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감성’…이색 골프 여행 떠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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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감성’…이색 골프 여행 떠나 볼까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07.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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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늘어난 요즘 골프 여행도 뻔한 건 식상하다. 골프 여행에 감성 한 스푼 올려야 진정한 고수. 가격보다 취향, 상품보다 경험의 행복을 누릴 기회다. 이색적인 라운드를 계획하는 멋 좀 아는 감성파라면 도전하라. 조금 더 부지런하게 불편함을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ITX-청춘.
ITX-청춘, 가평역.

◇ DAY 1# 기차에 청춘을 싣고

감성 골프 여행지로 경춘선 코스를 정하고 기차 여행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다. ‘이걸 누가 할까?’ 강남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이면 편하게 갈 수 있는 거리. ‘감성’이라는 단어를 들어내면 그렇다. 하지만 강촌역과 춘천은 ‘낭만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춘천 가는 기차는 덜컹이는 기찻길 마찰음에 언제나 설렘이 있다. 

청량리역에서 만난 새벽 첫 기차. 오전 6시 17분 ITX-청춘 2001편을 탔다. 초행길이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뒤따랐다. 슬쩍 눈치를 본 뒤 자전거 거치대에 골프백을 세웠다. ‘경량 스탠드백으로 바꾸길 잘했어.’ ITX-청춘은 칸 사이마다 공간이 넓어 자전거 거치대가 아니어도 골프백을 거치하기 용이했다. 불과 39분 만에 도착한 가평역. 순식간에 지나간 짧은 시간이 야속했다. 

ITX-청춘 기차 내부 모습.
ITX-청춘 기차 내부 모습.

가평역-강촌역-김유정역-남춘천역-춘천역을 잇는 경춘선을 따라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엘리시안강촌컨트리클럽-오너스골프클럽-남춘천컨트리클럽-라데나골프클럽 등 골프 코스가 펼쳐져 있다. 선택은 취향의 몫이다. 첫날은 오너스골프클럽으로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 앱을 활용하면 택시는 어느새 대기 중이다. 15분 남짓 시골길을 따라 달리면 8시대 티오프도 너끈하다. 

오너스골프클럽은 개장 10년 차 18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이다. 오너스골프클럽의 첫 느낌은 ‘깔끔함’이다. 잘 정돈된 클럽하우스와 라커룸은 직원들의 수고가 그대로 묻어났다. 스타트 광장에 나가 코스를 둘러보니 파릇파릇하게 올라온 켄터키 블루그래스 페어웨이와 산악형 코스 특유의 굵고 깊은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높이 420m의 꼬깔봉 자락에 포근하게 얹혀 있는 코스 뷰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준다. 

오너스골프클럽.
오너스골프클럽.

페어웨이는 넓지 않아 보였다. 캐디에게 슬쩍 공략 팁을 물었다. 담당 캐디는 “난도가 꽤 높아 도전적인 코스를 좋아하는 골퍼에게 환영받는 코스”라며 완급 조절을 강조했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할 홀과 안정적으로 공략해야 할 홀을 잘 구분해야 스코어를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경험한 코스는 생각보다 더욱 도전적이다. 티 샷 공략 방향에 따라 그린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는 홀이 많다. 드로 샷과 페이드 샷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는 상급자라면 자신의 샷 기술을 모두 꺼내놓을 수 있다. 전형적인 산악지형 코스라 높낮이 차에 따른 탄도 조절 능력도 중요하다. 

라운드 중반을 넘어서도 지루한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코스 공략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곳곳에 예쁘게 자리 잡은 연못과 벙커들은 심미성과 코스 공략의 재미를 높였다. 장애물을 피해 좋은 티 샷을 하더라도 스코어 유지는 쉽지 않다. 특히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요소는 페어웨이 경사였다. 파도를 연상시키는 선 굵은 굴곡과 잔잔한 굴곡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최대한 살린 결과다.

경사에 따라 자연스럽게 훅과 슬라이스 샷이 나왔다. 경사에 따른 타깃 설정 능력이 높은 골퍼가 아니라면 ‘저세상’ 스코어가 나올 수 있다. 페어웨이 굴곡은 그린 콤플렉스까지 이어져 그린을 놓친 샷은 업 & 다운이 쉽지 않다. 그린 스피드는 2.4미터로 평범했지만 까다로운 그린 경사와 만나면 투 퍼트도 만만치 않다. 오너스골프클럽은 도전적인 코스를 선호하는 젊은 골퍼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티 샷부터 퍼트까지 지속적으로 골퍼의 능력을 시험한다. 

