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장의 다양성과 수준의 기준 [국내코스: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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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장의 다양성과 수준의 기준 [국내코스:1206]
  • 김기찬
  • 승인 2012.06.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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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장의 다양성과 수준의 기준 [국내코스:1206]

클럽나인브릿지,우정힐스,안양베네스트 한국 골프장의 다양성과 수준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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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세계적인 토너먼트의 리더보드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가는 것처럼, 한국의 골프장도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 리스트에 3곳의 이름을 올렸다. 클럽나인브릿지, 우정힐스, 안양베네스트는 순위를 떠나 외국인 골퍼에게 한국 골프장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수준’을 이야기할 때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글_노수성

 
        56 2001년, 클럽나인브릿지가 세계 100대 코스라는 목표를 들고 나왔을 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10여 년이 흐른 후 현재 당당히 33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향후 10년 내 세계 10대 코스로 발돋움하겠다는 그들의 포부에는 이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글_장수진

  9a 안양베네스트 코스가 세계 100대에 든 것은 마치 한국 전통 반가(班家)의 정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설립자의 철학을 44년 잘 보존한 것에 대한 상이기도 하다. 

글_남화영

 
1966년 공사에 착수해 68년 6월16일에 안양컨트리클럽으로 개장했으니 안양베네스트는 한국 코스 중 8번째로 오래된 코스다. 하지만 개장할 때의 원형이 그대로 보전되기로는 한양CC 구  코스, 뉴코리아CC에 이어 세 번째다. 군 체력단련장인 태릉CC는 나중에 9홀을 확장해 18홀이 되었고, 제주CC는 방치되다가 80년대 후반에 다시 개장했고, 서울CC, 부산CC, 관악CC(현 리베라)는 당시 박정희 정권에 의해 부지를 옮겨야 했다. ‘골프장을 설립한 이의 철학이 변함없이 유지되었고 한결같이 잘 관리되고 있냐ʼ고 묻는다면 아마 안양베네스트가 첫 손에 꼽힐 것이다. 삼성그룹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은 골프 애호가로 코스 설계를 일본인 미야자와 조헤이에게 맡기면서 ‘여름이나 겨울에도 퍼팅에 지장이 없고, 홀마다 그린 스피드가 동일해야 하고, 걷기에 부담없어야 한다’라는 오늘날에도 좀처럼 지키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 그의 골프장에 대한 애정은 이름 높다. 당시 지배인과 코스관리자에 따르면 이 회장이 ‘어느 홀 몇 번째 무슨 나무에 잎들이 시들었다’고 할 정도로 코스를 샅샅이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안양베네스트를 일제강점기 동안 소멸되어 버린 한국 양반가의 정원으로 만들려 했던 것 같다. ‘코스에 맨땅이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다’는 무나지(無裸地) 계획, 코스에 수목이 82종에 12만주나 심어져 있다. 계절마다, 홀마다 다른 수종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건 그 코스 안에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 중에 좋은 것을 담으려 한 결과다. 그리고 신규 회원 심사 때 그가 직접 면접을 보면서, 소수 회원만의 휴식처로 골프장을 꾸려나갔다.     한국의 히로노 같은 전통성 안양베네스트는 일본 고베에 있는 히로노(廣野)GC와 종종 비교된다. 1932년 고베시 경제인이 중심이 되어 개장한 그곳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소수 회원만의 코스로, 또 에티켓에 대한 규정이 엄격한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코스맵에 아예 ‘라운드 중에는 언제나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우리 히로노골프클럽은 나름대로의 골프 매너를 마련해 이를 계승해오고 있어 플레이어들이 몸소 실행해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달아두고 있다. 큰 골프 대회를 여는 것도 아니고, 도쿄 등 큰 도시와 인접한 것도 아니지만 회원들은 골프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외부에서는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고 운영 철학을 80년이나 견지해온 데 존경을 보낸다. 그래서 히로노는 일본의 코스 랭킹에서 항상 최고로 꼽히고, 이번에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에서도 3년 전의 19위에서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안양베네스트 역시 그러했다. 초창기는 이병철 회장이 가입 희망 회원과의 라운드를 가져 필드에서의 매너를 보고서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돈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게 안양의 회원권이었다. 시중에 회원권이 거래되지 않고, 연회비 납부만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요즘 나오는 신설 코스들이 카트도로를 깔고 최신식 전동카를 들여서 라운드 진행시간을 당기지만 안양은 초창기 워킹 코스의 철학을 작년까지 고수했다. 동반자와 걸으면서 라운드 하는 코스였다. 물론 몸이 불편한 회원을 위해 전동 카트가 코스 안으로 들어가도록 배려한다. 설립자의 유지에 따라 전동 카트 시스템을 못 만든 게 아니라 안 만든 것이다.  
