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필드에 나타난 ‘사막여우’ 임희정
  • 정기구독
[스페셜 인터뷰] 필드에 나타난 ‘사막여우’ 임희정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10.28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김시형
사진=김시형

어? 닮았네. 그래 닮아서 붙은 별명일 거야. 이야기를 나누다 문뜩 떠오른 <어린 왕자> 속 사막여우.

지금부터 길들여지지 않은 임희정을 만날 행복해질 시간. 

●●● 귀한 사막여우를 모셨다. 별명이 귀엽다.

(박)현경이가 대표 팀 생활 같이 할 때 “너 웃을 때 사막여우 닮았다”고 얘기를 많이 해서 붙은 별명이다. 처음엔 말하기 민망했다. 선수로서 캐릭터가 하나 있으면 좋은 거니까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전)인지 언니가 덤보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것처럼. 팬들이 사막여우와 연관된 걸 많이 선물로 주신다. 우드 헤드 커버도 뜨개질로 따서 주신 건데 정말 감사드린다.

●●● 거울 볼 때 스스로 닮았다고 생각하나?

No! 거울로 볼 땐 잘 모르겠다. 사진으로 볼 때 닮았다고 느낀 적은 있다(웃음).

●●● 그래서 사막여우에 대해 조사했다. 시작! 사막여우는 기온차에 강하다. 날씨 영향을 받는 편인가?

맞다. 요즘은 날씨가 안 좋을 때 성적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사막여우가 기온차에 강하다고 하니까 겨울이든 여름이든 잘 치는 선수가 돼야 할 것 같다.

●●● 사막여우는 수분 섭취를 많이 하지 않고 땀도 많지 않다. 여름에 강한가?

그건 맞다. 여름에 성적이 잘 나오고 추울 때 잘 못 치는 편이다. 근데 땀은 많은 편이다. 물도 많이 먹고. 이건 다르네.

●●● 사막여우는 발바닥에 털이 있어서 모래에 잘 빠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벙커 샷이 편한가?

사막여우 박사님이시네! (웃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는 훨씬 많지만. 벙커 샷은 투자한 시간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다. 자신이 있는 편?

●●● 사막여우는 주로 채식을 하고 곤충도 먹는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나 요리는?

한식, 일식을 즐기고 분식 종류를 좋아한다. 지금은 떡볶이 먹고 싶다. 쌀떡으로. 곤충은 먹지 않는다. 요리는 좋아한다. 인터넷 레시피 보고 하는 정도? 가끔 엄마한테 밥도 차려드린다. 계란말이를 잘한다.

●●● 만약 사막여우를 반려동물로 키울 수 있다면?

루키 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정말 키우는 사람이 있더라. 키우고는 싶지만 사막여우에게 미안할 것 같다. 사막에서 살아야 하는 친구니까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동물원에서 보는 걸로!

●●●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는 관계에 대해 말한다. 평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인가?

두루두루 원만한 편인데 그렇다고 엄청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아한다. 마음을 열면 잘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래도 원만하게 잘 지내는 편인 것 같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스타일?

●●● 그럼, 이제 골프 이야기를 해보자. 프로 입단을 참 쉽게 한 느낌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거 아닌가?

엘리트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최)혜진 언니, (박)민지 언니, (박)현경이 같이 대표 팀을 좀 오래 했던 선수들이 있어서 2~3년은 연속으로 한 선수가 엘리트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간에 쉼 없이 바로 올라왔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는 힘든 시간을 덜 보내고 올라온 것 같긴 하다. 그 당시 아시안게임 준비할 때라서 연습량이 정말 많았다. 이번에 못 올라가면 다음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되는 것도 만들어내려고 했다. 힘들었다. 아마 지금보다 그때가 정신력이 더 강했을 거다.

