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폐셜 인터뷰] 배용준 '위대하게, 담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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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폐셜 인터뷰] 배용준 '위대하게, 담대하게'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2.09.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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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골프를 시작한 배용준이 드디어 유망주 알을 깨고 나왔다.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되겠다는 그의 당찬 외침.

인터뷰 도중 배용준의 공이 눈에 들어왔다. 딤플 하나하나에 고이 적힌 PGA. 원래 좋아하는 숫자 ‘1’을 썼는데 얼마 전부터 골프공 마킹을 바꿨다. 배용준은 공을 볼 때마다 목표를 되새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제 갓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그는 벌써 최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대표로 뛰었던 배용준은 2020년 11월 프로로 전향했다. 이듬해 스릭슨투어에 진출한 그는 2022년, 드디어 코리안투어에 발을 들였다. 주목받던 유망주는 시즌 11번째, 상반기 마지막 대회서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7월 솔라고CC에서 열린 한장상인비테이셔널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정상에 올랐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재경 신상훈 최천호 등이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배용준은 끝까지 선두를 지키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 우승으로 배운 것들
“저도 (김)민규처럼 우승하고 싶어요.” 한장산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를 마친 배용준은 평소 절친한 동생 김민규를 언급하며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던 김민규처럼 자신도 꼭 우승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그렇게 찾아온 첫 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장식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배용준은 기쁨에 환호했고 라운드 내내 두 손 모아 응원하던 부모님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선배들의 거세게 쫓아왔지만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신경 안 쓰고 제 플레이만 생각했어요. 솔라고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코스고, 아마추어 때나 작년 스릭슨투어에서도 우승했던 곳이라 자신 있게 했어요.”

우승으로 배운 것도 많다.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점, 또 그동안 1라운드에서 부진했던 것도 탈피했다. 

“늘 1라운드는 중위권 아래였는데, 한장상인비테이셔널 때는 처음부터 집중해서 쳤더니 잘 풀렸어요. 이제 1라운드 때부터 잘한 경험이 있으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KPGA 제공.
사진=KPGA 제공.

■ 연습의 굴레
우승 후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단박에 ‘연습’이 튀어나왔다. 첫 승이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터라 배용준은 정상에 오른 뒤 3주가량 휴식기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 쉴 법도 했지만, 금세 다시 클럽을 들었다.

샷 연습은 2~3시간 정도, 쇼트게임은 3시간가량 한다. 물론 시즌 때는 이 정도로 연습을 많이 못 하긴 하지만 비시즌 때는 몇 시간이고 연습에 몰두한다. “연습한 만큼 실력이 올라온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배용준은 프로에 입문하기 전에는 더 연습을 많이 했다.

“어릴 때부터 연습하던 게 있으니까 지금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잘 못 깨는 것 같아요. 만족할 때까지 해요. 처음에는 잘 안 맞더라도 연습이 끝날 때는 무조건 잘 맞아야 연습을 끝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배용준의 골프 인생을 살펴보면 왜 연습을 많이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우연히 시작한 골프는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아빠를 따라 처음 연습장에 갔는데 드라이버치고 아이언도 치는 게 정말 재밌는 거예요. 특히 처음에 퍼트를 딱 했는데 ‘땡그랑’ 소리가 나는 게 너무 좋았어요. 또 아빠가 골프를 워낙 좋아하셔서 중계도 많이 봤는데, 그때 봤던 선수가 타이거 우즈, 최경주 프로님, 양용은 프로님이셨어요.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나도 저 선수들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제가 먼저 골프를 하겠다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처음 골프를 시작한 나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저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또래에 비해 늦은 셈이다. 그래서 다른 선수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배용준은 “확실히 중학생 때까지는 내가 많이 뒤처져 있었다. 샷은 꾸준히 좋아진 걸로 기억하는데 쇼트게임이나 볼을 다루는 능력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했다. 50m 이내 거리는 하루에 2~3시간은 쳤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 아버지처럼
배용준을 골프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는 전투기를 조종했던 군인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승부욕 넘치는 아버지 성격을 이어받았다. 또 군인 아버지는 배용준에게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했다. “끝까지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배용준의 마음가짐에 토대가 됐다.

