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캐디, 내가 맡은 선수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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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캐디, 내가 맡은 선수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06.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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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신의 선수와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는 편이 낫다.

거실에는 아내와 내가 찍은 우리의 결혼식 사진들이 있다. 그중에는 아내가 신부의 들러리들과 찍은 사진이 있다. 그러나 내가 신랑의 들러리와 함께 찍은 사진은 없다. 왜냐면 신랑 들러리 중 한 명이 예전에 내가 담당한 선수였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그가 옷을 갖춰 입고 내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걸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투어에서 처음으로 맡았던 선수였다. 그 일은 그가 나를 해고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후 지금까지 나는 두 명의 선수를 거쳤다. 현재 맡고 있는 선수는 꽤 오랫동안 함께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는 이 바닥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고 내가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캐디로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여전히 그 이별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즉, 너무 친해졌던 것이다.

그와 7시즌을 함께 보냈지만 우리 둘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이전 미니투어에서 처음 만났을 때 시작되었다. 나는 3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했지만 이 기간에 그와 꽤 가까워졌다.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연습을 했고 함께 파티를 즐겼다. 특별한 시간이었다.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니었지만 세상은 아직 우리를 성인으로 봐주지 않았다. 나는 그때 맺은 인연이 평생 갈 줄 알았다.

내가 골프계를 떠난 지 2년이 다 됐을 때 그는 당시 네이션와이드투어에서 활동하던 자신의 캐디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전담 캐디가 없었고 편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를 원했다. 나는 꽤 보수가 좋았던 사무직을 그만두고 그를 따라갔다. 

경제적 안정을 포기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다시 골프에 복귀하는 일은 더욱 힘겨웠다. 여전히 내 선수 생활이 잘 풀려나가지 않은 것에 속상해하고 있었고 골프로 돌아오는 것은 그 실망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었지만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이 일을 했다. 돌아보면 이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미니투어 선수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관계를 고용주-피고용인이라기보다 동료라 생각했다. 그의 캐디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미니투어 시절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여자친구(그의 아내가 될)가 있었고 자신의 골프에 초집중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코스에 있을 때 즐거웠고 그의 여자친구가 함께하지 않을 때에는 항상 그가 저녁을 샀다. 

우리가 함께 일한 첫해가 끝났을 때 그는 PGA투어 카드를 얻었다. 그 후 4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모두 결혼을 했음에도 둘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우정이 더욱 깊어졌다고 생각했다.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영화관에 갔으며 그는 나를 성경공부반에 데려갔다. 매년 가을 우리 가족은 함께 휴가를 즐겼다. 사람들은 우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놀렸다. 

그러나 그다음 2년은 달랐다. 그는 투어 카드를 유지하며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지만 아마추어로서 받았던 높은 평가만큼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하는 선수였다.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그중 몇 명은 대학 시절 그에게 패했다)이 그를 능가했다. 그는 친절하고 행복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러나 당연히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속이 썩어 들어가게 만들 수 있다. 

더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그에게 즐거움이 되지 않는 듯 보였고, 내가 그의 플레이와 가장 밀접한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나를 대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관계는 마지막으로 함께 여름을 보낸 뒤 변하고 말았다. 그는 정체에 빠졌고 그의 에이전트는 새로운 캐디가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제안했다.
 
그러다가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 금요일 아침 그가 평소에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던 토너먼트에서 커트라인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파5홀에서 3타째를 준비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주 초에 내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의 어프로치 샷을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버디가 필요했지만 보기를 기록한 채 다음 홀로 이동해야 했다. 결승 진출의 희망이 보일 만큼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그는 풍선껌을 씹으며 시내에 가는 아이처럼 나를 씹어댔다.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해고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 첫 번째 큰 실수였고 그다음 주 여전히 상황이 좋지 못한 형편에서 그는 나를 마음에 걸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미스 컷 했고 그다음 경기도 탈락했다. 

토요일 아침 그가 내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어.” 그가 말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새로운 사람에게 캐디를 맡길 예정이야. 이러기는 싫지만 이게 비즈니스의 일부라는 건 이해하지?” 

우리? 누가 우리지? 나는 그와 내가 우리인 줄 알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모든 암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날 종일 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눈물을 흘렸으며, 며칠 후 골프 하이라이트를 보며 또 울었다.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나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고 수치스러웠다.

그다음에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몇 주 후 시한부 일자리를 얻었다. 이 일은 그리 오래도록 계속되지는 않았지만, 나를 해고하라고 종용한 에이전트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는 자신이 관리하는 더 젊은 선수를 위한 캐디를 찾고 있었다. 

그 이후 그 선수와 줄곧 함께하고 있다. 함께 최고의 성적을 거뒀고 그는 플레이를 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이는 곧 내가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한다. 해피 엔딩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 결별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3년 이상 정신과 상담을 받아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적어도 선수와 캐디의 관계 같지 않은, 어떤 거래도 개입되어 있지 않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마저 깨지게 됐다.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내 아내 이외의 어떤 사람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이 내 캐디 동료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 털어놓는 것이다. 그 일이 내게 이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하는 것이 너무나 철딱서니 없게 생각됐기 때문이다.

짐작했겠지만 나는 예전의 그 선수와 자주 마주친다. 대개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 안녕”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그토록 많은 전쟁을 치른 후 이제 우리는 이 정도로 소원해졌다. 

사실, 그가 나를 해고한 뒤 수많은 캐디를 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것이 내가 치료를 받는 또 다른 이유이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의 불행에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 싫다.

나는 현재의 선수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둘은 나이 차이가 있어서 공통점이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그의 아버지와 골프 이외의 일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논쟁을 벌일 여지가 없을 만큼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이런 완충장치가 있는 것도 상관없다. 이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주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으니까. 

글=조엘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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