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쳐야 보이는 골프장 ‘잔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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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쳐야 보이는 골프장 ‘잔디의 세계’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1.05.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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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코스에서 사용하는 잔디는 크게 난지형 잔디인 한국 잔디와 한지형 잔디인 양잔디로 나뉜다. 각 잔디의 특성에 따라 볼을 치는 방법도 미세하게 달라진다.

◇ 한국 잔디와 양잔디

우리가 흔히 한국 잔디로 부르는 잔디는 난지형 잔디로 여름철 기후를 좋아하는 고온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골프 코스 대부분은 한국 잔디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 잔디는 금잔디라 불리는 고려지, 야지라고 불리는 들잔디, 그리고 안양 중지, 삼덕 중지 등이 대표적으로 쓰이며 골프 코스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잔디다.

고려지는 잎의 너비가 가늘지만, 추위에 약한 품종으로 남쪽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주로 사용된다. 한국 잔디는 잎줄기가 모두 직립형이라 골프공을 받치고 있는 힘이 강하다. 또 답압에 잘 견디는 특성이 있어 경기용 잔디로 많이 사용되지만 비교적 늦은 조성 속도와 생육 속도가 단점으로 꼽힌다. 가을부터 기온 하강과 더불어 월동 저장 영양분을 축적하게 되고 토양 온도가 10°C 이하로 떨어지면 지상부의 잔디는 황변하면서 휴면에 들어간다.

교배 육종인 하이브리드 잔디 중 안양 중지, 세녹 등은 가을철이면 빨간색으로 단풍이 들고 이후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이후 4월경부터 잎이 녹색으로 자라며 7~8월은 생육이 왕성한 시기이다. 골프장에 많이 쓰이는 또 다른 난지형 잔디로 버뮤다그래스가 있다. 더위와 건조에 강하며 내마모성도 우수한 품종이다. 생장 속도가 중지보다 네 배 이상 빠르게 자란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한지형 잔디와 섞어서 심을 경우 색상이 고르지 못하고 추위에 약해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 잔디

골퍼들이 양잔디라고 부르는 잔디는 한지형 잔디이다. 한지형이라는 말처럼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저온성 식물이다. 한여름이면 고온 다습한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성장이 느려지거나 멈추며 내장객이 많아지면 답압을 견디지 못하고 컨디션이 나빠지기도 한다. 잎이 가늘며 부드럽고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 잔디에 비해 잔디를 절반 이상 짧게 깎을 수 있어서 공과 지면이 거의 닿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임팩트가 필요하다.

또 한지형 잔디는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지 않고 얕고 촘촘하게 형성하기 때문에 한국 잔디에 비해 디봇이 크게 만들어지는 특징도 있다. 한지형 잔디도 여러 종이 사용되며 대표적으로 켄터키블루그래스, 퍼레니얼라이그래스, 톨 페스큐, 파인 페스큐, 크리핑벤트그래스 등이 있다.

벤트그래스

그린에 주로 사용되는 품종인 벤트그래스는 잔디 중 가장 품질이 좋은 품종으로 잎의 너비가 매우 가늘어 밀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재생 능력도 좋고 깎기 높이를 최대로 낮춰 볼의 빠른 구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관리 비용이 많이 들며 특히 고온 다습한 한국의 여름철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품종이다. 몇몇 골프장에서 페어웨이에도 벤트그래스를 사용하고 있다.

왕포아풀인 켄터키블루그래스는 티잉 구역과 페어웨이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잔디 중 하나로 400종이 넘는 품종이 있지만 국내에는 30종 정도가 사용된다. 여름철 서머 패치, 브라운 패치 등 다양한 병에 취약한 편이고 추가적인 비료와 관리 인력, 장비 등이 필요하다. 한국형 잔디보다 1년 잔디 관리 비용이 5억 이상 높다. 켄터키블루그래스는 땅속에 줄기가 있어서 다른 한지형 잔디보다 디봇이 작게 생기는 특징이 있다. 퍼레니얼라이그래스는 켄터키블루그래스와 혼합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난지형 잔디의 휴면 중 덧파종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켄터키블루그래스

◇ 잔디의 특성을 이해하고 플레이하자

잔디는 골퍼의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준다. 골퍼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잔디가 다르다. 티 샷에서는 잔디에 따른 플레이 변화가 크지 않다. 하지만 페어웨이나 러프에서는 잔디 종류에 따라 샷을 구사하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국형 잔디는 잎이 뻣뻣하고 넓다. 따라서 잔디 위에 볼이 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조금 쓸어 치는 스윙을 구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지형 잔디에 비해 잔디 밀도가 높지 않아 미스 샷에도 비거리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장점이다. 다운스윙의 최저점이 일정하지 않은 초보 골퍼는 한국 잔디가 더욱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반대로 양잔디로 불리는 한지형 잔디는 볼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잔디 밀도가 치밀하고 페어웨이에서도 잔디를 짧게 깎을 수 있기 때문에 두꺼운 샷이 나온다면 잔디의 저항이 커져 비거리 손실이 많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도 주의해야 한다. 잔디가 더욱 짧게 다듬어진 그린 주변에 토핑과 뒤땅을 치는 실수가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임팩트 순간까지 헤드 스피드를 높여야 하며 확실한 다운블로 샷을 구사해야 한다.

러프에서 주로 사용되는 페스큐는 잎이 길게 자라고 밀도가 높아서 잡초처럼 보이기도 한다. 페스큐 잔디에 공이 빠지면 정확한 임팩트가 매우 어렵다. 깊은 페스큐 러프에서는 그린에 볼을 올리는 것보다 러프 탈출을 첫 번째 목표로 해야 하며 어드레스에서 체중을 왼발에 70% 이상 싣고 날카로운 다운블로 샷을 해야 한다.

◇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배려

골프는 잔디 위에서 플레이를 하는 만큼 골퍼들은 잔디 상태에 예민하다. 골퍼 입장에서 비싼 그린피를 지불하는 만큼 더 좋은 코스 컨디션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장객이 많은 골프 코스일수록 그린 스피드가 느리고 잔디 관리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국내 기후 여건은 잔디 생육에 매우 불리하다. 하지만 골퍼를 위해 최선의 관리로 잔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골퍼도 불필요하게 잔디를 손상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골퍼가 코스에서 조심스럽게 플레이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잔디를 손상하곤 한다. 정상적인 플레이 상황에서 생기는 디봇이나 피치 마크는 당연하지만 그린 위에서 골프화를 끌며 그린을 손상하는 행동이나 연습 스윙을 하며 필요 없는 디봇을 만드는 행위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골퍼에 의한 불필요한 잔디 손상의 피해는 결국 골퍼에게 돌아온다. 한국잔디연구소 장덕환 선임연구원은 그린의 잔디를 조금이라도 보호하려면 스파이크리스 골프화를 추천한다. 또 디봇이 생기면 떨어져 나간 뗏장을 단순히 디봇 위에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뗏장을 꼼꼼하게 밟아줘야 잔디가 살아난다고 전했다. 골퍼들도 단순히 골프장 잔디의 소비자가 될 것이 아니라 잔디의 특성을 파악하고 관심을 가진다면 골프의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김성준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kimpro@golfdigest.co.kr]

[도움말_장덕환 한국잔디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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