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스담채화…권역별 베스트 코스 추천 1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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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스담채화…권역별 베스트 코스 추천 15곳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10.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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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비치.
파인비치.

땅끝 해남의 리아스식 해안과 맞닿은 파인비치처럼 한국의 대자연에 엷게 덧칠한 경이로운 미학, 그리고….

국내 최고 권위의 골프다이제스트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는 1999년을 시작으로 2년마다 베스트 코스 15곳과 꼭 가봐야 할 코스 35곳을 선정해 50대 코스를 발표해왔다. 우리가 공정하고 엄격하게 코스 선정 위원과 평가 기준을 관리하며 오랜 노력을 기울여온 건 궁극적으로 한국 골프 코스의 전체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베스트 코스를 선정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국내 골프 코스의 기형적 분포와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는 곧 국내 골프 코스의 현주소였고,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국내 골프장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집계한 2021년 기준 전국 골프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골프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수도권은 정치·경제·행정·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구와 시설 및 각종 기능이 집중되어 있다. 골프장도 태생적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2021~2022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톱 15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위치한 골프 코스는 6곳에 불과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제주도 2곳과 수도권에 인접한 강원도 2곳(춘천, 홍천), 충청도(천안) 1곳을 제외하면 경상도 1곳이 전부였다.

우리는 국내 골프 코스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작은 첫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골프 코스를 찾아 알리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프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고 젊은 MZ세대의 유입으로 골프 열풍까지 이어졌다. 골프장은 부킹 대란이 일었고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피도 치솟았다. 시대적으로 수도권에 편중된 골프 인구를 다른 지역으로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권역별 베스트 코스 선정은 이런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우리는 올해 초부터 권역별 골프 코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전국 골프장 현황 자료를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정확한 집계 기관이 전무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완벽히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골프장과 코스가 뒤섞여 있거나 18홀 이상 정규 코스가 아닌 군 골프장과 9홀 이하 코스도 포함되어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상태였다.

권역별 베스트 코스 선정에 앞서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서울·인천·경기를 수도권으로 규정하고 이번 권역별 베스트 코스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도를 경계로 강원·충청·경상·전라·제주 등 5개 권역으로 나누었다. 우리는 정규 코스를 보유한 골프장 기준으로 강원(43곳), 충청(62곳), 경상(103곳), 전라(60곳), 제주(28곳) 등 총 296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발표한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15곳에 포함된 골프 코스도 리스트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 권역별 베스트 코스는 순위를 매기지 않고 투표 결과에 따라 상위 3곳을 정해 꼭 가봐야 할 코스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코스 선정 위원은 젊고 트렌드에 민감한 패널로 선별했고, 권역별 코스 평가를 위해 각 권역의 선정 위원을 추가 모집해 100여 명의 패널 집단을 새로 꾸렸다.

코스 평가 기준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다. 디지털 세대가 찾는 골프 코스의 트렌드를 읽는 시각의 필요성을 담아 이번 권역별 베스트 코스 평가 기준에 적용했다. 8가지 평가 기준을 유지하면서 평가 항목의 이름을 변경하거나 기존 항목을 삭제하고 새로운 항목을 넣었다. 평가 항목 가운데 ‘샷 가치’는 ‘샷 옵션’으로, ‘기억성’은 ‘독창성’으로 변경했다. ‘기여도’와 ‘서비스’ 항목을 ‘즐거움(Fun)’으로 통합하고 골프 코스 설계의 가장 기본인 ‘안전성(Safty)’을 새롭게 추가했다. 또 기존 샷 가치의 평가 점수에 두 배를 곱하던 평가 항목의 가중치를 없앴다. 샷 가치는 난이도와 다양성에 상호 영향을 받는 평가 기준으로 판단했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권역별 베스트 코스는 준비 과정부터 선정 후 발표에 이르기까지 단 한 곳의 골프장과도 접촉하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도록 노력했다. 골프다이제스트 코스 선정 위원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순수한 자원봉사자이자 열정적인 골퍼로 비공개가 원칙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별 베스트 코스는 내년 5월에 발표할 2023~2024년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선정을 위한 하나의 준비 과정이자 한국 골프 산업과 문화 창달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라비에벨 올드 코스.
휘슬링락.

