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앞에 당당한 여자, 드미 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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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앞에 당당한 여자, 드미 백비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05.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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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의 거의 모든 종목을 섭렵한 드미 백비(Demi Bagby)가 이번에는 골프에 빠졌다. 

드미 백비는 역사상 가장 멋진 시구를 보여줬다. 그는 2021년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팀의 경기에서 마운드로 달려나가 뒤로 공중제비를 넘고 착지하면서 다리 찢기를 한 뒤, 그 자세로 볼을 던졌다. 그 영상은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만약 드미 백비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면 시구 동영상 때문이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운동 관련 피드를 올리며 26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는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이다. 

백비의 운동 경력은 화려하다. 보디빌딩, 축구, 크로스핏, 파쿠르, 서핑, 스케이트보드, 치어리딩, 권투, 무술. 그리고 그 목록에 이제 골프를 추가했다. 스물한 살인 백비는 자신이 골퍼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스포츠를 좋아했기 때문에 골프는 자신에게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페이스를 늦출 줄도 안다. 본의 아니게 그래야 했던 적이 있었다. 열세 살 때 치어리딩을 하던 중에 동료들과 합이 맞지 않았다. 하늘로 솟구쳤던 백비는 그대로 땅에 떨어지면서 척추가 골절됐다. 병원에서는 신체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거라고 했다. 

“나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백비는 말했다. “앞으로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절대 불평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다. 그런 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그렇게 늘 행복할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핑계도 대지 않으며, 나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거나 주저앉아 눈물이나 흘리면서 내가 최악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년간의 회복기를 거쳐 다시 몸을 움직일 준비를 마친 백비는 크로스핏 레슨을 보고 호기심을 가졌다. 불과 1년 만에 그는 자신의 연령대에서 세계 23위에 올랐다. 백비는 피트니스의 여정을 기록에 담기 시작했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백비는 다섯 남매 중 막내다. 오빠인 데본은 남매들이 전부 아버지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데본도 타고난 스포츠맨이다.

“인플루언서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으로 돈을 벌기 전부터 백비는 이런 동영상을 올렸다.” 데본은 말했다. “그때는 팔로어도 없었다. 우리는 전부 백비를 타박했다. ‘허구한 날 그런 동영상은 왜 찍는 거니?’ 하지만 그 애는 흐름을 내다봤고, 일찍 도약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존재감이 커지면서 백비는 이런저런 회사들과 계약 체결하는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백비는 제란 프레이저(Jeran Fraser)를 매니저로 고용했다. 두 사람은 프레이저가 운용하던 창업 오피스에 백비가 공간을 임대하면서 처음 만났다. 원래 직업은 매니저가 아니었지만 프레이저는 백비의 계약 체결과 사업 운영에 도움을 줬다. 

현재 백비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피트니스 앱도 보유하고 있다. 프레이저는 백비에게 골프를 처음 권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때까지는 골프에 대해 너무 지루해 보인다고만 생각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골프는 얼마든지 도전적인 스포츠가 될 수 있다.”

팬데믹 기간에 골프를 새로 시작한 수많은 여성 초보 골퍼처럼, 백비도 곧바로 이 게임에 매료되었다. “멘털 게임의 측면이 마음에 든다. 신체적으로는 그만큼 부담스럽지 않지만 정신적 측면은 다른 스포츠에 못지않다.” 

첫 라운드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위치한 모나크베이골프클럽에서 경험했다. 처음이었는데도 몇 차례 탁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프레이저는 한 홀에서 백비가 드라이버로 200야드를 훌쩍 넘긴 뒤 어프로치 샷을 1.5m 앞에 붙였다고 회상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 프레이저는 말했다.  

“그 전에는 클럽을 쥐어본 적조차 없었는데 그냥 빠져들었다.” 백비는 말했다. 당연히 장비가 없었던 백비는 라운드를 앞두고 스포츠용품점에 갔다. “8세용 드라이버로 18홀 스크램블을 플레이했다. 그 상점에서 내 키에 적합한 장비로는 그나마 그게 가장 가까웠다. 나는 그걸 하루 종일 사용했다.” 