조은숯불구이.
조은숯불구이.

이번 골프 여행에서는 원칙을 정했다. 골프장 음식은 9홀을 돈 뒤 스타트 하우스에서만 이용하기로. 춘천은 관광보다 지역 맛집으로 일정을 짜고 남는 시간에 관광지를 들르는 식도락 여행이 인기다. 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의 도시다. 하지만 뻔한 메뉴도 뒤로 미뤘다.

라운드를 마친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오너스골프클럽 3분 거리에 위치한 소갈비 전문점 ‘조은숯불구이’. 골프장 직원 회식 장소이기도 하다. 현지인이 찾는 숨은 맛집이다. 소갈빗살은 안주인의 칼질에 따라 두툼하고 너른 특수 부위로 나온다. 특제 양념장에 푹 담가 구우면 살치살처럼 녹는다. 구수하고 진한 된장국수와 말끔한 동치미국수를 넣을 배를 남겨두지 않으면 후회한다. 40여 년 전 춘천에서 소갈빗살구이 전문점을 처음 열었다는 ‘인생 조미료’가 뿌려지자 풍미가 오른다. 

그레이스글램핑.
그레이스글램핑.

이틀 밤의 끝자락은 감성 캠핑이 책임졌다. 캠핑 경력 10여 년인 필자지만 골프 여행에 캠핑 장비를 챙겨갈 순 없는 노릇. 글램핑과 카라반을 낙점했다. 캠핑의 장점이 있으면서 호텔과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적격이다. 가평과 춘천 일대에는 산과 강을 만끽하며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는 글램핑장이 즐비하다. 우리는 북한강 변길에 있는 ‘그레이스글램핑’에서 첫날 밤을 맞이했다. 10만원대로 가성비가 좋고 강촌역에서 픽업 서비스도 가능하다. 개인 화장실도 내부에 위치했다. 깔끔한 침구류와 냉난방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어 노곤한 몸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만천만두국.
만천만두국.

◇ DAY 2# 낭만에 대하여

남춘천컨트리클럽 2부 마지막 티오프를 앞두고 들른 곳은 ‘만천만두국’이다. 만천막국수로 역사가 깊은 곳인데 막국수보다 떡만둣국이 인기가 많아 간판마저 바꿨다. 넉넉한 국물에 직접 빚은 기다란 만두가 푸짐하다. ‘겉바속촉’ 파전을 함께하려면 곱빼기는 섣불리 도전하지 않길 권한다.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남춘천컨트리클럽. 이곳은 빅토리, 챌린지 코스로 구성된 18홀 대중제 골프장이다. 골프장에 도착하니 잔디를 깎은 후 풍기는 특유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스타트 광장에 나가보니 춘천의 수려한 산세가 우리를 반겼다. 마치 숲속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남춘천컨트리클럽.
남춘천컨트리클럽.

간단하게 몸을 풀고 빅토리 코스를 먼저 플레이했다. 전형적인 산악지형 코스지만 페어웨이 폭이 생각보다 넓다. 빅토리 코스는 다양한 구력의 골퍼들이 코스 공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챌린지 코스는 빅토리 코스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티 샷에서 벙커를 피하거나 계곡을 넘겨야 한다. 비거리에 자신이 있는 골퍼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홀이 많다. 

남춘천컨트리클럽의 그린 경사는 무시무시했다. 남춘천컨트리클럽을 다녀온 지인들이 “다른 골프장처럼 그린에 공을 올렸다고 무작정 좋아하지 말라. 기본 2단 그린이며 4단 그린도 존재한다”면서 겁을 준 기억이 났다. 사실 남춘천컨트리클럽에 오기 전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바로 ‘안정적인 투 퍼트 작전’이었다. 하지만 플레이 중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 생각났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하고 있다. 두들겨 맞기 전까지는.” 그린 크기가 크고 경사가 상당해 첫 퍼트를 홀 가까이 붙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라운드 당시 평소보다 그린 스피드가 빠르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평소 빠른 그린 스피드를 선호하지만, 남춘천컨트리클럽의 그린 스피드를 빠르게 만든다면 평소 스코어보다 10타 이상 더 기록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남춘천컨트리클럽.
남춘천컨트리클럽.

