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의 '관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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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의 '관상학'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2.01.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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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시형

많은 골퍼가 퍼터를 고를 때 페이스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기술을 접목했는지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 때문에 전체적인 디자인만 보고 퍼터를 선택하는 골퍼가 많다. 하지만 퍼터 페이스는 플레이할 때 실제로 볼과 접촉하는 유일한 부분이다.

◆인서트 vs. 밀링 페이스

수많은 퍼터 디자인만큼 퍼터 페이스도 복잡한 기술과 소재로 넘쳐난다. 통쇠를 깎아서 만든 밀링 페이스 퍼터부터 알루미늄, 우레탄 등을 사용한 페이스까지 종류를 일일이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쇠를 깎아서 만든 밀링 퍼터 페이스는 고유의 밀링 패턴을 보이며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최상의 피드백도 제공한다.

인서트 퍼터는 타구감과 타구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고안된 합성 소재, 알루미늄 합금 또는 우레탄 등을 퍼터 페이스에 채워 넣은 것이다. 인서트 퍼터는 저렴한 재료로 다양한 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가의 밀링 퍼터는 303 스테인리스 스틸 또는 카본 스틸을 이용해 엔진 블록이나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정밀 CNC 밀링 기계로 만든다. 반면 대부분의 인서트 퍼터는 주조 공정을 통해 17-4 스테인리스 스틸(더 저렴한 가공, 저렴한 금속)로 만든다. 또 거친 비드 블라스팅(저렴한 공정)으로 마감한다.

인서트 퍼터가 저렴한 소재를 저렴하게 가공한다고 해서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모든 퍼터는 페이스 평탄화 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인서트 퍼터는 밀링 퍼터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부드럽고 반응성이 뛰어난 퍼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두 퍼터 페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조 공정과 소재의 구성이 아니라 사운드와 타구감이다. 많은 골퍼는 페이스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 크거나 피치가 높을수록 퍼터가 단단하다고 느낀다.

대조적으로, 더 부드럽고 낮은 피치의 사운드는 골퍼가 퍼터를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인식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인서트 페이스 퍼터는 작고 부드러운 타구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오노머(설린) 커버로 만든 딱딱한 볼을 사용할 때도 타구감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타구감은 퍼터의 무게와 길이, 페이스의 두께, 그립, 그루브 깊이와 위치, 무게중심 위치와 같은 요소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모든 인서트 페이스 퍼터가 밀링 퍼터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또 최근 딥 밀링 프로세스로 만든 퍼터가 등장하면서 둘 사이의 차이가 더 줄었다. 딥 밀링은 밀링 패턴을 깊게 파서 클럽 페이스와 볼의 접촉 면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깊게 밀링한 퍼터는 얕게 밀링한 퍼터보다 타구음과 타구감이 더욱더 부드러워진다. 인서트 페이스와 밀링 페이스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잘못한 퍼팅 스트로크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을 원하면 너무 부드러운 타구감을 가진 퍼터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거리감을 개선하고 싶은 골퍼라면 견고한 타구감과 타구음을 가진 퍼터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루브 찬반론

일부 퍼터 디자이너는 페이스 그루브가 임팩트 시 볼의 미끄러짐(Skid)을 줄이고 더 빠른 톱스핀을 생성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 그루브 기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퍼터 디자이너들은 퍼팅 스트로크 시 볼의 구름을 이해하기 위해 수년간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왔다. 정확한 목적은 공이 퍼터의 페이스를 떠난 직후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결론은 볼이 퍼터 페이스를 떠난 후 미끄러지는 구간이 짧고 빠르게 톱스핀을 만들어 앞으로 구르기 시작할수록 공은 목표 라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물리학이다. 자전거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자전거 위에서 페달을 움직이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페달을 움직여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고 있다면 자전거에서 중심을 잡기는 훨씬 쉽다.

이것은 자전거 바퀴의 회전에 의해 생성되는 자이로스코프 효과 때문이다. 바퀴는 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각운동량을 유지한다. 그러나 바퀴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각운동량이 없기에 훨씬 더 쉽게 넘어진다. 골프공도 같은 방식으로 굴러간다. 골프공이 퍼터 페이스에 맞고 더 일찍 구르기 시작하며 생성된 각운동량은 외력이 가해지지 않는 한 계속 굴러간다.

공이 퍼터 페이스에 맞고 미끄러지는 동안에 골프공의 각운동량은 제로에 가깝다. 골프공의 미끄러짐을 줄이고 더 빨리 톱스핀을 만드는 퍼터는 골프공이 목표한 퍼팅 라인을 더 잘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퍼터 제조사는 고유의 기술력이 담긴 페이스 그루브 패턴을 만들어내고 그루브 기술로 인해 볼의 미끄러짐을 줄이고 빠르게 톱스핀을 만들어 정확하게 공이 굴러간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그루브가 볼의 구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퍼터 제조사의 주장과 퍼터 페이스의 그루브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퍼터 그루브 무용론자들의 주장은 퍼터로 공을 칠 때 공의 압축이 거의 없다는 것에 기반을 둔다. 아이언 샷의 경우 볼에 백스핀을 충분히 만들어낼 만큼 골프공이 압축된다는 것이다. 아이언은 퍼터보다 로프트가 크고 빠른 헤드 스피드를 만들기 때문에 그루브가 없어도 스핀(깨끗한 라이에서 볼을 칠 경우)을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퍼팅을 할 때 클럽은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꽤 긴 퍼팅에서도 골프공의 압축은 거의 없다. 따라서 공이 그루브의 영향을 받으려면 공의 압축이 생겨야 하고 그루브로 인해 백스핀이 아닌 톱스핀을 생성하려면 드라이버의 타격처럼 어퍼 블로 샷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제조사는 볼의 구름을 개선하기보다 단순히 타구감을 더욱더 부드럽게 만들 목적으로 그루브 패턴을 설계하기도 한다.

