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칼럼] 골프의 재미를 수치로 환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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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칼럼] 골프의 재미를 수치로 환산한다면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09.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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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의 코랄레스골프코스.
▲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의 코랄레스골프코스.

우리는 골프 코스의 난이도를 수치로 객관화해 계산하고 스코어 카드에 적힌 숫자에 울고 웃는다. 과연 얼마나 즐거운 골프를 했는가에 대해 수치로 환산해본 적이 있는가. 

베스트 코스 평가 요소 중에 ‘난이도’는 영문 표현으로 스코어에 대한 저항을 뜻하는 ‘Resistance to Scoring’이다. 단순히 코스의 쉽고 어려움을 표현 하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코스 난이도가 베스트 코스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코스에서 스코어를 내는 데 어려움을 주는 장애 요소는 무엇일까?

가장 큰 저항 요소는 코스의 총장이다. 총장이 너무 긴 코스에서는 비인간적인 장타자를 제외하면 모든 골퍼에게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외에 샷 가치가 높아질수록 코스는 어려워진다. 그린의 언듈레이션, 벙커나 해저드 등 페널티 구역의 위치, 벙커 깊이, 해저드 개수, 페어웨이 너비, 러프 길이 등 수많은 요소가 난이도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난이도는 그저 모든 골퍼에게 단순히 코스가 쉽고 어렵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골퍼의 기량이 떨어져 모든 홀이 어렵더라도 이는 난도가 높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골퍼의 기량에 따라 코스의 난이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코스 난이도는 골퍼 기량의 기본값을 정해 어려움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려 한다.

가장 흔하게 쓰인 방법은 코스 레이팅(Course Rating)이다. 코스 레이팅은 골퍼마다 다른 기량에 대한 기준을 이븐파로 정한다. 이븐파 정도를 치는 스크래치 골퍼를 기준으로 여러 번의 라운드를 했을 때 그 스코어의 평균값을 얻어 내 각 티잉 에어리어의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것을 코스 레이팅이라 한다. 실제로 골퍼를 투입해 계산하지 않고 정형화된 계산 방법에 의존해 각 홀의 길이, 여러 개의 스코어 장애 요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수치로 산출한다. 코스 레이팅은 기준값을 72로 하며 스코어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쉽고 높으면 어렵다는 걸 나타낸다.

코스 레이팅은 오랜 기간 코스의 난이도를 나타내는 객관적 수치로 사용했다. 하지만 골퍼의 기량을 스크래치 골퍼를 기준으로 하면서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스크래치 골퍼와 보기 플레이 골퍼는 서로 어려움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슬로프 레이팅(Slope Rating)이다. 슬로프 레이팅은 골퍼의 기량을 보기 플레이어에게 맞춘다. 보기 플레이어가 여러 번 라운드 한 값을 산출해 수치로 환산하며 기준값을 113으로 한다. 이 또한 수치가 낮을수록 쉬운 코스이며 높을수록 어려운 코스로 나타낸다. 최근에는 코스 레이팅보다 슬로프 레이팅을 더 많이 인용하고 사용하는 추세다. 현대 골프가 쉽고 빠르며 즐겁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 둘의 스코어가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할 수도 있으나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스크래치 골퍼나 프로 골퍼가 어려워하는 코스 내 구조물, 그린 콤플렉스와 보기 플레이어나 주말 골퍼가 어려워하는 요소가 다르다는 점이다. 쉽게 예를 들면 스크래치 골퍼는 러프보다 벙커 샷이 쉬울 수 있지만, 보기 플레이어에게는 러프가 벙커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스크래치 골퍼에게는 롱 게임보다 그린 플레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기 플레이어는 그린 플레이보다 롱 게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로 어려운 부분을 다르게 느낄 수 있기에 이 두 스코어의 차이는 매우 클 수 있고, 코스 난이도는 골퍼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스크래치 골퍼나 프로 골퍼보다는 보기 플레이 이상의 골퍼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을 설계한 앨리스터 매킨지는 “단조롭지 않고, 골퍼의 기량이 발전하며, 많은 이들이 골프를 하면서 즐거움을 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코스가 진정으로 이상적인 코스다”라고 말했다. 필자도 이 말에 동의한다.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현대 골프에서 골퍼가 추구하고 갈망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려움(Difficulty)보다는 행복 추구를 위해 즐거움(pleasure)이나 재미(Funny)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간 우리는 골프라는 스포츠 종목에서 너무 높은 골프 기량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스코어를 내는 데 얼마나 쉽고 어려운지를 수치로 나타낼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골프를 하면서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지를 수치로 환산해 코스를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 강명식은 외과 전문의로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골프다이제스트 골프 코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 소설 <레드재킷>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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