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소퍼모어가 건넨 질문, 조아연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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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소퍼모어가 건넨 질문, 조아연의 대답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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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차 징크스를 잊고 조아연이 돌아왔다. 끄적인 노트 위 ‘나의 골프는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쉼표를 그리며.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등장한 조아연은 ‘슈퍼루키’로 불렸다. 치열한 루키 경쟁 속에서도 당시 그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데뷔 시즌 2승을 수확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름처럼 아이언 샷이 좋아 ‘아이언 퀸’이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그해 그린 적중률 77.18%(5위), 평균 타수 70.65타(4위)의 꾸준한 성적을 낸 배경이다. 이듬해 2월 호주에서 2주 연속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도 챔피언 조로 우승 경쟁에 나서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루키 시즌 골프 팬을 사로잡은 조아연도 소퍼모어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우승이 없었던 그는 톱 10 진입보다 컷 탈락이 많았고 상금 랭킹도 전년 대비 30계단이나 하락했다.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정상을 찍고 바닥에 내려온 경험을 했다”고, “나는 2020년에 웃으며 플레이를 한 기억이 없다”고.

그런 그가 다시 웃으며 돌아왔다. 이제 스무 살. 그는 슬며시 조아연 안에 조아연에게 질문을 건넸고, 그 대답은 ‘쉼표’였다.

●●● 오랜만이다. 반갑다. 어떻게 지냈나.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웃음). 3년 차면 긴 시간은 아닌데. 나는 진짜 정상을 찍고 바닥에 내려온 경험을 했다. 앞으로 투어에서 보낼 날이 더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많은 걸 겪고 온 느낌이다.

●●● 늘 밝고 당당한 소녀 아니었나. 

아무래도 루키 시즌보다는 밝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갤러리도 없었다. 호응도 파이팅도 없을 수밖에 없었다. 대회 때 웃을 일이라곤 지나가면서 선수들을 만나 인사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아쉽다.

●●● 루키 시즌 투어 2승과 신인왕이다. 꿈꾸던 일을 이룬 것 아닌가. 
물론 행복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잘한 건데, 그땐 만족을 잘 못했다. 잘한 건 잊고 아쉬운 것만 생각했다. 기대에 못 미친 대회에 대한 기억.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 대단한 일을 한 거다. 그래도 만족하지 못했나. 

그랬다.

●●● 원래 승리욕이 강한 편인가. 

그런 것 같다. ‘잘했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그냥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진 것? 예전보다 나를 조금 더 알아봐주는 것? 그 외에는 달라진 게 없었다. 그해 잘했다고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해서 그런가 보다.

●●● 왜 즐기지 못했을까. 

우승을 하고 잘해서 그랬을까. 오히려 나만의 여유가 더 없어진 느낌이었다. 기대에 부응해야 했고 내가 부족하던 것만 생각하니까 마음도 급해졌다. 그땐 연습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다.

●●● 주위의 기대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을 것 같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 기대가 싫지는 않았다. 못하는 선수에게 기대를 하지는 않으니까. 그만큼 내가 잘했다는 거였으니까. 다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 지난해 호주에서 초청을 받아 LPGA투어 경험도 했다. 

그게 가장 컸다. 지난해 전지훈련 초반이었다. 더 잘할 수 있는 아쉬움을 지닌 채 호주에 갔다. 3라운드까지 잘하고 두 대회 모두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를 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무너졌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 대회 때문에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다.

●●● 그 뒤로 연습만 한 건가.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가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에는 당연히 루키 시즌보다 잘할 줄 알았다. 스스로 확신이 있었다. 열심히 했으니까. 내가 아니까.

●●● 상실감이 컸겠다. 

어느 때보다 집중했고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니까 진짜 힘들더라. 방법을 몰랐다. 넌 더 해야 돼, 이거 가지고는 안 돼, 더 노력해. 이렇게 나를 채찍질했다. 칭찬도 휴식도 몰랐다. 너무 골프만 생각한 거다.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거다(웃음).

