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의 전당 가입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나는 이미 했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고진영(28)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까지 8점을 남겨두고 있다. 명예의 전당은 27점을 쌓아야 들어갈 수 있는데 현재 고진영은 19점을 기록했고, 8점을 남겨두고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평균 타수 1위, 올해의 선수 중 하나를 해야 가입 조건이 된다. 이를 이미 충족한 고진영은 8점만 더하면 된다. 대회 우승, 평균 타수 1위, 올해의 선수, 올림픽 금메달을 해내면 1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2점을 받는다.
2021년 기세를 되찾는다면 올해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당시 고진영은 5승을 달성했다. 2018년 LPGA투어에 뛰어든 이후 한 시즌 최다 우승을 기록한 해다.
그러나 고진영은 이때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난해 아쉬움을 남겼다. 손목 부상으로 두 달 정도 쉬었던 그는 흐지부지 시즌을 마쳤다. 그 사이 리디아 고(뉴질랜드), 넬리 코르다(미국)가 세계 랭킹 1, 2위를 차지했고, 고진영은 5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고진영은 멈추지 않았다. 1위를 향해, 자존심을 걸고 새 시즌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첫 출전 대회였던 혼다LPGA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하더니,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는 타이틀 방어, 통산 14승을 차지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 고진영은 명예의 전당을 바라본다. 박세리(46)와 박인비(35) 등 레전드의 뒤를 이으려면 적어도 4승을 해야 한다. 미국 본토로 대회장을 넘겨도 고진영은 흔들리지 않는다.
미국 애리조나주 골드캐니언의 슈퍼스티션마운틴골프앤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드라이브온챔피언십(총상금 175만 달러)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솎아내며 중간 합계 9언더파 135타로 공동 7위에 안착했다.
특히 페어웨이 안착률 85.71%, 그린 적중률 77.78%, 퍼팅 수 25개로 전체적인 경기 감각이 빼어났다. 1라운드에서도 페어웨이를 한 번 밖에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샷 감이 매서웠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우승에 다가갔다. 고진영은 “경기와 별개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을 많이 못해 많이 힘들었다. 캐디와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클럽을 고를 때 대화를 더 했음 좋았을 텐데”라며 “그래도 보기 없는 라운드로 마쳐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승하면 명예의 전당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고진영은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는데도 목소리가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 목이 빨리 좋아져 다음 주부터는 편하게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기 때 에너지를 쓰기 위해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 7위 고진영은 애니 박(미국)과 1번홀에서 3라운드를 시작한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