◇ 권역별 베스트 코스 평가 항목

① 샷 옵션(Shot Options) : 코스가 14개 골프 클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지, 위험과 보상이 포함된 다양한 옵션을 얼마나 잘 제시하며 광범위한 영역의 샷을 제대로 요구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② 난이도(Challenge) : 정정당당하게 백 티에서 플레이하는 전형적인 스크래치 골퍼에게 코스는 얼마나 도전적이며 어려운가를 평가한다. 세계 100대 챔피언 코스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투어 프로가 아닌 핸디캡이 낮은 아마추어 골퍼에게 도전하도록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게 설계된 코스를 평가하는 것이다.  

③ 설계의 다양성(Layout Variety) : 코스의 물리적 레이아웃으로 각기 다른 길이의 홀, 직선과 좌우 도그레그 홀의 형태 구성, 페널티 구역의 배치, 그린의 모양 및 콘투어 등 다양성을 평가한다.  

④ 독창성(Distinctiveness) : 이 코스의 모든 홀과 비교했을 때 각 홀은 얼마나 독특하고 개성 있는가를 평가한다. 각 홀이 특색이 있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할 수 있는 코스인가.  

⑤ 심미성(Aesthetics) : 이 코스의 경치(조경, 식생, 물의 경치, 배경 등)가 얼마나 더 라운드의 즐거움을 더하는가를 평가한다. 주변 지역의 풍광보다 각 홀의 아름다움을 우선시한다.  

⑥ 코스 관리 상태(Conditioning) : 코스의 잔디와 전반적인 골프장 관리 상태를 평가한다. 페어웨이 잔디가 얼마나 고르고 러프와 경계가 명확한가, 그린은 퍼트가 얼마나 정직하게 구르는가 등을 평가한다.  

⑦ 안전성(Safety) : 코스 내 위험도를 줄여 타구 사고와 낙상 사고 등 수많은 안전사고로부터 골퍼를 보호하는지, 홀 간 간격을 유지해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지, 적절한 경사를 유지하는지를 평가한다.  

⑧ 즐거움(Fun) : 모든 수준의 골퍼가 정기적으로 라운드하면서 그 코스가 골퍼에게 얼마나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평가한다. 골프장의 편리성과 친절도, 접근성, 기여도 등 골퍼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다.

* 코스 평가 세부 사항

▶ 8가지 각 항목당 6~10점을 부여한다. 이때 10점은 매우 좋다, 9점은 좋은 편이다, 8점은 보통이다, 7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6점은 매우 나쁘다라는 기준을 적용한다.

▶ 각 항목은 가중치 없이 최고 점수는 80점, 최저 점수는 48점이다.

라비에벨 올드 코스.
라비에벨 올드 코스.

<대한민국 권역별 베스트 코스 추천 15(*가나다순)>

◇ 강원도
라데나 | 춘천
라비에벨(올드) | 춘천
휘슬링락 | 춘천

◇ 경상도
드비치 | 경남 거제
에이원 | 경남 양산
정산 | 경남 김해

​​​​​◇ 전라도
파인비치 | 전남 해남 
포라이즌(구 승주) | 전남 순천
JNJ | 전남 장흥

◇​​​​​ 충청도
레인보우힐스 | 충북 음성
천룡 | 충북 진천
SG아름다운 | 충남 아산

◇ 제주도
블랙스톤제주 | 제주
엘리시안제주 | 제주
핀크스 | 서귀포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톱 15>

1. 웰링턴(와이번-그리핀) | 경기 이천
2. 클럽나인브릿지 | 제주 
3. 우정힐스 | 충남 천안
4. 잭니클라우스 | 인천
5. 안양 | 경기 군포
6. 트리니티 | 경기 여주
7. 제이드팰리스 | 강원 춘천
8. 해슬리나인브릿지 | 경기 여주
9.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 경남 남해
10. 세이지우드홍천  | 강원 홍천
11. 롯데스카이힐제주(오션·스카이) | 제주 
12. 남촌 | 경기 광주
13. 사우스스프링스 | 경기 이천
14. 서원밸리 | 경기 파주
15. 더스타휴 | 경기 양평

라데나.
라데나.

