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셰플러, 흔들리지 않는 비결 [마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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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셰플러, 흔들리지 않는 비결 [마스터스]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4.0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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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의 집중력과 인내심, 배짱과 목표의식에 대한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 글_매슈 루디(Matthew Rudy)

 

스코티 셰플러는 프로 대회 92번째 출전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이보다 빠른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타이거 우즈(21번째 출전)와 조던 스피스(77번째 출전)뿐이며, 이들은 셰플러처럼 이른바 마이너리그에서 한 해를 보내지도 않았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셰플러가 눈부신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획기적인 스윙 팁이나 새로운 훈련 방식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골프사에 기록될 만한 시즌을 보냈다. 예전에도 그렇게 꾸준하고 성실했다. 그의 ‘원천 기술’은 (놀라운 손과 눈의 협응 능력과 날카로운 승부사 기질을 제외하면)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지나간 일이나 앞으로 닥칠 일에 흔들리는 선수들이 많지만, 셰플러는 그렇지 않다.  

이런 수준의 집중력, 한결같이 현재에 머무르는 능력은 엘리트 골퍼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셰플러와 그의 오랜 코치인 랜디 스미스는 아마추어 골퍼도 얼마든지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 코스에서 아무 감정 없이 로봇처럼 플레이를 한다거나 압박감이 고조되면 무념무상의 상태에 접어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더 풍부하게 반응하되,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탑재하고 자신에게 닥친 도전을 한 단계 높은 재미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스코티 셰플러와 함께 ‘현재에 집중하는’ 플레이 방법을 알아보자.

 

나는 나일 뿐

스타디움 같은 WM피닉스오픈 16번홀을 가득 채운 열광적인 분위기도 물론 대단하지만, 맥주가 흥을 더하는 사막의 소란쯤은 애국심이 끓어오르는 라이더컵 관중의 날카로운 집중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셰플러는 2021년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존 람과 싱글 매치에서 맞붙었다. 그때 휘슬링스트레이츠의 1번홀을 에워싼 수천 명이 내지르는 함성은 “제트기 엔진 속에 들어앉아 있는 기분”이었다고 랜디 스미스는 말했다.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었다.”

그건 셰플러도 마찬가지였다. 앞선 해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된 셰플러는 US주니어아마추어 우승과 콘페리투어 올해의 선수 등 성공적인 이력을 통해 잠재력을 보였지만, 최고의 무대에서는 아직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프로 경력도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런 분위기에 압도될 수도 있었다.  

“비슷한 경험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셰플러는 말했다. “라이더컵 매치에서 이기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기분이라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같은 팀 선수 11명과 단장, 부단장, 그리고 현장에 와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위해 플레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훨씬 심하다. 마스터스에서는 나와 내 캐디, 그리고 소수의 팀뿐이다. 내가 실패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 그런데 라이더컵에서 실패하면 온 나라를 실망에 빠트리는 것이다.”

그의 티 샷이 가을 하늘을 가르며 호쾌하게 날아가자, 선발 과정부터 매치에 출전하기까지 그를 짓눌렀던 스트레스와 불안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는 셔츠의 어깨 부분을 잡아당기는 것과 먼 곳을 응시하는 것까지 평소의 습관과 루틴을 고수했다. 마치 쉬는 날 친구들과 50달러 내기 골프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디서 플레이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플레이를 할 때면 나는 언제나 에너지가 충만하고 경쟁을 즐긴다. 기대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일단 코스에 나가면 그런 건 모두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런 다음에는 그저, 내가 잘 아는 것들을 할 뿐이다. 나는 이 게임을 잘 할 수 있으니까.”

그 라이더컵 매치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셰플러는 첫 4개 홀에서 버디를 했고, 그때까지 무패를 기록 중이던 람의 반격을 끝까지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 팀의 싱글 매치 첫 포인트를 올리며 우승에 기여했고, 첫 라이더컵에서 2-0-1의 전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이후 WM피닉스오픈과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 WGC-델테크놀로지매치플레이를 줄줄이 석권하며 다섯 대회에서 놀라운 플레이를 펼친 끝에 세계 랭킹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마스터스 우승까지 차지하며 자신의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첫 번째 교훈은 상대가 누구건 상관없이 자신만의 습관, 자신의 버릇,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셰플러는 말한다. 분위기는 다르게 느껴질지 몰라도, 나는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실수는 누구나 한다

TV로 중계되는 골프 대회를 보고 있으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거의 모든 샷을 완벽하게 맞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어느 단계에서든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려면 많은 것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수가 전혀 없어야만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2022년 피닉스에서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셰플러는 그때 베테랑인 패트릭 캔틀레이를 상대로 세 홀 플레이오프 끝에 투어 첫 승을 차지했다. “나는 추격하는 입장이었는데, 줄 버디를 해도 모자랄 판에 처음 열두 홀에서 보기를 서너 개나 했다. 그 대회 전부터 나는 고전 중이었다. 그리고 그 코스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누구나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속으로 계속 되새겨야 했다. 그러면서 인내심을 유지하자고 생각했다. 실수를 조금 해도 괜찮다는 걸 알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다음 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 뒤에 있는 선수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심지어 이 볼이 어디에 멈추게 될지, 이런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몰아내고 그냥 좋은 샷을 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러고는 그다음 샷을 할 때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과정에 몰두한다

2022년 마스터스의 토요일 오후가 저물어갈 때 그가 18번홀에서 한 티 샷은 마치 바늘이 레코드판을 긁는 것 같았다. 왼쪽으로 휘어진 풀 샷은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와 관목 사이로 깊숙이 날아갔고, 다시 페어웨이로 돌아오려면 그 나무들이 이루는 ‘초목의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계속 순항하며 캐머런 스미스와 4타 차로 선두를 달리던 셰플러의 엄청난 실수였다.

