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리스트 클럽 부문 사장, 스티브 펠리섹을 만나 스피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타이틀리스트 스피드(Titleist Speed), TS 드라이버의 약자다. 왜 TS인가?
타이틀리스트는 20년간 9라는 숫자를 사용해 드라이버 이름을 붙여왔다. 917, 915…와 같이(9 뒤에 붙는 숫자는 연도를 뜻한다). 타이틀리스트 팬이라면 새로 출시되는 드라이버 이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일관된 ‘작명 정책’을 유지했다. 더불어 골퍼에게는 지난 모델보다 조금 더 발전한 모델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했다. 하지만 매번 더 향상된 제품을 내놓는 우리에게는 오히려 비슷한 이름 때문에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게 만드는 핸디캡이 되기도 한다. TS는 새 드라이버 개발을 목적으로 진행한 과제는 아니었다.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신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연구 개발 부서 총괄인 댄스톤이 나에게 다가와 “이번 드라이버에 들어간 모든 기술 혁신은 지난 10개 모델을 집약해놓은 것보다 더한 기술을 접목했다.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전 드라이버와 확연히 차이 나는 변화였기에 반드시 주목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관심을 끌어야 했다.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아 마땅했기에 TS라는 새 이름을 탄생시켰다.
이름에서도 빠르다는 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TS의 관용성은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나?
더 빠른 스피드를 낸다는 건 누구나 기대하는 환상적인 대목이다. 그래서 언제나 옳다. 스피드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져다준다. 모든 스피드에는 그에 걸맞은 최적의 발사 각도와 스핀양이 있다. 골퍼가 자신이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여 칠 수 있는 가장 긴 비거리를 내기 위해서는 스피드를 극대화해야 하고 스핀과 발사 각도를 최적화해야 한다. 스피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피크(Peak) 스피드다. 골퍼가 낼 수 있는 스피드의 최고치가 있다. 바로 정타를 쳤을 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무게중심과 완벽히 일치하는 선에서 임팩트가 들어갈 때다. 그것을 피크 스피드라고 부른다. 두 번째 스피드는 미스 샷을 했을 때, 즉 정타가 되지 못했을 때의 스피드다. 관용성이 여기에 적용돼야 한다. 살짝 빗맞을 때도 피크 스피드에 근접한 스피드를 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관용성이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환상적인 피크 스피드에서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드라이버를 설계했을 뿐만 아니라 미스 히트에도 피크 스피드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했다. 결국 평균 스피드가 매우 높은 드라이버가 탄생했다. 피크 스피드도 눈여겨봐야 하지만 사실 평균 스피드가 더 중요한 이유다. 본사 사무실에서는 그래서 이런 문구를 즐겨 사용한다. “긴 비거리, 더 자주!”
이번 드라이버 출시는 예전보다 피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맞는 얘긴가? 왜 그런가?
맞다. 대리점 에서 바로 살 수 있는 TS 드라이버도 최적의 스피드를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골퍼가 가진 잠재력을 전부 끌어내지는 못한다. 열쇠는 피팅에 있다. 짧은 클럽으로 더 좋은 스윙을 하는 골퍼가 있는 반면 긴 샤프트에서 빠른 스피드를 내는 골퍼도 있다. 무게와 스윙 템포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치는 사람이 다르면 클럽은 달라져야 한다. 타이틀리스트 피터는 숙련돼 있다. 경험도 많다. 잘하는 피터에게 피팅을 받으면 클럽을 쥐었을 때 손에 느껴지는 전율이 다르다. 클럽이 완벽히 손에 들어맞고 임팩트 때 손맛도 다르다. 스윙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이유기도 하다. 경기에 유리하도록 해법을 찾아주기 때문에 피팅한 클럽과 하지 않은 클럽의 대결을 두고 우리는 ‘불공평한 싸움’이라고 비유한다.
드라이버가 중요해졌다. 어떻게 생각 하는가?
물론 드라이버로 버디를 낚지는 못한다. 긴 비거리, 그것도 반복적으로 긴 비거리를 제공하려고 노력 한다. 똑바로 날아간 볼이 홀마다 그린에 10야드 더 가까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핀에 가까이 붙일 기회도 잦아진다. 그래서 중요하다. 장타를 치는 것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가? 재미있지 않나?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드라이버 카테고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드라이버가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타이틀리스트는 진심으로 진정성 있는 열정적인 골퍼에게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게 최우선 과제다. 가장 큰 클럽 브랜드 회사가 아니라 퍼포먼스가 가장 좋은 골프 클럽을 만드는 회사로 인정받고 싶다. 가장 좋은 드라이버를 만드는 회사로 여겨져야 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기본 조건 이다. 타이틀리스트 팬에게 우리가 제작하는 TS 드라이버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드라이버로 명확하게 남고 싶다. TS 드라이버를 꼭 한 번 시타해보기 바란다. 그래서 우리와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원석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wshan@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