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 주의 : 깨지기 쉬움 [Feature :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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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 주의 : 깨지기 쉬움 [Feature : 1610]
  • 김기찬
  • 승인 2016.10.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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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 주의 : 깨지기 쉬움 [Feature : 1610]

일러스트_Eddie Guy(에디 가이)

취급 주의 : 깨지기 쉬움

타이거의 추락은 심각하지만, 나는 아직 그의 선수 생활이 끝났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글_제이미 디아즈(Jaime Diaz)



어쩌면 다 끝난 건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핵심적인 지표는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세 번에 걸친 최근의 허리 수술과 처치, 재발한 칩 샷의 입스, 80대의 스코어, 기권, 연달아 세 번의 샷을 물에 빠뜨리기 전에 혼잣말로 중얼거린 “타이거, 제발”이라는 말에 담긴 조용한 절망감. 이렇게 오랫동안 정상에서 멀어졌던 최고의 선수가 다시 장악력을 되찾은 경우는 골프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최고의 선수가 이렇게 순식간에 깊이 추락한 사례도 없다. 683주 동안 세계 랭킹 1위의 기록(1997년 6월부터 2014년 5월까지)을 세웠던 타이거 우즈는 2016년에 랭킹 683위로 내려앉았다. 충격의 여파는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우즈의 시대가 정말로 끝났다면 보비 존스 이후 그 어떤 역대 최고의 선수들보다 더 젊은 나이로 기록될 것이다. 우즈는 서른두 살이던 2008년에 1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뒀지만, 존스가 스물여덟 살이던 1930년에 대회 출전을 중단한 것이나 바이런 넬슨이 서른네 살이던 1946년에 그랬던 것은 모두 자의적인 결정이었다. 5승과 함께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2013년에는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우즈는 다시 무너졌다. 그 후에 참가한 여섯 번의 메이저 대회에서(올해는 4대 메이저 대회에 전부 불참했다) 네 번을 컷 탈락했다. 그전까지 프로로 참가했던 64번의 대회에서는 컷 탈락이 세 번뿐이었다.

 

12월30일이면 우즈는 마흔한 살이 된다. 각 메이저 대회별 최고령 챔피언과 그 밖에 주목할 만한 우승자들을 정리해봤다.

마스터스 최고령 챔피언 잭 니클라우스, 46세. 주목할 만한 우승자 벤 크렌쇼, 43; 게리 플레이어 42; 마크 오마라, 샘 스니드 41; 벤 호건 40; 스니드, 앙헬 카브레라, 필 미컬슨 39; 호건, 플레이어, 닉 팔도 38.

US오픈 최고령 챔피언 헤일 어윈, 45세. 주목할 만한 우승자 줄리어스 보로스, 레이먼드 플로이드, 43세; 페인 스튜어트 42; 니클라우스 40.

디오픈챔피언십 최고령 챔피언 올드 톰 모리스, 46세. 주목할 만한 우승자 로베르토 데 빈센소, 44; 미컬슨 43; 대런 클라크, 어니 엘스, 42; 오마라 41; 헨리크 스텐손 40; 플레이어, 잭 존슨 39; 니클라우스 38.

PGA챔피언십 최고령 챔피언 율리무시 보로스, 48세. 주목할 만한 우승자 리 트레비노, 44; 비제이 싱 41; 니클라우스 40; 플로이드, 래리 넬슨 39; 허버트 그린 38; 지미 워커 37.

 

