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즈 본,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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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 김주형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10.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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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일홀로클럽에서 끝난 프레지던츠컵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는 바로 톰 킴이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바지가 찢어졌다면, 그것도 무려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한동안 우리의 이미지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무 살의 패기를 지닌 톰 킴(김주형)은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 팀에 초특급 태풍 수준의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바지의 솔기뿐만 아닌 여러 방면에서 터질 듯한 매력으로 골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활기차면서도 유쾌했다. 순식간에 팀원들과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로 등극했다. (그리고 그건 저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골프다이제스트의 조엘 빌은 그에 대해 자신이 한 말을 인용해달라고 졸라댔다. “톰 킴은 사랑스러운 골든레트리버 같은 사람이다.”) 

금요일 저녁, 포볼 매치에서 미국 팀에 2-8로 뒤진 채 다소 침울한 분위기였던 인터내셔널 팀의 미토 페레이라, 세바스티안 무뇨스, 그리고 크리스티안 바제이드노트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각자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잘 몰랐지만 이번에 대회를 치르다 보니, 뭐랄까 ‘이 친구가 참 좋다’는 사람을 한 명씩만 말해달라. 재미있다거나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거나 저마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를 테니까.”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질문은 전제 자체가 틀렸고, 페레이라는 그 점을 곧바로 지적했다. “우리의 대답은 같은 사람일 것 같다.” 그가 말했다. “톰 킴이다.” 

그야말로 홀연히 등장해서 화려한 여름을 보낸 톰 킴은 지난 8월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다음 시즌의 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하고 프레지던츠컵에도 합류했다. 윈덤챔피언십에서도 팬들은 61타를 기록한 그의 일요일 라운드에 환호했고, 조금씩 드러나는 그의 스토리에 매료되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었다. 

그가 ‘톰’이라는 미국 이름을 고른 이유는 어렸을 때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는 3개 국어를 하며, 쉬지 않고 쏟아지는 코믹한 면모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집중력을 지니고 있어 어린 나이에도 코스에서 보여주는 침착한 태도는 조던 스피스나 콜린 모리카와를 연상시킨다.  

프레지던츠컵에서 그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출전한 첫 두 매치에서 캐머런 영/모리카와, 그리고 쇼플리/캔틀레이라는 화물기관차에 막혀 2패로 대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그는 퀘일홀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로 떠올랐다. 

토너먼트에 앞서 열렸던 기자회견 모습은 한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 그에게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누르고 우승했던 양용은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그리고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정신이 지금 미국 팀에 맞서는 인터내셔널 팀의 마음가짐인지 물었다.  

톰 킴은 곧바로 그 질문에서 진지한 분위기를 날려버렸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우즈의 팬이었으며 양용은이 이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일곱 살의 어린 나이였음에도 양용은의 우승에 실망했는데, 그건 자신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멋진 태도였다. 

이 선수는 먹는 것도 화제가 됐다. 팀원들은 한결같이 그를 최고의 대식가로 꼽았다. 톰 킴 본인도 투어 영상에서 패스트푸드를 거의 시적으로 찬양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1번홀의 티잉 에어리어에서 버바 왓슨을 맞아 첫 드라이버 샷을 하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지만 잠시 후 그 볼은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의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토요일 아침에 샘 번스, 그리고 세계 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와 맞섰던 포섬 매치의 11번홀에서 벌어졌다. 10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하며 승부를 동률로 만들었던 그는 파트너인 이경훈의 드라이버 샷이 그린에 올라가서 이글 퍼트의 기회를 맞았다.  

그 열정, 그 패기! 그리고 볼을 홀에 남겨놓은 건 투어라는 이 장르의 스토리에서 곧바로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면서 그의 팀이 한 홀을 앞서 나갔고, 그 장면은 그 매치뿐만 아니라 포섬 세션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각인될 것이다. 

톰 킴은 16번홀에서도 결정적인 파 퍼트를 성공하며 남은 홀수만큼 이긴 상태가 되었다가 17번홀의 파로 승부를 끝냈다. 그건 톰 킴의 프레지던츠컵 첫 포인트였다. 그의 에너지가 퀘일홀로를 환하게 밝히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그 여세가 계속되리라는 걸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글_셰인 라이언(Shane 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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