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특별해서 ‘머리 아픈’ 디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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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특별해서 ‘머리 아픈’ 디섐보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05.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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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고뇌_지난해 디섐보는 골프를 거의 그만둘 뻔했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너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적인 고뇌_지난해 디섐보는 골프를 거의 그만둘 뻔했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너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골프 팬에게 눈엣가시가 되어버린 브라이슨 디섐보는 현상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조롱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2017년에 디섐보는 부드러운 그린에서 시도하는 짧은 퍼트 때문에 애를 먹었다. 퍼트 성공률을 높여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다는 건 천재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특유의 철두철미한 자세로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광범위한 시도 끝에 그는 최근 들어 널리 알려진 암록 스트로크를 채택했고 그 방법에 만족했다. 그는 다양한 각도에서 스트로크의 임팩트를 분석했다. 클럽의 경로, 라이각, 페이스의 직각 여부 그리고 자신의 자세에는 흠잡을 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공이 당연시되는 퍼트에서도 볼에 스핀이 들어가면서 경로를 이탈했다. 왼쪽일 때도 있고 오른쪽일 때도 있었지만 어이가 없을 정도로 라인을 벗어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자 디섐보는 볼에 초점을 맞췄고 이번에는 볼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끝없는 연구의 주제가 됐다. 디섐보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에 확인할 수는 없지만(그는 작년 말에 ‘풀 센드’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기자하고 얘기하는 건 힘들다. 그들은 단편적인 것을 가져다가 자신의 구미에 맞게 가공한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가 호주판 골프다이제스트 2006년 12월호에 실린 로드 크로스라는 물리학자의 기사를 읽었던 것 같다.

그 기사에서 크로스는 딤플 덕분에 드라이버 샷을 더 멀리 더 곧게 날릴 수 있지만 전통적인 그런 골프 볼이 퍼트에는 오히려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구공이 들뜨지 않는 이유는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이다. 골프볼은 유리 위에서도 반반하게 구르지 않는데 그건 딤플 때문이고 퍼터가 그 딤플을 균일하게 맞히지 않을 경우(한쪽 가장자리가 조금이라도 앞선 탓에) 볼은 마치 주사위처럼 퉁퉁 튀며 굴러가기도 한다. 크로스는 디섐보를 궁지에 몰아넣은 짧은 퍼트에서 이런 ‘딤플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드라이버 샷이나 아이언 샷, 심지어 긴 퍼트에서는 강한 컴프레션이 불완전한 임팩트의 효과를 상쇄한다. 그러나 컴프레션 없이 가장 부드러운 터치를 요구하는 짧은 퍼트에서는 이 미세한 변수가 상쇄되지 않은 채 오히려 증폭하는 것이다.

단순했던 시절_디섐보가 마스터스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은 US아마추어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채로 참가했던 2016년의 공동 21위다.
단순했던 시절_디섐보가 마스터스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은 US아마추어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채로 참가했던 2016년의 공동 21위다.

크로스는 일단 그린에 도달하면 딤플의 수가 적거나 아예 없는 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의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디섐보는 크로스조차 고려하지 않은 한 가지 가능성을 포착했다. 그는 자신이라면 볼의 딤플을 완벽한 상태로 세팅해서 맞힐 수 있다고 믿었다. 무작위로 놓인 딤플의 왼쪽이나 오른쪽 가장자리부터 맞히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그는 중앙의 딤플 하나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도록 주의해서 볼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완벽하게 연마해둔 스트로크로 딤플의 둘레를 균일하게 맞힐 수 있었다. 그건 마치 작은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았고(그는 풀 센드에서 그걸 ‘흡착 패드’에 비유했다) 라인을 따라 굴러가기 시작한 볼은 끝까지 라인을 유지했다. 문제는 해결됐다.
  