스타트하우스는 66년 당시의 외형 그대로이고, 내부 설비만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일하는 직원도 이곳을 근거로 살림을 차리고 자식 교육을 시켰다. 그래서 안양의 회원들은 이곳을 자신들의 정원처럼 여겼고 애정을 쏟았다. 초창기엔 주변에 허허벌판이던 곳이 세월이 흐르면서 아파트가 하나둘 들어서고 도로가 났다. 안양은 지역사회를 위해 골프장 주변에 고가도로를 놓거나 87년부터는 특정일에 코스를 시민들에게 열어 공원처럼 이용하도록,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능을 주도적으로 시작했다. 안양베네스트에 대한 코스 패널들의 후한 평가는 일본의 히로노가 그러하듯, 설립자의 운영 철학, 회원들의 애정, 골프업계에서의 모범적인 역할도 아마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안양베네스트가 한국의 대표 명문(名門)코스로 자리잡은 것은 운영 철학 뿐만 아니었다. 최고의 코스 상태를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고 수시로 업그레이드 했다. 한국 골프장에 가장 어울리는 잔디 초종 개발에 노력한 결과 74년 ‘안양중지’로 국제 특허를 냈다. 93년부터는 아예 골프장 내에 잔디환경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이를 주변 골프장에도 전파하면서 국내 코스들에 모범적인 역할을 했다. 개장한 지 30년이 지난 98년에는 코스를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했다. 일본 설계가에 의한 투 그린의 일본식 코스를 원 그린의 서양식 코스로 변화한 것이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를 통해 벙커를 보다 도전적으로 만들고 코스 난이도를 높였다. 전장 6854야드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7044야드로 늘었다. 누군가는 안양의 코스 리노베이션을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표현했다. 동양적인 우거진 수림대와 코스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기능은 보다 도전적이고 장비 등으로 인해 골퍼의 늘어난 비거리에 맞춰 코스가 도전적으로 변모했다. 이후로도 안양베네스트는 4번 홀 그린 지대에 석축을 쌓거나 07년부터는 대대적인 페어웨이 에어레이션을 통해 오랜 세월 쌓인 퇴적 잔디인 대치층을 걷어내는 등 코스의 퀄리티 유지에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우리의 베스트 코스 평가에서도 ‘코스 관리’ 항목에서는 항상 최고의 평점을 받아왔다.     명문의 계승과 발전 올해 안양베네스트는 두 번째 리노베이션에 들어가 있다. 지난 98년이 4개월 여에 걸친 공사였다면 이번에는 아예 올 한 해 문 을 닫고 클럽하우스를 포함한 전면적인 개조에 들어간 것이다. 코스 관리 실무에 오랜 경력을 쌓은 김호철 상무를 중심으로 내년 4월 중순 재개장을 목표로 한다. 리노베이션과 관련된 내용은 외부에 많이 알려진 바는 없지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코스 레이아웃의 큰 변화는 없다. 오랜 세월 잘 관리되면서 개선되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해 페어웨이의 배수를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공사가 부분적으로 있을 예정이다. 또한 홀마다 특징되는 수목을 더 심고 추가해 ‘도심 속의 허파’같은 특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주변 지역 사회와 잘 어울리는 골프장의 기능이 높아진다. 그린 잔디는 벤트그라스 중에 국내에는 처음 도입되는 샤크(Shark)종으로 바뀐다. 여름의 답압과 고온다습한 환경에 적응을 잘하고 균일한 그린 빠르기를 주는 세엽(細葉)의 고품질 잔디로 내장객을 많이 받지 않는 안양베네스트와는 잘 어울릴 것으로 본다. 또한 최근 여름철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그린에 서브에어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린의 물 빠짐을 제어하는 이 시스템은 해슬리나인브릿지와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만 설치되어 있다. 클럽하우스 재건축은 휘닉스스프링스, 남서울CC 클럽하우스를 리노베이션 한 간삼건축에서 맡았다. 이전까지의 엄숙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벗어나 보다 젊어지고 글로벌 커뮤니티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립자 이병철 회장이 44년전 설계자에게 주문한 건 두 가지가 더 있었다. ‘토너먼트를 열기 위한 코스보다는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주는 코스여야 한다’와 ‘꽃과 열매가 열리는 수종을 코스 주위에 많이 심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설계 차원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애매한 주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 리노베이션의 방향은 아마 거기에 방점이 찍힐 것 같다. 올해 1년간의 코스 개편을 통해 안양베네스트는 개장 초창기부터 지켜온 잘 관리된 정원같은 코스의 가치를 더 보다 심화시킬 것이다. 그 결과가 우리의 눈썰미 날카롭고 골프에의 이해가 깊은 코스 패널들은 물론, 외국의 패널까지 감화시키고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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