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골퍼, 루크 에스퀴벨의 끝없는 도전
  • 정기구독
성전환 골퍼, 루크 에스퀴벨의 끝없는 도전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09.0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루크 에스퀴벨은 단지 고등학교 골프팀의 선발 테스트에 참가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성전환 운동선수에 대한 법조항이 그의 도전을 막고 있다. 

올해 열네 살인 루크 에스퀴벨은 “살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좌우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심지어 어떤 사람이 아닌지를 규정하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루크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는 살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목숨은 부지하더라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셸리 에스퀴벨은 임신 31주 차에 쌍둥이를 분만했다. 그중 한 명인 코라는 건강했지만, 루크에게서는 선천성 심장 결함이 발견되었다. 

루크는 응급수술을 위해 워싱턴 DC의 국립아동병원으로 공수되었다. 수술은 잘되지 않았고, 심장마비와 함께 뇌출혈이 왔다. 기적적으로 상태는 안정되었지만 병원에서는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크가 걷지 못하거나 말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루크가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후로 14년이 흘렀고, 다행히 루크는 잘 지내고 있다. 뇌출혈로 인해 학습장애가 생겼고 난독증도 있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가 지금까지 또는 지금도 그런 시련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없다. 

루크는 자라면서 여러 가지 종목의 스포츠를 해봤지만 금세 마음이 떠났다. 그런데 골프는 달랐다. “다른 게임을 했을 때는 늘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골프를 할 때는 시간이 끝날 때가 되면 속이 상했다.” 

그는 열 살 무렵부터 플레이를 해왔다. 친구를 통해 골프에 입문한 루크는 곧바로 퍼스트티의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PGA투어 프로이자 녹스빌 출신인 스콧 스톨링스가 현지의 여러 코스에서 무료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준 주니어 혜택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중학교 골프팀에 들어가서 활동했다. 핸디캡을 12까지 낮췄고 얼마 전에는 인근의 한 코스에서 거의 파를 깰 뻔했는데 플레이를 시작한 지 몇 년밖에 안 된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이었다. 

1년쯤 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루크는 코스와 연습장을 합쳐서 일주일에 4~5일은 연습을 나간다. 군의 사이버보안팀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주로 플레이한다.

루크가 오랫동안 남모르게 간직해온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던 것도 그즈음, 그러니까 2021년 겨울 무렵이었다. 여성의 신체로 태어나서 루시라는 이름을 받았지만, 루크는 머리로도 그리고 가슴으로도, 자신이 뭔가 다르다는 걸 감지했다. 

어려서부터 루크는 드레스나 치마를 싫어했고, 중성적이거나 남자아이들이 입는 옷을 선호했다. 열 살 때는 부모님에게 남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머리를 짧게 잘랐고, 그런 모습과 느낌을 좋아했다. 

그는 사춘기의 성숙 억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16세가 되어갈 무렵에 내분비 전문 클리닉에서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루크는 이런 것을 비롯한 관련 용어들을 아직도 배워가는 중이라고 인정했지만 자신에 대해 이렇게 편안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확신은 주변 사람들이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덕분이었다.

10대들은 보통 변화를 가장 잘 수용하는 편이 아닌데도 루크의 학급 친구들은 그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루크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중학교 시절에 같은 골프팀에서 활동했던 릴리 버딘은 “루크가 성전환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라며 “그에게 내가 지지한다고 말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또래 친구들에게서 남자로 인정받게 된 루크는 패러것고등학교의 골프팀을 목표로 삼았다. (테네시에서는 골프가 가을 스포츠이지만, 선발 테스트는 봄에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참 뒤의 티로 물러나야 할 테고, 함께 경쟁할 남자아이들은 더 성숙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2021년 3월에 테네시의 주지사인 빌 리(Bill Lee)는 중고등학교의 성전환 운동선수는 조정된 성별이 아닌 태생 시의 성별에 따라 출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원법안 228호에 서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입법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에도 30여 개 주에서 성전환 청소년에 대한 여러 가지 청소년 스포츠 금지 조항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에 PBS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단 28%만이 성전환 학생 운동선수에 대한 금지 법안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유의 법안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주장은 여성 스포츠의 터전과 참가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빌 리 주지사도 법안에 서명하면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 법안이 “여성 스포츠를 보존하고 공정한 경쟁을 확보해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 법안이 성전환 커뮤니티를 찍어내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상원법안 228호는 리 주지사가 주도한 여러 건의 성전환자 표적 정책(의료 규제, 화장실 이용, 성교육 제한 등등) 가운데 하나이며 일각에서는 그걸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지닌 LGBTQ 인권단체인 람다 리걸(Lambda Legal)의 수석 변호사 사샤 버처트는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것에 대한 정당화는 터무니없다. 그건 억측과 가설에 근거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테네시주 상원의원이며 상원법안 228호에 서명한 조이 핸슬리는 법안이 비준되는 동안 자신은 테네시주의 성전환 운동선수와 관련된 어떤 문제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역시 성전환 스포츠 금지 법안을 검토 중인 유타주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활동한 7만5000명의 운동선수 가운데 성전환자로 등록된 학생은 단 4명에 불과하다고 한 LGBTQ 옹호 그룹은 밝혔다. 

유타주의 스펜서 콕스(Spencer Cox) 주지사는 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소수의 사람들을 향해 이 정도의 두려움과 분노가 표출되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2022년 3월에 NCAA 여자부 수영 및 다이빙 챔피언십에서 500야드 프리스타일 부문 우승을 차지한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리아 토머스(Lia Thomas)는 성전환자로 알려진 상태에서 NCAA 1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초의 사례다. 