신중하게 내려놓은 골프볼에서 단 하나의 딤플을, 심지어 그 딤플의 전체 둘레를 한 번에 맞힐 수 있다는 디섐보의 믿음은 아무리 합리적으로 판단하려 해도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퍼트를 하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브룩스 켑카 같은 선수들이 돌아버릴 지경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짧은 퍼트를 할 때마다 본인이 지정한 딤플을 정확하게 맞히는지 여부는 골프계에서 평가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뉘는 이 선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디섐보 본인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은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디섐보는 어려서부터 골프의 아주 세밀한 디테일에 몰두했다. 어쩌면 골프계에서 가장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매진했다. 그건 바로 반복성이었다. 그는 10대에 이미 동일한 길이의 아이언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플레이에서 변수를 제거하려는 노력은 그 후로 거의 병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스물여덟 살 때는 단일 스윙판을 주창한 캐나다의 모 노먼을 제외하면 가장 로봇에 가까운 골퍼가 되었는데, 실제로 디섐보는 노먼을 정신적 지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비거리에 매진한 이유는 장타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거리는 그야말로 순수한 ‘팩트’다. 그가 스코어 외에도 온갖 기록(이를테면 스윙 속도와 볼 속도, 스핀 등)에 집착하는 것은 구체적이고 정확한 것, 꿈의 실현보다는 일련의 목표 달성에 더 가까운 프로로서 삶에 대한 갈망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다. 디섐보가 골프볼에서 단 하나의 딤플을 맞힐 수 있다는 개념에 매료된 이유는 그것보다 더 절대적인 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각에 의존한다는 개념을 디섐보가 혐오하는 이유는 감각이라는 것보다 덧없는 건 없기 때문이다.

포기할 수 없는 디테일_자신의 플레이에서 변수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지나친 탓에 디섐보는 늑장 플레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포기할 수 없는 디테일_자신의 플레이에서 변수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지나친 탓에 디섐보는 늑장 플레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골프 코스를 완벽한 실험실로 만들려는 디섐보의 노력에도 그리고 수학적인 확실성에 대한 그의 반복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그는 희한할 정도로 일관성이 없었다. (그건 누가 보기에도 이상한 노릇이지 않은가?) 3월에 열린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는 클래스가 다른 드라이버 샷으로 리 웨스트우드에게 1타 차 승리를 거두고 그다음으로 참가했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를 차지했다.

그러더니 캐디와의 결별, 코로나 확진, 올림픽 결장, 페덱스 세인트주드인비테이셔널에서의 부진까지 혹독한 여름을 보냈다. BMW챔피언십은 최악의 결정타였다. 본인도 인정했듯이 패트릭 캔틀레이와의 여섯 번째 연장에서 1.8m짜리를 포함해 세 차례나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퍼트를 실패하면서 승리를 내주었다. (“손에 쥐었던 우승이었다. 내가 우승했어야 하는 대회였다.”) 안 그래도 힘든 하루를 보낸 데다 비아냥거리는 조롱까지 참아내야 했던 그는 한 관중과 주먹다짐까지 벌일 뻔했다.  

이런 악몽 이후에는 어떤 행보가 이어졌을까? 라이더컵에 출전한 그는 일요일의 싱글 매치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며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에 일조했다. 디섐보는 실제로 골프 역사상 최고로 꼽을 만한 티 샷으로 라이더컵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354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1번홀 그린에 올렸고 퍼터를 검처럼 휘두르며 페어웨이를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서 12m 이글 퍼트를 성공했다. 투우에서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는 진실의 순간에 비견할 만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디섐보는 11월에 열린 켑카와의 12홀 ‘앙숙 대결’에서 아홉 홀 만에 패배를 인정하는 굴욕을 당했다. 본인은 그동안 플레이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면피하려 했지만 일관성을 그렇게 중시하는 사람답지 않은 변명이었다. 골프에 대한 그의 애정을 의심하게 되는 언급이기도 했다.  

