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칼럼] 변별력 위한 그린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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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칼럼] 변별력 위한 그린 콤플렉스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11.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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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힐스 7번홀.
우정힐스 7번홀.


그린과 그린 주변엔 여러 모양과 경사가 왜 필요하고,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또 그린과 그린 콤플렉스의 숙련된 관리는 왜 중요할까?

굳이 티잉 에어리어까지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그린에 접근하는 샷이라면 다양한 퍼포먼스를 요구한다. 위험, 보상 그리고 변별력을 위해서다. 단순히 롱 게임만 요구하는 게 골프가 아니기에 그린과 그린 주위에서 선수들의 다양한 퍼포먼스는 현대 골프를 발전시키고 빛나게 한다.

우리나라에 골프가 도입되고 18홀 정규 골프장을 만들어 골프 경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골프 역사를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아니니 이전의 골프장 역사는 생략하겠다. 1990년대 이전의 국내 골프장은 대부분 일본 기술에 의존했다. 두 개의 그린을 만들고 산악 지형의 특성 탓에 거의 획일적으로 앞이 낮고 뒤는 높게 그린을 설계했다. 페어웨이는 평평하고 그린은 앞뒤 경사도가 매 홀 비슷하면서 그린의 언듈레이션은 거의 없었다.

그린 주위 역시 물 빠짐을 위한 배수로 정도의 굴곡 이외에 모두 비슷하게 평이했다. 또 그린 입구는 티잉 에어리어부터 직선에 가깝게 배치해 페어웨이 정중앙에 두었다. 확 뚫려 안정감이 있으면 좋은 줄 알았다. 그렇게 그린 입구를 중앙에 두는 것이 설계적으로 금기시되는 요건인지는 알 필요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린은 주위 구조물에 따라 그린 경사도와 모양을 유기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저 배수가 좋도록 대부분 포대 그린(Elevated Green)으로 설계하고 그 외는 굴곡 없이 평이하게 꾸며야 좋은 골프장이라고 생각했다.

1990년대 우리나라 골프장 설계에 대혁신이 온다. 한국 골프가 새로운 현대 골프로 전환점을 맞은 것은 1993년 우정힐스의 등장이다. 현대 골프의 천재 설계가인 피트 다이(Pete Dye)는 이동찬 회장의 전폭적 신뢰를 받았고, 다이의 아들 페리 O. 다이(Perry O. Dye)를 통해 그의 설계 특성을 살린 명작을 빚어낸다. 오너의 믿음 속에 다이의 설계 철학이 펼쳐지면서 새로운 개념의 골프장이 탄생한 것이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도입되었고, 그린 주위의 부속기관이 생겼다. 단순히 그린 앞이 낮고 뒤가 높았던 이전 골프장과는 다르게 홀로(Hollow), 뱅크(Bank), 리지(Ridge), 힐록(Hillock) 등이 생겼다. 깊고 긴 벙커, 그린 주위에 움푹 꺼진 곳, 구릉, 그라스 벙커, 그린 턱까지 배치된 워터해저드, 아일랜드 그린 등 모두 생소했다. 처음 보는 그린 콤플렉스와 파도가 치는 듯한 페어웨이의 굴곡은 그곳 회원들조차 호불호가 갈릴 정도였다. 이후 우리나라의 골프 설계는 눈에 띄게 성장한다.

이렇듯 그린 주위는 모두 의미 있는 설계로 꾸며야 한다. 전부 굴리는 러닝 어프로치로 해결이 가능하면 변별력이 떨어지며 좋은 골프장으로 보기 어렵다. 필 미컬슨의 환상적인 ‘플롭 샷’이 필요하기도 하며 100야드 전방에서 굴려 어프로치하는 경우도 있어야 제대로 된 설계라는 것이다. 10cm가 넘는 러프가 있고 짧고 타이트한 그린 주변 페어웨이도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는 모두 인고의 긴 세월로 만들어낸 자연의 조화가 제격이다. 하지만 골프 코스 설계에서 자연과 조화는 단숨에 만들어지는 건 어렵다. 현대 골프에서는 인공적으로라도 그것에 가장 가깝게 만들어내는 것, 이런 골프장이 바로 좋은 골프장이다. 

* 강명식은 외과 전문의로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골프다이제스트 골프 코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 소설 <레드재킷>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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