◇ 골프 도시, 강원 속 춘천

라데나, 라비에벨(올드), 휘슬링락

강원도의 수부도시 춘천은 영서지방의 문화 중심지이자 최근에는 골프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강원도는 43곳의 골프장 가운데 춘천에 11곳이 자리하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7위에 오른 제이드팰리스를 비롯해 라비에벨, 휘슬링락, 라데나 등 명문 코스로 손색이 없는 수려한 경관과 특색 있는 코스 디자인의 골프장이 집중되어 있다. 춘천에 위치한 골프장이 주목받는 것은 접근성의 이점도 크다. 서울과 인접해 있고 경춘선을 따라 골프 여행을 떠나기 안성맞춤이다. 도장 깨기를 하듯 춘천 골프 코스 탐방을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2011년 개장한 휘슬링락은 ‘드림팀’을 구성해 설계 단계부터 프리미엄 회원제 골프장을 계획한 곳이다. 테드 로빈슨 주니어가 코스 설계를 맡았고, 섀도크리크골프코스의 조경회사인 피나클디자인이 조경을 책임졌다. 휘슬링락은 이름에서 코스를 짐작할 수 있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 바람이 부딪혀 내는 소리가 휘파람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공사 단계에서 나온 수많은 바위와 깊은 계곡, 구릉을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살린 자연스러운 무질서의 미학은 놀랍다. 조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아트 벙커와 다양한 색상의 볼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운 예술미로 승화시켰다. 코쿤 코스 5번홀을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휘슬링락의 백미는 기념사진 명소로 꼽히는 그늘집이다. 3번홀 티잉 에어리어에서 내려다보면 은빛 누에고치를 연상케 하고, 이곳에 들어서면 아늑함에 지친 몸이 풀린다.

춘천과 홍천을 잇는 길목의 산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라비에벨은 강원도의 높은 산들이 시작하는 지점에서 웅장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조선시대 궁궐에 들어서는 착각을 일으키는 전통 한옥 클럽하우스다. 직선과 곡선의 아름다운 조화로 전통미를 따라 코스로 향하는 스타트 하우스의 중정이 멋스럽다.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입었던 디자이너 김리을의 한복 정장이 전시되어 화제가 된 곳이다. 프랑스어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뜻을 지닌 라비에벨의 진가는 올드 코스에서 드러난다. 아름다운 코스에 취하면 드라마틱한 홀 전개에 정신이 혼미해질 수 있다. 각 홀의 완성도가 높은 올드 코스는 다양한 난이도로 도전과 전략적인 구성이 단연 돋보인다. 탁 트인 페어웨이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을 적절히 섞은 언듈레이션이 샷 옵션을 올리고, 126개의 다양한 길이와 형태의 벙커는 골퍼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질긴 페스큐 러프를 식재해 페어웨이 공략이 필수고 그린도 퍼블릭 코스로는 매우 빠른 편이라 난도가 높다. 꽃밭으로 가꿔진 다랑이논이 왼쪽으로 넓게 펼쳐진 15번홀(파5)은 티 샷 이후 세컨드 샷 공략이 주효해야 온 그린을 노릴 수 있다. 그린 앞에도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안정적으로 그린에 안착하기 까다롭다. 전통적인 기품이 느껴지는 올드 코스는 라운드 내내 한국의 서정적인 정서를 깨우는 곳이다.

강원도 산자락이 아닌 춘천 시내 가까운 곳에 위치한 라데나는 색다른 느낌의 호수 정원 같은 코스다. 호반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레이크 코스는 크고 작은 호수와 아일랜드 홀이 다채롭고, 아늑한 정원에 들어선 착각을 일으키는 가든 코스는 라운드 내내 잘 가꿔진 수국이 그득한 아기자기한 조경의 매력에 빠져든다. 블라인드 홀이 적은 넓고 평평한 페어웨이와 변별력을 확실하게 둔 러프를 지나 그린에 오르면 라데나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린의 피치 마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디 관리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홀마다 투 그린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매해 열려 시기를 잘 맞추면 3.7~4.0의 그린 스피드를 경험할 수 있다.  

레인보우힐스.
레인보우힐스.

◇ 내셔널 타이틀의 성지

레인보우힐스, 천룡, SG아름다운

충청권을 대표하는 골프 코스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충남 천안에 위치한 우정힐스를 떠올린다. 페리 O. 다이가 설계한 이곳은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톱 5를 벗어나지 않는 명문 코스로 지난해 3위를 차지했다. 우정힐스를 먼저 언급하는 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의 개최지이기 때문이다. 충청권 내셔널 타이틀의 바통은 한국여자오픈이 이었다.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한국여자오픈을 개최하며 전통과 권위의 역사에 포문을 열었다(추후 장소가 변경될 여지는 있다).

