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해서 웃픈 날, 골퍼의 에피소드 8
  • 정기구독
황당해서 웃픈 날, 골퍼의 에피소드 8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3.02.22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드에서 벌어진 골퍼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전한다.

1. 바뀐 볼로 플레이
지난해 군산오픈에서 14번홀까지 5언더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15번홀에서 티 샷을 정확하게 보낸 뒤 두 번째 샷을 홀 옆에 붙였다. ‘좋아! 6언더파까지 가보는 거야’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린에 올라섰다. 그런데 당혹스럽고 허탈했다. 

마크하고 볼을 확인하는데, 내 것이 아니었다. 같은 조에서 함께 플레이하던 이정환 선수의 볼이었다. 페어웨이에서 서로 볼을 바꿔서 플레이한 게 화근이었다. 결국 2벌타를 얻었다. 다시 세컨드 샷을 플레이했고 둘 다 더블보기로 끝냈다. (전재한, KPGA투어 프로)

2. 정중한 사과도 매너
우리 팀 동반자가 뒤 팀에서 친 볼에 맞았다. 뒤 팀 골퍼는 멀리서 한 손을 들고 고개만 까딱였다. 공에 맞은 동반자는 초보 골퍼였는데 “괜찮다”라며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프로이고,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뒤 팀 골퍼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실수로 앞 팀 사람을 맞혔으면 플레이를 중단하고 상황을 물은 뒤 정중히 사과하는 게 예의”라고 일침을 놓았다.

골프는 스킬을 배우기 전에 매너부터 배우는 게 순서라고 동반자에게 강조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매너가 나쁘면 함께 플레이하기 싫은 사람이 되고, 핸디캡이 높아도 매너가 좋으면 플레이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 (이은지, KLPGA투어 프로)

3. 절벽으로 날아간 드라이버
지난해 7월 장맛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장갑을 짜면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정도였다. 좁은 5번홀이었고 양옆은 우거진 나무가 줄서 있었으며 나무 밖으로는 절벽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정도는 거뜬히 날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볼을 세차게 때렸다. ‘엇? 잘 친 거 같은데!’ 그리고 몸이 정말 가벼웠다.

볼은 잘 날아갔고 손에 들고 있던 드라이버도 헬리콥터 날개처럼 ‘휙휙’ 회전하며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동반자였던 상사는 희귀한 장면을 목격한 것처럼 박수를 쳐댔다. 후배는 날아가는 내 클럽을 보며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라고 패기 있게 말했지만 구출할 순 없었다. 캐디는 “거긴 절벽이라 위험해요! 가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줬다.

드라이버는 절벽 나뭇가지 사이에 매달려 있었다. 결국 상사의 클럽으로 티 샷을 했고 마지막 홀에서 경기 팀의 연락을 받았다. “고객님의 드라이버는 영원히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세리나 김, 30대) 

4. 거리측정기의 노예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 라운드였다. 남자 후배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후배는 스코어가 130~140타를 기록하는 골프 젬병에다 드라이버 비거리 100m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화이트 티에서 보낸 드라이버 샷이 레이디 티 언저리에 힘없이 ‘툭’ 떨어졌다. 

더 웃겼던 건, 그 상황에서 거리측정기를 들고 설치는 게 아닌가. ‘새로 구입해 테스트해보려고 그러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샷마다 웨지 샷을 치듯 코앞에 볼을 가져다 놓고 거리측정기를 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겼다. 18홀 내내 배꼽을 움켜잡고 입까지 틀어막았다. 4홀 정도 남겨두고 후배가 사라졌다.