백비는 150cm가 채 안 되기 때문에 프레이저의 클럽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손잡이 끝이 배에 닿을 때까지 잘라내야 했다. 그래서 결국 모든 샷을 드라이버로 했다. 이제는 게임에 더 깊이 빠져들었기 때문에 코브라의 아이언과 우드 세트로 피팅을 받았다. 그리고 골프 의류도 필요했다.

“골프 의상은 재미있다.” 백비는 말했다. “여성용은 훨씬 적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조금은 더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몸에 딱 붙는 옷에 익숙한데, 골프 의류는 헐렁한 편이다. 나는 기능성 옷을 주로 입고 그런 종류의 옷은 티셔츠도 몸에 딱 붙는다. 골프 의류는 훨씬 느슨하다.” 

백비는 골프 의류들이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연습을 더 많이 하기 시작하면서 단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동영상을 찍을 경우, 타이트한 옷을 입으면 몸의 움직임이 훨씬 잘 보인다. 내가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를 입고 연습장에 가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골프 스윙에서는 힙이 대단히 중요한데, 느슨한 스커트를 두르고 있으면 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없다. 나는 연습장에 가서 최대한 많은 샷을 한 후, 돌아와서 동영상을 보며 실력이 늘어났는지 확인한다. 다른 종목의 스포츠에서도 그런 식으로 연습한다.”  

주짓수 수업이 저녁 8시에 끝나기 때문에 백비는 9시 30분 이후까지 문을 여는 근처 연습장에 간다. “초보자이다 보니 볼을 맞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백비는 말했다.
어떤 걸 연습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던 백비는 조이 알리아노라는 교습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투어 프로들의 스윙 동영상을 찾아봤다. 더스틴 존슨의 스윙을 보는 게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체형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백비는 여성 장타 챔피언인 트로이 멀린스(Troy Mullins)를 존경한다. “멀린스의 영상들을 찾아보는 이유는 다리가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키는 나보다 크지만 체형이 비슷해 스윙을 참고하는 데 합리적이다.” 실제 멀린스의 스윙 동영상은 도움이 되었다. 최근의 스크램블에서 백비는 25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구사했다. 

현재 백비가 스윙에서 가장 유의하는 부분은 팔을 덜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종목들은 상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그로서는 다리와 힙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게 생소하다. 무조건 강하게 스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도 터득했다. 

“다양한 무술의 경우 강한 타격이 중요하다. 골프에서는 페이스를 살짝 늦춰야 한다.” 백비는 말했다. “무조건 이걸 움켜쥐고 냅다 휘두를 수는 없다.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고 기교를 더 많이 부려야 하며 더 우아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백비는 계속 스크램블 플레이하고 있지만 아직 소수의 취급을 받는다. “더 많은 여성이 이 공간을 채우는 걸 보고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골프하는 여성을 몇 명 팔로하기 시작했다. 골프하는 여자들끼리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요즘은 여자를 처음 만나면 일단 골프를 하는지부터 물어보는 것 같다.” 

힘을 합칠 여자들을 규합하기 전까지는 매니저나 골프광인 오빠와 플레이를 한다. 백비의 가족은 사이가 좋고 하루에 한 번씩 연락하고 지낸다. 골프는 가족들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주었다. 

백비는 자신의 골프 스타일을 느긋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매니저나 오빠는 맥주를 마시고 백비는 음악을 듣는다. 샷을 하지 않을 때는 춤을 추기도 한다. “백비는 코스에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데본은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즐기는 모습만 보고 그의 진지함을 의심하면 곤란하다. 골프에 진심이다. 스크램블을 졸업하고 여성 토너먼트에서 자신만의 볼로 플레이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게 현재의 목표다. 

백비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두 번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누군가 그를 초청했고 백비는 지레 겁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들은 최고의 조언은 ‘겁먹지 말라’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이고, 이 클럽에 오는 다른 사람들은 전부 익숙하고 편안한 모습인데 나는 처음 와서 뭐가 뭔지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그냥 즐기면 된다.” 백비는 말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중독이 되어버릴 것이다.” 

글_ 킬리 레빈스
사진_게이브 레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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