황량한 불모지로 변한 그의 현실에 반발심이 든다. 그는 타이거 우즈, 최고의 실력을 지녔으며 최고의 순간에 강한 배짱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런 그가 이렇게 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모든 걸 이뤘다.” 스포츠 심리학자이며 성공적으로 재기한 위대한 운동선수의 특징과 행동을 분석한 <챔피언의 컴백>이라는 책의 저자인 짐 아프레모(Jim Afremow) 박사는 말했다. “다른 성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재기하는 것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우리가 그에 대한 언급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아무렴, 골프계는 타이거 우즈를 포기할 수 없다. 상황이 조금 더 명확했더라면 더 쉬웠을지도 모르는데, 그 모든 검토와 분석에도 불구하고 우즈의 문제에 도사린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늘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그의 화법은 계속해서 회피하며 미스터리를 이어가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우즈는 대변인을 통해 이번 기사를 위한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의 상황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부상 우즈는 워낙 부상이 잦았지만, 언제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으며 얼마나 심각한지와 관련되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오로지 그의 말뿐일 때가 많다. 실망스러운 플레이의 탓을 부상으로 돌리는 것은 우즈에게 주도권을 쥐여주는 것이다. 그는 부상에 대해 가끔은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무릎에 탈이 났고, 그다음에는 아킬레스건이 뒤따랐다. 그러더니 장딴지에도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2011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아홉 홀만에 기권한 후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는 두 달간 쉬었다가 복귀했을 때 최악의 플레이를 펼치고는 9월에 허리 수술을 받아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그다음 달에 다시 2차 수술을 받았다. 2016년에 그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회복 단계라든가 복귀 전망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표현해보자. 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6월에 우즈는 2016년에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리를 비우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즈는 플레이하는 동안 감수해야 했던 질문과 사생활의 침해, 온갖 억측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전투에서 부상당한 전사는 잠시 활동을 멈추는 게 고귀한 처사이기도 하다. 그의 후원 업체는 플레이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대회 불참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중요한 건 이제 스물한 살 때의 타이거 우즈처럼 플레이하려는 노력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가진 것을 활용해야 한다.

_전 헤비급 권투 챔피언, 조지 포먼



부상 병동, 타이거 타이거 우즈는 2005년에 골프다이제스트의 제이미 디아즈에게 어려서부터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릴 때의 거친 행동 때문이다.” 우즈는 말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긁히고, 낡은 자전거에 부딪히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그쪽을 상당히 심하게 부딪혔다.” 우즈가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2008년 US오픈에서 열네 번째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한 후 십자인대와 연골 복원 수술을 받았을 때, 골프다이제스트는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스물한 명의 선수들을 상대로 그의 미래를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81%는 “그는 결국 예전의 타이거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고, 14%는 “전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으며, 5%는 “전성기는 지나갔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의 부상 일지를 위에 정리해놓았다. 

 

1994년 / 12월 ▶ 왼쪽 무릎의 반흔 조직과 두 개의 양성종양 제거 수술.

1995 / 06 ▶ 러프에서 샷을 하다가 왼쪽 손목을 다친 후, 시네콕힐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플레이 중도 포기. 

2002 / 12 ▶ 왼쪽 십자인대 주변의 고인 물 제거와 양성 물혹 제거 수술.

2006 / 10 ▶ 왼쪽 견갑골 부상으로 인해 플레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했지만 WGC-아메리칸익스프레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2007년 여름 ▶ 골프 코스에서 달리다가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고 말했지만, 남은 여섯 대회에서 PGA챔피언십을 포함해 5승 기록.

2008 / 04 ▶ 마스터스에서 2위를 한 후 왼쪽 무릎의 연골 복원 수술.

2008 / 06 ▶ 왼쪽 정강이뼈에 두 개의 스트레스 골절과 왼쪽 무릎의 인대 부상에도 불구하고 US오픈 우승. 오픈 이후에 왼쪽 무릎의 십자인대와 연골 복원 수술.

2008~2009년 ▶ 그가 2008년에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상태에서 플레이했고, 2009년에 다시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이 2010년 마스터스 후에 밝혀졌다.

2009 / 11 ▶ SUV를 몰다가 소화전과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로 입원. 목이 욱신거리는 통증과 입술이 찢어져서 다섯 바늘을 꿰맴.

2010 / 05 ▶ 목의 통증을 호소하며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기권. 나중에 후관절 염증으로 밝혀짐.

2010 / 12 ▶ 아킬레스건의 지속적인 통증으로 오른쪽 발목에 코르티손 주사.

2011 / 04 ▶ 마스터스 때 아이젠하워 나무 밑에서 샷을 한 후 왼쪽 내측 측부 인대가 접질리고, 왼쪽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왔다.

2011 / 05 ▶아킬레스건과 지속적인 무릎 부상 그리고 왼쪽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며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기권.

