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칼럼] 그린 스피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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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칼럼] 그린 스피드의 조건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07.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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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17번홀 그린. 2018 마스터스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신중하게 그린을 살펴보는 토미 플리트우드.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17번홀 그린. 2018 마스터스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신중하게 그린을 살펴보는 토미 플리트우드.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좋은 골프 코스의 조건에서 그린은 중요한 요소다. 혹서기에도 빠르거나 혹은 적절한 그린 스피드의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행운이다. 

최근 그린 스피드 4.0m 정도의 대회 그린에서 플레이하는 행운이 있었다. 수많은 라운드 경험이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그린 스피드였다. 피트(Feet)로 환산하면 13피트가 조금 넘었으니 그 자체로 유리알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그린 스피드가 보통 13피트 정도이고 마스터스토너먼트의 경우 그보다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PGA투어와 크게 차이가 없는 그린 상태로 보면 되겠다. 처음 맞이하는 그린 스피드는 그간의 방법과 전혀 다른 그린 플레이가 필요했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골프를 경험하게 했다.

그린 스피드를 결정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그린 잔디의 예고(깎는 높이), 잔디의 밀도, 그린 잔디를 누르는 롤링 정도, 잔디의 종류, 그린의 경도 등이 중요하다. 그 외 햇살, 습도, 바람, 물 그리고 배수 등이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그린 스피드를 높이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린 잔디가 촘촘하게 유지되어 밀도가 높고 잔디를 높게(길게) 깎을수록 스피드는 느려진다. 적절한 밀도를 유지하면서 예고를 낮추어 깎아야만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잔디에는 보호해야 하는 생장점이 있어 깎는 높이를 무조건 짧게 할 수는 없다. 또 잔디 밀도가 낮으면 짧게 깎을 수 없게 된다. 여러 요소를 충족해 그린 스피드를 빠르게 유지해도 잔디는 생물이라 점점 자라고 시시각각으로 변하게 되어 있다. 일반 골퍼들이 그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스피드만 유지해도 코스 관리자의 노고를 인정해줘야 한다.

그린 스피드를 아무리 잘 유지해도 언듈레이션 없이 그린이 평평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린 스피드는 그린 경사도가 적절할 때 빛이 나고 상승 효과를 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린 스피드와 그린 경사도는 그린의 기능에 필수적 요소이고 이것이 그린 플레이를 즐겁게 하며 나아가 골프를 즐겁게 한다. 그린 스피드와 그린 경사도는 골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린 스피드가 빠르고 적절한 언듈레이션과 경도를 갖고 있다면, 티잉 구역부터 공략 루트를 정확히 찾아가야 한다. 그린에 도달하는 어프로치 샷을 할 때 그린이 열려 있어야만 유리하다. 그린이 열려 있다는 의미는 공략 라인 내에 벙커나 연못 등의 장해물이 없다는 말이며, 그린의 낮은 곳을 찾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 스피드가 빠른 것은 꼭 그린 플레이가 능숙한 사람에게만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티 샷부터 어프로치 샷뿐 아니라 코스 매니지먼트를 잘하는 골퍼에게 유리하다. 결국 그린 스피드가 빨라야 진정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적절한 스피드는 어느 정도일까? 핀이 2~3%의 경사도에 꽂혀 있다고 가정할 때 그보다 더 심한 경사도에서 백스핀같은 물리적 힘이 없이 중력에 의해 굴러갈 정도의 스피드가 되어야 한다. 경사가 심한 경사지의 중간에 공이 서버리는 스피드는 느린 그린이라고 보면 된다. 대개 그린 스피드가 2.6m 이상이라면 주말 골퍼가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없다.

혹서기에는 잔디를 짧게 깎아 유지하기 어렵다. 강렬한 햇살과 배수 문제로 그린 잔디가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혹서기에는 대부분 그린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 이런 어쩔 수 없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터무니없이 공을 때려야만 굴러가는 그린 스피드로 골프 경기의 재미를 반감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혹서기에도 제대로 그린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골프장이 바로 좋은 코스다. 

* 강명식은 외과 전문의로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골프다이제스트 골프 코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 소설 <레드재킷>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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