새로 리모델링을 마친 캐주얼한 펍 스타일의 스타트 하우스 레스토랑과 화장실은 젊은 골퍼의 감성을 자극한다. 남녀 화장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이태원 클럽 어딘가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 2030 골퍼에게 인기인 이탤리언 셰프의 수제 페퍼로니피자에 독일 생맥주 비트부르거 한 잔을 더하면 코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싹 날린다. 

아웃오브파크.
아웃오브파크.
아웃오브파크 카라반 내부 모습.
아웃오브파크 카라반 내부 모습.

둘째 날은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카라반 글램핑을 경험하기로 했다. 프리미엄 카라반 캠핑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웃오브파크’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산속의 신세계였다. 미국의 1940~2000년대 에어스트림을 수입해 리뉴얼한 레트로풍 감성을 담아낸 곳이다. 메인 데스크에는 카페와 수영장, 미니풀 등 부대시설도 호텔급으로 마련해 이용 가능하다. 카라반이 비좁고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은 여기선 버려도 좋다. 이틀 밤 연속 이어진 바비큐와 ‘불멍’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골퍼들을 위한 최고의 장점이라면, 라운드를 복기하며 언제든 골프백에서 클럽을 꺼내 연습 스윙을 할 수 있다는 것.

삼악산호수케이블카.
삼악산호수케이블카.

◇ DAY 3# 아늑한 호수 정원

마지막 날 오전은 라데나골프클럽 인근 관광 코스로 부지런히 출발했다. 춘천 삼악산호수케이블카는 삼천동에서 의암호를 가로질러 삼악산을 연결하는 3.61km의 국내 최장 케이블카다. 최근 핫 플레이스로 부상해 주말에는 예약 없이 탈 수 없을 정도다. 삼악산을 배경으로 의암호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망중한을 즐길 수 있고, 춘천시와 최근 오픈한 레고랜드도 한눈에 보이는 야경은 춘천의 밤을 빛낸다. 케이블카 아래로는 수상 스키와 자전거가 쉴 새 없이 내달린다.  

라데나골프클럽.
라데나골프클럽.

라데나골프클럽은 강원도 춘천에 위치하지만, 산자락이 아닌 시내 가까운 곳에 있어 경춘선 남춘천역에서 차로 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라데나골프클럽은 가든, 레이크, 네이처 코스로 이루어진 27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다른 강원권 골프장과 달리 넓고 평평한 페어웨이가 특징으로 홀별 그린이 두 개씩 있는 투 그린 시스템을 사용하며 페어웨이와 러프의 길이 차이를 확실하게 두어 골퍼의 실력에 따른 변별력을 확실하게 만든다. 

2008년부터 시작된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 대회인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매해 열리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코스에서 플레이하면 나의 공략 방식과 프로 골퍼의 공략 방식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라데나골프클럽은 뛰어난 조경과 잔디 관리가 돋보였다. 그린의 피치 마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린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홀별 균일한 스피드로 라인을 따라 정직하게 볼이 굴러가 예측할 수 있는 퍼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가 대회 직전에 코스를 찾은 건 행운이었다. 평소보다 러프는 더 길었고 대회 코스에서 사용할 그린도 경험했다. 그린 스피드는 3.7~4.0으로 맞춘 상태였다. 

코스는 쭉쭉 뻗어 있는 직선 홀이 많지만, 벙커와 장애물을 곳곳에 전략적으로 배치해 지루하지 않고 매 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 블라인드 홀이 많지 않아 시원시원한 풍경을 선호하는 골퍼라면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다. 라데나의 자랑인 수국과 잘 관리된 벙커, 아름드리나무들을 보면 평소에도 골프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호네닭갈비.
상호네닭갈비.

라데나골프클럽에서 라운드를 마친 셋째 날에는 닭갈비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춘천 숯불닭갈비의 원조집인 ‘상호네닭갈비’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약간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려진 닭다리살은 1인분에 400g(3대)으로 푸짐하기까지 하다. 같은 닭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무심한 노포 식당의 정겨움도 맛을 더한다. 

글_서민교, 김성준 / 사진_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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