●●● 스윙에도 문제가 있었나.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스윙에도 잘못된 점이 눈에 보였다. 스윙을 고치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교정했다.

●●● 어떤 것이 보이던가. 

백스윙 톱에서 너무 급한 템포가 가장 문제였고, 오른쪽 어깨도 올라가는 게 보였다. 상·하체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상·하체 분리 타이밍에 손을 대면서 밸런스 전체가 흔들렸다.

●●● 완벽하게 고치지 못하고 시즌에 나섰나. 

일단 바꾼 스윙이 나와 안 맞았다. 연습 때는 잘된다. 대회에서는 무조건 잘 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가 10년 동안 하던 스윙보다 편하지 않았던 거다. 뒤섞여버렸다. 너무 큰 틀을 바꾼 게 문제였다. 퍼터 빼고 모든 클럽의 스윙이 그랬다. 드라이버 편차가 가장 심했다. 장기라고 하던 아이언 샷도 안되니까 성적을 낼 수가 없었다.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내가 어떻게 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 2년 차 징크스 아닌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맞다. 무조건 성적을 잘 내야 한다는 생각에 몸과 정신이 지칠 대로 지쳤던 것 같다. 나를 돌아보면서 골프를 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잘할 때는 행복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처음에 골프를 시작할 때 즐겁고 행복하던 기억을 잊은 거였다.

●●● 그래도 지금은 극복한 얼굴이다. 

너무 골프에 집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휴식기를 많이 가졌다.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연습을 그렇게 안 하니까 신기하게 다시 골프가 재밌어지더라(웃음). 여유도 생기고. 그래, 내가 골프가 이렇게 즐거워서 했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 올해 몇몇 대회를 치렀다. 

웃음을 되찾았나. 올해 대회를 하면서 느꼈다. 내가 라운드를 하면서 이렇게 웃으면서 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일부러 웃으려고 한 게 아닌데 그냥 얘기를 하면서도 웃고 있더라. 조금 다른 골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 올해 성적도 지난해보다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지난해보단 낫다(웃음). 아직 우승을 못해도 웃으면서 하고 있으니까. 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니까.

●●● 올해 스윙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이다연 언니와 코치님(조민준)이 같다. 언니 스윙은 정말 멋있고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해 보인다. 코치님께 그랬다. 내가 저 스윙이 된다면 하나도 안 고칠 거라고. 더 이상 레슨 안 받는다고. 코치님이 한마디 하시더라. “다연이도 자기 스윙을 보고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한다”고. 내 스윙에 만족할 수 없다는 걸 그때 알았다. 숭구리당당 타법으로 쳐도 공만 잘 치면 되는 거 아닌가(웃음).

●●● 잠깐 클럽 얘기를 하고 싶다. KLPGA투어에서 PXG 후원을 받는 유일한 선수다. 

특별하고 자부심도 갖고 있다. 나만 입고 나만 쓰는 것이기 때문에. 또 그만한 가치가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신인 때부터 입고 나와서 그런지 잘 어울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얘기를 들으면 브랜드 가치에 맞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사실 나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라서 PXG의 강렬하고 시크한 이미지와는 안 맞는데 신기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이 있나. 

원래 아이언이었는데(웃음). 지금은 58도 웨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자신도 있는 것 같다. 슈가대디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데 10~70m 사이 어프로치 샷은 거의 이 웨지를 쓴다.

●●● 클럽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원래 어려운 클럽이 예쁘게 생겼다. 예전에는 그런 걸 선호했다. 요즘은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 무조건 쉬운 클럽을 사용하려고 한다. 투어에서는 어떻게든 공을 잘 쳐야 한다. 다루기 쉽고 잘 칠 수 있는 클럽이 최고다.

●●● 골프는 이제 잊자. 소녀 아닌 여자 조아연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말하는 걸 좋아해 말이 많고 늘 밝은 여자?

