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할 정도로 패기만만한 브룩스 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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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할 정도로 패기만만한 브룩스 켑카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1.11.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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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클 슈워츠

브룩스 켑카는 냉혈한 킬러처럼 보이진 않는다. 메이저 대회 4승을 기록한 올해 서른한 살의 브룩스 켑카는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촬영을 위한 옷은 옷걸이째로 오른쪽 어깨에 얹혀 있다. 

오른쪽 무릎이 붓고 틀어진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큼직한 흉터도 남아 있었다. 3월에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슬개골이 탈구되며 오른쪽 다리 아랫부분이 기형적으로 돌아갔던 끔찍한 사고의 잔재였다. 그런 다리를 내려다보며 켑카가 했던 행동은 그야말로 냉혈한 킬러나 할 수 있을 만한 일이었다. 그는 다리를 곧게 펴고 슬개골을 내리쳐서 제자리에 끼웠다. 그 과정에서 뼈가 으스러졌고 남은 뼈에 슬개건을 다시 이어 붙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촬영에 앞서 그때의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들려주는 모습은 2015년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15번의 톱 10을 기록하며 말보다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해온 선수다웠다. 그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건 자신의 문제라고 말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깊이 있는 인터뷰였다는 이번 만남에서 그는 현대의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 우승을 위한 체력과 멘탈의 조건, 2019년 마스터스와 2021년 PGA에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의 역사적인 우승에 희생양이 된 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Q. 가방의 구성이 일반적인 투어 선수들과 다른 것 같다. 큼직한 로고도 없이 여러 회사의 클럽이 섞여 있다. 심지어 이제 단종된 제품도 들어 있다. 
A. 나는 클럽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더스틴 존슨도 말로는 클럽을 바꾸지 않는다는데,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자주 바꾼다. 그걸 교체로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대회에 다섯 개 정도의 드라이버를 가지고 나온다. 퍼터도 계속 교체한다. 3번 아이언과 5번 우드를 번갈아 사용한다. 나는 아직도 나이키의 3번 아이언을 가지고 있다. 5년째 쓰고 있다. 또 지금도 SM4 보키 웨지로 플레이한다. 지금은 버전이 어디까지 왔지? SM8? 지금의 퍼터는 1년 반쯤 됐지만 2008년부터 같은 모델을 사용해오고 있다.

Q. 서른한 살이다. 올해 큰 무릎 수술을 받았고 손목 수술도 여러 번 했다. 스무 살 때와는 체력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 미래가 예상한 것보다 빨리 온 느낌인가?
A. 머릿속으로는 아직 스물한 살이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내가 더 이상 제트스키를 타거나 웨이크보드 같은 것을 탈 수 있는 청춘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 30분이 걸린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활동성이 떨어지다 보니 무릎 수술 이후 5~8kg이 불었다. 지금은 컨디션 유지를 위해 항염증 식품을 많이 먹는다. 조리사는 나의 다음 식사 시간을 고려해서 일찍 먹을 때와 늦게 먹을 때에 맞게 음식을 차려준다. 자전거는 전속력으로 탈 수 있지만 예전에 카밀로 비예가스가 그랬던 것처럼 마이애미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Q. 예전에 앉은자리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적이 있다고 들었다. 대학생 때 골프에 더 전념할 수 있도록 식단을 바꾸거나 술을 끊었다던데. 
A. 맞다. 스위치를 끄듯이. 나는 전화를 끄거나 어떤 사람을 차단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 절친한 친구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예전에는 올라오는 글을 모두 읽었다. 플레이를 마치고 돌아오면 글이 500개쯤 밀렸어도 전부 읽곤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한테 중요한 건 오직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뿐이니까. 잘 자고, 휴식을 취하고, 먹고, 연습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나중 일이다. 

Q. 그러면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지 않나?
A.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가족 관계도 지금보다 좋았을 것이다. 가끔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때 집에 가는데, 부모님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지만 2~3일 동안은 긴장을 풀고 대회 모드를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안에 계속 머물게 된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하는데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우리 부모님이나 동생(체이스)이 들으면 서운할 것이다. 동생도 자기만의 일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자주 만나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그런 관계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나는 최고의 골퍼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도 10년 동안은 지금처럼 지낼 것이다. 그건 극한의 멘탈 관리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치러야 할 희생이다. 