또 그루브의 깊이를 다르게 설계해 빗맞은 타구도 중심에 맞은 타구처럼 굴러가게 설계한 제조사도 있다. 퍼터 디자이너 게린 라이프(Guerin Rife)는 임팩트 직후 볼 미끄러짐 현상에 그루브가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하는 퍼터 디자이너다. 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루브 기술에 접근했다. 많은 테스트 끝에 너비가 다양한 그루브 디자인을 개발했고 이 그루브 기술을 사용하면 중심에서 벗어난 타격을 해도 헤드 중심에 맞은 볼과 비슷한 거리로 굴러가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루브 깊이와 너비에 따른 퍼터 페이스와 볼의 접촉 면적이 임팩트 시 볼에 전달되는 에너지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빗맞은 볼은 구르는 거리가 짧아진다. 볼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전달하는 부분이 퍼터 페이스의 중심이고 중심에서 벗어날수록 볼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라이프는 깊고 넓은 그루브를 페이스 중앙에 배치하고 힐과 토 쪽으로 이동할수록 더욱더 얕고 좁은 그루브를 만들었다.

볼과 페이스의 접촉 면적을 점진적으로 조절해 볼이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맞아도 중심에 맞은 것과 비슷한 에너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다. 점진적으로 설계된 그루브가 실제로 볼에 전해지는 에너지를 일관되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완벽한 방식은 아니다. 아직 피드백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루브의 너비와 깊이에 따라 볼과 접촉하는 페이스 면적이 달라지면 타구감과 타구음도 변하기 때문에 골퍼에 따라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얼굴의 영향력

퍼터 페이스 그루브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인서트 퍼터와 밀링 퍼터도 일장일단이 있다. 중요한 것은 퍼터 페이스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는 것이다. 퍼터 디자이너는 일관성 있는 퍼팅을 제공하고 더욱더 확실한 피드백을 위해 고민한다. 그루브 형상을 지속해서 개선하기도 하며 복합 다중 소재를 사용해 짧은 스트로크에서는 부드럽고, 강한 스트로크에서는 단단한 타구감을 만들기도 한다. 또 페이스의 로프트를 점진적으로 설계해 페이스 윗면이나 아랫면에 볼이 맞아도 일관된 구름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있다. 

모든 골퍼에게 완벽하게 잘 맞는 단 하나의 완벽한 퍼터는 없다. 또 골퍼의 스트로크 스타일에 따라서 그루브, 인서트 및 깊은 밀링이 실제로 볼의 미끄러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것들이 ‘퍼팅’이라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신 기술을 접목한 그루브와 밀링 그리고 인서트는 부드럽고 순수한 타구감을 느낄 가능성을 높여주고 스트로크를 올바르게 수행했다는 확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 PXG 베틀 레디 블랙잭

알루미늄 보디를 정교하게 밀링해 만든 배틀 레디 퍼터는 피라미드 페이스 패턴을 적용했다. 패턴은 주변부로 갈수록 커지도록 설계했다. 퍼터 페이스 전체의 볼 속도를 최적화해 볼의 직진성과 런치 앵글, 스핀 등에 영향을 주며 일관성을 높인다.

2.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EX

2세대 퓨어롤 인서트를 탑재했다. 여덟 개의 알루미늄 빔을 둘러싼 흰색 TPU 우레탄 인서트가 롤과 반응성의 향상을 꾀한다. 이로써 오리지널 퓨어롤 인서트에 비해 더욱더 단단해졌으며 더 높은 사운드를 낸다.

3. 티피 밀스  GSS 밍 투스칼루사

핸드메이드 퍼터로 유명한 티피 밀스는 정밀한 페이스 밀링 기법으로 완벽한 밸런스의 최고급 퍼터를 만든다. 참치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튜나 밀링 페이스는 고급스러운 외관과 최고의 타구감, 피드백을 전달한다.

4. 핑 2021 패치

듀얼 듀로미터 인서트 기술과 균일한 깊이의 섈로 그루브가 특징인 핑 2021 퍼터는 두 개의 인서트를 퍼터 페이스에 삽입했다. 페박스(Pebax) 소재의 전면 레이어 인서트는 짧은 퍼팅의 정확성을 위해 부드러운 느낌을 제공하며 후면의 레이어는 긴 퍼팅의 거리 컨트롤을 위해 더욱더 단단한 느낌을 준다.

5. 오디세이 트리플 트랙 #7

빠른 볼 구름을 생성하는 화이트 핫 마이크로힌지 스타 인서트는 스테인리스 스틸 힌지 시스템과 열가소성 엘라스토머층으로 설계했으며 오리지널 화이트 핫 인서트보다 더 단단한 타구감으로 최고의 반응성을 느낄 수 있다.

6. 이븐롤 ER2v

이븐롤의 스위트 페이스 그루브 기술은 페이스 중앙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볼의 접촉 면적을 더 늘리는 기술을 말한다. 중심에 임팩트 된 볼과 중심을 벗어난 볼에 전달되는 에너지를 동일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볼이 페이스 어디에 접촉하더라도 같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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