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포츠가 골프는 아니지만 최고의 클럽 두 곳을 기준으로 삼아도 된다면 독일에서 골프는 확실히 호황이다. 그중 바바리안골프클럽뮌헨(Bavarian Golf Club M¨unchen)이 독일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골프클럽뮌헨아이헨리트(Golf Club M¨unchen Eichenried)와 비텔스바허골프클럽(Wittelsbacher Golf Club)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독일에 있는 대부분의 골프 클럽처럼 이 두 곳 역시 회원제를 중심으로 일반 골퍼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워낙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환영하는 독일의 태도와 잘 맞아떨어지는 전략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어려운 분위기에서 상업적인 골프 시설의 입장에서는 회원과 방문객의 이원화 전략이 큰 도움이 된다. 프로 대회를 목적으로 지은 골프 코스라는 게 있다면 뮌헨 아이헨리트가 그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이 코스는 BMW 인터내셔널오픈을 개최하기 위해 1987년에 설립됐다. 타이틀 스폰서의 위상에 걸맞게 코스와 클럽하우스 모두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
“벌써 3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BMW인터내셔널오픈을 개최한다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말할 있다. ”볼프강미헬(Wolfgang Michel)은 이 클럽의 총지배인이다. “우리는 이 일대에서 최고의 코스로 손꼽힌다.” 이 클럽은 뮌헨의 전통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 원래 뮌헨 맥주 산업을 지탱하는 토탄 채굴장이던 부지를 19세기 중반에 뮌헨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집안인 프쇼어 (Pschorr) 가문에서 매입하고 이후 그곳을 방목장과 감자 농장으로 활용했다. 지금의 골프 코스는 독일에서 일반적인 공원 스타일의 레이아웃이고 설계가인 쿠르트 로스크네히트(Kurt Rossknecht)는 최고의 실력을 지닌 프로는 물론 가족과 이곳을 찾은 골퍼도 즐길 수 있는 챔피언십 18홀(코스 A와 B)을 만들었다. 이후에 9홀(코스 C)을 추가해 현재는 27홀의 복합 시설을 갖췄다.
평평한 지형은 걷기에 수월하고(독일은 물론 유럽 대륙에서는 걸으면서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한다) 밀도가 높지 않은 숲을 통과하고 예쁜 연못을 지나가는 홀 옆으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진다. 풍부한 지하수는 코스에 물을 대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무려 서른 개에 달하는 워터 해저드로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 언듈레이션이 심하지는 않지만 페어웨이에서도 전략을 고민해야 하므로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티 샷을 엉뚱한 곳으로 보냈다간 높은 나무가 그린을 막아서고 앞서 말한 워터해저드에 90여 개에 달하는 아이헨리트의 벙커까지 합심해 파를 방해한다. 이렇게 탁월한 코스 외에도 아이헨리트는 회원과 방문객 모두에게 최고의 분위기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클럽하우스는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과시하며 현대적인 실용성을 갖췄다. 레스토랑은 사업상 오찬을 즐기기에도, 코스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상업적인 면에서 아이헨리트의 전략은 대단히 합리적이다. “우리 클럽은 지배인 이하 서른 명의 직원이 관리와 경영, 그 밖에 골퍼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맡고 있다. 레스토랑과 골프 아카데미 그리고 프로숍은 여러 해 동안 클럽과 협력 해온 회사가 관리한다.” 총지배인 미헬은 말했다. 미헬이 이상적인 총지배인인 이유는 이미 20년 전부터 이 클럽의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경영진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회원이 바라는 점이나 고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회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늘 어떻게 하면 코스 설계와 부대시설을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다정한 성격의 미헬은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다가 2007년에 이 사회에 참여하면서 재정과 시설 관리를 맡게 됐다. 2017년에 지배인이 사임하자 20년 동안 재직해온 은행업계를 떠나 오랫동안 속으로만 간직해온 꿈을 추구할 기회를 얻었다. 총지배인이 되자 경영과 마케팅, 골프, 심지어 조경 분야에 이르기까지 내가 지닌 폭넓은 능력으로 클럽에 도움을 주는 하루하루가 그저 꿈만 같다.
”미헬의 지휘하에 아이헨리트는 골프 저변 확대에 나섰고 특히 청소년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섯 살 때부터 이곳에서 플레이를 시작한 청소년 골퍼를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덕분에 독일골프협회와 독일올림픽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여러 차례 금메달을 획득했다.” 미헬은 설명했다.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 골퍼는 특별 레슨을 받고 대회에 출전할 때는 프로가 동행한다. 팀 유니폼을 후원하고 여행 경비를 클럽에서 지불한다. 청소년 골퍼는 그런 과정에서 인생의 덕목도 함께 배운다.” 아이헨리트의 명성은 아무래도 BMW인터내셔널오픈과 관련이 있다. 1990년대의 3년 그리고 2012년과 2014년, 2016년 그리고 2018년을 제외하고 유러피언투어의 이 대회는 유서 깊은 뮌헨에서 1시간도 떨어져 있지 않은 이 목가적인 코스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는 2019년에 다시 돌아 와서 2022년까지 이곳에 계속 머문다. “BMW인터내셔널오픈은 현재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프로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래된 대회다. 해마다 7만 명에 달하는 열정적인 팬이 유러피언투어의 스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심지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까지 찾아온다.” 미헬은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으며 경치 좋은 공간에 마련된 맥주 정원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근사한 보너스다.” 하지만 미헬과 아이헨리트는 현재의 영광에 머물러서는 성공을 이끌 수 없다고 믿는다. 2019년 대회를 앞두고 이 코스의 그린이 유러피언투어에서 가장 빠른 그린이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진행 중인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도 13.5 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미헬은 미소를 지으며 얼른 이렇게 덧붙였다. 뮌헨에서 9번 고속도로를 타고 잉골슈타트로 향하는 길에 자리 잡은 비텔스바허골프클럽 역시 최고의 코스에서 플레이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헨리트가 유러피언투어의 토너먼트를 유치했다면 비텔스바허는 독일 왕실과 깊은 인연으로 명성을 쌓았다.