 

골프 스윙 몇 년 동안 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서면 스윙 변화의 진전을 묻는 말만 쏟아졌기 때문에 우즈는 결국 그런 질문은 짧게 끊어버렸다. 스윙은 늘 부상보다 설명하기가 더 곤혹스러웠고, 우즈는 자세한 설명 없이 ‘기준선의 이동’, ‘일관된 최저점’, ‘폭발성’ 그리고 ‘느낌’ 같은 알쏭달쏭한 표현을 쏟아내다가 ‘거의 근접했다’거나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이라는 의례적인 말로 대화를 중단하기 일쑤였다. 우즈는 2010년에 행크 헤이니에서 숀 폴리로 갈아타고, 2014년 11월에는 ‘스윙 자문’인 크리스 코모와 손을 잡으면서 기술적인 면을 많이 언급했다. 코치를 교체할 때마다 효과는 떨어졌고, 그럴수록 인터뷰의 긴장감도 고조됐다. 우즈가 골프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반긴 건 충격적인 칩 샷의 입스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가졌을 때뿐이었는데, 폴리와 코모의 서로 다른 ‘릴리스 패턴’ 사이의 과도기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심리 아무래도 우즈가 가장 싫어하는 주제라고 여겨지는 근거는 이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시즌을 고려하더라도, 우즈가 자신의 에스컬레이드 자동차로 집 앞의 소화전을 들이박으며 참담한 추문을 일으켜서 결국 결혼 생활의 파경을 맞은 2009년 추수감사절 이후 그의 플레이가 뚜렷한 하락세를 그렸다는 사실을 간과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일이 그의 플레이에 미친 영향을 수치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동료 선수들보다 우즈가 지닌 최고의 강점으로 손꼽혔던 난공불락의 멘탈 게임이 서서히 와해됐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가장 큰 단서는 2014년 말과 2015년 초에 그를 괴롭힌 칩 샷의 입스다. 공동 17위를 거둔 2015년 마스터스에서는 그걸 제압한 것처럼 보였지만, 넉 달 후 윈덤챔피언십 일요일 라운드에서 선두권을 바짝 뒤쫓을 때 다시 나타난 입스로 인해 그는 11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그러나 작년 5월과 6월에 우즈의 게임이 무너지면서 메모리얼에서 85타를 기록하고, US오픈에서는 3번 우드 샷의 난조 끝에 80-76타를 기록했을 때 입스는 부수적인 문제였다. 우즈의 입장에서 가장 어색했던 순간은 자신이 주최한 올해 퀴큰론스내셔널의 미디어데이에 벌어졌다. 연못을 넘어가는 100야드 샷을 시도하는 친선 차원의(하지만 골프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콘테스트에 참가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우즈는 연달아 세 번의 샷을 물에 빠트렸는데, 샷이 반복될수록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우즈로서는 몇 달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스윙을 선보인 것이었다. 우즈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네 번째 가능성이 더 뚜렷해지는데,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늘 억측에 시달리는 그에게 이 정도의 결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쩌면 골프계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 남자는 오로지 골프를 포기하고 싶을 뿐일지도 모른다.

 

타이거의 PGA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



연도 

우승 

톱10 

1996  2 0
1997  4 1
1998  1 0
1999  8 1
2000  9 3
2001  5 1
2002  5 2
2003  5 0
2004  1 0
2005  6 2
2006  8 2
2007  7 1
2008  4 1
2009  6 0
2010  0 0
2011  0 0
2012  3 0
2013  5 0
2014  0 0
2015  0 0
2016  0 0
합계  79 0
 

마지막으로 또는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의 나이 주목할 만한 선수들

48세 줄리어스 보로스 46세 올드 톰 모리스, 잭 니클라우스 45세 헤일 어윈 44세 해리 바든, 로베르토 데 빈센소, 리 트레비노 43세 레이먼드 플로이드, 벤 크렌쇼, 필 미컬슨 42세 게리 플레이어, 페인 스튜어트, 대런 클라크, 어니 엘스 41세 샘 스니드, 마크 오마라, 비제이 싱 40세 벤 호건, 헨리크 스텐손 39세 래리 넬슨, 앙헬 카브레라, 잭 존슨 38세 허버트 그린, 닉 팔도 36세 월터 헤이건 34세 아널드 파머 33세 진 사라센, 바이런 넬슨, 톰 왓슨 32세 타이거 우즈 31세 세베 바예스테로스

