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악동 골퍼, 대니 리 [People :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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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악동 골퍼, 대니 리 [People : 1611]
  • 김기찬
  • 승인 2016.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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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악동 골퍼, 대니 리 [People : 1611]

사진_이현우



유쾌한 악동 골퍼, 대니 리 지난달 신한동해오픈 참가를 위해 고향을 찾은 대니를 미국으로 돌아가기 3일 전에 만났다. 대니는 리키와 벌인 코믹한 소동, 눈물을 쏟아낸 사연, 2017 프레지던츠컵에 대해 털어놨다. 글_인혜정

 

엉뚱하고 코믹한 대니 리

PGA투어 스타이자 한국계 뉴질랜드 골퍼 대니 리(이진명)는 실제로도 엉뚱하고 악동 같은 기질을 지녔다. 이미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 대니는 ‘코믹한 친구’, ‘장난꾸러기’로 통한다. 대니의 인스타그램(@dannygolf0724)만 살펴봐도 금세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엉뚱한 표정의 셀피, 동료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모습, PGA투어 유명 선수들이 그를 대하는 친근한 행동 등 대니의 익살스러운 포스팅은 저절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선수들이 저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 딱히 저를 싫어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아요”라며 넉살스럽게 받아친다. 대니는 지난해부터는 PGA투어의 대표 악동 스타인 리키 파울러와 장난 배틀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리키와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올해는 자제하고 있어요.” 대니는 자신이 리키에게 주로 당하는 입장이라며 몇 가지 소동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3라운드를 만족스럽게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와 운동화를 갈아 신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리키가 운동화 속에 셰이빙 크림을 한가득 채워놓은 거예요. 메시 소재의 운동화였는데 발을 넣는 순간 셰이빙 크림이 발등을 비집고 송송 올라오더라고요. 예고 없는 장난이라 당황했지만 웃어 넘겼죠.” 핑크 데이(어머니날)였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마지막 날도 여전히 대니를 향한 리키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브랜드 측에서 준비한 핑크 장갑을 끼는 순간 대니는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 “리키가 베이비파우더를 장갑에 들이부은 거 있죠. 그 밖에도 대회 전 퍼터 연습을 하려고 새 볼을 꺼냈는데 샤워 크림이 가득 묻어 있어 당황했어요. 사용하지도 못하고 볼을 버렸던 황당한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리키를 향한 대니의 복수도 수준급이다. 대회 스폰서에서 경기 전 제공하는 리키의 차량에 청테이프를 네 바퀴나 돌려 묶어놓았던 것. “그때 리키가 청테이프를 푸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데요. 그런데 그날 하필 리키의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아, 그때 정말 미안해서 혼이 났어요.” 앞으로 장난 배틀이 계속 이어지냐는 질문에 그는 말했다. “리키보다 제가 더 많이 힘들었던 터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무서운 일을 당하고 난 뒤 충격이 커서요. 리키에게 복수를 제대로 못했는데…. 더 큰 보복이 돌아올까 봐 걱정됩니다.”

 



일년 만에 찾은 고향 땅에서의 3주일

대니는 PGA투어 2016 시즌을 마무리하고 9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대회 2주 전에 한국 땅을 밟았다. 우리는 신한동해오픈이 끝난 다음 날 대니가 거주하고 있는 인천 송도로 향했다. 그는 우리 촬영 팀과 만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카메라 앞에 섰고 자유자재로 표정을 구사해냈다. “이거 참 어색하네요. 늘 골프장 안에서만 촬영했는데 이런 곳에서는 처음입니다. 집에서 5분 거리인 이곳도 처음 와봤고요. 사실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을 마친 뒤 부모님이 송도로 이사하셨어요. 저도 이곳 지리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그리고 대니는 전날 11위로 마무리한 신한동해오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내 메이저 대회에 대한 우승 욕심이 있어요. 제가 국적은 뉴질랜드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잖아요. 이번에 좋은 기회였고 조부모님께도 우승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다음에 도전해봐야겠어요.” 이번 대회에서 대니는 많은 갤러리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렀다. 여덟 살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다 보니 국내 팬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에서 활약하면서 얼굴을 알리게 된 것. 또 신한동해오픈에서 그는 갤러리들과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었고 아이들에게 사인 볼을 나눠주며 친근하게 다가가 많은 팬 몰이를 했다. 그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일은 조부모님을 찾아뵙는 일이었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항상 그리웠어요. 한국에 올 때마다 할머니에게는 에센스 크림, 할아버지에게는 향수, 늘 똑같은 선물을 해드리고 있어요.” 그는 군 복무 중 휴가차 나온 배상문을 만나는 일도 잊지 않았다. PGA투어에서 대니와 배상문은 단짝이다. “상문이 형과 오랜만에 라운드를 했어요. 실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더라고요. 형과는 코드가 잘 맞아요. 남자답고 용감하며 의리도 있어요. 무엇보다 유머러스하죠. 저는 한국 문화와 외국 문화가 섞여 한국에 있는 형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요. 말을 잘못해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편이죠. 하지만 상문이 형은 그런 저를 이해해주고 잘 챙겨줍니다.” 그는 친구들과 맛집 투어를 다니며 미국에서 먹지 못한 한국 음식을 실컷 맛봤다. “저녁에 시간 날 때마다 맛집을 찾아 돌아다녔어요. 최근 아버지와 함께 기가 막힌 불고기 막국수집을 찾았어요.” 그는 미국에서도 외국 선수들과 함께 한국 음식점을 찾을 정도로 한식을 좋아한다. “PGA투어 친구들에게 삼겹살은 정말 인기가 있는 메뉴예요. 제이슨 고어라는 덩치가 큰 미국인 친구가 있는데 혼자서 8인분을 해치워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나의 유일한 버팀목, 어머니와 아버지