●●● 엉뚱하거나 톡톡 튀는 이미지가 그래서 나온 건가. 

그런 것 같다. 약간 ‘슈팅스타(아이스크림 브랜드 메뉴)’ 같은?

●●● 스무 살. 어떤 의미로 맞았는지 궁금하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특별한 건 없더라. 친구들과 호프집 가서 막 술 마시고 그러고 싶었는데 술이 맛이 없더라. 빨리 취하기도 하지만. 대신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게 생겼다.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 밑에서만 자랄 수 없으니까. 사소한 것부터 혼자서 하려고 한다.

●●● 관심사가 늘었을 것 같다. 

그건 확실히 달라졌다. 쇼핑을 해도 이젠 길거리가 아닌 백화점에 가게 되고 나를 꾸밀 수 있는 화장품도 바뀌었다. 화장 기술이 성숙해졌다고 할까(웃음). 어릴 땐 눈도 입술도 다 진해야 했는데 지금은 눈이 진하면 입술에서 색을 낮춘다. 스타일도 나에게 어울리는 걸 찾아가는 과정 같다. 예전에는 엄마가 ‘촌X’ 같다고 입지 말라고 하면 안 입었는데, 지금은 내가 마음에 들면 그냥 입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내가 좋은 걸 하려고 생각이 바뀐 것 같다.

●●● 휴식 시간이 늘었다고 했다. 주로 뭘 하며 보내나. 

예전에는 그림 그리고 영화 보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은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유튜브로 배우고 있는데 시즌 끝나면 요리 학원도 다니고 싶다. 달걀 프라이와 명란아보카도덮밥 정도는 거뜬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노트에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다이어리도 어려서부터 썼다. 골프 일지 같은 건 아니라서 공개는 못한다. 첫사랑 욕도 써놓은 비밀이 많은 그런 다이어리다.

●●● 이성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었나. 

어릴 때는 무조건 잘생기면 다 좋았다. 지금은 성격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착하든 나쁘든 나와 잘 맞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사람. 처음 본 사람보다는 오래 알고 본 사람이 좋다.

●●● 이성에게도 먼저 표현할 것 같은 성격이다. 

맞다. 좋아하면 먼저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티가 나는 것 같다. 그 감정을 자제 못하는 그런 스타일? 관계를 확실하게 하고 싶다면 먼저 고백할 수도 있다.

●●● 예뻐졌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나? 

성인이 되고 만난 사람은 있다. 지금은? 노코멘트! 여기까지.

●●● 왠지 독립을 선언할 분위기다. 

내년? 그냥 로망이다. 부모님이 허락해주실지는 모르겠다. 지금 집이 편안한 감정을 준다면 내가 혼자 사는 공간은 나에게 휴식을 주는 곳이면 좋겠다. 이미 SNS로 자취 집 인테리어를 많이 보고 있다.

●●● 부모님께 공약을 거는 건 어떤가. 우승하면 독립. 뭐 이런 거. 

공약을 걸진 않겠다. 우승을 못하면 독립할 수 없는 거 아닌가(웃음).

●●● LPGA투어에 대한 생각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한국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 어떻게 달랐나. 

한국은 성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외국은 모든 선수가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왠지 나도 그곳에 가면 골프를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무대였다. 테라스에 앉아 맥주 한 병 마시면서 환호하는 갤러리의 모습조차 자유로워 보였다.

●●● 해외에 적응을 잘할 성격이다. 성적도 더 잘 나올 것 같은데. 

그런 기대도 있다(웃음).

●●● 어떤 여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밝고 귀여운 여자? 사람들이 나를 보고 밝은 에너지를 가져갔으면 좋겠다. 나를 만나면 즐거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는 그런 사람. 그러려면 내 말을 줄이고 상대방 말을 잘 들어줘야 할 것 같다.

●●● 오늘 만나 시간 가는 줄 몰랐다(웃음).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윤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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