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바꾼 골프장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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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바꾼 골프장의 속사정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1.11.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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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키블루그래스에서 밴트그래스로 초종변경 전 (스카이72 오션코스 12번홀)/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밴트그래스로 초종변경 후(스카이72 오션코스 12번홀)/ 사진=김시형

◆기후 변화에 따른 흐름

국내 기후는 점점 한지형 잔디 관리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한다. 날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에 코스 관리 환경도 바뀌고 있다. 코스 관리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작업 방법이나 장비, 자재 등에 많은 변화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린키퍼의 능력만으로 높은 품질의 잔디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내장객을 받는 한국 골프장은 잔디 관리에 더욱 열악한 환경이다. 그린키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지형 잔디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골프장 경영인은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하게 된다. 바로 ‘잔디 초종’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잔디연구소 장덕환 수석 연구원은 “국내 골프장 잔디 초종 변경은 제주 및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제주 지역 코스는 대부분 한지형 잔디로 조성돼 하절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예전보다 가뭄, 고온 등 기후 변화가 커지면서 그린을 제외한 코스 지역의 초종 변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골프장의 초종 변경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제주도에 위치한 캐슬렉스와 라온은 각각 페어웨이 잔디를 켄터키블루그래스에서 장성중지와 시쇼어 패스페일럼(Seashore paspalum)으로 변경했다. 경주CC는 티잉 에어리어 전체를 신품종 조이시아인 세녹으로 변경했고 남서울CC도 티잉 에어리어에 세녹, 일부 홀의 페어웨이를 밀록으로 교체했다. 아난티 남해와 클럽디 금강도 켄터키블루그래스에서 조이시아로 교체한 골프장이다.

이 밖에 군산CC, 여주 캐슬파인, 포천의 필로스도 페어웨이 잔디를 한지형 잔디에서 조이시아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많은 골프장이 티잉 에어리어나 페어웨이에 사용되는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조이시아나 버뮤다그래스 등 난지형 잔디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는 추세다. 중부 지방은 그동안 초종 변경에 대해 미온적이었으나,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가 나타나 초종 변경을 실행하거나 고려하는 골프장이 나타나고 있다. 내륙 남부 및 중부 지방은 대부분 한지형 잔디를 난지형 잔디인 조이시아로 변경하고 있다.

티잉 에어리어의 경우 전면 교체 외에도 켄터키블루그래스에 침투한 조이시아를 수년간 자연스럽게 우점시키는 방식으로 변경한 사례도 있다. 일부 골프장은 영업에 지장 없이 난지형으로 교체하는 방안으로 버뮤다그래스나 시쇼어 패스페일럼을 오버시딩(덧파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만능 잔디는 없다 한국의 기후는 난지형 잔디와 한지형 잔디 모두에 최적의 환경이 아니다. 난지형 잔디를 사용할 경우 5개월 정도만 파릇파릇한 녹색 잔디를 볼 수 있다.

특히 여름 한 철은 가장 좋은 품질을 보여준다. 하지만 초가을부터 휴면 준비 상태로 들어가고 늦가을이 되면 비생육기(휴면 상태)로 전환하기 때문에 색상이 노랗게 바뀌고 양호한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 또 비생육기에 골퍼가 과도하게 잔디를 사용하게 될 경우 회복력이 없어 사용하는 만큼 망가지고 결국 봄이 오면 잔디를 보식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는 한국 잔디보다 두 배 가까이 긴 시간 동안 녹색 기간(생육 기간)이 유지된다. 하지만 기온이 급격히 오르는 여름철은 관리가 매우 어렵고 좋은 잔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계절에 따라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잔디 초종이 다르다 보니 초종을 섞어서 사용하는 골프장도 있다. 특히 관리가 어려운 티잉 에어리어의 경우 한지형 잔디와 난지형 잔디(라이그래스 등)를 오버시딩 방식으로 섞어서 사용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다.

또 몇몇 골프장은 티잉 에어리어에 하절기용 티와 동절기용 티를 만들어 사용하는 곳도 있다. 주로 많이 사용하는 레귤러 티를 한국 잔디와 켄터키블루그래스 티 두 개를 만들어 하절기에는 한국 잔디를 심은 티잉 에어리어를 주로 사용하고 동절기에는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심은 티잉 에어리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결국은 돈

잔디 초종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골퍼들의 선호도가 높은 잔디는 한지형 잔디다. 장 수석 연구원은 “2000년대부터 티잉 에어리어와 그린 주변을 한지형 잔디로 교체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확산됐다. 또 몇몇 골프장은 고가의 회원권을 성공적으로 분양하기 위해 품질이 좋은 한지형 잔디를 심어 난지형 잔디를 사용하는 골프장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한지형 잔디의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에 명문을 지향하는 골프장은 대부분 한지형 잔디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골퍼들은 녹색 기간이 길고 밀도가 높은 한지형 잔디를 더 고급 잔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잘 관리된 한국 잔디를 선호하는 골퍼도 있다. 중지를 사용한 페어웨이는 볼이 잔디 위에 떠 쉽게 공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지형 잔디를 좋아하는 골퍼를 위해서 한지형 잔디에서 난지형 잔디로 초종 변경을 고려하는 골프장은 거의 없다. 난지형 잔디로 변경하는 대부분의 골프장은 관리 비용 절감을 노리고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켄터키블루그래스에서 시쇼어 패스페일럼(Seashore paspalum) 잔디로 초종을 변경한 라온골프클럽/사진=라온골프클럽 