대니는 외가댁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의 외삼촌과 어머니 모두 티칭 프로 출신이다. 처음 대니가 골프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외삼촌 덕분이라고. 외삼촌은 이번 신한동해오픈에서 대니의 백을 메며 캐디 역할을 했다. 외삼촌은 그에 대해 “어릴 때부터 스윙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어요. 스윙을 터득하는 재능을 보였고 특히 우드와 롱 아이언을 잘 다뤘습니다”라고 전했다. 연이어 대니가 말을 이어갔다. “어릴 때 저는 사고뭉치였어요. 연습하는 걸 워낙 싫어 했는데 삼촌이나 엄마가 지켜보지 않을 땐 문방구    에 있는 오락기 앞으로 달려갔죠. 한 게임만 하고 간다는 게 거의 하루가 다 지나서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나요.” 긍정적이고 독립적인 대니도 부모 앞에서는 철부지 큰아들이다. 4년 전 상금 순위 164위라는 성적표를 받은 뒤 PGA투어 정규 카드를 잃었을 때 그는 상심이 컸다. “열심히 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그때 심정은 말도 못해요. 터무니없는 성적을 기록한 뒤 제 골프 실력이 엉망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때 부모님 앞에서 질질 짰어요.(웃음)”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아들을 응원했고 큰 위로가 되었다. “부모님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너는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주셨어요. 남동생이 두 명이나 있는데 어찌 보면 제가 가장 막내 같은 행동을 자주 하죠.” 그는 마음을 다잡고 미국 2부투어 격인 웹닷컴투어에서 활동하며 2014년 정규투어 시드를 다시 획득했다. 정규 투어에 복귀한 이듬해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기량을 회복했다. “부모님은 항상 예의를 지키고 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실력이 향상될수록 더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줄 아는 골퍼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죠. 그 영향으로 3년 전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매년 재단의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다니던 모교 로토루아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보내고 있으며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해 받은 수당의 절반인 7만5000달러(약 9100만원)를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저는 국적이 뉴질랜드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이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미국에 많은 팬들도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재단을 통해 뉴질랜드, 한국, 미국에 기부하면서 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골퍼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 재단이 더 커지면 제 이름을 내건 채리티 대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프레지던츠컵에 다시 도전하다

대니의 올 시즌 최고 성적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4위다. 올 시즌 후반기 성적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좋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기간 동안 자신의 스윙을 잘 아는 외삼촌과 함께 기량을 회복하는 데 힘썼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기본자세가 틀어져 있었어요. 삼촌과 그걸 바로잡으니 스윙에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죠. 퍼팅도 기복이 심해 집게 그립부터 크로스 핸드까지 바꿔봤지만 차이가 없어 다시 원래 스타일로 돌아왔고요.” 그는 근성이 강한 골퍼 중 한 명이다. 뭐든 안 되면 될 때까지 밀어붙인다. 하루 평균 연습 시간은 6시간. 쇼트 게임과 퍼트를 연습한 뒤 나인홀을 도는 것이 연습루트다. 몸 관리도 철저히 한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골프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는 현재 제이슨 데이, 헨리크 스텐손, 샬 슈워츨, 브렌던 그레이스를 담당하는 트레이너 코넬과 호흡을 맞춘 지 2년째다. “골프 전문 헬스 코치인 닥터 스튜어트 러브와 트레이너 코넬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어요. 예전엔 로리도 코넬과 운동을 했죠. 요즘은 코어를 강화하면서 상•하체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체가 강해서 회전이 빨라도 상체가 약하면 밸런스가 맞지 않아 일정한 퍼포먼스를 낼 수 없거든요.” 대니는 내년 시즌 미국 뉴저지 리버티내셔널골프코스에서 개최되는 프레지던츠컵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 참가한 프레지던츠컵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인터내셔널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올해 세계 랭킹 55위로 마무리했지만 내년에는 20위권으로 순위를 끌어올려 참가 자격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중에 재단이 더 커지면 제 이름을 내건 채리티 대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Danny Lee 이진명

생년월일 1990년 7월24일 우승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2008), 유럽프로골프투어 조니워커클래식(2009, 아마추어), 2부투어 네이션와이드투어(2011), PGA투어 그린브라이어클래식(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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