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8인치’ 장비 제한 규제, 시대의 역행일까
  • 정기구독
‘NO 48인치’ 장비 제한 규제, 시대의 역행일까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02.15 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비 제한 규제를 비판한 필 미컬슨.
장비 제한 규제를 비판한 필 미컬슨.

올해부터 새로운 골프 규칙이 적용된다. 장비 제한 규제는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일까.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최대 이슈 메이커는 ‘필드의 괴짜 물리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였다. 그는 비거리를 늘이기 위해 벌크 업으로 신체 개조 실험을 하는가 하면, 48인치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 테스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드라이브 비거리를 비약적으로 늘이는 데 성공했다. 2019년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302.5야드로 34위에 그쳤던 그는 2020년에는 322.1야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2021년에도 323.7야드로 기록 경신과 함께 2년 연속 PGA투어 장타왕에 등극했다.

디섐보가 투어 이슈를 만들기는 충분했다. 지난해 말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올해부터 적용할 새로운 골프 규칙(다만 로컬룰 모델로 골프 규칙은 2023년 변경 예정이다)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개정안은 드라이버 길이 제한이다. R&A와 USGA는 클럽(퍼터 제외)의 최대 길이를 종전 48인치에서 2인치 줄여 46인치(오차 범위 0.2인치 허용)로 제한하는 로컬룰을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아마추어 골퍼는 해당되지 않는다. 위원회는 뛰어난 기량의 플레이어만 참가하는 프로 경기나 엘리트 아마추어 경기에서만 이 로컬룰을 적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구민석 대한골프협회 골프 룰 담당 과장은 이번 로컬룰 모델 변경에 대해 골프의 기본과 재미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바라봤다. “골프는 멀리 치기 대회가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경기다. 물론 장타에 환호하는 것도 인정하지만 코스에서 클럽 14개를 활용하는 테스트이기도 하다. 짧은 기간 코스를 무한정 늘일 수도 없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효율적인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클럽 길이 제한에 대한 발표 전후로 일부 PGA투어 선수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대표적인 선수가 필 미컬슨이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 47.9인치 드라이버를 들고 나와 우승한 그는 “지난 40년간 골프가 인기를 얻었지만 단체는 재미를 반감시킬 궁리만 한다”며 “정말 바보 같고 한심한 결정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로리 매킬로이도 클럽 길이 제한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골프계의 0.1%에 해당하는 것을 바꾸는 엄청난 시간과 돈 낭비를 하고 있다”며 “작은 렌즈를 통해 골프를 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USGA는 48인치 이상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프로 골퍼는 3%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웨브 심프슨은 한발 더 나아가 장비 규칙의 역행을 꼬집었다. “장비 규칙을 바꾸는 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다. 골프장 설계를 바꾼다면 장비로 역행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코스를 더 길게 만들고 거리를 제한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장비를 제한해도 디섐보와 더스틴 존슨은 거리가 폭파할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장비 규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20년 뒤에도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브룩 헨더슨에게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헨더슨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48인치 드라이버를 짧게 잡고 사용해왔다.

골프 규칙 변경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디섐보는 오히려 강 건너 불구경 자세로 바꿨다. 그는 “46인치 제한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아무 문제도 없다”며 “나로 인해 논란이 생긴 것 같아 흥미롭다”고 밝혔다. 그는 48인치 드라이버가 비거리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근력과 스윙 스피드를 올리는 메커니즘 변화로 비거리를 늘였다. 그는 46인치가 넘지 않는 샤프트를 장착하고 대회에 나선다.

야디지 북을 보고 있는 브라이언트 디섐보.
야디지북을 보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

R&A와 USGA는 또 다른 로컬룰 모델로 PGA투어 선수와 캐디는 표기를 단순화한 위원회에서 승인한 야디지북을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선수와 캐디가 직접 느끼고 경험한 최소한의 표기만 허용하도록 한 것으로 측정 장비의 의존성을 낮추고 플레이 속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2021년 이전의 야디지북은 사용할 수 없으며 라운드 전 또는 라운드 동안 승인된 야디지북이나 승인된 홀 위치도에 자필 메모를 추가로 써넣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수와 캐디뿐이며, 그 메모의 내용은 오직 선수나 캐디가 수집한 정보로 제한한다. 또 자필 메모에는 선수와 캐디가 그 코스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하여 얻은 정보 또는 TV로 방영된 장면을 보고 얻은 정보만 포함될 수 있다. 특히 퍼팅 그린에서 플레이 선을 읽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얻은 기타 자료를 보는 행동을 금지했다. 이 개정안은 디섐보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는 각도계 등 각종 도구를 사용해 코스 정보를 수집해왔다. 아마추어 자격 규칙도 완화했다.

아마추어 자격을 잃는 기준을 네 가지로 축소했다. ① 대회에서 1000달러(종전 750달러)가 넘는 상금을 받을 때, ② 프로로 경기에 출전할 때, ③ 골프 교습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할 때, ④ 클럽 프로가 되거나 프로 경기 단체 회원이 될 때로 한정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기업 후원을 받거나 홍보 모델로 나서며 후원사를 노출할 수 있는 등 상업적인 활동이 원활해졌다. 프로를 꿈꾸는 아마추어 골퍼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량 발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대표전화 : 02-6096-2999  /  팩스 : 02-6096-2998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손은정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2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