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레슨] 맷 피츠패트릭,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한 암호를 풀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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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레슨] 맷 피츠패트릭,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한 암호를 풀다 ④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2.11.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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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대회의 챔피언 중에는 위대함의 기질을 타고난 이들도 있다. 그들의 승리는 경이로운 발전의 성과라기보다 정해진 결론처럼 보인다. 맷 피츠패트릭은 그쪽이 아니다. 이건 우리의 의견이 아니라 그가 한 말이다.

열여덟에 US아마추어에서 우승하고 스물두 살이 되기 전에 라이더컵에 출전했다면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른 것에 만족할 만도 했을 텐데, 피츠패트릭은 그렇지 않았다. 작년에 그는 이런 성과(그리고 세계 랭킹 상위 50위권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최고의 선수들과 겨룰 만한 실력이 못 된다고 판단했다. 그건 그의 코치인 마이크 워커(Mike Walker)도 같은 생각이었다.

피츠패트릭의 분석적인 성향은 177cm의 체구에서 가능한 모든 파워를 끌어낼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에 불을 붙였다. "속도를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걸 만들어내야 했다." 그는 말했다. 그 목표를 위해 피츠패트릭은 스윙 코치뿐만 아니라 퍼팅 코치, 통계분석 전문가, 트레이너, 생체역학 전문가, 그리고 퍼포먼스 코치와 의견을 주고받는다.

대회에서 자신이 플레이한 모든 샷을 기록하고, 마치 증권가의 애널리스트처럼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서 분석한다. "그는 1%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모든 걸 연구한다." 워커는 말했다. "연구할 걸 샅샅이 찾아내서 연구한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그는 지난 6월에 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잭 니클라우스와 더불어 같은 코스에서 US아마추어와 US오픈을 모두 석권한 단 두 명의 선수가 되었다. 이제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의 중요한 핵심 포인트를 피츠패트릭으로부터 직접 들어보자. 

 

▲나의 야디지북
물론 조금 과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내게는 모두 의미가 있는 표시들이다.

나는 스스로 플레이가 빠른 편이라고 평가하며 늑장 플레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을 토로한 적도 여러 번 있기 때문에, 야디지북에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기록할 수 있는 표시를 고안했다. 어떤 샷을 할지 고민하느라 경기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 모든 샷의 결과를 기록한 후, 투어 프로인 에도아르도 몰리나리(Edoardo Molinari)가 개발한 통계 프로그램에 그 결과를 모두 입력한다. 조금 지나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적었다가 검토하면 자신의 게임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7번 아이언으로 150야드 정도가 나오는 게 일반적인 기준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가?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빗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되면 타깃을 조준할 때 그 사실을 감안할 것이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 야디지북의 표시 얘기로 돌아와서, 이건 올해 US오픈에서 18번홀의 기록을 모은 것이다(오른쪽). 라운드마다 내용이 다르다.

일요일에는 3번 우드 샷이 휘어져서 왼쪽 벙커에 빠졌고, 거기서 이른바 ‘인생 샷’으로 파 세이브를 하며 최고의 라운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2언더파 68타로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① 금요일
(124F, 6, 0, 138, -9, -1)
이 샷은 그린 앞쪽까지 124야드(124F), 깃대까지는 138야드의 거리를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6은 깃대에서 오른쪽으로 약 6야드 지점을 겨냥했다는 뜻이고, 0은 깃대 높이로 보내려는 시도였다는 뜻이다. -9는 내가 노린 타깃에서 왼쪽으로 9야드 지점에 볼이 떨어졌다는 의미이며, -1은 1야드가 짧았다는 뜻이다. 이런 수준의 통계는 페어웨이에서만 작성한다. 다른 라이에서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변수가 너무 많이 작용한다.

② 일요일
(FR, SU, 9R)
FR은 핀이 전면의 오른쪽에 놓였다는 뜻이다. SU는 일요일의 약자이다. 그리고 9R은 핀이 그린 오른쪽에서 아홉 걸음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③ 일요일
(NW, 3W, -23, BL)
NW는 바람이 없다는 의미이며, 참고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는 바람은 LR, 뒤바람은 DW라고 적는다. 티에서 3번 우드로 샷을 했고(3W) 타깃 왼쪽으로 23야드 벗어났으며(-23), 왼쪽 벙커에 빠졌다(BL).