Q. 요즘은 소셜 미디어, 이런 인터뷰, TV 프로그램까지 과거를 일깨워주거나 특정 선수와의 관계에 대해 묻거나 미래를 예측하게 만드는 각종 메커니즘이 넘쳐난다. 그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나?
A. 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존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고자 한다. 형편없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걸 나보다 더 부끄러워할 사람은 없다. 가끔 팬들 사이를 지나갈 때 그들이 뭐라고 하면 시선을 조금 내리게 된다.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은 강해야 한다. 이건 내 인생 전체에서 단 하루에 불과해. 이건 내가 아니야. 어떤 종목에서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그게 우리를 규정하는 건 아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Q. 타이거가 지금까지 살면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10년 동안 쉬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A. 맞는 말이다. 나는 기질상 완전히 몰입하거나 아예 놔버린다. 지난 5년 동안은 나를 컨트롤하며 그에 따른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게 제나 덕분인지,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됐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조금씩 성숙한다. 이유를 딱 집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게 어우러지고, 그것이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이게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이며 그걸 고수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예를 든다면?
A. 처음 플레이를 했을 때는 다혈질이었다. 대학 시절에 폭발한 건 늘 스탠드백의 다리 때문이었다. 내 가방의 다리는 늘 구부러져 있었다. 대학 팀의 트레이 존스 감독님은 가방의 다리는 나뿐만이 아니라 플로리다주립대를 거쳐간 모든 선수 그리고 앞으로 거쳐갈 모든 선수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말씀하셨다. 한번은 웨지로 시도한 어프로치 샷을 실패한 후 웨지를 가방에 던져 넣다가 다리를 치게 되었고 다리가 구부러졌다.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장면을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감독님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데 머릿속에는 감독님이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5초 내로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또 한 번은 홈 코스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을 때다. 첫 홀에서 무려 5타를 하고 두 번째 홀에서는 볼이 벙커에 빠져서 모래에 파묻혔다. 온갖 꼴사나운 몸짓을 하고 신발을 내려다보면서 여길 어떻게 빠져나갈지 궁리했다. 그때 감독님이 내 옆에 있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앞으로 신발을 내려다볼 계획이면 그때마다 너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지 깨달을 수 있도록 내가 거기에 뭔가 적어주마. 그러면서 한참 야단을 치셨다. 가혹했지만 내게 필요한 말이었다. 

Q.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A. 한 3~4년. 정말로 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에 탬파에서 블레이크와 얘기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도 코스에서 더스틴처럼 행동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는 그의 비결을 알아내겠다고 결심했다. 더스틴이 펀치 샷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볼이 모서리 끝에 맞고 튀어 올랐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거기서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블레이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저걸 보면서 웃을 수가 있지? 나 같으면 완전히 폭발했을 텐데.” 블레이크가 더스틴에게 물어보자고 말했다. 그래서 그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그는 아마 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약자라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을 툭툭 털어내는 데에는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일 것이다. 내 캐디인 리키 엘리엇이 그레임 맥다월과 절친한 사이인데 그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레임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최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파악해서 샷을 할 때마다 정확한 샷을 정확한 지점으로 보내고 또 그다음으로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Q. 당신은 그다음 시즌 초반에 피닉스에서 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A.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맞춰가기 시작할 때였다. 더스틴을 고스란히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와 그레임에게서 내게 도움이 될 것만 가져왔다. 이렇게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하자 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도 나는 다른 선수들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눈여겨보면서 그 선수나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에게서 교훈을 얻는다. 작은 틈으로도 실낱같은 희망을 보게 된다. 그런 희망을 어떻게 활용할까? 성공한 사람들을 가까이하면 그들의 마음가짐이 내게 전이되고 그걸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Q. 요즘도 그렇게 화가 나나, 아니면 다른 식으로 해소하나? 
A.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꾼다고 보는 편이 맞다. 전에는 웨지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빌어먹을! 100야드 앞에서 그린도 맞히지 못하는데 300야드 밖에서 페어웨이에 볼을 올릴 수 있는 거야? 그러고는 세 홀이 지나도록 속을 끓였다. 지금은? 그런 샷을 하면 오케이, 조금 민망하군.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비웃고 있어. 낄낄거라는 소리가 들리네. 그렇다면, 어디, 이걸 좀 보라지. 

Q. 2019년에 오거스타에서는 어땠나? 일요일에는 코스 전체가 타이거에게 열광했다. 상황이 본인에게서 멀어질 때 그런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편인가? 
A. 침묵이 더 소란스러운 법이다. 앨라배마가 시도했던 필드 골을 오번이 잡아서 종료와 동시에 터치다운했을 때 어땠나? 오번 쪽 사람들을 제외하면 쥐 죽은 듯 조용했을 게 분명하고 그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나한테 그건 응원이다. 오거스타의 팬들은 매우 존경스럽지만 타이거에게는? 다른 누구보다 50배 큰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나는 그런 침묵을 원한다. 

