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의 편견…‘단조의 손맛’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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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의 편견…‘단조의 손맛’은 옛말?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02.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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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석우
사진=윤석우

여기 단조와 주조 아이언이 있다. 당신은 어떤 아이언을 선택할 것인가. 열에 아홉은 ‘Forged’라고 적힌 단조 아이언을 선택할 것이다. 실력에 상관없이. 주조에 대한 편견 탓이다. 

과거 한 클럽 제조업체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를 상대로 흥미로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동일한 디자인의 아이언을 단조와 주조 공법으로 제조한 뒤 시타를 통해 구별하도록 했다. 아이언 샷의 감각에 매우 민감한 투어 선수조차 단조와 주조 아이언을 거의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조와 주조 아이언의 차이를 일반 아마추어 골퍼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까. 이 얘기를 먼저 꺼낸 건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가 가진 주조 아이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 편견의 각인

주조 아이언은 핑의 창업자 카스텐 솔하임의 아이디어에서 처음 시작됐다. 퍼터 헤드 중앙을 파내 중량을 줄이고 양 끝의 중량을 늘리는 변화로 탄생한 앤서 퍼터가 탄생하고 3년 뒤인 1969년, 솔하임은 퍼터에 적용한 기술을 아이언에 활용했다. 전통적인 단조 공법이 아니라 정밀 주조 공법으로 제작한 캐비티백 아이언을 처음 출시한 것이 현대 주조 아이언의 원형이다.

블레이드 혹은 머슬백 단조 아이언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똑바로 보내고 다루기 용이한 캐비티백 주조 아이언의 등장은 골프를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단조 아이언은 헤드가 작고 날렵한 모양인 반면에 주조 아이언은 헤드가 크고 관용성이 좋아 초보자의 선호도가 높았다. 이때부터 주조 아이언에 대한 편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조와 주조 아이언의 차이는 제조 공법과 재질이다. 단조는 주로 부드러운 연철 재질의 불에 달군 쇳덩이를 두드려 모양을 만든다. 쇳물이 식을 때 금속 내부에 기포가 발생해 오차를 유발하고 공명 현상을 일으킨다. 단조 아이언은 수작업을 통해 계속 두드림으로써 기계적인 강한 압력으로 기포를 없애 오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한 타격과 예리한 타구가 가능하다. 연철 소재의 사용으로 내구성이 약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주로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단가도 비쌌다. 가장 큰 장점은 ‘손맛’이다. 밀도가 높아 임팩트 때 묵직한 타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로프트와 라이 조정이 가능해 투어 선수나 상급자일수록 자신의 스윙에 맞는 피팅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주조 아이언은 형틀에 쇳물을 부어 만든다. 연철보다 단단한 금속인 세라믹이나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 내구성이 강하고 반발력도 뛰어나다. 또 공정이 단순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다. 또 원하는 형태로 제조가 가능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헤드 무게를 주변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미스 샷에도 관성모멘트가 높은 장점이 있다. 한번 제작된 클럽은 후작업이 어려워 피팅의 개념이 없었다. 이 때문에 초보자가 쉽게 칠 수 있는 클럽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 주조의 반격

세상이 바뀌었다. 초보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주조 아이언의 반격이다. 클럽 기술의 발달과 함께 주조 아이언의 진화는 꾸준히 이뤄졌다. 고정밀 주조 기술의 도입으로 복잡한 디자인으로 생산이 가능해졌다. 세라믹이나 스테인리스강보다 단단하고 반발력이 높은 마레이징 소재의 사용으로 헤드 페이스를 더 얇고 강하게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단조 아이언은 일부 고집스러운 수작업을 통한 고가의 클럽을 제외하면 장인 정신이 점차 사라지고 고압력 프레스 기계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단조보다 주조의 원가가 더 높은 아이언도 많아졌다.  

주조 아이언의 가장 큰 기술적 발달은 바로 ‘손맛’이다. 타구감을 좌우하는 것은 재질과 제조 공법의 차이가 아니라 헤드 디자인이다. 주조 아이언은 섬세하고 복잡한 디자인의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타구감도 단조 아이언에 가깝게 구현해낸다. 이제는 주조 아이언으로도 로프트와 라이 변형이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고, 쉽게 띄우고 많은 백스핀양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구질의 컨트롤 샷도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주조와 단조를 결합한 형태의 아이언도 출시되고 있다. 주조 공법으로 복잡한 디자인의 헤드 형태를 만들고 단조 공법을 사용해 헤드 페이스를 제작해 결합하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 PGA투어 선수들의 캐비티백 주조 아이언 사용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단지 초급자만 쉽고 편한 클럽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조의 손맛’이라는 클럽 제조업체의 마케팅 요소는 주조 기술의 발달에 따른 실용성 앞에서 점차 힘을 잃어간다.     

① 미즈노 JPX921 핫 메탈

토 쪽 무게를 줄이고 유효 타구면에 중량을 배분해 관용성과 타구감, 타구음을 모두 개선했다. 용접부가 없는 심리스 컵 페이스 구조로 비거리 성능을 강화했다.

② 타이틀리스트 T300

기존보다 40% 더 많은 텅스텐이 들어갔고 맥스 임팩트 기술로 높은 탄도와 긴 비거리에 샷 컨트롤, 관용성이 모두 좋아졌다. 크롬 컬러 마감은 고급스럽다.

③ 킹 코브라 투어 MIM 코퍼

MIM이라는 금속 사출성형 기술로 고정밀 주조 아이언을 실현했다. 작아진 헤드에도 고밀도 텅스텐을 토에 배치해 안정감을 높였다. 유니크한 코퍼 마감은 부드러운 타구감을 더 극대화한다.  

④ PXG 0211

아이언별로 이상적인 거리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점진적인 오프셋과 바운스를 적용해 임팩트 때 헤드가 직각을 이룬다. 듀얼 코어 시스템은 긴 비거리와 높은 관용성을 제공한다.

⑤ 핑 G425

독자적인 주조 공법으로 만든 강도 높은 헤드는 얇은 페이스에도 스위트스폿을 넓혀 미스 샷에도 비거리 손실을 줄인다. 저중심 설계로 고탄도에 백스핀양을 늘렸고, 블랙 하이드로펄 스틸 마감으로 젖은 잔디에서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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