 박인비와의 결승전. 김아림은 긴장감이 팽팽한 상황에서도 연신 방긋방긋 웃었다. ‘(박)인비 언니와 한 번만 같이 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뤄진 그 순간이 그저 즐거웠다. 지긴 했지만 신선한 모습이 골프 팬들의 뇌리에 꽂혔다. 약 3년이 지난 지금은 LPGA투어 데뷔를 앞두고 있다. ‘US여자오픈 챔피언’이라는 칭호와 함께.

● 버디•버디•버디

막판 16·17·18번홀 3연속 버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 그리고 에이미 올슨(미국)을 1타 차로 따돌린 순간이다. 꿈에 그리던 US여자오픈 정상. 김아림은 지난해 12월 우승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여자 골프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5타 차 역전 우승에 성공하며 드라마 같은 역사를 남겼다. 마지막 조로 경기한 올슨의 결과를 기다리던 김아림은 우승 확정 소식을 듣자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기쁨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5타 차를 뒤집은 건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25년 만에 나온 최다 타수를 극복한 기록이다. 김아림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 전반 9개 홀에서 버디만 3개를 잡고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한 김아림은 10·11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주춤했지만 16~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갈랐다. 16번홀(파3)에서 5번 아이언으로 한 티 샷을 핀 뒤쪽에 정확히 보내 2.7m 버디를 잡은 김아림은 17번홀(파4)에선 하이브리드로 티 샷을 했다. 18번홀(파4)에선 3번 우드로 티 샷을 한 뒤 48도 피칭 웨지로 두 번째 샷을 보내 3m 버디를 잡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아림은 당시 플레이를 이렇게 회상했다. “16번홀에선 풀 샷을 칠 수 있게 앞바람이 불었던 게 잘 맞았고 17번홀에선 굴릴 수 있도록 뒤바람이 불어 클럽을 선정할 때 유리했다. 마지막 홀에서도 가장 많이 쳐왔던 클럽이라 자신 있었다. 전체적으로 좋아하는 상황이 마련됐다.”

● 비행기 티켓 걱정

출발이 좋았다. 1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치고 공동 2위에 올랐다. 2·3라운드에선 각각 3타·1타를 잃고 선두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 따윈 없었다. 최종 4라운드가 악천후로 하루 순연되면서는 오히려 “대기 시간에 언니들과 수다를 즐겼고 최종 라운드 연기가 결정됐을 땐 비행기 티켓을 걱정하기 바빴다”고 했다. 우상 소렌스탐과의 영상통화는 특전과도 같았다. 소렌스탐은 김아림에게 “정말 잘했다. 지금을 즐겨라”라고 말하며 축하했다. 김아림은 감격한 듯 환호성을 내질렀고 “아이 러브 유!”라고 화답했다. KLPGA투어가 주 무대인 김아림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김아림은 역대 우승자 중 가장 낮은 세계 랭킹(당시 94위)을 기록 중이었다. 김아림이 우승 원동력으로 꼽은 것은 엄마표 집밥. 김아림은 “낯선 환경을 낯설지 않게 느낀 이유는 한국 음식을 계속 먹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매일 한국에 있을 때처럼 밥을 맛있게 해주셔서 해오던 대로 편안하게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마스크 쓴 챔피언

외신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한 김아림을 향해 “코로나19가 세계적인 유행병이 된 이후 전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고려하면 가장 기억에 남을 챔피언의 모습”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아림이라고 왜 불편함이 없었겠나. 공을 볼 때 시야를 가리고 오래 쓰면 두통이 온다. 하지만 김아림은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건 무섭지 않은데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최선이겠다고 생각했고 불편한 것은 감수했다”고 했다. 오히려 바이러스에 대한 부담감을 마스크에 기댈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 인생 경기

사실 김아림은 고진영, 김효주 등 1995년 동갑내기 친구들과는 출발점이 조금 달랐다. 프로 데뷔부터 승승장구하던 친구들과 달리 김아림은 드림투어(2부)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대중에게 김아림을 각인시킨 대회는 2018년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박인비와의 결승전. 김아림은 당시를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 경기다. 많은 분이 처음 내 이름을 불러준 대회이고 내가 더 적극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같이 경기한 (박)인비 언니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언니가 경기(US여자오픈) 끝나자마자 축하해주셨다. LPGA투어를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신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또 2년 전부터 배낭만 메고 오면 케어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권유해주신 박희영, 김세영 언니에게도 감사하다.”

● LPGA 신인상

오랜 고민을 거듭한 김아림은 LPGA투어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국내에서 계획한 훈련 프로그램을 미국에서도 실현할 수 있을지, 가서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발전시킬 멋진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김아림이 한국의 6회 연속 LPGA투어 신인상 계보를 이을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아림은 “신인상 너무 좋다. 근데 딱 거기까지다. 그저 ‘하면 좋겠다’이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적응을 빨리하는 것, 미국에서도 훈련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우선적인 목표다”라고 말했다. 되레 신인상은 누가 되든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단다. 김아림이 꿈꾸는 목표는 이렇다. “도전에 늘 적극적이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이자 사람. 모든 목표가 지금보다 성장하는 것에 집중되길.”

● 장타 여왕

김아림은 2018~2020년 KLPGA투어 드라이브 비거리 부문 1위(평균 260야드)에 올랐다. US여자오픈에서도 출전 선수 중 이 부문 4위를 기록하며 LPGA 투어에서도 자신의 장타가 통한다는 걸 충분히 입증했다. 김아림은 “전장이 길어졌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IP가 넓어서 공략하기 좋았다. 다른 코스는 어떨지 궁금해졌다”며 예사롭지 않은 여유를 보였다. 그런 김아림은 골프다이제스트 독자들에게 장타 팁도 전수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정타다. 헤드 스피드가 증가하는 것보다 가운데를 맞히기가 더 쉽고 빠르다”고 말이다. 또 주기적으로 레슨을 받는 것도 추천했다. “요즘 전문적으로 잘 가르치는 분이 너무나도 많다”며.

● 스타크래프트는 연패 연발

친구들과 PC방에 갔다가 접한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김아림의 유일한 취미다. 테란 아니면 프로토스를 주 종족으로 한다. US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스타크래프트만큼은 연승보다 연패가 익숙하다. “게임은 정말 어렵다”고 토로하기까지. 김아림은 “게임을 하면 보통 1~2시간을 한다. 그 이상은 엉덩이가 가벼워서 힘들다. 앉아서 하는 것들은 거의 2시간이 최대치다. 누워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만 있다면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도 같다”며 크게 웃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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