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골프 특집] 찰떡궁합 골프장의 비밀
  • 정기구독
[커플골프 특집] 찰떡궁합 골프장의 비밀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1.10.28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궁합이 중요하다. 같이 플레이하는 동반자와 궁합이 잘 맞아야 하고 캐디와 궁합도 잘 맞아야 한다. 또 골프장과 궁합도 매우 중요하다.

선연과 악연

서로 눈만 바라봐도 대화가 통한다는 커플들을 이른바 ‘찰떡궁합’이라고 부른다. 골퍼와 골프장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특정 골프장만 가면 우주의 기운을 느끼며 최고의 샷을 날리는 골퍼가 있다. 또 어떤 골프장에만 가면 좋은 컨디션임에도 불구하고 저주받은 스코어가 나오기도 한다.

골퍼마다 자신에게 맞는 골프장이 있다. 프로 골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82승을 기록한 타이거 우즈는 우승 횟수가 많은 만큼 다승을 챙긴 골프장도 많다. 우즈는 플로리다의 베이힐골프클럽과 샌디에이고에 라호야에 위치한 토리파인스골프클럽에서만 각각 8승을 챙겼다.

특히 전성기의 우즈는 토리파인스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완벽한 궁합을 자랑했다. 아마추어 시절 우승한 두 번의 선수권 대회를 포함하면 토리파인스에서만 10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토리파인스는 태평양 해안가에 위치한 코스로 전장이 길고 러프가 억세다. 그린까지 단단해 난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우즈는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토리파인스에서 첫 라운드를 했고 주니어 시절에 훈련 장소로 자주 애용했다.

우즈는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안정감을 주는 골프 코스라고 평가했다.  우즈가 프로 데뷔 후 토리파인스에서 거둔 첫 우승은 1999년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이었다.

당시 우즈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빌리 레이 브라운은 난도가 높은 토리파인스에서 신들린 플레이(우즈는 토너먼트 레코드인 22언더파를 기록했다)를 펼치는 우즈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토리파인스에서는 모든 샷을 잘 구사해야 한다. 드로, 페이드 모두 완벽해야한다. 우즈는 자신의 거리를 정확하게 조절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홀 위치에 따라서 최적의 공격 루트를 만들어가는 능력도 갖췄다.”

우즈가 토리파인스에서 많은 승수를 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스를 훤히 꿰뚫고 있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며 정교한 장타를 날리는 전성기의 우즈에게 토리파인스 골프클럽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할 수밖에 없는 골프장이었다.

하지만 우즈와 반대로 토리파인스 골프클럽과 유난히 궁합이 맞지 않는 골퍼도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잰더 쇼플리는 토리파인스 인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 토리파인스에서 많은 플레이를 했던 선수다. 쇼플리는 2008년 US오픈에서 우즈를 갤러리로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쇼플리는 투어 데뷔 후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 다섯 번 출전해 네 번이나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3연속 예선을 탈락했고 2019년 처음 예선을 통과해 토리파인스에서 부진을 만회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다시 예선을 탈락했다.

토리파인스에서 5년간 12번의 라운드 중 절반인 6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치는 데 실패했다. 쇼플리는 “토리파인스를 좋아하지만 이곳이 나에게 친절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하며 코스와의 궁합을 표현했다.

우즈와 쇼플리처럼 같은 골프장에서도 궁합이 잘 맞는 골퍼와 맞지 않는 골퍼가 극명하게 갈린다. 천하의 우즈도 모든 골프장에서 좋은 성적만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쇼플리가 토리파인스에서 힘을 못 쓰는 것처럼 우즈에게도 지독하게 궁합이 맞지 않는 골프장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컨트리클럽은 우즈가 유년 시절을 보낸 지역의 명문 코스다.

또 우즈가 만 16세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처음 출전한 PGA투어 경기 코스가 리비에라컨트리클럽일 정도로 인연이 있는 골프장이지만 이 골프장은 ‘타이거의 무덤’으로 불린다.

우즈는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이 있는 리비에라컨트리클럽에서 우승을 간절하게 원했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또 지난 2월 리비에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에서 호스트로 대회장을 지켰던 우즈는 대회 종료 다음 날 교통사고까지 당해 리비에라와 악연을 이어나갔다.

