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강 칼럼_설계생활자] 골프장이 들어설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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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강 칼럼_설계생활자] 골프장이 들어설 자리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09.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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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개장 전 공사 중인 오렌지듄스 영종골프클럽. 사진=김시형
2020년 12월 개장 전 공사 중인 오렌지듄스 영종골프클럽. 사진=김시형

골프장 사업부지 선정을 위한 첫 단계는 가용 면적의 설계적 판단이다. 땅이 많다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넓은 땅이 있는데 골프장으로 조성 가능한지 검토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골프 코스 설계의 특징 중 하나가 대상지 선정 과정부터 설계가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건축, 조경 등의 설계는 설계 착수 단계에 이미 대부분 설계 대상지 경계가 확정되어 있고, 토지 용도 또한 인허가적으로 결정되어 있어서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나 구조물을 설계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골프 코스 설계는 대상지 선정과 토지 매입 초기 단계부터 설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코스 설계가가 골프장으로 개발이 적정한 땅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때에 따라서는 대상지 경계와 매입해야 할 토지의 위치, 범위를 제안하는 일도 잦다. 필자가 속한 회사는 골프 코스 설계뿐만 아니라 컨설팅, 인허가, 시공, 코스 관리, 골프장 운영에 관한 모든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골프장 개발과 관련한 의뢰가 많은 편이다.

오랫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토지를 검토하면서 어느 정도 지역별 개발 흐름도 보이고 실제로 골프장으로 추진되는 사례를 많이 접한다. 필자는 1년 평균 150~200개의 골프장 사업 후보지를 의뢰받아 검토한다. 그중에서 실제 골프장 사업으로 추진되는 땅은 1~2%에 불과하다. 오래전에 검토했던 부지가 다시 의뢰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후보지는 위치만 확인하고 골프장으로 불가한 지역인 것도 있다. 심지어 오래전 골프장 용도로 허가받은 부지인데 어떻게 인허가를 받았는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현재 기준으로 골프장 조성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어떤 경우든지 의뢰인은 비슷한 말을 하면서 검토를 요청한다. 골프장을 하기에 아주 좋은 땅인데 한번 봐달라, 마치 정답은 자신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확인만 해달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1~2% 정도만 그 정답(아니, 정답과 비슷한 답)을 들을 수 있다. 대부분 의뢰인은 자신의 땅이 최적의 골프장 개발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기대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골프 시장에서는 그런 땅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18홀 면적, 얼마면 되니?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골프장은 514곳, 면적은 5억1024만8296㎡로 체육시설업 전체 면적의 89.68%를 차지한다.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은 조사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18홀 기준 약 570곳이다. 골프장 한 곳당 약 100만㎡(100ha, 약 30만 평)를 기준으로 삼으면 약 5억7000만㎡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토 면적 1004억㎡ 중에서 육지 면적이 976억㎡이므로 전체 국토 육지 면적의 0.58%가 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이다. 단일 체육시설업으로는 최대 면적이다.

골프장 조성은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규정을 적용받았다. 2006년 이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체육시설업 시설물의 설치 및 부지 면적의 제한사항(제9조 관련) 규정에 따라 18홀 이상의 골프장은 108만㎡ 면적에 18홀을 초과하는 9홀마다 46만8000㎡를 추가한 면적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클럽하우스 연면적도 18홀 기준 330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골프장이 일률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래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가 좁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이 규정을 폐지하고 골프장마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재는 부지 면적, 클럽하우스 면적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골프장 면적 제한 기준이 오랜 기간 적용되면서 일반화한 탓에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18홀 골프장을 조성하려면 일반적으로 산지 100만㎡, 평지 70만㎡ 이상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코스 설계를 하면서 접하는 대부분의 골프장 대상지 면적도 이와 비슷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경사, 표고 등 지형 형태와 대상지 경계 형태, 내부의 제약 요인 유무, 경계부에 접한 타 시설들의 용도 등에 따라 15% 정도까지 편차가 생길 수 있다. 필자가 설계에 참여했던 평지 골프장의 경우 대략 면적은 오렌지듄스송도골프클럽 51만㎡, 솔트베이골프클럽 65만㎡,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77만㎡(페어웨이 빌라 14.5만㎡ 별도), 오렌지듄스영종골프클럽 82만㎡이다.