2월의 사우디인터내셔널 참여를 놓고 논란이 일자 1월에 줌으로 화상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때 그는 놀랍게도 속내를 많이 드러냈다. 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인트주드인비테이셔널(4라운드에서 늑장 플레이로 경고를 받으며 주저앉았던) 이전에 이미 골프를 그만두는 것을 고민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너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특히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내 인생에서 정말 슬픈 순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이 논란을 부추긴다고 느꼈고(코로나 확진 후에는 백신 미접종으로 더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원대한 실험, 그리고 자신에 대한 동료 선수들의 양면성에 상처를 받았다. “늘 난타를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게 너무 절망스럽다. 그러다 보니 그런 상황을 더 이상 감내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졌다.”

실력의 입증_디섐보는 2020년 US오픈에서 거침없이 비거리를 추구하며 개최 코스인 윙드풋과 참가 선수들을 제압했다.
실력의 입증_디섐보는 2020년 US오픈에서 거침없이 비거리를 추구하며 개최 코스인 윙드풋과 참가 선수들을 제압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전례 없는 비거리를 추구하는 디섐보에겐 물리적 한계 외에 다른 장애물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제약을 가하는 건 장비 또는 그의 몸이었다. 물론 중력의 법칙과 수확 체감의 법칙도 완강하게 효력을 발휘했다.

올해도 그는 이미 손목 부상으로 소니오픈에 불참했고 파머스인슈런스오픈에서는 허리가 말썽을 부렸으며, 사우디인터내셔널에서는 손과 고관절 부상을 이유로 1라운드를 마친 후 기권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는 그 부상이 넘어졌기 때문이지 ‘장타’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그게 진실이다.”) 하지만 그는 멘탈 게임이 물리적인 결과에 작용하는 비중은 경미하다면서 10% 내외로 평가했다. 그는 외부 간섭에 거의 흔들리지 않는 스윙을 구축했고 외부의 간섭에는 자기 자신의 뇌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전혀 다른 종류의 한계점이 드러났다. 디섐보는 자신의 노력이 본인의 정신 건강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방식도 사랑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강타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라면 디섐보를 좋아할 것이다. 그중 한 명인 타이거 우즈는 작년에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그의 행보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골프의 신성한 특징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는 철천지원수, 성문을 부수고 침입하려는 우락부락한 야만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내가 아무리 긍정적인 방식으로 골프에 영향을 주려고 노력해도 사람들은 우린 그런 거 싫어, 우리는 그런 변화를 원하지 않아,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는 말했다. 골프계의 순수주의자들은 그의 플레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플레이에는 영혼이 없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다른 게 아니라 위험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난 시즌에 디섐보는 퍼트에서 20위, 드라이버 샷 거리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323.7야드). 
처음부터 끝까지 지난 시즌에 디섐보는 퍼트에서 20위, 드라이버 샷 거리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323.7야드). 

디섐보가 사람들의 불평을 듣는 건 골프 토너먼트 도중에도 종종 고함을 질러대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그의 멘탈이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략 20~30%’까지 올라왔고 한결같이 부정적인 영향이었다. “플레이를 하기에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는 말했다. 디섐보의 크나큰 아이러니라면 감각에 종지부를 찍기로 되어 있었던 그가 감정으로 인해 경로에서 이탈했다는 사실이다. 크고 빠른 로켓만 만들면 달나라로 날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로켓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광적인 수준의 노력을 차치하고라도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디섐보의 자의식에도 뭔가 근본적인 특징이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은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느꼈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했다.” 그는 2020년에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끔은 우리 부모님도 나를 싫어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플랫캡 모자는 이런 차별적 본능의 상징이었다. 

그의 얘기에 따르면 열두 살인가 열세 살 무렵, 주니어 토너먼트를 앞두고 골프 숍에 갔다가 그 모자를 보게 되었다. 그는 모자를 보며 자신의 우상이던 벤 호건을 떠올렸다. 그런 데다 야구 모자 일색인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게 보일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걸 사지 말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쓰고 있는 걸 쓰라고 했다. “나는 그 애들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요.” 디섐보는 말대꾸를 했다. 그래서 그 모자를 썼고 그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으며 그다음 대회에서도 우승했고, 계속해서 그 모자를 썼다.  

