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미학 [Equipment:1509]
  • 정기구독
다름의 미학 [Equipment:1509]
  • 김기찬
  • 승인 2015.09.08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름의 미학 [Equipment:1509]

사진_이종호, 타이틀리스트 제공

 

골프볼은 모든 샷에서 사용된다. 뻔한 얘기다. 하지만 이 말을 곱씹어 본다면 볼이 골프에 있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타이틀리스트는

볼에 대해 남다른 집착, 열정, 그리고 완벽함을 추구한다. 미국 보스턴 근교의 뉴 베드포드에

위치한 타이틀리스트 본사, 연구개발 센터, 볼 플랜트 III, 그리고 테스트와 피팅을 할 수 있는

맨체스터 레인을 방문했다. 그들이 말하는 차별화, 연구개발서부터 볼을 만들고 테스트를 해서

모든 골퍼가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을 몸소 체험했다.

3일에 걸친 견학을 통해 골퍼들이 왜 그토록 타이틀리스트 볼, Pro V1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타이틀리스트 볼에 대한 시리즈로 2개월에 걸쳐 그 비밀을 풀어본다.

이번 달은 타이틀리스트의 역사를, 10월호에는 R&D, 볼플랜트, 테스트 센터 등

타이틀리스트 볼에 대한 내용을 시리즈로 엮었다.

 글_한원석

 


1 타이틀리스트의 모든 볼이 X-레이 검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광고. 2 전미를 돌아다니면서 성능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기 위한 캐러밴. 투어밴의 시초기도 한다. 3 최초의 테스트 로봇. 생산될 볼이 의도했던 성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한 기기다. 4 코어를 얼려서 와인딩을 했다. 코어가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5 아쿠쉬네트 창립자 필립 영. 퍼트를 놓쳐 제대로된 볼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Making of History 골프볼. 타이틀리스트의 열정이고 집착이며 그들의 전부다. 일관성 있는 골프볼, 모든 볼이 동일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타이틀리스트의 핵심가치다. 열정적인 골퍼를 위해 우수한 퍼포먼스와 우수한 품질을 가진 골프볼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게 사명이며 넘버원 볼이 그들의 비전이다. 그래서 타이틀리스트는 스스로를 골프볼 회사, 퍼포먼스 회사라고 부른다. 숨 가쁘게 늘어놨다. 이해가 완벽히 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또한 화려한 미사여구만 늘어놔서 과하다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틀리스트가 이토록 골프볼에 열정을 쏟고 집착하는 이유는 남다른 탄생 배경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193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무를 가공하는 아쿠쉬네트 프로세스 컴퍼니의 설립자인 필립 영(Phillip Young)은 뉴 베드포드컨트리클럽의 18번홀에서 퍼팅했다. 분명히 좋은 스트로크를 했고 들어가야만 할 퍼트였다. 하지만 필립 영이 친 볼은 라인에서 벗어났고 퍼트에 실패했다. 일반 골퍼였다면 당연히 라이를 잘못 읽었거나 스트로크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은 퍼트 실패가 본인의 실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골프볼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는 억울한 마음에 당시 사용한 골프볼을 들고 치과 의사인 친구에게 달려가 엑스레이로 볼을 찍어 달라고 의뢰했다. 결과는 영이 의심한 그대로였다. 볼의 안쪽 코어에 변형이 생겨 볼이 똑바로 구르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놓칠 수밖에 없던 퍼트였다. 제대로 된 골프볼을 위해 열정을 쏟게 된 출발점이 됐다. 완벽하게 동근 원형의 코어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3년이라는 개발시간 끝에 바라던 볼이 나왔다. 또한 제작된 모든 골프볼이 오차 없이 정교하게 제작되도록 공정 절차도 개발했다. 액체코어를 얼려 새로운 고무 와인딩으로 완벽하게 둥근 볼을 만들게 됐다. 1935년 첫 골프볼과 함께 아쿠쉬네트는 골프볼 생산업체로 재탄생했다. 일관된 골프볼을 만드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퍼포먼스와 품질은 당연히 독보적이어야 했다. 아쿠쉬네트의 첫 번째 목표는 한 알 한 알을 모두 동일하게 제작하는 것이었다. 타이틀리스트의 모든 볼은 똑같은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여타 브랜드의 볼은 영이 발견한 것처럼 일관성이 없었다. 현재까지도. 아쿠쉬네트가 공장에 엑스레이를 들여놓은 까닭이다. 엑스레이를 지나야 최종 검수가 끝난다. 포장돼서 팔리는 볼의 단면이 예외 없이 일정해지게 됐다. 퍼포먼스를 확인하기 위해 첫 볼이 탄생하던 해에 스윙기기도 도입했다. 똑같은 성능을 발휘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기기는 타이틀리스트에 첫 특허를 안겨줬다.