레인보우힐스는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야심작으로 대를 잇는 RTJ 가문의 철학이 담겨 있다. 레인보우힐스는 난도 높기로 악명 높다. 지난해 한국여자오픈에서 대회 코스인 남, 동 코스에서 무려 15명의 기권자가 속출했고 커트라인은 6오버파였다. 예일대 골프팀 출신인 존스가 설계한 코스는 쉽지 않다. 레인보우힐스는 존스가 모든 홀을 시그너처 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했고,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모험과 보상이 확실한 특색 있는 홀로 구성되어 도전적이거나 전략적으로 임해야 한다.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페어웨이 언듈레이션도 심하다.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 파 세이브가 쉽지 않다. 그린도 작고 경사가 많아 그린 스피드가 빠르면 타수를 줄이기 힘들다. 존스는 한국 산악지형을 비웃듯 지형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코스를 만들었다. 특히 동 코스가 그렇다. 시그너처 홀로 꼽히는 동 코스 3번홀(파4)은 산비탈을 굽이 도는 환상적인 내리막 홀로 페어웨이 중앙을 가로막고 있는 폰드를 넘기는 공격적인 티 샷을 성공시키면 짧은 세컨드 샷을 남겨 확실한 보상이 주어진다. 남 코스 6번홀(파3)은 그린 앞의 벙커만 피하면 무난하지만, 티잉 에어리어에서 내려다보이는 세계적인 클럽하우스 전문 디자인팀 Mai(March & Associates.inc)가 설계한 클럽하우스와 마주해 독특하고 감각적인 골프와 리조트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새벽녘 안개가 걷히면 드러나는 전통의 회원제 골프장인 천룡은 충북 진천의 무제산과 무이산 사이의 산기슭을 타고 굽이굽이 이어진 황룡, 청룡, 흑룡 코스가 용을 연상시킨다. 천룡은 수원과 한성컨트리클럽 디자인에 참여한 일본 코스 설계가 가토 후쿠이치가 코스 설계를 맡아 편안하고 직진 성향의 일본식 정원 느낌이 강하지만 선 굵은 언듈레이션으로 서구적 도전성이 스며들었다. 단조로울 수 있는 천룡을 도전적으로 만든 건 난도를 높이는 굽이치는 그린 콤플렉스다. 청룡 코스 4번홀(파3)의 그린은 물결치는 언듈레이션과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벙커가 난도를 높인다. 청룡 코스는 도전에 따른 보상이 확실하고, 흑룡은 적절한 블라인드 홀이 많아 상상력을 통한 용기가 필요하다. 아기자기한 일본풍의 황룡 코스는 기술과 지혜를 요구한다. 청룡 코스 7번홀(파3)은 한 폭의 동양화가 떠오르는 아일랜드 홀로 폰드를 지키는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하다. 흑룡 코스 7번홀(파4)은 그린 뒤로 병풍을 두른 듯한 절경이 가을을 기다리게 만든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SG아름다운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지형을 살리면서 산수의 미를 더한 코스 설계가 송호의 철학이 담겼다. 아산만 바다를 바라다보며 날리는 호쾌한 샷부터 곳곳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는 까다로운 그린을 향한 정교한 샷까지 다양한 샷 옵션을 요구한다. 

드비치.
드비치.