하지만 남과 다르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지금껏 정반대의 주장을 해왔지만 디섐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쓴다. 또는 신경을 쓰게 되었다. BMW챔피언십에서 어떤 팬에게(이 사람이 대단한 말썽꾼이기도 했다) 발끈했던 것도 그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감내하는 것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였다. “그것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그는 말했다. “마치 열차에 차량이 계속 더해지는데 차량마다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을 싣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열차가 너무 길어지고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뇌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멈추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지난 겨울에 그는 그 열차의 차량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1월에 카팔루아에서 열린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는 그가 라이더컵 이후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였고, 라이더컵에서 팀의 일원으로서 야구 모자를 쓰고 찬사를 받았던 그는 이 대회에서도 플랫캡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아 보였다. 

내게는 자폐증을 앓는 아들이 있다. 찰리는 열여섯 살이다. 찰리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이례적이지 않지만 입을 여는 순간 누구라도 찰리가 평범한 10대와는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다. 디섐보처럼 그는 자신을 매료시키는, 그리고 대체로 자신만 매료되는 세세한 것들에 대해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낸다. 그의 응석을 받아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냉담한 반응일 때가 더 많고 그건 찰리의 또래일수록 더 그렇다. 소통을 원하면서도 소통할 방법이 없어 혼자 교실로 걸어가는 찰리의 뒷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자폐증 여부와 상관없이 수많은 외톨이 10대 아이처럼 찰리도 그것에 저항해서 싸우는 걸 포기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가끔 디섐보도 자폐증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에 속하는 건 아닌지 궁금했을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던 걸 봐도 그렇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180페이지에 달하는 물리 교과서를 손으로 옮겨 쓴 적이 있다는 일화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심지어 그걸 바라기도 했는데, 이기적인 마음이겠지만 그러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영웅이 되겠는가.

그는 여러 차례 뇌신경 검사를 받았지만(그는 IQ가 121이고, 공간지각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의 기행을 뒷받침해줄 설명으로 자폐증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를 보면 운동신경이 뛰어난 찰리를 보는 것 같다. 뜬금없는 농담도 그렇고 사람들이 왜 자신이 기대했던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루틴이 있어야 편안해하는 것도,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한 채 한 가지에만 일념으로 몰두하는 것도 그렇다.  

골프에 대한 끝없는 헌신과 그것의 표출(자신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드러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해야 할 필요에서 나오는 행동이기도 하다. 그것 외에는 달리 그 생각들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꺼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은 그가 최근 들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더 뚜렷해졌다.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스윙 팁을 제공하고 스테로이드 복용에 대한 루머를 불식하기 위해 의료 기록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개방적인 태도가 어느 정도 PGA투어의 ‘플레이어 임팩트 프로그램’에 따른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겨냥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디섐보의 순수한, 어쩌면 필사적인 욕망도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지금보다 더 관대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꼭 나일 필요는 없다.” 그는 말했다. “여러분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사람의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그를 존중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는 뭔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많은 경험을 했고 여러분이 아직 깨닫지 못한 특별한 방식으로 뭔가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들이 그를 불쌍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이나 행동을 눈감아줘서는 안 된다. 그는 정말 멍청한 말을 한 적도 있고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어쩌다 한 번이라도 ‘아니, 그건 당신이 틀렸다’는 말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켑카와의 끝없는 갈등 그리고 디섐보의 반대편에서 ‘브룩시’라고 외치는 관중들과의 충돌은 본질적으로 순응을 둘러싼 싸움이고, 조금 이례적인 누군가가 정상이라는 잣대를 폭력적으로 들이대는 사람들로 인해 마치 바람이 바위를 먼지로 만드는 것처럼 자신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고통스럽다.