비텔스바허는 1988년에 설립됐고 코스는 한 해 뒤에 바이에른 왕가가 소유했으며, 원래 말을 키우는 데 사용하던 부지에 문을 열었다. 이 클럽은 바이에른 왕실의 알브레히트 공(公)의 둘째 아들인 막스 공이 목초지를 골프 코스로 만들자고 아버지를 설득하면서 실현됐다. 이 코스에 비텔스바흐 왕가 이름이 붙은 것도 그런 연유다. “여든한 살인 막스 공은 지금도 비텔스바허골프클럽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코르비니안 코플러(Korbinian Kofler)는 비텔스바허의 총지배인이다. “부회장은 뷔르템 베르크의 미하엘 공이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회원 중에도 바이에른 왕실과 그 친척이 많다.” 이렇게 왕실과 관련이 깊은 비텔스바허이니만큼 분위기도 평범한 대중과 거리가 멀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차분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클럽하우스는 뮌헨에서 북쪽으로 1시간 반 거리인 구트 로렌펠트(Gut Rohrenfeld)의 목가적인 농장 지대에 우뚝 서 있고 제품이 잘 구비되어 있는 프로숍의 친절한 직원부터 2층에 있는 레스토랑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환대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4900유로의 입회비와 연회비 1850유로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텔스바허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입회비 없이 해마다 2350유로의 연회비를 지불 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이든 왕족과 어울릴 기회인 점을 고려하면 과하지 않은 가격이다. "회원은 670명 정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코스가 붐비는 일은 결코 없다.” 코플러는 설명했다. “회원에게는 언제든 플레이할 자격이 주어지며 토너먼트 참가비 할인과 클럽하우스 시설의 무료 이용은 물론 사교 클럽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뮌헨 그린피 서클과 독일 유스 골프 클럽의 일원이기 때문에 우리 회원들은 이 지역의 다른 코스를 사용할 때도 그린피 할인을 적용받는다.”
비텔스바허의 코스는 모든 면에서 전통적인 공원 스타일 레이아웃의 특징을 갖고 있다. 기품이 느껴지는 오래된 수령의 아름드리나무가 코스에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페어웨이를 공략하는 골퍼가 애먹이지만 않는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현대적인 레이아웃에서는 찾아보기가 대단히 힘든 특징이니만큼 그 정도의 대가는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고 느껴진다. 이따금, 이를테면 난도가 높은 383m의 파4, 7번홀처럼 이렇게 멋진 나무가 페어웨이로 슬금슬금 ‘난입’해서 그린을 공략하기에 적절한 지점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 홀에서 정규 타수 안에 그린에 오르려면 티 샷을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처음 이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그린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을 수 도 있다. 홀 주변으로 수풀이 띠를 두르고 작은 그린을 향해 좌우로 도그레그를 이룰 뿐만 아니라 그린 자체도 잘 설계 된 벙커가 엄호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런 벙커에 빠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대단히 고른 모래를 사용하며 아주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티의 길이가 6775m인 비텔스바허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코스가 아니다. 정규 타수 내에 그린에 오르기 위해서는 거리와 정확성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단 그 장해물을 넘어서 평평한 퍼팅 면에 오른다면 그 보상으로 버디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기품이 느껴지는 분위기와 왕실의 품격까지 갖춘 비텔스 바허는 뮌헨 도심과 제법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기업 행사는 한 해에 약 50건에 달하고 약 80건의 토너먼트에 일반적인 플레이까지 더하면 한 해에 이곳에서 소화하는 라운드는 모두 1만2000건 정도 라고 할 수 있다.
총지배인 코플러는 클럽 홍보와 더불어 이 지역의 골프 저변 확대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자평했다. “우리 골프 클럽과 부대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우리는 회사와 대학, 사업체, 사교 행사 그리고 뮌헨골프데이스 같은 박람회를 방문해왔다. 더 많은 아이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고 학생을 클럽에 초청해 드라이버 연습장에서 행사도 벌이고 있으며 이런 내용이 현지 신문에 소개하고 있다.” 2019년에 30주년을 맞는 비텔스바허는 미래의 번영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코스는 우리가 지닌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에 많은 걸 바꾸고 싶지 않다. 품질을 개선하면서 꾸준히 최고의 관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코플러는 이렇게 강조했다.
[글_주광탄(Ju Kuang 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