그린 주변 언덕에 앉아 있었다. “왜 안 치는 거야?”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이 가관이었다. “볼을 다 잃어버려서 없어.” 그가 사용하던 T사의 새 볼이 너무 아까웠다. ‘그냥 로스트볼이나 사서 치지.’ 내 생에 최고(?)의 골퍼를 만난 날이었다. (정선희, 40대)

5. 원피스로 착각한 티셔츠
임신 7개월 차에 가족과 함께 라운드를 떠났다. 전날 미리 가방을 싸놓고 여유롭게 골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분명 새로 구입한 남색 원피스를 챙겨둔 거 같은데, 가방을 열어보니 남색 반팔 티셔츠 한 장뿐이었다. 하의 실종으로 나갈 수도 없고 멘털이 무너졌다.

배가 많이 나온 상태라 원피스 아니면 입을 수 있는 골프웨어가 없었다. 클럽하우스 프로숍에는 원피스를 팔지 않았다. 대신 남자 반바지 36사이즈를 구입해 입었고 그날 남편에게 전신사진은 찍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제니퍼 정, 30대)

6. 비슷한 마커로 발생한 실수
경기 중 옆 홀에서 넘어온 A선수의 볼이 내 볼과 너무 비슷해 잘못된 볼로 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숫자, 심지어 하트로 그린 마크까지 비슷했다. A선수의 마크는 동그라미인데 살짝 지워져 하트처럼 보였다. 내 볼로 플레이한 A선수도 마크가 하트라 이상해서 ‘잘못된 볼 플레이’ 선언을 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볼은 대부분 비슷하다. 볼 광고를 보면 자신의 볼에 마킹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조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볼의 브랜드와 마크, 볼에 써 있는 숫자까지 꼼꼼하게 서로 공유한다. (공민아, KLPGA 준회원 

7. 흘러내릴뻔한 스커트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의 라운드였다. 디데이가 다가오기 전 어떤 룩을 입을지 고민했다. 자주 필드를 나가지 않아 신상품을 구입하기엔 돈이 아까웠고, 그렇다고 기존의 골프웨어를 입자니 지루했다.

때마침 친구가 신상 골프웨어를 온라인에서 쉽게 렌털할 수 있다는 꿀팁을 줬다. 1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풀 착장을 빌렸다. 실제로 구입했다면 100만원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전반 홀은 친구들과 인증 샷을 남기며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문제는 후반 홀에서 발생했다. 티 샷을 하자마자 스커트 지퍼가 ‘후두둑’ 터지고 말았다.

흘러내릴 뻔한 스커트를 간신히 부여잡았다. 사이즈 문제는 아니었다. 골퍼들이 자주 사용하면서 지퍼에 문제가 생긴 것. 캐디에게 빌린 옷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다행히 여자 친구들과의 라운드라 망정이지 남성 골퍼와 함께한 자리였다면 아찔했을 순간이다. (이윤미, 40대)

8. 짜장면을 즐긴 캐디
4남매인 우리는 최근 라운드를 함께 나가기 시작했다. 부모님 덕에 조금씩 배운 실력으로 아직 백돌이들다. 골프장 매너는 부모님과 함께 한 세 번의 라운드 때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다. 강원도로 골프 여행을 떠난 우리는 홀당 평균 시간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뒤 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티 샷 후 뛰고 뛰었다. 카트를 타는 건 사치였다. 영하의 날씨에도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캐디는 걱정인지 무시인지 구분이 안 되는 눈빛으로 우리를 대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백돌이지만 우리도 스코어 확인은 하고 싶은데 전반 홀 중 반은 스코어 입력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소심하게 “스코어 입력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돌아오는 답변은 우릴 쭈글이로 만들었다. “의미가 있나요?” 불성실한 캐디의 행동에도 최대한 친절하게 대했다.

전반 홀이 끝난 뒤 캐디에게 “드시고 싶은 음료수 편하게 드세요”라고 권했다. 그런데 웬걸. 친절한 백돌이라고 우릴 호구로 생각한 걸까? 정산 영수증에 음료수 대신 세 배는 비싼 짜장면이 찍혀 있었던 것. 강심장을 가진 캐디 덕분에 좋은 경험 하나 추가! (장정은, 30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