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 완성됐다. 하지만 골프볼을 시장에 내놓는 게 문제였다. 타이틀리스트는 프로골퍼를 통해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품의 우수함을 알리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 이 시점에서 링 게이지가 등장한다. 볼이 링 게이지를 쉽게 통과해 완벽히 둥글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모든 볼의 크기가 일정하다는 것도 동시에 증명할 수 있었다. 또한 성능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캐러밴도 들여왔다. 미국 전역의 골프장을 돌아다니면서 타이틀리스트 골프볼이 더 똑바르게 날아가는 것을 확인시켰다. 다른 제품들과 비교 시험하면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최고의 골프볼을 만들겠다는 집착, 노력 그리고 열정에 힘입어 1949년 US오픈에 처음으로 볼사용률 1위를 달성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놓친 적이 없다.

 





1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벤시스클래식에서 처음으로 프로V1이 선보여졌으며 투어 데뷔와 동시에 첫 우승을 안겼다. 2 프로V1이 세상을 뒤집은 볼이라는 제목으로 USA투데이 1면에 보도되었다. 3 타이틀리스트 볼 컬렉션. 4 1949년 US오픈에서 처음으로 볼카운트 1위를 달성했다.

 

Pro V1 이야기 타이틀리스트 Pro V1은 개발 당시 실험실에서 사용한 비공식 명칭이었다. 새로 개발된 볼은 이미 1996년부터 프로토타입으로 선수의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공정까지 완벽함을 기하기 위해 4년을 기다려야 했다. 일관성 있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들여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000년이 돼서야 생산 문제가 해결됐다. 당시 미국골프협회(USGA)에 볼 등록은 1년에 한 차례였다. 마감일이 다가왔지만 이름도 짓지 못한 상황이었다. 2000년에도 등록을 못 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했기에 서둘렀다. 베니어(Veneer)는 합판, 적충재, 경화적충재 등의 제조를 위해 만든 얇은 판이다. 유사한 의미에서 매우 얇은 겹의 우레탄을 골프볼 겉에 입히겠다는 의미에서 베니어라는 단어를 볼에 적용했다. 당시 연구개발 총괄이었던 빌 모건은 종전 모델 이름이기도 했던 ‘프로페셔널’에서 딴 프로(Pro)에, 얇은 커버의 우레탄이라는 의미로 베니어의 V, 그리고 넘버원 볼이면서 첫 번째 볼이라는 의미의 숫자 1을 조합한 ‘Pro V1’으로 볼을 등록했다. 볼 이름은 바뀔 예정이었고 선수들에게 시딩(볼을 제공하는 일)부터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벤시스클래식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투어프로들은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이름에까지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결국 Pro V1이라는 이름으로 굳혀져 오늘날까지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1 커스텀공장내 ITR(Indoor Testing Range) 2층에 위치한 아카이브 룸. 반대편 벽도 이미 박스로 꽉 차 있다. 타이틀리스트가 출시한 모든 볼이 보관되어 있다. 아카이브 룸은 실내 온도 조절이 되어 있다. 2 1949년 US오픈 사용률 1위에 등극했던 당시의 볼. 3 기자가 처음 골프를 하면서 쳤던 2002년 프로 V1. 딤플 수가 표시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모두를 위한 볼 타이틀리스트는 자사의 볼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그만큼 볼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원하면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왼쪽 사진은 교환권이다. 예전에는 투어밴이 따로 없어서 선수들에게 볼을 직접 지급할 수 없었다. 대신 교환권을 줬다. 이름을 적고 프로숍에 제출하면 타이틀리스트 볼 2더즌을 줬다. 다른 특별한 볼을 주는 게 아니라 어느 누구나 살 수 있는 볼을 프로들도 가져가 사용했다는 소리다. 즉, 프로나 아마추어나 모두를 위한 볼을 만드는 회사가 타이틀리스트다. PGA머천다이즈 쇼에서 리 웨스트우드가 받은 질문이다. 라이더 컵에서 포섬 때는 어느 볼을 사용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리 웨스트우드는 “다들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하기 원한다. 그래서 당연히 내 볼을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다시 말해, 오늘날 막대한 볼 스폰서 비용을 받지 않는 이상 골퍼라면 누구나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하길 원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