Q. 타이거는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그에게도 드문 일이었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리더보드에서 주목한 하나의 이름으로 당신을 거론했다. 당신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A. 처음 듣는 얘기다. 나는 그를 오래전부터 지켜봐왔다. 그가 이룬 모든 업적을 존경한다. 내 마음속에서 그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플레이할 때는 그런 걸 개의치 않는다. 그저 걸림돌일 뿐이다. 

Q. 당신이 선두를 달릴 때 관중으로부터 그와 똑같은 에너지를 받지 못한다는 게 속상한가? 
A. 예전엔 그랬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골프를 제외하면 나는 원하는 모든 걸 가졌다. 인생에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몇 년 안에는 아이들도 갖고 싶다. 코스에서 75타를 쳐도 집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마침내 내가 완벽하지 않고 완벽한 플레이를 하지도 않으리라는 걸 이해했다. 그저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고, 이상한 날도 있다. 상관없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Q. 속마음을 늘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다. 무릎을 다쳤을 때도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심한지 몰랐다. 지금 돌아봐도 사람들에게 그만큼만 드러내길 잘했다고 생각하나? 
A. 내 사생활에 대해 사람들이 보는 건 내 소셜 미디어나 제나의 것을 통한 일부에 불과하다. 몇몇 사람은 받아들여야 한다. 코스에서는 오로지 나만 존재한다. 그것 때문에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Q. 골퍼들은 선수 생활 내내 자신의 일정과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 그런 패턴과 라이더컵은 상당히 충돌하는데, 팀에 합류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나? 
A. 다르다. 정신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이상하다. 그 경험이 나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워낙 개인주의적이고 다들 자신만의 루틴과 처리 방식이 있는데, 갑자기 이 시간에는 회의를 해야 하고, 아니면 이걸 하거나 저걸 하러 가야 한다는 식이다. 메이저 대회 기간과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메이저 대회 기간을 따져보면 상당히 냉철하다. 아마 듣고도 믿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코스에 가서 나인 홀을 플레이하고 체력 단련을 하러 간다. 그것 말고는 그냥 앉아서 TV를 보며 편한 마음으로 골프를 잊는다. 체력적인 부분은 내가 감당할 수 있다. 멘탈은 스위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우에는 끄는 데서 힘을 얻는다. 이것이 내게는 지난 5~6년 전까지는 사실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다. 

Q. 하지만 당신의 말처럼 당신은 오직 자신만 걱정한다. 그런데 라이더컵의 분위기는 다르다. 
A. 그래서 힘들다.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매치에서 이겼어. 내 소임을 다했다고.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언제든 내가 한 샷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서는 누군가 나쁜 샷을 했고 나를 힘든 상황에 처하게 했으며 그래서 이 홀을 잃게 된다. 새로운 상황이고,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줄곧 개인 스포츠를 해왔는데 그해의 한 주만 팀 스포츠가 된다. 평소의 내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내 개인 팀은 거의 보지도 못한다. 체육관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 뉴욕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릴 때는 새벽 5시에는 체육관에 가야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퀴녹스(뉴욕의 프리미엄 헬스장)를 사용했는데, 나와 더스틴과 타이거뿐이었다. 돌아와서는 팀 회의에 가야 했다. 평소라면 낮잠을 한참 잤을 것이다. 라이더컵에서는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이 없다. 

Q. 천재적인 단장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자네들의 평소 루틴을 전혀 바꾸지 않겠네.”
A. 당연하다. 내가 만약 단장이 된다면 캐디의 참여를 더 강화하는 것만큼은 꼭 하고 싶다. 프랑스에서 문에 이런 안내문이 붙은 걸 보고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캐디 출입 금지’. 단장이 선수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건 힘들지만 캐디의 머릿속은 훨씬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들은 선수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으면 리키와 얘기를 해보면 된다. 왜냐하면 나는 이따금 내가 하는 행동이나 내가 처한 상황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감정에 대해 얘기하기에는 그가 적임자다. 누군가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면 “네, 괜찮아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리고 그런 걸 그가 얘기해줄 것이다. 

Q. 디오픈챔피언십에 출전했을 때 2주 동안 클럽을 손에 쥐지도 않았다고 말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A. 연습을 하더라도 형편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열심히 하면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스포츠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멘탈의 비중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Q. 그래서 정식 스윙 코치를 두지 않는 건가?
A. 그 얘기도 5년 전쯤, 나 자신을 파악하던 때로 돌아간다. 나는 내 스윙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다.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연습할 수 있다. 그래도 내 스윙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다. 