◇ 도심을 벗어난 시사이드

파인비치, 드비치

수도권에서 벗어나 골프 코스로 떠난다면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은가. 파크랜드나 산악지형 코스에 익숙한 골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코스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시사이드 코스를 경험하지 못한 골퍼가 많다. 태생적 이유도 있다. 국내 골프 코스는 일본 정원식 코스처럼 숲속에 앉힌 파크랜드 코스가 대부분이었고, 산악지형을 깎고 다듬어 만든 마운틴 코스가 주류를 이뤘다. 해안선을 따라 골프 코스를 조성하는 것에 제약도 컸다. 해안선 근처에는 환경문제 등으로 인허가 자체를 받기 불가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안선에 인접한 코스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환경 보존을 하면서 골프 코스를 조성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도 이뤄냈고, 관광자원 개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진 덕분이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은 다도해와 리아스식 해안이 장관을 이루고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채 수려한 풍광을 뿜어내는 곳이다. 이곳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골프 코스가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와 경남 거제의 드비치다. 파인비치는 땅끝 해남 바닷가 언덕에 곱게 자리했다. 링크스 코스라고 하기에는 척박하지 않은, 링크스 스타일의 아름다운 시사이드 코스다. ‘한국의 페블비치’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인비치는 두 코스 설계가 게리 로저 베어드와 데이비드 데일의 합작품이다. 베어드는 파인비치는 “내가 설계한 코스 중 최고의 절경”이라고 표현했다. 파인비치는 구불구불한 반도 지형의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갖췄다. 어쩌면 데일의 말처럼 자연이 디자인한 걸작인지도 모른다. 바다를 접하는 모든 홀에서 바다를 마주하며 어드레스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시사이드 코스라고 하더라도 바다를 등지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는 바다 건너 샷을 해야 하는 홀, 골퍼의 로망이 실현된다. 파인비치의 시그너처인 비치 코스 6번홀(파3)이다. 티 샷이 우측 해안 기암절벽 바다를 관통해야 하는 위압감과 통쾌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홀이다. 하지만 누구나 도전하지만 온 그린에 성공한 골퍼는 많지 않다. 백 티는 215m, 레귤러 티도 182m로 부담스러워 아름다운 풍광 뒤에 자비가 없는 잔혹한 홀이다.

평화로운 남해를 코스 곳곳에서 음미할 수 있는 또 다른 코스는 드비치다. 거제의 반도를 따라 오밀조밀 들어앉은 18홀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시사이드 링크스 코스이지만 마치 바다 호수처럼 잔잔하다.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한 따뜻한 기온도 골퍼를 반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드비치 코스 초반 설계는 그레그 노먼이, 마무리는 송호디자인이 맡았다. 고저 차가 심하지 않지만 동쪽이 높고 바다에 가까운 서쪽이 낮다. 18홀 중 12개 홀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12번홀(파5)은 장타자라면 2온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코스 공략은 어렵지 않지만 티잉 에어리어에 올라 펼쳐지는 자연경관이 한 폭의 명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린에서 황포해수욕장과 딴섬들이 조화를 이루고 암벽과 암갈색의 자연림, 순백의 벙커 등 눈을 뗄 수 없는 절경이 숨을 막히게 한다. 

정산.
정산.

◇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에이원, 정산, 포라이즌(구 승주), JNJ

골프다이제스트가 2년마다 선정하는 대한민국 50대 코스 맵을 보고 있자면 경상도와 전라도에 표시된 코스 마킹은 처참할 정도로 깨끗하다. 권역별 베스트 코스를 선정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상권에는 103곳, 전라권에는 60곳의 골프장이 있지만 베스트 코스 상위권에 오른 골프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5월 승주에서 포라이즌으로 재탄생한 변화의 움직임은 반갑다. 포스코그룹이 만들고 운영하는 포라이즌은 전남 순천의 순천만과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대지 위 포근한 구릉에 있다. 코스 설계가 장정원이 설계를 맡아 1992년 개장한 이후 2008년 게리 로저 베어드가 리모델링을 통해 투 그린에서 원 그린 코스로 탈바꿈했다. 장정원이 설계한 넓고 시원하게 뻗은 페어웨이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루트에 베어드의 섬세한 손길이 닿아 그린 콤플렉스를 개선했다. 코스 전체적으로 장해물이나 페널티 에어리어가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티 마커와 홀 위치로 난이도 조정이 가능한 코스다. 충분한 전장 덕분에 티 샷 랜딩 구역에 따라 까다롭게 변신한다. 그린이 크고 까다로운 데다 그린 콤플레스가 풍부해져 홀 위치에 따라 그린을 공략하는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포라이즌은 코스 명칭도 변경했다. 자연 지형 그대로를 살려 설계한 세 개의 코스는 순천만과 다도해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베이와 탁 트인 넓은 페어웨이와 편안함을 주어 호쾌한 티 샷을 날릴 수 있는 스카이, 섬세한 샷과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한 가든으로 조성되어 있다. 베이 코스 4번홀(파4)은 넓은 연못이 페어웨이와 그린을 나누어 ‘춘향이 홀’로 불릴 정도로 아름답게 조성했다. 연못을 넘어 그린 앞에는 방대하고 깊은 벙커가 가로막고 있다. 원 온을 노리는 욕구가 생길 수 있지만 안전한 공략이 더 낮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지혜다.

