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가능성이 있는 선수보단 우승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흰 소의 해를 맞은 1997년생 소띠 골프 스타 이다연(23)은 근면하고 우직한 흰 소의 이미지와 자신이 잘 맞는 것 같다며, 올해 꼭 우승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다연은 31일 골프다이제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2021년의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다. 또 특히나 올해 상·하반기 성적의 폭이 컸기 때문에 꾸준하게 잘하는 것도 좋은 선수의 지표가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금 극단적이지만, 2승하고 다른 대회 컷 탈락 vs 우승 없이 모든 대회에서 톱 텐, 둘 중 한 가지를 고르라면 어떤 걸 고르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다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전자를 골랐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심장을 쳤다. "우승 가능성이 있는 선수보다는 우승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다연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서 새롭고 낯설기도 한 투어 생활을 보냈다. 특히나 아쉬운 시즌이었다. 매해 성적이 좋았는데 올해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2021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많이 생각해봤다. 그래도 건강하게 올 시즌을 마무리한 것 자체에 감사하다"고 2020년을 돌아봤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이다연은 2017년 3월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고 6월에야 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다. 복귀 후 네 개 대회 연속 컷 탈락. 시즌 말이 다가올수록 시드를 잃는 상금 순위 60위 밖에 있었던 이다연은 10월 팬텀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신고하며 극적으로 시드를 확보했다.
이후는 승승장구였다. 2017년을 첫 우승과 함께 상금 순위 25위로 마무리한 이다연은 2018년 E1 채리티 오픈 정상에 오르며 상금 랭킹 7위를 기록했다. 2019년은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고 아시아나항공 오픈까지 처음으로 한 시즌에 다승을 이뤘다. 상금 순위는 3위였다.
2020시즌엔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상금 랭킹 1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선 떨어지지만 그래도 좋은 기록이다. 그런데도 이다연은 효성 챔피언십 우승 이후 우승이 없는 게 아주 아쉬웠다고 한다.
이다연은 "올해 초에 발목이 안 좋았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골프 투어가 아무 데서도 열리지 않았고 KLPGA 투어에서 가장 빨리 투어를 개막했는데 그 일정도 2주 만에 잡혀서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다. 사실 상반기에 성적이 좋지 않았고 하반기에 페이스가 올라왔다. 좋은 페이스에 시즌이 끝나서 더 아쉬웠다"며 웃었다.
이다연은 157cm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25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때려내는 걸로 유명했다. 거기에 정확도도 놓치지 않는다. 이다연은 자신이 가진 샷을 믿고 더 자신감을 갖는 걸 다가오는 시즌의 목표로 삼았다.
이다연은 "내 샷이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그런데도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이번 시즌 투어를 뛰면서 확실히 샷이 나에게 장점이라는 걸 인지하고 연습하다 보니까, 정말 내 장점,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 주는 무기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확실히 인정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더 자신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걸 내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다연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앞서 말한 샷에 있어서 난 할 수 있다고 인정을 해주자는 것도 자신감과 연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요즘 정말 모든 선수가 다 잘 치기 때문에 거기서 우승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가진 걸 얼마나 믿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에 새해엔 이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투어 풍경이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예년과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는 것에도 공감했다. 그중 가장 달랐던 건 갤러리가 없었던 것.
이다연은 "갤러리가 없는 게 처음엔 정말 낯설고 어색했다. 호응이 없다 보니 대회장에서 대회 분위기가 잘 나지 않았다. 앞 팀에서 홀인원이 나왔는데 아무도 홀인원을 한지 모른 적도 있었다. 갤러리가 없어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실 갤러리가 빨리 대회장에 왔으면 좋겠지만 다 같이 건강하고 아무 문제 없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예년과는 시즌을 준비하는 게 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되고 실내 연습장, 체력 운동 등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까 시즌 끝나고 휴식을 좀 취했다. 매년 시즌 끝날 때마다 아픈 곳이 있었는데 올해는 아픈 곳이 없어서 좀 더 시즌을 빨리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태여서 정부에서 어떻게 정책을 내릴지에 따라 훈련 계획 1안, 2안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어떤 환경이 와도 내가 해야 할 것, 내가 필요한 것에 중점을 두고 내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근면함과 우직함이 2021년을 상징하는 흰 소와 똑 닮았다.
이다연도 흰 소의 상징적 의미를 듣더니 "딱 저 아닌가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다연은 "저는 제가 봐도 성격 자체가 엄청나게 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투어 선수로서 늘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건 흰 소와 비슷한 것 같아요!"라며 2021년 소처럼 열심히 하겠다는 '소다연'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KLPGA 제공]