●●●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엄마가 연습장에서 근무하셨다. 그래서 우연히 골프를 접했다. 클럽에 볼이 맞는 타감이나 홀에 공 떨어지는 소리를 좋아했다. 신기했다. 내가 치는 대로 탄도 조절이 되고 생각보다 공을 잘 맞혔다. 내 나이 또래보다 골프의 재미를 빨리 느낀 것 같다. 그래도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경험 삼아 대회에 참가했는데 베스트 스코어를 냈다. 대회 나갈 때마다 계속 좋은 성적이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 고향이 태백이다. 골프를 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을 텐데.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연습장이라고 해봐야 서너 개 정도밖에 없었으니까. 선수를 할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 실내 연습장에서 학교 끝나고 가서 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고 오니까 그렇게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해주신 것 같다.

●●● 어떤 소녀였나?

항상 대회 기간과 겹쳐서 수학여행도 한 번 못 가봤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태백에서는 그런 얘기가 있었다. 임희정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는(웃음). 야무지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 태백에서 골프 선수가 처음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 어머니가 딸을 아주 잘 키우셨다.

다른 부모님과 조금 달랐다. 성적에 대해 화를 전혀 안 내셨다. 성적을 떠나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는지만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때 친구들은 오버파를 많이 치면 먼저 부모님한테 혼날 생각부터 했다. 난 그런 스트레스 없이 골프를 했다. 골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 않게 엄마가 도움을 많이 주신 것 같다.

●●● 지금은 어머니와 어떤 사이인가?

좋다. 점점 서로 터놓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져 친구처럼 지낸다. 대회장에서도 항상 함께한다. 예전엔 엄마의 강한 모습만 보고 지냈는데 지금은 가끔 여린 모습도 보고 하니까 나이가 들수록 어려진다는 말이 사실인가 싶다. 이젠 조금씩 나한테 기대시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사진=김시형
사진=김시형

●●● 루키 시즌 3승. 화려한 데뷔다.

맞다. 그땐 실감이 안 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대단한 거였더라. 우승 한 번 하기도 이렇게 힘든데 그땐 어떻게 3승을 했을까 생각이 들더라. 루키 땐 갤러리도 많다 보니까 긴장도 좀 하고, 그러다 보니 좋은 성적도 나온 것 같다. 사실 그때 우리 00년생 세 명이 굉장히 주목을 받았다. 상반기에 동기들은 조금씩 치고 나가는데 나는 컷 탈락을 많이 해서 조급함이 있었다. 하반기에 연습한 게 나오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 아쉽게 신인상은 놓쳤다.  

루키 시즌 3승 한 선수가 신인상을 못 받은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컷 통과를 해야 포인트를 받는 시스템인데 상반기에 컷 탈락을 많이 한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그 뒤에 팬클럽도 생기고 주위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겨서 위로가 되고 좋았다. 2년 차인 지난해 우승이 없었다. 두 번째 시즌 첫 대회 때 우승 기회가 왔다. 그때 현경이한테 넘겨주면서… 그때 첫 우승을 했으면 그해가 또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2년 차 징크스를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역시 첫해 잘해놓은 부담감을 무시할 수는 없더라.  

●●● 그해 두 번이나 박현경에게 우승 기회를 넘겼다.

아쉬웠다. 근데 현경이와 우승 경쟁을 할 때 분위기가 달랐다. 난 이미 3승을 한 상태였고 현경이는 약간 아쉬울 게 없던 상황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난 것 같다. 그때 현경이가 우승하고 조금 미안해하긴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서로 우승을 한 상태니까 나중에 우승 경쟁을 하게 되면 진짜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것 같다.

●●● 둘이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만나면 우승 경쟁했던 얘기도 하나?

전혀 안 한다. 인터뷰나 촬영 갔을 때 그런 질문을 받고 얘기하는 정도다. 대회에서는 내가 플레이한 거니까 결과에 대해서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또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그래서 지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웃음).

●●● 올해 다시 우승했다. 대회장이 정선이다.

갤러리가 허용될 때까지 우승을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정선에 갔는데, 이상하게 하이원CC에 가면 편안한 느낌이 많이 들더라.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도 있고 감이 많이 올라온 상태였고 공격적으로 하자고 생각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우승한 하이원에서 우승을 하게 돼 두 배로 기뻤다. 거기에서는 믿음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응원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 프로 3년 차다. 달라진 게 있나?