전남을 동쪽으로 가로질러 경남 김해를 향하면 야트막한 산야에 자리 잡은 정산이 나온다. 옛 가야의 땅에 들어앉은 유럽풍의 우아하고 세련된 클럽하우스와 해우 코스로 나가는 길목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정산노송은 영남의 오랜 명문 코스의 품격을 풍긴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로널드 프림이 직접 설계하고 감리를 맡은 코스다. 해우, 달우, 별우 코스로 조성되어 있는 정산은 다이내믹하면서 도전적이다. 코스마다 불규칙성이 존재해 확실한 전략을 세워 그린을 공략해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호쾌한 장타자도 정교한 골퍼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의미다. 페어웨이가 넓고 시야가 트여 티 샷이 편안하지만 세컨드 샷부터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해우 코스는 호쾌한 티 샷보다 정교한 샷으로 공략해야 하는 전략을 요구한다. 달우 코스는 천혜의 자연 황새봉의 능선을 페어웨이까지 연결한 정통 스코틀랜드풍의 코스 설계가 돋보인다. 그린 주변에 호수와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섣불리 덤비면 안 된다. 샷 옵션이 다양한 별우 코스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의 조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항아리 벙커와 연못을 돌아가야 한다.  

블랙스톤제주.
블랙스톤제주.

◇ 제주의 특별함이란

블랙스톤제주, 엘리시안제주, 핀크스

제주로 떠나는 발걸음은 늘 설레고 특별하다. 한라산과 제주 바다를 한눈에 담으며 즐길 수 있는 골프 코스는 휴양지에서 만끽할 수 있는 자유와 여유, 그 이상의 것이다. 핀크스는 제주에서도 풍치가 좋은 한라산 중산간 들판에 터를 잡았다. 신비로운 산방산과 가파도, 마라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시어도어 G. 로빈슨은 핀크스가 들어설 자리를 보고 자연이 스스로 빚은 것처럼 설계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자연 위에 또 하나의 자연을 그려냈다. 로빈슨이 생애 마지막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 핀크스는 자연에 취하지 않고 토너먼트 코스의 자격을 충실히 갖췄다. 도전과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모든 골퍼가 다양한 샷 옵션을 펼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맞췄다. 이스트와 웨스트 코스는 앨리스터 매켄지가 강조한 두 개의 고리 모양으로 배열해 드로와 페이드 코스의 균형 있는 배치와 조화를 이룬다. 가장 낮은 자리의 이스트 코스는 부드러운 곡선미를 느끼며 여유 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도그레그와 장해물이 도사리고 있어 전략이 필요하다. 웨스트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고 바람의 영향으로 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노스 코스는 전장이 짧지만 제주의 풍광을 즐기기 좋다. 웨스트 코스 9번홀(파4)은 토너먼트 대회 피니시 홀로 아름다운 자연의 속삭임이 복합적인 변수로 유혹한다. 그린 앞은 페어웨이 오른쪽 연못에서 이어지는 실개천이 위협적이고 페어웨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린 오른쪽 벙커를 피해 왼쪽을 공략해야 하지만 핀을 오버하면 내리막 퍼팅의 함정에 빠진다.

블랙스톤제주는 동화 속 어딘가에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코스는 거칠지만 대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홀마다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제주의 골프 코스가 그렇듯 한라산과 바다를 오가는 방향을 기본으로 배치하는데 이곳은 동서 방향으로 홀을 진행해 한라산을 마주한다. 곳곳에 보이는 오름과 곶자왈은 제주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곶자왈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의 변화무쌍한 바람을 막아줘 플레이를 돕는 든든한 캐디 역할까지 대행한다. 북, 남, 동 코스가 모두 이채롭다. 북 코스는 바다를 연상케 하는 링크스, 남 코스는 숲속의 파크랜드, 동 코스는 산악지형의 마운틴 스타일이다. 북 코스 5번홀(파3)은 이국적인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호수, 새소리까지 조화를 이루는 시그너처 홀 중 하나다. 한반도 모양의 호수를 넘겨 그린을 공략해야 하고 그린 너머 두 개의 벙커가 무모한 롱 샷을 막아준다. 코스마다 그늘집은 숲속의 동화 같은 아담한 별장에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공간이다. 웅장한 아치형 클럽하우스에 들어서 레스토랑으로 향하면 야자수가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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