디섐보가 카팔루아에서 평소와 다른 모자를 쓰고 나타났을 때 온라인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노 레잉 업’이라는 사용자는 ‘게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변화’라는 트윗을 올렸다. ‘평범한 모자를 쓰면 펀치 능력은 약 86%로 떨어진다.’ 3700명이 그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고 그 숫자는 일주일 동안 그 계정에 올라온 어떤 글보다 많았다. 나도 야구 모자를 쓴 디섐보를 봤지만 그 모습은 어쩐지 나를 슬프게 했다. 내 눈에는 너무나 고독한 사람, 싸움을 포기한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PGA투어의 평범한 선수들과 다른 디섐보의 진정한 차별점은 판단을 유보하게 되는 그의 퍼팅 능력이다. 전통적으로 퍼트의 실력자들은 거의 신비로운 ‘감각’을 자랑했지만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식의 기교를 디섐보는 반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한다.(‘잔디의 제왕’으로 불렸던 로렌 로버츠는 언젠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퍼트를 시도하려고 하면 마치 마술처럼 라인이 저절로 그려졌고 보통은 녹색이나 파란색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디섐보가 딤플을 완벽하게 맞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가 지난 시즌에 스트로크 게인드/그린 부문에서 20위를 하고 드라이버 샷 비거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중에 메스와 망치를 모두 그만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윙 도우미_코치인 크리스 코모와 알파벳 디자인을 넣은 야디지북이 그의 스윙을 도와준다(A는 올드리치를 의미한다).
스윙 도우미_코치인 크리스 코모와 알파벳 디자인을 넣은 야디지북이 그의 스윙을 도와준다(A는 올드리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디섐보가 구축한 자신만의 우주에서 그는 퍼트를 마치 드라이버 샷처럼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거리와 기울기 그리고 휘어짐)로 해체했다. 각 항목의 값을 입력하면 정교하게 내려놓은 볼을 그의 변함없는 스트로크로 얼마나 세게 맞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에게 퍼트는 라인+속도=성공이라는 간단한 방정식으로 치환된다.  

속도를 연마하는 것은 그의 골프 인생을 이루는 수많은 다른 요소들이 그렇듯 단순한 반복 작업에 불과했다. 올해 1월 1일까지는 디섐보뿐만 아니라 투어의 모든 선수가 라인을 결정할 때 그린북에 크게 의존했다. 그린북은 레이저를 이용해 그린의 모든 굴곡과 윤곽을 표시해 놓은 지도다. 선수들은 투표를 통해 그린북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고 카팔루아에서부터 그걸 적용했다. 골퍼와 캐디가 “자신들의 기술, 판단, 감각을 활용하며 경험과 대비 그리고 연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로 퍼팅 그린의 라인을 파악하길 바란다”는 취지였다.  

동료 골퍼들에게 양보했다는 측면에서 모자의 경우는 조금 우울하기는 해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린북의 금지는 디섐보의 플레이 전체를 거의 작정하고 질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내가 13년 동안 고수해왔고 수많은 다른 골퍼들이 오랫동안 시도한 과정을 가져다가 없애버렸다.” 그는 말했다. “이제 내가 구축한 시스템, 내 지식 재산 없이 퍼트를 더 많이 성공할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디섐보는 그린북이 없던 대학 시절에도 플레이를 잘했다. US아마추어와 NCAA 개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린북을 허용하지 않는 마스터스에서도 이따금 좋은 퍼트를 보여주었다. 그가 퍼트 부문에서 평균 이하의 실력으로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규칙의 변화는 오늘의 골프가 내일도 그대로일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사례다. 사소한 우위에 공공연히 집착할 경우 어느 순간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디섐보의 기계적인 접근법은 골프를 의심이 아닌 확신의 게임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아닌 고정된 부품의 게임으로 바꾸는 그의 능력에 기반한다. 그는 개미집에 볼이 놓였다고 구제를 받으려 한 적이 있었다. 그에게는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골프는 여전히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지구의 땅 위에서 펼쳐지는 게임이다. 디섐보처럼 놀라운 기술과 투지를 가진 사람에게도 변수는 작용한다. 페블비치가 연구실 같은 환경을 제공할 리 만무하다. 베스페이지 블랙은 실험실의 배양접시가 아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나서서 나한테 이익이 되는 것이 골프 게임에는 좋지 않다고 판단해 내가 공들여 쌓아 올린 탑에 망치를 던지는 일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골프에서 그런 개입이 우연히 벌어지는 일은 드물다. 그건 일종의 메시지다. 변종을 순응하게 만든 역사가 골프보다 더 길고 화려한 스포츠는 찾아보기 힘들다. 글쎄, 야구 정도를 들 수 있을까. 골프의 규칙은 앞으로도 개정되거나 고쳐질 것이고, 브라이슨 디섐보 같은 선수를 억제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런 논의들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 한 가지를 던진다. 그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환상적인 드라이버 샷_1월에 열린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디섐보의 드라이버 샷은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환상적인 드라이버 샷_1월에 열린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디섐보의 드라이버 샷은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디섐보가 투어에 합류해서 처음 몇 년 동안은 우리가 알고 있던 골프가 그의 파괴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제 변화 주체의 역할이 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탁월함에 대해 예전만큼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이카루스와 태양의 이야기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태양의 역할을 맡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시즌에 대한 예상을 물었을 때 디섐보는 “절제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기대치를 너무 높일 경우 스스로에게 지나친 부담을 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제외하면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득하려는 노력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 같은 인물이 되고 싶지 않다.” 플랫캡 모자는 완전히 포기한 거냐는 질문에는 평소의 성격과 다르게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 나라는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골프가 그에 대한 판단을 내렸고 첫인상이 오래간다는 걸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탈출 방안을 마련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슈퍼골프리그(SGL)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조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억3500만 달러를 받지 않는다면 그의 탈출로는 장타가 될 것이다. 그는 현재 프로장타협회(PLDA)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PLDA월드챔피언십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주었고(한동안 볼 없었던 모습), 400야드가 넘는 샷도 여러 차례 기록했다.  