④ 일요일
(150F, 156, NW, 9I)
이건 18번홀에서 했던 그 벙커 샷의 내용이다. 그린 앞쪽까지 150야드, 깃대까지는 156야드를 남겨놓았으며, 바람은 불지 않았고, 9번 아이언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적지 않았지만, 볼이 벙커에서 오른쪽으로 1야드만 더 치우친 곳에 놓였다면 아마 피치 샷으로 빠져나와야 했었을 것이다.

⑤ 일요일
(18 LR, S, F, 1)
그 샷을 18피트 앞까지 보냈고, 퍼트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나는 휘어지는 정도를 대-중-소로 구분하는데, 이번 것은 소(S)에 해당했다. 퍼트는 내리막이나 오르막이 아니라 평평했다(F). 1은 1피트 차이로 실패했다는 뜻이다.

⑥ 모든 라운드
(OR, P, F, S)
이 부분은 일반적인 내용을 기록한다. 왼쪽 줄은 퍼트 실패에 대한 내용이다. OR은 휘어짐을 지나치게 오판한 경우이다. 토요일에는 페이스(P)가 흐트러졌다. 오른쪽 줄은 그린 적중률에 관한 내용이다. 그린의 널찍한 부분으로 빗나간 경우에는 F, 공간이 부족한 부분에 볼이 놓인 경우에는 S라고 적는다.

오늘은 내가 캐디.
2020년 AT&T 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에서는 래퍼포트가 피츠패트릭의 캐디를 해주었다. 

▲ US오픈 챔피언이 된 내 친구의 조언 
피츠 덕분에 내(댄 래퍼포트) 플레이가 더 좋아진 사연.

맷과 나의 인연이 시작된 건 우리가 노스웨스턴대학에 입학했던 2013년 가을이었다. 그는 골프 장학생이었고, 나는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나는 학업을 끝까지 마쳤지만, 맷은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몇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건 각자에게 현명한 선택이었고, 우리는 그 후로도 계속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왔다. 나는 골프 실력을 재정비해야 할 때가 되었고, 메이저대회 챔피언의 의견을 참고해서 나쁠 게 없었다.

지난여름에 US미드아마챔피언십의 예선전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마친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기회를 엉망으로 망치는 바람에 최종 통과 스코어인 70타에서 네 타나 더 쳐버렸다. 그의 첫 질문은 “워밍업은 어땠느냐”는 것이었다. “괜찮았어.” 내가 말했다. “평소처럼 했지. 56도 웨지로 두 번, 8번 아이언과 드라이버. 그냥 몸을 풀려고 하는 거잖아.”

그러자 그는 웃기 시작했다. “롱 아이언이 두렵다고 해서 라운드 전에 그걸 연습하지 않고 넘어가면 안 돼. 내가 토너먼트 전에 연습장에서 형편없는 4번 아이언 샷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알고나 있어? 그날 스윙의 감을 잡아야지, 코스에 올라가서 연습도 안 했던 롱 아이언으로 첫 스윙을 하면 안 돼.” 좋은 지적이었다.

맷에게서 어떤 내부 정보를 얻느냐, 그와 어울리면 실력에 도움이 되냐는 식의 질문을 종종 받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프로들이 꼭꼭 숨겨놓은 비결 같은 건 없다. 엄청난 도약을 끌어낼 한 가지 연습법이나 스윙 생각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라운드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맷은 내게 연습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내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는 아예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다. 실력이 향상되길 원한다면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단순하다. 연습장에서 웨지 샷의 통계를 적립하고, 그린에서는 속도 컨트롤을 위한 훈련을 하고, 체육관에 가서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해줄 체력을 길러야 한다. 게임의 이 부분들을 무시한 채 마법처럼 실력이 향상되길 바랄 수는 없다. 
 

레슨_맷 피츠패트릭(Matt Fitzpatrick)

정리_ 댄 래퍼포트(Dan Rapaport)

사진_잰슨 라슨(Jensen 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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