올해 초 겨울에 개인적으로 변화가 많았다. 왜 우승을 못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플레이를 해야 우승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고 쇼트 게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예전에는 안정적으로 치려고 했다. 지루한 플레이를 한 거다. 지금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치니까 플레이도 재밌어졌다. 내가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라는 것을 알았다. 대회 성적에 대한 미련을 조금씩 버리고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 자유자재로 공을 다룰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 멘탈이 강하다.

스스로는 약하다고 생각했다. 투어 데뷔하고 돌이켜보니 강한 편인 것 같다. 긴장해도 티가 잘 안 나는 스타일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갤러리가 있고 긴장될 때 오히려 더 차분해지고 집중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플레이가 안 풀려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편이다.

●●●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면.

수면 시간! 7~8시간 수면은 꼭 지키려고 한다. 잠을 많이 자야 플레이가 잘되는 스타일이다. 평균 오후 10시가 취침 시간이다. 저녁은 고기를 줄이고 최대한 과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LPGA투어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가고 싶은 곳이다. 억지로 기회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KLPGA투어에서 어느 정도 승수를 더 쌓아야 LPGA투어에 가서 실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믿고 볼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저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성공하더라. 이런 말을 듣고 싶다. (김)효주 언니를 보면 무조건 파세이브는 한다는 믿고 보는 선수 아닌가? 나도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보여드리겠다.

●●● 우리 나이로 스물두 살이다. 요즘 관심사가 궁금하다.

올해부터 취미 찾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골프만 했는데, 힘들 때 돌파구가 없으니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올해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생각하고 있다.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하는지 찾아 보고 싶다. 일단 자유를 찾기 위해 운전면허를 따려고 한다.

●●● 갖고 싶은 차가 있나?

운전면허를 따고 싶은 거지 그렇다고 차를 사고 싶은 욕심은 없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웃음). 굳이 산다면 작은 전기차 정도? 내 관심은 안전한 부동산에 있다.

●●● 독립을 준비하는 건가.  

독립은 아니다. 나중에는 결국 혼자 살아야 하니까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다. 지금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층집이다. 내가 혼자 2층을 쓴다. 화이트에 파란색 포인트 벽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충분히 좋다.

●●● 또 다른 건?

많다. 베이킹도 배우고 댄스도 배우고 싶다. 친언니가 춤을 잘 춘다. 언니와 함께 춤을 추니까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더라. 또 춤을 춰보니 잘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배워봐야겠다. 괜히 이런 말해서 춤추라고 시킬까 봐 겁난다(웃음).

●●● 노래 실력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다. 아델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할 정도니까.

아, 아델…. 그때보다 지금 늘었다(웃음). 집 아래층에 노래방과 헬스장을 만들었다. 집에 갈 때마다 연습했더니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신나는 노래나 힙합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감성 있는 발라드가 좋더라. 바이브의 ‘가을 타나 봐’ 이런 노래가 좋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팝송도 좋아한다. (휴대전화의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본 뒤) 장르 구분이 없다.

●●● 사랑은 해봤나?

사랑. 안 해봤다. 한 번도. ‘썸’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운동선수는 연애하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골프만 신경써서 그런지 모르겠다. 이러다 나 진짜 연애 못하는 거 아닌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변에 연애하는 친구들이 많다. 난 아직은 골프에 더 집중한 뒤 20대 중반 즈음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 그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도 안다. 그래도. 연애는 잘 모르겠지만 결혼은 일반인과 하고 싶다. 착하고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이면 된다. 외모는 귀여우면 합격!

●●● 미래에 대해 상상해본 적 있나? 서른, 마흔….

올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직 40대는 먼 것 같고 은퇴 시점을 서른다섯 살로 생각하고 있다. 신지애, 박인비 프로님처럼 자기 관리를 잘해서 그때까지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은퇴 이후에는 경기 해설도 하고 싶고 골프계에 남고 싶다. 아니면 지금부터 재테크를 잘해서 백수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 

임희정_나이 : 만 21세ㅣ프로 데뷔 : 2018년ㅣ우승 : KLPGA투어 4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대표전화 : 02-6096-2999  /  팩스 : 02-6096-2998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손은정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1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