궁합에 과학 한 스푼

누구나 유난히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 골프장이 있다. 반대로 플레이가 잘 풀린 것 같지 않지만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골프장도 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저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골프장은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골프 코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골프장과 골퍼의 궁합이 결정되는 것일까. 골프장과 골퍼의 궁합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골퍼가 구사하는 샷의 구질이나 비거리, 잔디 종류, 코스 구성 등 환경이나 기술 측면이 크고 심리도 일부 작용한다. 특히 골퍼의 단점이 부각되는 레이아웃이라면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따라서 아마추어 골퍼에게 코스 설계 난이도는 궁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초보 골퍼와 비거리가 부족한 여성 골퍼가 궁합이 잘 맞는 골프 코스를 찾고 싶다면 가장 먼저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을 눈여겨봐야 한다.

코스 레이팅은 코스의 난이도를 측정해 일정한 기준에 의해 산정된 표준치다. 코스 레이팅이 높을수록 난도가 높은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슬로프 레이팅은 보기플레이어를 기준(핸디캡+18)으로 코스의 난이도를 표시한 것으로 113보다 높으면 상대적으로 어려운 코스라는 뜻이다.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이 높은 코스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기 힘들어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코스라고 느낄 수 있다.

잔디도 골퍼와 궁합이 있다. 골퍼마다 임팩트 시 어택 앵글(클럽 진입 각도)이 다르기 때문이다. 클럽 진입 각도가 얕은 골퍼는 한국 잔디(난지형 잔디)를 사용한 골프장과 궁합이 더 잘 맞는다.

잎이 넓어 볼이 잔디 위에 살짝 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택 앵글이 가파른 골퍼는 양잔디를 심은 골프장과 궁합이 더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설계가와 궁합도 맞춰보자 골프장 설계가가 좋아하는 구질이 골프장의 성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로 이름을 날리는 잭 니클라우스는 “나는 페이드 샷을 잘하기 때문에 초창기에 설계한 코스는 주로 오른쪽으로 휘는 홀을 많이 만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이 잘 구사하는 구질에 궁합이 맞는 코스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왼손잡이 골퍼에게 더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골프장도 있다. 브룩스 켑카는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의 티 샷은 대체로 드로 샷에 최적화되어 있다.

필 미컬슨이나 버바 왓슨 같은 왼손잡이에게는 파워 페이드가 된다”며 왼손잡이 골퍼가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더욱 유리하다고 말했다.

물론 브룩스 켑카처럼 샷 기술 수준이 높은 프로 골퍼들은 드로 샷과 페이드 샷 구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만, 오른손잡이 골퍼에게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 샷은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구질이다.

드로 샷은 오른쪽으로 휘는 페이드 샷보다 탄도가 낮고 지면에 떨어지면 많이 구르게 된다. 골퍼가 생각했던 타깃 방향보다 더 왼쪽으로 휘어질 우려가 있다.

페이드 샷은 드로 샷보다 탄도가 높고 백스핀도 많아 샷의 정확도가 더 높다. 세밀한 코스 공략에 유리한 구질이다. 마이크 위어, 필 미컬슨 그리고 버바 왓슨은 왼손잡이 골퍼의 장점인 왼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 샷을 잘 구사해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게 코스 레이아웃을 파악하면 자신의 구질과 골프장의 궁합을 파악할 수 있다.

제 마음에 괴어야 궁합

누구나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코스에서 플레이하고 싶을 것이다. 프로 골퍼도 골프 코스와 궁합을 따져서 출전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최경주는 궁합에 맞는 코스인지 맞지 않는 코스인지에 따라 코스를 구분한다. 마음에 드는 코스, 마음에 들지 않는 코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코스다. 대회 출전 일정을 계획할 때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는 과감하게 제외한다.

타이거 우즈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코스에서 경기가 열리면 그 경기는 건너뛰는 선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는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거나 난도가 높은 코스라 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그 코스를 건너뛸 필요는 없다.

최근 골프 코스 홈페이지에 홀 설명과 함께 코스 공략 방법도 함께 설명해놓은 골프장이 많다. 이것을 참고해 코스 설계가가 홀을 디자인한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면 큰 도움이 된다.

만약 페어웨이가 좁은 코스라면 비거리보다 정확도가 높은 클럽으로 티 샷을 하는 용기도 필요다.

또 그린 콤플렉스의 난도가 높은 골프장의 경우 로프트가 높은 로브 웨지를 준비하는 것도 스코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한두 번 나쁜 스코어를 기록한 적이 있다고 해서 나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골프장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불필요한 징크스를 만들어낼 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 자신의 골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골프 코스를 파악한다면 악연으로 시작한 골프 코스도 찰떡궁합 코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