그의 우승은 축하와 항의에 동시에 직면했다. 토머스는 드문 사례이지만 리 주지사는 법안의 필요성을 합리화하는 건 바로 이런 시나리오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법안의 금지 대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례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토머스는 성전환의 일환으로 여러 해에 걸쳐 호르몬 대체 치료를 받았고 그가 활동하는 무대는 아마추어 최고의 단계이다. 문제의 법안들은 대부분 아직 사춘기에 접어들지 않았거나 이제 막 접어들었으며 고등학교 이하의 저학년 팀에서 활동하는 어린이를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주 법안이 복사한 것처럼 비슷하다. 성전환자 법안 가운데 수십 건이 글자 하나까지 동일하다. 이는 LGBTQ의 인권에 반대하는 집단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의 초안을 제공한 데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버처트 변호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상원법안 228호는 성전환자 금지 법안들 가운데 비교적 독특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건 제한 범위가 총괄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성전환자 법안은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선수가 고등학교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반해, 상원법안 228호는 모든 중고등학교의 성전환자 운동선수에 대해 남녀와 종목을 막론하고 전환한 성정체성에 따라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루크가 성전환을 한 때는 마침 상원법안 228호가 통과되었을 무렵이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루크와 가족들은 뉴스를 예의 주시해왔다. 그 법안으로 인해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도 짐작하고 있었다. 

루크는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동요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루크는 그게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테네시주에서 NCAA 1부리그 미식축구에 참가한 최초의 여자 선수인 밴더빌트대학의 세라 풀러(Sarah Fuller)에게 찬사를 보냈던 게 불과 4개월 전이었기 때문이다. 골키퍼에서 페이스키퍼로 포지션을 바꾼 사라 풀러는 미주리와의 경기에서 킥오프를 했었다.  

그래서 루크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여자로 남아 있었다면 대학 미식축구 경기에도 출전할 수는 있는데 남자로 성전환을 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골프팀에서 플레이를 할 수 없다고? 
 
법안이 통과되고 6개월이 지나자 루크는 또 다른 현실 앞에서 또 다른 심정이 되었다. 루크가 원한 건 단지 골프를 하는 것, 팀의 일원이 되는 것뿐이었다. 태평하고 행복했던 아이는 권리를 박탈당했고 친구들이 도전하고 팀에 합류하는 걸 보면서 마음은 더 황폐해졌다. 

성전환자 커뮤니티에는 이런 정서가 팽배하다. 2021년 LGBTQ 청소년 정신건강 전국 조사에 따르면 성전환 청소년 가운데 62%가 우울증이 있으며 42%는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해봤다고 응답했다.  

상원법안 228호가 통과되었을 때,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비영리단체인 미국 인권자유 연대(ACLU)에서는 그 법안으로 인한 모든 피해자를 돕겠다고 밝혔다. 

루크는 선발 테스트 참가 자체가 금지된 것에 상처를 받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이 상황에 맞서 싸울 방법을 모색했다. 루크와 가족들은 그 과정이 결코 녹록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법안을 생각할수록 루크는 자신이 겪은 아픔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루크는 “나는 그냥 골프를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골프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팀에 합류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러자 진심으로 이 싸움을 해보고 싶어졌다.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4일, 에스퀴벨 가족과 ACLU, 그리고 람다 리걸은 상원법안 228호가 미국 수정 헌법 14조 및 교육 수정안 14번째 항목을 위반했다며 리 주지사와 테네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원법안 228호가 성전환 학생들에 대해 개별적인 상황의 고려 없이 각자의 성정체성에 맞는 스포츠 팀에 참가할 수 없도록 포괄적으로 금지한 것은 운동의 기회와 시스젠더(원래의 성과 정체성이 일치하는) 소녀들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 소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루크를 남자 골프팀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러한 목적의 추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에스퀴벨 가족의 소송을 돕고 있는 버처트는 “그 법안은 스포츠에 대한 것이어야 하는데, 이건 스포츠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건 성전환자들을 차별하고 그들에게서 삶의 기회를 박탈하려는 시도라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후 루크는 사실상의 공인이 되었다. 지역은 물론 전국 규모의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청소년 스포츠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커뮤니티에 얼굴을 내밀었다. “루크의 용기에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이메일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셸리는 말했다. 

루크는 소송이 부담스럽다고 시인했다. “골프에도 영향을 미친다. 플레이를 잘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내 실력이 어떤지 궁금해하는데, 나는 그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소송을 하면서 몇몇 사람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어렸을 때 루크를 지도한 한 골프 코치는 지지를 표하지 않았고, 주정부에 소속된 신분이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도 침묵했다. “참담했지만, 정치적인 힘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셸리는 말했다.  

루크도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초점은 다른 곳에 맞춰져 있다. 루크의 문제는 시간이다. 신속성은 미국 사법체계의 강점이 아니다. 소송을 제기한 건 2021년 가을이었지만 재판은 2023년 봄에야 열릴 예정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루크는 졸업반이 될 때까지 선발 테스트의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동료애와 유대감, 팀원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시기는 소중하고 일생에 한 번뿐이다. “구리다.” 루크는 도저히 달리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소송에 대해, 찬반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 대해, 열네 살의 나이로 테네시 주정부를 상대하는 것에 대해 내가 묻는데도 루크는 샷에 집중했다. 루크 에스퀴벨은 단지 골프를 하고 싶을 뿐이다. 

글_ 조엘 빌(Joel Beall)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