포기의 이유 우즈가 포기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 인터뷰에서 ‘과거를 정리하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작년에는 <타임> 매거진의 론 루벤스타인(Lorne Rubenstein)에게 긴 인터뷰를 허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뚜렷한 사례는 지난 12월에 우즈가 바하마제도에서 주최한 히어로월드챌린지라는 토너먼트에서 발생했다. 8월부터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몸을 사렸던 우즈는 샘 스니드의 PGA투어 최다승(82, 우즈는 79)과 잭 니클라우스의 프로 메이저 대회 최다승(18, 우즈는 14)에 근접한 것만으로도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곳에서 활동한 20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전부라 해도 상당히 좋은 선수 생활을 보냈다.” ▶ 6월에는 골프사에 한 획을 그은 자신의 1997년 마스터스 우승에 대한 책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교습서가 아닌 분야에서는 첫 책이다. 출간 예정은 3월이며 루벤스타인이 공저자로 참여한다. ▶ 그동안 그의 메이저 대회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간주되었던 니클라우스와의 비교를 대수롭지 않게 언급한다. 처음으로 그런 태도가 드러난 것은 행크 헤이니가 2012년에 출간한 책에서 언급한 두 사람의 2007년 대화다. 스윙 코치가 “니클라우스의 기록은 어쩌고? 그건 상관없어?”라고 묻자 우즈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 나는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룬 것으로 만족해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도 우즈는 더 젊은 나이에 니클라우스와 동등한 성과를 이루려고 노력한 것만으로 자신을 평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기록을 모두 뛰어넘었다. 모두 뛰어넘었다.” 우즈는 힘주어 말했다. 우즈가 니클라우스의 기록을 능가할 가능성이 점점 요원해지면서 이런 태도는 중압감을 어느 정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 제이슨 데이에게 질문을 권하면서 멘토 역할을 하고, 데이가 자신과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해도 나무라지 않았다. ▶ 이번 가을에 열리는 라이더컵의 미국팀 부단장 역할을 수락했다. ▶ 두 자녀인 샘 알렉시스(9)와 찰리 액설(7)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우선시한다. 플레이를 다시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타임>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플레이를 중단하는 걸 원치 않는다. 진심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소중한 내 아이들이 있다. 그러므로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건 윈-윈이다. 그런데 만약 하나만 할 수 있다면 골프는 아닐 것이다. 내 아이들이 될 것이다. 그것도 역시 윈-윈이다.” 전부 타이거 우즈의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하지만 우즈가 복귀를 원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식이 될까? 그는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기회를 동기부여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 나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폴리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타이거에게는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려면 그보다 더 심오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즈도 그런 취지의 말을 했다. R&A에서 기획한 ‘챔피언 골퍼의 연대기’라는 시리즈 영상에서 그는 2006년 마스터스가 자신의 아버지인 얼이 지켜볼 수 있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우승하기 위해 더 노력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엉뚱한 이유로 플레이했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플레이한 것이다.” 나중에 아버지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 너 자신을 위해 플레이를 해.” 우즈는 덧붙였다. “그건 내면에서 우러나야 한다. 밖에서 주어질 수 없다.”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는 2014년 가을에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 후 애리조나에 있는 재활 클리닉에서 45일을 보내는 동안 운동에 다시 전념하면서 충만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올림픽 수영 챔피언인 그는 수치심으로 인해 자살 충동까지 느꼈지만 훈련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면서 더 행복하고 개방적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올해 서른한 살인 펠프스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다섯 개와 은메달 하나를 땄고, 동료 선수나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졌다. “마이클은 이미 충분한 메달을 획득한 상태였고, 이미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 헤이니는 ‘헤이니 프로젝트’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펠프스를 지도하면서 친해진 데다 같은 피닉스 지역에 사는 이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그를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못했다. 나쁜 친구는 아니었지만, 대체로 산만해 보였다.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자신을 되찾고 문제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에게는 매우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그는 다른 사람이 됐다. 그리고 집중력이 강화되면서 이전보다도 더 뛰어난 선수가 됐다.” 이보다 더 길고 훨씬 더 가능성이 희박했던 자기 발견의 여정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조지 포먼(George Foreman)은 1974년에 무하마드 알리에게 패하고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마흔다섯의 나이에 헤비급 타이틀을 되찾았다. 점점 나이 들어가던 알리의 입장에서는 이전의 경기에서 40전 무패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포먼이야말로 최고의 대결 상대였다. 