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에 쌓이는 문제들 ② 점진적으로 [마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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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에 쌓이는 문제들 ② 점진적으로 [마스터스]
  • 한이정
  • 승인 202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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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회장.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회장.

LIV와의 갈등, 점점 늘어나는 선수들의 비거리, 부지 확장 그리고 스스로 정해놓은 엄격한 기준까지. 마스터스의 고향인 오거스타내셔널이 직면한 난제가 쌓여가고 있다. 글_조엘 빌(Joel Beall)

리들리의 업적은 무시할 수 없다.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는 그의 아이디어였으며, 클럽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지역공동체와 관계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전국적인 클럽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며, 오거스타를 잊고 지낼 수도 있다.” 한 베테랑 회원은 말했다. “오거스타를 당연시할 수도 있다. 이 고장 사람들은 좋은 이웃이고, 리들리는 지역공동체와 단순한 거래처 이상의 관계를 맺고자 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페인이 클럽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던 터라, 리들리는 이제 그 볼륨을 조금 낮춰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의 임기 첫해에 그는 그런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프로 골프는 미국의 주요 스포츠 가운데 코로나 록다운 이후 가장 먼저 복귀한 종목인데, 모든 조직이 합심해서 응집력을 보여준 결과였다. 그에 대한 공은 대체로 모너핸에게 돌아갔고, 그의 의지와 협력이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논의와 관련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다수의 소식통이 나중에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골프 단체들(특히 USGA와 PGA)의 호응을 이끌어낸 건 리들리였다. PGA투어 내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모너핸은 본인을 쿼터백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프레드는 팀이 지명한 단장이었다.”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에서 우승한 로즈 장과 리들리 회장.

그 전에도 존경을 받았지만, 리들리는 동료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의견의 대변자로 부상했다. LIV골프의 등장으로 그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지원하는 골프 리그가 등장한 것에 대한 PGA투어의 책임을 논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PGA투어가 궁극적으로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오거스타내셔널과 마스터스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LIV골프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을 허용할 경우 투어는 선수들을 붙잡을 중요한 명분을 잃게 된다. 

오거스타내셔널이 2023년 출전 자격을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리들리는 LIV골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밝혔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게임의 가치와 그것을 구축한 사람들의 소중한 유산이 갖는 의미를 축소함으로써 남자 프로 골프계의 분열을 불러왔다.” 

리들리는 2022년 12월에 이렇게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과 PGA투어의 사정을 잘 아는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오거스타내셔널은 2024년부터 LIV골프 선수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으며 곧 결정이 나올 거라고 한다. 리들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는 해마다 토너먼트의 모든 측면을 살피며 초청 기준에 대한 수정이나 변경 사항은 4월에 발표할 것이다.” 

리들리는 조연이 되고자 했을지 모르지만,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갖는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힘에는 책임이 따르고, 반발도 있을 수 있다. 토너먼트와 골프계를 위해 최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리들리는 클럽을 대중의 현미경 밑으로 밀어 넣었는지도 모른다. 2022년 8월에 LIV골프가 PGA투어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 소송 명단에는 리들리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 측은 리들리와 클럽이 투어와 공모해 LIV골프를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2022년 2월에 오거스타내셔널 관계자들이 LIV골프에 합류하는 선수는 마스터스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소장에는 클럽의 관계자가 PGA투어 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으며, 오거스타내셔널이 투어와 함께 LIV에 대처할 방법을 논의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더 나아가 리들리의 막후 작업도 언급하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장인 프레드 리들리는 다수의 2022년 마스터스 참가자에게 LIV골프 인비테이셔널시리즈에 출전하지 말 것을 직접 지시했다.” 또 필 미컬슨의 이름이 2022년 마스터스 출전 명단에서 삭제된 다음 날 PGA투어 출전 정지 결정이 나왔다는 점도 언급했다.

리들리와 클럽은 법무부에서 진행 중인 프로 골프의 반독점 조사 대상에도 포함됐다. 리들리만 조사하는 건 아니다. LIV는 2023년 1월에 접수한 고발장에서 오거스타내셔널 회원인 콘돌리자 라이스와 워런 스티븐스가 법무부를 설득해서 클럽의 조사를 막으려 했다고 비난했다. 세 명의 회원, PGA와 USGA 고위 임원들(이들도 조사 대상이다)은 이번 일이 언론에 비춰지는 것과는 달리 절차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엄연히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며, 사생활을 중시하는 클럽인 만큼 조사의 대상이 된 게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타이거 우즈와 리들리 회장.
타이거 우즈와 리들리 회장.