처음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운 배용준은 몇 달 지나지 않아 곧장 대회에 나갔다. 경기 결과는 기적과 같았다. 첫날부터 81타를 친 것. 그는 “그래서 다들 ‘우와’했는데 다음 날 상당히 못 쳤다. 그게 너무 분하고 열받았다. 그러니 또 승부욕이 생기고 욕심이 나서 더 열심히 했다”고 떠올렸다.

잘하겠다는 욕심, 승부욕은 프로에 입문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자기관리에 특별히 신경 쓰며 투어를 치르고 있다.

“작년에는 비거리가 많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체중도 늘리고, 고기도 많이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해봤는데 코리안투어는 대회가 많고 매일 걸어 다녀야 하니까 몸이 가벼운 게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대회 전에 달리기나 줄넘기를 해서 몸을 가볍게 해요. 식단 조절은 딱히 안 하지만 대회 전날에는 밥에 닭가슴살 정도만 먹어요.”

트레이너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알아보고 고민하며 내게 잘 맞는 걸 스스로 찾는다. 과거 입스가 왔을 때도 그랬다.

■ 악몽의 1년
배용준은 고등학교 1~2학년 때 퍼트 입스를 겪었다. 어릴 때부터 쇼트게임에 스트레스가 컸던 배용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여러 코치, 프로를 찾아다니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퍼트 입스는 다소 생소해서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 밤마다 울기도 했다.

“백스윙은 괜찮았어요. 근데 내려올 때 2, 3번 정도 끊어가는 느낌이에요. 스트로크까지 안 내려오니까 되게 불안하더라고요. 방법을 내가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봤어요. 그러다 찾은 방법이 ‘눈 감고 하기’였어요.”

1년 동안이나 눈 감고 퍼트했다. 배용준은 “그때 쇼트 퍼팅은 다 눈 감고 했다. 그러다 성공률이 높아지니 눈을 떠도 잘 들어갔다”면서 “1년 동안 정말 꾹 참았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눈을 뜨기도 했는데 결과는 전과 똑같았다. 그래서 1년만 꾹 참고 해보자 싶었다. 계속 인내했다”고 웃었다.

그렇게 눈 감고 퍼트하면서 퍼트 입스에서 벗어났다. 국가대표는 물론 유망주로서 많은 기대를 안고 프로에 왔다. 군인 아버지에게 배운 정신력 덕분이다.

■ 내 꿈은 PGA
한장상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코리안투어 신인왕 부문 선두를 차지했다. 배용준은 “(장)희민이가 우승한 후 나는 계속 2위였는데 내가 선두로 올라오게 됐다. 하반기 때는 꾸준하게 성적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또 배용준은 이미 넓은 세계를 보고 있다. 코리안투어 신인왕도 물론 놓칠 수 없는 목표지만 그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뛸 날을 고대하고 있다. 올해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콘페리투어 시드전을 치를 거예요. 군산CC오픈을 치르고 바로 미국에 넘어갈 생각이에요. 또 코리안투어 하반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코스도 있으니 꾸준하게 성적 잘 내서 신인왕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계속 배운다는 마음으로 투어에 임할 거예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배용준은 더 ‘악’소리 나게 연습 중이다. 그는 “드라이버 비거리나 페어웨이 적중률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하반기에 더 편하게 플레이하고 싶고, 그래야 PGA투어에 가서도 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배용준이 늘 머릿속에 떠올리는 말이다. 큰 대회, 작은 대회 가리지 않고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특히나 골프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운동이기 때문에 더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항상 밝고 긍정적이고 코스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라 자신감 있는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어요.”

이름 배용준
나이 만 22세
프로 데뷔 2020년
성적 코리안투어 1승

[사진=김시형(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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