◆지향점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많은 골프장이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관리 비용이 추가로 발생되는 초종으로 변경한 골프장도 있다. 제주도의 핀크스골프클럽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오션 코스는 기존 켄터키블루그래스에서 벤트그래스로 변경을 시도한 흔치 않은 케이스다. 거의 모든 국내 골프장이 그린 잔디로 사용하는 벤트그래스는 잔디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이종 잔디에 잘 견디고 밀도가 높아 최고급 품질을 자랑한다.

제주 핀크스골프클럽은 2015년 하반기에 이스트 코스 9홀, 2016년 하반기에 웨스트 코스 9홀 페어웨이를 전면 교체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했다. 대중제인 노스 코스 9홀 리모델링 작업도 벤트그래스로 전면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스카이72 오션 코스는 지난해부터 벤트그래스로 초종 변경 작업을 시작해 현재 거의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

스카이72 박선영 홍보·마케팅 팀장은 “그동안 하늘 코스의 벤트그래스 관리 노하우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쌓아놓은 덕분에 오션 코스에서도 성공적으로 초종 변경이 가능했다. 초종 변경을 위해 관리 인력도 더 많이 투입하고 고가의 장비도 해외에서 많이 들여와 큰 비용을 투자했다”며 초종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또 초종 변경을 결정한 것은 잔디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골퍼들이 더 좋은 잔디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며 “실제로 벤트그래스로 변경 후 이용객의 만족도가 더욱더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찾아가본 스카이72 오션 코스의 벤트그래스 페어웨이 상태는 그린과 견주어도 될 정도로 좋은 질감과 색상을 보여주었다.

제주도에 위치한 라온골프클럽은 기존의 켄터키블루그래스에서 시쇼어 패스페일럼(Seashore paspalum) 잔디로 초종을 변경해 조성하고 있다. 국내 골프장에서 시쇼어 패스페일럼으로 조성한 골프장은 라온골프클럽이 처음이다. 이 잔디는 특히 그린과 페어웨이 관리를 위한 농약과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잔디라는 점 때문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라온골프클럽 서울사무소 원정영 소장은 “현재 그린을 제외한 페어웨이와 러프 등 80% 정도의 잔디를 시쇼어 패스페일럼으로 변경했다. 라온 골프클럽 내 잔디 시험포에서 시쇼어 패스페일럼을 시범 재배해온 결과, 해발 200m 이하 해안 지역 골프장에 맞는 친환경 잔디 육종에 성공했다. 제주도의 여름 날씨는 켄터키블루그래스가 견디기 힘들다. 시쇼어 패스페일럼은 여름철 무더운 날씨에도 매우 잘 견딘다”고 밝혔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초종인 시쇼어 패스페일럼은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이 원산지인 포복성 다년생 잔디다. 다양한 환경적 스트레스에 내성이 강한 잔디로 알려져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에서 1990년대 말부터 육종을 시도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모든 토양에서 잘 자라고, 질소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또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은 조건에서도 양질의 잔디를 조성할 수 있다. 스카이72와 핀크스, 라온골프클럽의 초종 변경 사례는 기후 변화에도 과학적인 잔디 관리 노하우와 전문 인력 보충 그리고 관리 장비에 대한 투자가 고품질 초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입장 차이

골퍼가 선호하는 잔디와 코스 관리자가 선호하는 잔디는 서로 다르다. 골퍼들은 플레이에 지장이 없고 균일한 상태로 관리되어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하는 잔디를 선호한다. 하지만 코스 관리자가 선호하는 잔디는 관리가 용이한 잔디일 것이다. 골퍼들은 비싼 그린피를 지불하는 만큼 잔디 상태를 민감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페어웨이에서 잔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으로 관리된 코스 컨디션을 보여주는 골프장도 있다.

코스 상태가 더욱 나빠지면 초종을 바꿔버리면 그만이라는 미온적인 태도에 골퍼들은 크게 실망한다. 최근 비용 절감을 이유로 페어웨이에 비료 사용을 줄이는 골프장도 있다. 관리 비용을 줄이다가 결국에는 잔디 초종을 변경하는 작업이 불가피하게 된 골프장도 있다. 모든 골프장이 잔디 관리에 예산을 모두 쏟아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우리나라의 아열대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린피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골퍼들이 코스에 대해 높은 기대감도 갖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초종 변경을 시도하고 코스 관리의 편의성만 찾아가는 행위가 골퍼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이다.

잔디의 품질은 결국 상품의 품질이다. 골프장에 지불한 그린피가 아깝지 않게 느껴질 만큼 잔디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불가피하게 초종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골프장의 운영 및 관리 여건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골프장에 맞는 잔디 초종을 선택하고 관리 방식 등을 계속 개선해야 한다. 골프장이 관리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최고의 잔디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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