클럽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리들리가 회원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지금처럼 감정을 앞세우고 소송을 불사하며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충돌 상황에서는 리들리의 차분한 성격과 원만한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열광적인 사람들은 영화에서나 멋있지,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클럽에서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는 한 회원은 말했다. “프레드는 영웅적인 면모를 과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너무 영리한 사람이다.”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원 상당수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거래하는 회사의 중역들이다. 개인적으로는 LIV의 행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업적인 고려를 해야 하고 이사회의 결정도 따라야 한다. 프로 골프계의 이번 내전이 마스터스가 존재감을 더 굳게 다질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스타 선수들이 LIV골프로 가고 투어가 그들의 출전 정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마스터스와 다른 메이저 대회만이 남자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장소가 될 것이다.” 다른 운영기구와 관련이 있는 한 회원은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의 확장과 LIV와의 갈등은 원대한 야망에 따르는 비용의 규모를 엿보게 했다. 13번홀의 길이 연장을 예로 들어보자.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클럽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오거스타컨트리클럽으로부터 그 토지를 획득하는 데 200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1년에 단 나흘만 사용하는 40야드를 확보하기 위해 2000만 달러를 쓴 것이다. 코스에는 해마다 변화를 시도하며 대부분은 발표하지 않지만, 골프의 상징과도 같은 파5홀을 변경한다는 건 다른 문제다. 그 홀이 지닌 본래의 정체성을 복구하기 위한 변화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R&A와 USGA를 향해 운영기구들이 거리를 제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골프에서 가장 유명한 홀을 그런 식으로 지켜야 했다는 메시지를 비교적 직설적으로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원마다 생각이 다르다. 다 짐작만 할 뿐이다.” 한 회원은 말했다. “다들 궁금해하고 있으니 공식적인 입장을 알면 흥미로울 것 같다.” 

마스터스를 즐기는 대상도 관심을 모으는 주제다. 이 토너먼트는 오랫동안 기업이 쓸어가는 프리미엄 좌석이나 VIP를 위한 단체석처럼, 이른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용 시설을 배척해왔다. 그런데 극소수만이 출입할 수 있었던 버크먼스 플레이스 시설을 개방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런 입장이 바뀌었다. 마스터스와 관련된 대부분의 것들이 그런 것처럼 버크먼스는 똑같이 복제해놓은 퍼팅 그린과 최고급 식음료 서비스 등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럭셔리 전형을 제공한다. 

암거래 근절 대책에도 불구하고 배지는 여전히 고가의 가격표가 붙어서 티켓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다. “이곳을 찾는 패트런들은 골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열정적인 팬들이다.” 한 회원은 말했다. “법인 판매가 증가할수록 배지를 되팔아서 돈을 챙기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그러면 열정적인 팬들은 뒤로 밀려나게 될 수 있다. 아직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걸 유의해야 한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발전에 책임을 다한 페인과 점진적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발전에 책임을 다한 페인과 점진적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리들리.

일각에서 우려하는 끝없는 개발은 정해진 일일 뿐만 아니라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처구니없을 만큼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 이는 두 번째 코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회원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우려다. “이보다 더 기대를 모으는 코스는 지금껏 없었을 것이다. 그런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클럽과 인연이 있는 한 소식통은 말했다. 그리고 그 코스의 용도에도 관심이 많다. 

오거스타내셔널에 여자용 코스를 만들고자 했지만 대공황으로 무산됐던 설립자들의 유지에 따라 ANWA에 사용될 거라는 것이 공식적인 대응이다. 하지만 클럽이 두 번째 코스를 골프 저변 확대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설마!) 제한적으로 대중에 개방하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클럽이 질색하는 관광지 분위기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10년 동안 이곳에 근무했던 사람의 말이다. “문제는 이 ‘제대로’에 대한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현대화 작업에 대해 새로운 세대의 회원들은 어떻게 클럽이 과거에 매여 있으면서 동시에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는 건지 의아해한다. 이 회원들은 미래의 변화를 ‘역사를 만들어갈 기회’로 이해한다. VIP 서비스나 예약과 관련된 얘기를 들으면, 그들은 주요 스포츠 종목 가운데 그렇게 하지 않는 데가 있냐고 묻는다. 그들은 페인과 리들리의 업적을 인정하며, 오거스타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되면 골프가 더 발전할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새로운 세대에 가까운 회원에게 일부 회원들이 오거스타의 향후 프로젝트에 유보적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의 가장 큰 실수는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에게 고집스럽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 회원은 말했다. “그들의 의견은 걱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손상되기 쉬운 자산을 보호한다고 믿으며, 그들이 없다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을 무심하게 망가트릴 수 있다.” 

지금은 대담해 보이는 것들이 내일이면 합리적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어쨌거나 그게 우리 클럽의 정체성이다. 우리는 선구적으로 길을 만들어간다.” 그는 말했다. “현재에 멈추고 안주하는 것은 우리가 행동해온 패턴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거스타내셔널의 일부 회원은 클럽이 직면한 싸움을 불편해하지만, 클럽이 후퇴할 수 없다는 데는 거의 모두가 동의한다. USGA와 인연이 깊은 회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과연 USGA가 제 발등을 찍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깊다. 

PGA투어는 한도 끝도 없이 싸움을 계속할 전력을 갖춘 상대와 존폐가 걸린 전쟁을 하는 중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원이 되면 언제나 일종의 의무감을 갖게 된다. 페인은 그 책임을 강화했고, 리들리는 그걸 더 전진시켰다. 이제 회원들이 그 책임감을 어디로 밀고 가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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