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 클로이 가너는 요즘 월드롱드라이브 참가자의 거칠고 거침없는 이미지와 잘 맞는다. 2019년 9월에 오클라호마주 새커빌에서 열린 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가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됐을 때 가너의 오른쪽 허벅지와 등 그리고 양팔은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여기에 챙을 접어 올린 독특한 벙거지와 밖으로 늘어트린 폴로 셔츠, 메탈리카의 요란한 등장 음악 그리고 임팩트 구간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파괴력까지 더해지면서 대중이 기대할 만한 거친 야성미가 완성됐다.
하지만 가너와 얘기를 나눠보면 몸을 뒤덮은 문신은 그야말로 꺼풀에 불과하며 메탈리카가 부드러운 곡도 연주한다는 걸 알게 된다. 스물아홉 살인 가너에게도 그만큼 다양한 면이 존재하며 생각 또한 깊다. 월드롱드라이브 무대에서는 2019년 월드챔피언십에서 347야드의 장타로 필리스 메티를 물리치고 우승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 오르기까지 특이한 이력도 장타 게임이라는 독특한 세계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텍사스 A&M에 이어 이스트테네시 주립대에서 골프를 했다. 나와 비슷한 거리를 내는 여학생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것도 나는 3번 우드로만 샷을 할 때였다. 4학년 때 드라이버를 사용하면서 모두를 훌쩍 능가했다. 트레이닝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타고난 재능이었다.” 그런 거리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167cm의 키에 몸무게는 58.9kg이다. 압도적인 체구의 상대 선수들에 비하면 호리호리한 수준이다.
가너의 스코어링 능력은 비거리나 그가 쏟는 노력에 부합하지 않았고 그는 졸업과 동시에 게임을 그만뒀다. “3년 동안 클럽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이 게임이 사람을 녹초가 되게 만드는 그런 때가 있는 것 같다.” 가너는 타고난 승부 근성(그는 여덟 살 때부터 남아공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했다)과 열정을 크로스핏 트레이닝에 쏟았다. “턱걸이를 25회까지 할 수 있고 80kg 정도는 너끈히 들고 그 밖에도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말했다. 테네시에서 장타 대회와 연계된 골프 프로암 대회에 참가해달라는 초청을 받았을 때 가너는 그동안 크로스핏 트레이닝을 한 덕분에 자신의 비거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교습가인 보비 피터슨과 함께 스윙을 조금 가다듬은 후 가너는 WLD 대회에 참가를 신청했다.
도전을 시작한 첫해인 2016년에 가너는 시즌 초반 두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타이틀을 거의 손에 넣기 직전이었지만 메티에게 ‘여덟 번째 볼’에서 당했다. 여덟 번째 볼에서 당한다는 건 여덟 번씩 한 세트로 시도하는 포맷의 마지막 드라이버 샷에서 패했다는 뜻이고 모든 장타 대회의 어머니 격인 그 대회에서 패한 것이 가너에게는 뼈아팠다. “호텔로 돌아가서 엉엉 울었다.” 그는 말했다. “내가 좀 감정적인 편이다. 성공할 때보다 패할 때가 많다는 골프의 특성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이후 2년 동안 굴곡이 있었다. 우승은 두 번 했지만 그 사이사이에 여행에 따른 소소한 문제와 아슬아슬하게 놓친 기회 등이 뒤섞였다. 그래도 2019년 타이틀은 그 모든 걸 보상해줬다.
가너는 최근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2020년 WLD 대회가 취소됐고 그는 좌우명인 ‘인내심’을 시험받게 된 상황에서 관심을 다시 크로스핏 트레이닝에 쏟고 있다. 하지만 130도에 달하는 그의 어깨 회전(보통은 90도), 기초가 탄탄한 스윙과 경험은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이제 고비는 다 넘은 것 같고 내가 하지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클로이의 장타 비결
“티를 높게 꽂고 볼의 위치를 스탠스에서 한참 앞으로 맞춘다. 최대한 크게 회전하고 무릎을 구부려서 몸을 낮추는 것으로 다운스윙을 시작한다. 임팩트 구간에서 하체로 힘을 폭발시키고 오르막 아크에서 볼을 맞힌다. 나는 ‘티를 높이고 날려 보낸다’는 철학을 완전히 신봉한다.”
글_가이 요콤(Guy Yocom) / 정리_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