볼이 날아간 지점으로 가봤지만 여전히 볼이 보이지 않았을 때 그의 첫 번째 반응은 순간적인 공포였고, 그다음은 상황을 되짚어보는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볼을 너무 강하게 맞히려고 한 걸까? 샷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은 걸까? 셰플러는 그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 마음과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걸 얼마나 빨리 ‘문제해결 모드’로 바꿀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일단 나무들 사이에서 볼을 찾아야 해. 좋아, 저기 있군. 그런데 이 상태로는 샷을 할 수가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샷을 할 수 있는 지점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셰플러는 솔잎 위에 드롭을 한 다음 3번 아이언 샷을 높이 강타해서 볼을 그린에 올렸다. 볼은 뒤쪽 가장자리에 멈췄고 결국 보기를 했지만, 실패보다는 성공에 가까운 기분으로 편안하게 일요일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었다.  

“타이거 우즈는 이런 식의 대처에 매우 능하다.” 셰플러는 말했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우즈는 오로지 그 샷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지만 생각한다. 과연 그게 제대로 나올지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구사하는 동작에만 완전히 몰입한다. 나도 최대한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한다.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때는 타깃에 집중하고, 샷의 형태에 집중한다. 이 볼로 어떤 샷을 할지에 완전히 몰두하기 때문에 스윙 동작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은 리듬, 그리고 그 샷이 어디로 갈지에 대한 느낌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하는 연습

여기서 강조하는 핵심은 멘탈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윙 동작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셰플러는 말했다. 그건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과의 관계 그리고 기술적인 개선에 대한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셰플러가 텍사스대학을 졸업하고 PGA투어로 진출하면서 가장 크게 바꾼 것도 그 점이었다.

“예전에도 집중을 잘했지만 무작위적이었다. 연습장에서 특정한 기둥을 맞히는 게임을 한다거나, 뭐 그런 식이었다.” 셰플러가 말했다. “연습을 재미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전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연습장에 가서 패트릭 캔틀레이나 저스틴 토머스 같은 선수들을 보면 얼마나 목표의식을 갖고 집중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나도 예전에는 연습장에서 하루 종일이라도 있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부족하다. 월요일과 화요일, 수요일에 시간을 낭비했다가는 일요일 라운드에 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아마추어 골퍼도 그날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 한 가지만 가지고 연습을 하는 게 좋다. 그걸 미션으로 정하는 것이다.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골퍼의 입장에서 라이더컵의 경험이 주는 큰 혜택이라면, 내가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의 최대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셰플러는 말했다. “그런 샷을 앞뒀을 때 어떤 느낌이 들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런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연습을 할 수 있다.” 

 

드라이버: 가슴을 쫙 펴라 셰플러의 코치이자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미국 50대 교습가인 랜디 스미스는 샷을 원하는 만큼 멀리 (또는 곧게) 날리지 못하게 만드는 큰 이유로 지나치게 빠른 방향 전환을 꼽았다. “백스윙 때 가슴을 쫙 펴지 않으면 몸의 타이밍에 비해 다운스윙이 너무 빠르게 일어나고, 클럽이 볼에 너무 일찍 닿게 되니 슬라이스나 풀 샷이 나올 확률이 높다.” 백스윙을 할 때 가슴을 계속 늘리라고 스미스는 조언했다. “백스윙 톱에서 클럽 헤드의 무게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 때까지 멈추지 않아야 한다.”

퍼팅: 그립을 뉴트럴하게 사용하는 퍼터나 스트로크의 스타일에 상관없이, 퍼트의 핵심은 임팩트 구간의 안정성이라고 스미스는 말했다. 그리고 대부분 골퍼들이 간단한 조정만으로도 안정성을 훨씬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아래쪽에 놓이는 손이 풀 샷을 할 때처럼 ‘지나치게 스트롱 그립’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스미스는 말했다. “양손이 뉴트럴한 상태가 되면, 즉 아래에 놓이는 손이 위크 그립에 가까워서 조금 더 타깃 방향으로 놓이면 훨씬 안정감이 높아질 것이다.”

쇼트 게임: 피벗의 흐름대로 모든 쇼트 게임 샷에서 임팩트의 질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한 가지 생각은 ‘클럽이 몸의 피벗을 따라가게 하라’는 것이다. “스루스윙에서 몸이 멈추거나 클럽이 볼에 닿았을 때 동작을 중단하면 스윙 아크의 최저점이 들쭉날쭉해지고, 그러면 샷의 예측 가능성과 모든 일관성도 당연히 사라지고 만다.” 스미스는 말했다. “타깃을 향해 피벗을 하고, 클럽 헤드가 볼을 통과하듯 흘러가다 본인이 정한 높이에서 피니시를 하게 해보자.” 

아이언 샷: 손의 역할을 줄일 수 있도록 스미스는 셰플러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연습을 많이 할 거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을 일깨우는 그립을 끼운 클럽을 연습용으로 가지고 다닐 정도다. “누구나 그립이 어느 정도는 움직인다. 그렇다면 누구나 그걸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스미스는 말했다. 셰플러의 문제는 그립이 위로 올라가서 아래에 놓인 손이 거의 밖으로 나갈 지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감각의 미세한 변화가 손을 더 많이 움직이게 만들고, 볼을 강타하고 있다는 느낌을 안긴다. 스윙에서 손은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쳐야 하고, 손으로 볼을 맞히려는 충동을 줄일 수 있도록 그립을 조정해야 한다고 스미스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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