오렌지듄스송도는 주변에 야구장과 가스 시설이 인접해 있고, 오렌지듄스영종은 대상지가 세 개로 분리된 데다 내부 자기부상 철도용지가 포함되어 있어 부득이 타구 안전망을 설치했다. 잭니클라우스는 프리미엄 클럽으로서 페어웨이 빌라와의 안전거리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평지 골프장의 적정 면적 정도를 판단해야 했다. 솔트베이가 18홀, 전장 7130야드, 300야드 길이의 잔디 드라이빙 레인지를 갖추었지만 다소 면적이 좁아 타구 안전망을 일부 설치했다. 종합해보면 타구 안전에 민감한 시설과 접하였는지 유무, 드라이빙 레인지 유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 코스 제원과 전략성을 갖춘 18홀 골프장을 평지 지형에 조성하기 위해서는 70만㎡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도 모 지역 실제 입지 검토 결과_의뢰 면적은 470만㎡. 18홀 골프장 네 개를 배치할 수 있는 면적이지만 붉은색의 급경사지, 파란색의 임상도 5영급지 등의 제약 때문에 9홀 정도만 배치 가능한 땅이다. 흰색 지역만 개발 가용지이지만 여기에도 400x80m 규모를 배치할 수 있어야 진정한 가용지다. 지금도 골프 시장에서는 골프장 72홀 가능 용지로 떠돌아다닌다.
경기도 모 지역 실제 입지 검토 결과_의뢰 면적은 470만㎡. 18홀 골프장 네 개를 배치할 수 있는 면적이지만 붉은색의 급경사지, 파란색의 임상도 5영급지 등의 제약 때문에 9홀 정도만 배치 가능한 땅이다. 흰색 지역만 개발 가용지이지만 여기에도 400x80m 규모를 배치할 수 있어야 진정한 가용지다. 지금도 골프 시장에서는 골프장 72홀 가능 용지로 떠돌아다닌다.

◇ 땅을 찾는 작업

문제는 산지 지형이다. 우리나라에서 평지에 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는 경우는 매립지, 유휴 부지 등으로 한정적이며 대부분의 골프장은 산지 지형에 만들어진다. 현재 운영 중인 산지형 골프장 대부분이 18홀당 100만㎡ 이상이므로 산지에 골프장을 조성하려는 의뢰인들도 대부분 100㎡ 이상의 사업 후보지를 의뢰한다. 면적이 넓은 경우에는 ‘이 정도 면적이면 27홀이나 36홀도 가능한 면적인 것 같다’는 반전문가 같은 의욕에 찬 말까지 곁들인다. 골프장 개발에 제약을 주는 사항을 따져보는 일을 업계에서는 ‘골프장 입지 검토’라고 부른다. 입지 검토 항목은 대상지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40~50개에 이른다. 

5부 능선, 경사도, 식생 등급 등 대상지 자체 특성을 살펴보는 항목도 있고, 상수원보호구역 여부, 개발 불가능한 토지 용도지역 등 법과 제도적인 부분을 따져보는 항목도 있다. 일반인도 단편적인 입지 검토 항목 몇 가지를 확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입지 검토 항목을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해석해 쓸모 있는 개발 가용지를 찾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골프장 대상지를 결정하기 전에는 꼭 전문가의 검토를 받기를 권한다.

일반인이 골프장 개발이 적정한지를 따져볼 수 있는 우선적인 기준은 현장에서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사, 식생 등급 등이 있으나 이 또한 접근이 가능한 일부 도로, 농경지, 능선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가능하다. 산지 지형은 위에서 볼 때와 아래에서 볼 때 느껴지는 경사가 다르며 숲이 우거진 정도에 따라서도 험한 지형이 완만해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비전문가적인 판단만으로 골프장 용도로 토지를 섣불리 계약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 지형도에 답이 있다

의뢰인 대부분은 무조건 현장을 가서 보자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현장이 중요하다. 검토 단계에서 현장을 가는 것은 대상지 자체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보다는 대상지의 느낌, 주변 분위기, 접근 동선, 원경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숲이 우거진 대상지 내부를 살펴보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현장에 간다고 해도 100만㎡ 이상의 산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없다.

오히려 사무실에서 지도와 위성사진 정보를 통해 전체 대상지를 분석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현명한 판단에 도움을 준다. 일부 접근이 가능한 계곡, 식생 현황 등을 파악해 보전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산지형 골프장 특성상 토공 이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성토나 절토를 통한 지형 변화가 일어난 후를 연상하면서 현재 지형의 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형 분석 자료와 환경부, 산림청에서 공개된 자료를 종합 분석해 실제 골프장 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가용지 규모를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고 우선적인 방법이다.

특히 최근 입지 검토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 생태자연도 1등급, 임상도 5영급지(수령 41~50년생 임상이 50% 이상 분포) 등 산림 식생 등급 제한 때문에 골프장 개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골프장 사업부지 선정을 위해서는 도시계획 전문가의 입지 검토를 바탕으로 지형과 경사도, 식생 등급 등을 입체적인 도면으로 작성한 후에 코스 설계가가 코스 배치 가용지 면적을 산출하고 몇 개 홀을 배치할 수 있는지 대략 구상하는 설계적 판단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숫자로는 가용지가 넓어도 홀을 배치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홀 하나를 평균 길이 400m, 너비 80m의 큰 테트리스 막대라고 가정해보자. 18개의 테트리스 막대를 입체적인 지형에 순리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배치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골프 코스 설계의 첫 단계이다. 

* 코스 설계가 이현강은 오렌지엔지니어링에서 설계를 총괄하며 골프다이제스트 코스 자문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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