그가 이런 콘테스트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분명하다. “꽁지가 빠지도록 스윙을 휘둘러서 아주 멀리 샷을 날린다.” 그는 말했다. “그게 정말 재미있다.” 장타의 영역은 그가 원하는 대로 포부를 드러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는 말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늘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다행히 이건 내가 매우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일이다.” 그리고 엄밀하게 구획된 그 틀 안에서 그는 자신이 쏟는 애정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떤 불평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런 스포트라이트 속에 서 있을 때 그는 엄청난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마침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실망스러운 결과_브룩스 켑카와 디섐보의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이벤트에서는 켑카가 승리했다.
실망스러운 결과_브룩스 켑카와 디섐보의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이벤트에서는 켑카가 승리했다.

그가 자신이 지닌 최고의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까다롭고 버거운 기대감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이 골프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면 그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디섐보의 성공이 우리에게 안겨준 교훈이 있다면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은 것들이라도 한꺼번에 충분히 잘 처리하면 US오픈에서 6타 차의 우승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골프 볼에는 수많은 딤플이 있고(정확하게 330개), 아무튼 그의 판단에 따르면 그중에서 단 하나만 어긋나도 모든 게 경로에서 이탈하게 된다.  

그가 골프계(골프 게임이 아닌 골프라는 아주 특별한 우주)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여자의 집안에서 자신을 싫어하는데도 그 여자를 사랑하거나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도시에 살고 있는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그에게는 지금의 고착 상태를 벗어날 해법이 있다.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고 그건 동시에 현상을 타개할 방법이기도 하다. 

브라이슨 디섐보 그리고 그를 가장 단호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걸 원한다. 동일함. 그는 자신의 게임이 시계처럼 작용하길 원한다. 그들은 유구한 전통을 지닌 이 스포츠가 여태까지 고수해온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길 원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그와 그들 모두 골프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포용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이란 반복성이 아닌 가능성이다. 골프가 정말로 단 한 개의 딤플에 좌우될 수 있는 게임이라면 디섐보 같은 선수가 그 위에서 뭘 성취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골프는 또 그를 위해 뭘 해줄 수 있고, 그러면서 서로 상승 작용을 하며 잘못을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것이 모든 골퍼에게 어떤 감동을 안겨줄지 상상해보라. 상상만으로도 환상적일 만큼 매력적인 생각이 아닌가. 

글_크리스 존스(Chris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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