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캐디, “음주 문제는 선수와의 관계를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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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캐디, “음주 문제는 선수와의 관계를 망쳤다”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3.01.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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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캐디가 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나는 언제나 술 문제에 관해서 안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맥주를 마신 것은 대학 때 일이었고 주말마다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신 것도 아니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한 세트(6캔)씩 마셨다. 지금은 이것이 폭음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당시엔 다른 대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졸업 후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이 미니투어에서 자신의 꿈을 좇기 시작했다. 아직 직업이 없었던 나는 그를 위해 캐디를 하고, 어른처럼 살아가는 것을 가능한 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플레이가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골프를 그만두었다. 나는 다른 선수의 캐디 자리를 찾았고 이는 또 다른 선수의 캐디로 이어졌으며, 2년 후에는 PGA투어에 진입하게 됐다. 

내가 캐디를 시작할 당시 투어 상금 랭킹 1위는 200만 달러(약 25억원)에 못 미치는 돈을 벌어들였고 오직 20명 정도만이 50만 달러(약 6억3000만원)를 벌었다. 만일 당신이 캐디이고, 스타와 함께 하지 않는다면 힘든 지경에 처하게 된다. 처음 5년 동안 내가 그랬다. 그래도 이 직업이 좋았다. 

나는 독신이었고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즐기는 만큼 충분히 즐거웠지만 예산이 한정되어 있을 때 계속 옮겨 다니는 삶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이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매주 다른 캐디들과 함께 방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즐겁게 지냈지만 우리가 항상 완전히 망가졌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밤에 그저 긴장을 풀기 위해 두 잔만 마셨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이 마셨던 때도 있었다. 과음은 다음 날 발목을 잡는다. 종종 더위 속에서 밖에 있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몸을 힘들게 만든다. 그래도 20대 후반, 심지어 30대 초반에는 이런 날을 감당하거나 최소한 숨길 수 있다.

당시 40에 가까운 나이였던 나는 과음했다는 것을 숨기는 데 꽤나 서툴렀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선수의 에이전트가 내가 계속해서 술이 덜 깬 채 코스에 나타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종종 혼자 술을 마셨고 때로는 잠들기 전까지 맥주 10병을 마셨다. 그 에이전트가 옳았다. 나는 엉망이었다. 연습장에서 내 선수는 ‘어젯밤에 뭐 한 거야?’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내 일을 어떻게 망쳤을까? 벙커에서 기절하거나 코스에서 토한 것은 아니지만 선수에게 잘못된 라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실수를 반복했다. 

솔직히 말해서 선수는 내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은 느슨한 분위기였다. 야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를 웃게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우리는 투어에서 가장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숙취에 시달렸을 때 입을 다물고 있거나 내 활력이 필요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코스에서 극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내 음주가 선수의 기량에 영향을 미쳤다. 

코스 밖에서 의기소침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에이전트의 경고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로부터 한 방 얻어맞았다. 그의 부모님이 시내에 오셨고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그의 아버지는 경기 후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다. 

몇 시간 후 그날 일정을 마무리 지을 때 내 선수는 “오늘 밤 당신이 오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내일 최고의 컨디션인 당신이 필요하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의미는 분명했다. 내가 나오면 술을 마시고 과음하게 될 것이었다.

최악의 부분은 이랬다. 그다음 우리가 함께한 10라운드 중 두 번은 내가 술이 덜 깬 채 나타났다. 그도 알고 있었다. 또 다른 라운드 때 몸이 안 좋았는데 그동안의 전적을 봤을 때 그는 그날 역시 취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라운드였다. 왜냐하면 그 시즌이 끝난 후 그는 나를 해고하면서 만일 투어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면 일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몇 달 동안 전화를 기다렸다. 10년 이상 투어에서 활동해왔고 누군가는 나를 필요로 할 것이었다. 기다리면서 술을 마셨지만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US오픈이 열리는 시기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일거리가 없었다. 

그때가 되자 내가 왜 취해 있는가에 대한 말이 돌았고, 전화는 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무렵 폭음을 중단했다. 금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아니었고 신성한 종교적 체험도 없었으며 금단증상도 겪지 않았다. 대신 두 달 동안 천천히 끊어갔다. 

투어에 복귀하고 싶었고 그 첫걸음은 손에서 술병을 영원히 내려놓는 것이었다. 캐디 일거리를 찾기 위해 당시 2부 투어였던 네이션와이드 투어에 복귀해야 했고 어떤 선수와도 몇 번의 대회에서 호흡을 맞춘 뒤 다시 빅 리그에서 준정규직을 찾았다. 

내 옛 선수가 추천을 해주었다. 우리는 완전히 관계를 회복한 적이 없다. 선수와 캐디의 이별은 이런 식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가 그런 호의를 베푼 것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나는 복귀한 지 10년이 넘었고 이제는 사실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여전히 술을 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여전히 한가한 시간은 많고, 지금은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돈이 많지만 여전히 예산은 빡빡하다. 술은 싸고 쉽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캐디들과 어울릴 때 최소한 그들 중 몇몇은 음주를 즐긴다. 

그리고 나는 최근 결혼을 했고 가족과 함께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에 풀타임 일거리를 맡지 않으려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술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왜냐하면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캐디 생활은 이를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글_조엘 빌(Joel Be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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