알리가 8라운드에서 그를 케이오시켰을 때, 포먼은 완전히 무너졌다. “나는 수치스러웠고 부끄러웠고 민망했다. 그 심정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포먼은 휴스턴에 있는 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무패의 챔피언이었던 사람이 패배를 당한 후에 심리적으로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나는 자아의 한 부분을 잃어버렸고, 그걸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포먼은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 론 라일을 상대로 난타전을 벌이며 두 번이나 녹다운을 당했지만, 필사적으로 라일을 케이오시켰던 그다음 경기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했다. “라일과 함께 링에 올랐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또다시 반복되는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3년 후, 지미 영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포먼은 권투를 그만뒀다. 그는 휴스턴에서 목회자가 됐고, 이후 10년 동안 링에 오르지 않았다. 처음에 챔피언이 되었을 당시 포먼은 초창기의 멘토였던 소니 리스턴(Sonny Liston)에게서 빌려온 ‘무시무시한 악당’이라는 캐릭터를 사용했다. 목회자가 된 후에는 타고난 사교성을 드러내면서 인생의 교훈을 거리낌 없이 들려줬다. “나는 마음에 미움을 많이 담고 있었다.” 포먼은 휴스턴의 빈민가에서 성장했다. “이제는 사랑받고 싶었고, 사랑을 받으려면 나부터 사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권투를 하는 동안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던 사람들을 찾아가 사과했다. “버는 돈은 훨씬 적었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했다.” 포먼이 다시 권투를 시작한 건 자신의 이름을 건 청소년 센터가 재정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복귀에 조롱이 쏟아졌다. “기본적으로 그들이 옳았다.” 그는 말했다. “권투의 역사만 훑어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기를 시도한 다른 챔피언과 내가 다른 점은 나는 처음부터 거창하게 최고를 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클럽 선수들과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년 동안 포먼은 점점 더 강한 상대와 맞붙었고, 실력이 쌓이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나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속도가 떨어졌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원래의 조지 포먼. 그때의 타이밍은 결코 되찾지 못했다. 예전처럼 기선을 제압해서 첫 라운드에 상대를 쓰러트리는 식은 더 이상 불가능했고,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다시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되려면 전에는 해본 적이 없는 방식을 완벽하게 연마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트레이너인 아치 무어(Archie Moore)처럼 나이 든 파이터들의 자료 화면을 연구했고, 최소한의 동작으로 에너지를 아끼면서 파워보다 정확성과 인내심을 강조하는 경제적인 스타일을 찾아냈다.  포먼은 골퍼는 아니지만, 당시 70대에 접어든 샘 스니드가 자신의 훈련장을 찾아왔을 때 나눈 대화를 기억했다. “그는 내 복귀를 응원한다면서 자신이 예전과 같은 강타자일 수 없게 된 다음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들려주었다.” 포먼은 말했다. “타이거도 나와 비슷한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그도 나름대로 불명예와 수치를 겪었다.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비근한 일이지만 그는 들켰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그걸 떨치고 일어났거나, 일어날 걸로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이제 스물한 살 때의 타이거 우즈처럼 플레이하려는 노력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강점은 포기해야 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예전에 누렸던 것을 되찾으려 하면 안 된다. 지금 가진 것을 활용해야 한다. 그는 여전히 위대할 수 있는데, 아직 내면에 그런 기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타일을 바꿨지만, 그래도 내면은 절대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포먼과 달리 타이거의 상황은 조금 복잡한데, 우즈는 천성이 내성적이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이름 없는 토너먼트를 통해 서서히 복귀한다는 건 모든 샷, 심지어 연습 티와 클리닉에서 하는 샷마저 카메라에 담기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골퍼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우즈는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을 정도의 부상과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젊었을 때 우즈는 수술을 받은 후에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빨리 복귀했고, 그렇게 신속한 회복 능력을 통해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냈다. 2014년에 나온 <블러드 스포츠>라는 책을 보면 2008년의 시즌을 일찍 끝내야 했던 무릎 수술과 공격적인 재활이 일으킨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 이후에 우즈가 캐나다의 스포츠 전문의인 앤서니 게일리어(Anthony Galea)로부터 열네 번에 걸쳐 자가혈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게일리어라는 이 의사는 2011년에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비승인 약물을 미국으로 밀반입해서 프로 운동선수들을 치료한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이 책에는 2008년 9월부터 2009년 10월 사이에 게일리어의 직원이 우즈를 49회 방문했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우즈와 게일리어는 모두 우즈가 합법적인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만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 나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타이거에게는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_전 스윙 코치, 숀 폴리