Q. 내가 처음으로 취재했던 라이더컵은 오크힐에서 열린 1995년 대회였다. 그때 지켜봤던 세베 바예스테로스와 톰 리먼의 싱글 매치는 교묘한 술수와 승리욕에 대한 세베의 마스터클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베는 실력이 부족했고, 승부를 펼치려면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흔히 ‘게임스맨십’이라고 부르는 그런 술수가 이제는 사라진 걸까? 
A. 아니다. 

Q. 그렇다면 당신은 그걸 어떻게 활용하나? 
A. 그건 마음가짐이다. 나는 코스에 올라갔을 때 플레이 파트너가 누구인지, 심지어 정확한 티 타임을 모를 때도 많다. 그냥 오후라는 것만 안다. 술수의 탁월한 사례는 PGA에서 필이 내게 한 행동이다. 나는 그때 완전히 짓밟혔다. 그는 솜씨가 대단했다. 

Q.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본다면. 
A. 그의 보디랭귀지.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그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뭘 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내가 패한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패한 건 플레이를 충분히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듬을 타는 게 힘들었고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 그가 뭘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던 건 그게 뭔지 알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한다. 

Q. 어떻게?
A. 방에 들어가는 순간에 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예를 들어 집에 돌아온 제나를 맞으면서 오늘 하루는 어땠냐고 물어볼 때 나는 그의 매니큐어가 달라졌거나 반지나 팔찌를 바꾼 걸 알아차린다. 뉘앙스. 나는 그런 사소한 것을 감지한다. 뭔가를 자꾸 만지작거린다? 시간을 끈다? 내가 한 말에 일정한 반응을 보인다? 뭐, 내가 그렇게 했다고 말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라운드 도중에.

Q. 다른 선수의 집중을 흐트러트리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처럼 지저분한 짓을 말하는 건 아니다. 
A. 물론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 라운드 중에 ‘섕크’라는 말을 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선수들이 많다. 나는 상관없다. 전에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식이다. “저기, 여기서 누가 섕크를 한 적이 있어?” 이 소리를 듣고 누군가는 허물어질 것이다. 내가 주로 이렇게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누가 그럴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Q. 골퍼들이 다른 종목의 선수들만큼 강인하지 못하다는 얘기인가?
A. 골프는 사실상 독설이 난무하는 스포츠가 아니지만 나는 그 누구와도 독설을 주고받을 수 있다. 게임스맨십이 독설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거의 가깝다. 친구들과 라운드를 할 때는 하는 말 자체가 다르다. 나쁜 샷을 하면 어김없이 독설을 듣게 된다. 투어에서는 조금 사소한 편이다. 하지만 사실상 나는 사람들이 아는 것 이상으로 모두를 때려눕히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그 쾌감이 어찌나 큰지 머리가 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플레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강렬하다. 늘 그걸 드러내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어떤 플레이를 하건 혼을 빼놓고 싶은 마음이 워낙 강렬해서 속이 탈 정도다. 탁구건 콩 주머니 던지기건 종목도 상관이 없다.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골프가 이렇게 ‘신사들의 스포츠’가 아니었다면 나는 라운드 내내 독설을 뿜어댔을 것이다. NFL에 가서 타이런 매튜처럼 태클을 한 다음에 한바탕 쏟아내 보고 싶다. 

Q. 하지만 그러면 독설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A. 너무 좋다. 전혀 문제없다. 마음껏 쏟아내도 된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뛰어난 자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위대한 자를 미워한다.” 많은 사람은 진실에 발끈한다. 그래서 독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상에 오른다는 건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는 일인데 그건 그 일을 너무 잘한 탓이다. 그런 말을 곰곰이 새겨보면 그게 질투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된다. 미움이 아니다. 나도 그랬다. 코스에서 내려올 때 어떤 선수가 두 번이나 우승한 것에 질투가 나는데 내가 그들보다 더 낫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질투가 솟구친다. 덴 듯 뜨겁고 승리욕이 타오르는데 그게 나를 밀어주는 추진력이 된다. 동기부여를 하며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하게 만든다. 

Q. 어떤 선 같은 게 있나?
A. 요즘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람들이 책임지는 걸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진실을 듣고 싶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주면 상처를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진실을 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뭐라더라? 가끔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진실을 말할 때도 있다던가? 가끔은 거울을 응시할 필요가 있다. 나도 살면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던 때가 있었다. 그걸 알지만 듣고 싶지는 않다. 가끔은 어떤 말을 했을 때 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내 말투, 단조로운 음색만 듣고 내가 하는 말은 듣지 않는다. 나는 건조하고, 매우 냉철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목소리를 너무 높이거나 너무 낮추려고 하지 않는다. 

