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칼럼] 베스트 코스와 이상적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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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칼럼] 베스트 코스와 이상적인 코스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06.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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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12번홀. 2018 마스터스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타이거 우즈의 티 샷.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상적인 코스일까.

우리나라도 골프의 대중화로 많은 사람이 라운드를 즐기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그저 예약만 되면 언감생심 달려가 치던 시절도 있었지만, 다양한 계층 및 연령층이 유입되니 자연스레 그 욕구(Needs)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단순히 쇠 작대기를 휘둘러 골프를 치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만의 여러 목표를 정해 유쾌하게 도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다른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으려는 신세대적 열망이다.

견고하고 엄격하며 보수적인 골프계가 쉽고 즐거운 골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중 ‘좋은 코스’ 리스트를 만들어 도장 깨기식 라운드를 하는 골퍼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신선하다.

골프 문화를 선도하는 골프다이제스트에서는 오래전부터 2년에 한 번씩 ‘좋은 코스(Best Course)’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Best Course’를 한글로 ‘좋은 코스’라 억지 번역했지만, 딱 맞는 적절한 표현은 아닌 듯하다. 그냥 ‘베스트 코스’란 말이 더 정확하게 의미 전달이 되겠다.

그렇다면 베스트 코스란 과연 무엇일까.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질문일 수도 있으나, 골퍼들은 스코어가 잘 나오는 곳, 가성비가 뛰어난 곳(저렴한 곳), 집에서 가까운 곳 등 다양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이런 베스트 코스, 즉 ‘이상적인 코스(Ideal Course)’에 대한 수많은 골퍼 개개인의 주관적 차이를 줄이고 객관화하려는 노력은 오랜 골프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스터스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을 설계한 앨리스터 매켄지(Alister Mackenzie)는 이상적인 코스가 갖춰야 할 13가지 필수 요건을 제시했다.

골프 코스의 숨어 있는 가치를 발견하기 쉽도록 한 안내 지침 같은 요소이다. 그중 현대 골프에도 어울리는 몇 가지를 나열해본다.

# 너무 가파른 경사가 없이 걷기 편리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 각 홀이 서로 다른 특색이 있어야 한다.

# 위험과 보상이 적절하고 골퍼의 다양한 기량을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

# 언듈레이션이 그린과 페어웨이에 적절히 있어야 한다.

# 각 홀이 주변 환경과 어울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야 한다.

# 상급자나 하급자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고, 그들이 모두 즐길 수 있어야 한다.

# 골프공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 골퍼를 열 받게 하지 않아야 한다.

# 계절과 상관없이 코스의 잔디 상태는 완벽해야 한다.

골프 역사에서 설계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1900년대 초부터 이상적인 코스에 대한 열망은 코스 설계가들을 주축으로 많은 노력과 연구를 통해 발전해왔다. 수많은 베스트 코스의 요소가 발표되었고, 이런 요건은 ‘베스트 코스’라는 추상적인 말을 객관화시켜 산술적 숫자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내 골퍼의 만족도를 높이고 경제 가치 창출로 골프 산업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보면 되겠다.

하지만 최적의 지리적 요건과 완벽한 설계로 많은 요건을 충족할지라도 즐기는 골퍼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상적인 코스로 보긴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이상적인 코스는 “단조롭지 않고, 골퍼의 기량이 향상될 수 있으며, 되도록 많은 골퍼가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라고 골프 선각자들은 말한다. 

* 강명식은 외과전문의로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골프다이제스트 골프 코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 소설 <레드재킷> 저자이기도 하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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