충실한 팬들 타이거 우즈가 열네 번째를 끝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 지도 5년이 지난 2013년에 우리는 골프다이제스트닷컴 독자들에게 그가 최종적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몇 승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물어봤다. 독자들의 대답은?



19승 이상 

43.3%
18승 7.0%
17승 7.4%
16승 21.2%
15승 9.6%
14승 11.5%
 

 

통증, 스트레스 그리고 심리적인 문제 허리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개인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12주면 신체적인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우즈는 플레이를 시작하기까지 꼬박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는 신체적인 증상에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했을 여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거나 생각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소하지 못한 채 억눌려 있는 감정(특히 분노와 수치심)으로 인한 긴장이 만성 통증의 중요한 근원일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가 많다. 뉴욕대 재활의학과 교수 시절에 이 분야를 개척했다가 지금은 은퇴한 존 사르노(John Sarno)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깊은 내면의 심리적인 상처가 있을 경우 감춰진 감정이 의식의 수면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체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식으로 몸이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증상에 긴장성 근육통 증후군(Tension Myoneural Syndrome)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르노 박사는 실질적인 생체 구조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아낼 수 없는 이런 정신적, 신체적 통증은 흔히 허리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의 전성기 성능 코디네이터이기도 한 아프레모(Afremow)는 프로 스포츠에서 이 증상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걸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상급 선수들의 경우, 통증은 스트레스의 척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자들은 특히 모든 걸 꾹꾹 담아놓는 경향이 있고, 성취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심한 이유는 모든 것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신체적인 아무 증상 없이 만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정신과 신체의 상관관계는 과소평가되고 있다.” 우즈의 측근 중에는 그가 분노와 후회에 따른 긴장감을 담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버지를 여읜 후 농구를 은퇴하고 한 시즌 동안 프로야구 쪽에서 활동하다가 성공적으로 현역에 복귀한 그의 친구 마이클 조던은 <ESPN> 매거진의 라이트 톰프슨에게 우즈가 불륜의 여파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마음을 가장 괴롭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조던은 말했다. “그걸 늘 마음에 담고 있다. 그건 조종할 수도 없고, 올라타지도 않을 배와 같다. 어쩌겠는가? 이미 일어난 일을 지워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는 그러길 원한다. 그는 일어난 일을 지우고 싶어 한다.” 아프레모는 성공적으로 재기한 운동선수들은 제일 먼저 운동 능력과 집중력 그리고 에너지를 방해하는 감정의 갈등이라는 ‘정신적인 벽돌’을 내버리는 작업부터 시작한다고(일반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말했다. “타이거의 경우는 아무래도 더 복잡하다고 볼 수 있는데, 모든 것이 만천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아프레모는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뭐가 됐든, 그는 다시 한 번 위대해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골퍼로서 그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실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재기의 아이콘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인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조차 부족하다. 하지만 골프라는 스포츠가 실수를 만회할 여지가 가장 적은 종목이기는 해도, 안식년을 통해 새롭게 치유된 우즈가 자신의 가장 두드러진 재능, 이른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재기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가 진심으로 돌아오길 원한다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된 그 도전은 아직 유효하다.

 

문제가 뭐가 됐든, 그는 다시 한 번 위대해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골퍼로서 그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_짐 아프레모 박사, 스포츠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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