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승의 人스타] 박인비도 주목한 태국의 열다섯 살 소녀
지난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클럽에서 열린 HSBC여자월드챔피언십은 미셸 위(29, 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3년 8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의 소식을 전 세계 언론은 앞다퉈 주요 뉴스로 다뤘다. 미셸 위의 우승이 미국 골프 업계는 물론 세계 골프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세계 여자 골프의 핵으로 떠오를만한 소녀가 있었다는 건 아직 많은 이가 모르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의 우승자 자격으로 HSBC여자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앗타야 티티쿨(15, 태국)의 최종 성적은 공동 8위(13언더파 275타)다. 세계 랭킹 10위 안에 랭크된 모든 선수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그는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종일관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티티쿨의 모습을 지켜본 ‘골프 여제’ 박인비(30, KB금융그룹) 역시 그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박인비는 “아시아태평양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의 플레이를 TV로 유심히 살펴봤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샷의 템포가 좋고 플레이를 영리하게 잘하는 것 같다”면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했다.
현장을 찾은 국내외 에이전트 업체 관계자들의 눈도 모두 그에게 쏠렸다. 티티쿨이 샷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에이전트 중 한 명은 “역시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플레이하려니 다소 긴장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샷을 흔들림 없이 하는 걸 보니 대단한 선수임은 틀림없다”며 “저 나이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티티쿨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고 효과적인 샷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티쿨은 태국 방콕의 서부에 위치한 랏차부리라는 인구 9만여 명의 조그마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마추어 월드 랭킹 50위권을 유지하며 점차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열네 살이던 지난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의 타일랜드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또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컷 통과하며 프로 무대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올해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ANA인스퍼레이션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도 출전한다.
앗타야 티티쿨은 “두 개의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다”면서 “내 목표는 브리티시여자오픈의 컷 통과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가는 게 지금의 내 위치에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늘 웃으며 자신의 캐디와 수다를 떨고 자신의 우상인 에리야 쭈타누깐(23, 태국)을 만나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하고 대회 도중 가끔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도 하는 아직 열다섯 살의 천방지축 소녀 골퍼지만 그가 세계 여자 골프의 중심에 서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이번 기회에 직감할 수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작권자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