Q. 당신은 어떤 목표를 이뤘을 때 그다음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나? 
A. 2018년의 일이다. 세계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랭킹 1위였다. 내가 최고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한국에 갔는데 3주 동안 클럽에 손 한 번 대지 않고 나가서 우승을 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쉽다고? 정말? 그러면 조금 해이해진다. 다른 점이라면 나는 부상을 입으면서 다시 겸손해졌다는 것이다. 그게 현실감각을 되찾아주었다. 그러면서 랭킹이 추락했고, 다시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되찾았다가 또 잃어버렸고, 또 찾으면서 PGA에서 우승했다. 그러고 났더니 이제 뭘 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중요한 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문제는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다. 세계 최고가 되더라도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는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게 뭘까? 내면의 불꽃을 찾아내서 다시 불을 밝혀야 한다. 

Q. 2019년의 타이거가 흥미로운 점도 바로 그것이다. 그가 다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건 결코 아니었다. 그는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가 아니었다. 
A. 하지만 그에게 물어보면 그는 그때 자신이 최고의 선수였다고 믿었을 것이다. 10년 전의 그 타이거 우즈는 아니었지만 2019년 마스터스에서는 그 타이거 우즈의 모든 면모를 이끌어냈다. 그건 만족스러울 것이다. 내가 마흔다섯이 되었을 때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골프에서 본 가장 근사한 일이었다. 그 순간에는 젠장이었다. 내 말을 오해하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게 결정 난 후에는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데 능하다. 그것만 놓고 보면 골프 역사상 가장 근사한 일이라고 할 만 했다. 단, 그가 16번홀에서 그대로 홀인시킨 칩 샷을 제외하면. 나한테는 내가 완전히 짓밟혔다는 걸 빼면 그건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Q. 필이 PGA에서 한 플레이는 몇 위에 해당되나?
A.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건 달랐다. 필은 타이거가 아니다. 토요일 밤에 중계를 보는데, 브랜들 섐블리와 저스틴 레너드가 얘기를 나누다가 만약 필이 우승한다면 역대 통산 10위권의 선수가 될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역대 통산 톱 10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한두 계단쯤 더 올라갔다. 나라면 한 5위쯤에 그를 놓을 것 같다. 하지만 타이거는 자신만의 리그이다. 타이거와 플레이를 할 때는(2019년 마스터스에서)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낸 느낌이었다. 12번홀에서 그 샷이 나를 무너뜨렸지만 3~4타 뒤져 있었기 때문에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다음에 이글을 했고, 이글을 한 번 더 할 뻔했다. 나는 모든 걸 쏟아냈고 타이거는 거기에 응수했다. 필의 경우에는 내가 12~13홀 동안 그에게 죽기 살기로 달리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건 그의 공이고, 그의 게임스맨십이 먹힌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거울 속의 눈을 응시하며 내 모든 걸 쏟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필을 생각해보라. 그는 늘 타이거에 밀렸다. 그가 10년 먼저 태어났거나 10년 늦게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4~5개쯤 더 차지하고 통산 우승도 15승 정도는 더 했을 텐데, 생각해보면 미칠 노릇이다. 그래서 마음 한쪽에서는 필이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처럼 부와 명성을 누리는 건 오로지 타이거 때문이다. 그건 우리 세대 전부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Q. 상당히 좋은 직업이다. 
A. 그래서 자신이 뭘 원하는지가 중요하다. 삶의 안정을 원하는지, 아니면 위대함을 원하는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무엇인가? 15년 동안 플레이하면서 컷 탈락을 하지 않지만 우승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1년에 일곱 대회에서 컷 탈락을 하지만 매년 우승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지?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다. 당신이 만족하는 것이 나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Q. 타이거가 눈높이를 너무 높여놓은 걸까? 
A. 내 생각에는 내가 메이저 대회에서 그를 따라잡을 것 같다. 나는 그걸 확신한다. 나는 서른한 살이다. 아직도 14년이 남았다. 1년에 1승만 하면 잭도 잡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걸 건방지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건 그냥 내 믿음일 뿐이다. 이런 믿음이 없다면 코스에 나가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체 왜 출전한단 말인가? 물론 어떤 주에는 2위를 노리기도 할 것이다. 투어에는 그런 경우가 많다. 엘리트 선수들도 2위에 매우 만족한다. 2위? 스포츠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나오게 되어 있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다. 

(인터뷰_매슈 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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